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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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지금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고요. 노아리 본부장님께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노아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하장현이 이렇게까지 분수를 모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조금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 텐데.하장현은 몇 번이나 노아리를 거절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노아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몇 초쯤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깨달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하 사장님, 서이 씨를 좋아하시는 거죠?”‘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강서이에게 저렇게까지 흔들림 없이 충성할 수 있어?’“그렇다면 뭐가 달라집니까?”하장현은 숨기지 않았다.강서이에게 감히 말하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지금의 균형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도 인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노아리는 마음이 놓인 듯 웃었다.“아니요. 별건 아닙니다.”하장현을 빼내지 못한 건 아쉬웠다.하지만 강서이와 하장현이 잘된다면, 노아리에게는 오히려 신경 쓰이던 일 하나가 정리되는 셈이었다.노아리는 그 둘이 이어지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프로젝트는 또 다른 문제였다.하장현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그 회사 사람들을 흔들면 됐다.그 사람들이 하장현처럼 강서이에게 끝까지 마음을 다할지는 모를 일이었다.강서이에게는 하장현과 그의 기술이 있었다.하지만 노아리에게는 민도하의 지원이 있었다.게다가 사람 마음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었다.강서이가 언제까지나 유리한 자리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노아리와 하장현이 헤어진 뒤에야, 강서이는 몸을 움직였다.하지만 강서이는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민도하는 강서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났다.이상할 만큼 서로 통하는 구석이라도 생긴 듯, 강서이와 민도하는 아무 말 없이 끼어들지 않았다. 조용히 남의 대화를 엿들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들었다.강서이와 민도하는 내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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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노아리가 원하기만 하면, 민도하는 반드시 전폭적으로 밀어줄 거라는 그 말.노아리가 원하기만 하면, 민도하는 노아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사람이었다.실제로 노아리에게는 과시할 만한 힘이 있었다.그래서 노아리는 하장현을 빼내려는 자리에서도 그토록 자신만만했다.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달랐다.강서이의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 번졌다.아픈 것도 아니고, 견디기 힘든 것도 아니었다.다만 불편했다.결국 강서이는 협업에 동의했다. 민도하가 내민 조건이 지나치게 좋았기 때문이다.돈과 자원이 제 발로 굴러들어 오는데,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민도하는 노아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면 정말 아끼는 게 없었다.프라임로드투자의 핵심 기술까지 외부와 공유하겠다고 나섰으니까.협업이 성사되자 손규원은 꽤 기분이 좋아 보이며, 두 사람의 잔에 계속 술을 따랐다.강서이가 막 술잔을 들려던 때, 민도하가 말을 끼워 넣었다.“강 대표는 술 잘 못 마십니다. 제가 대신 마시겠습니다.”손규원은 의외라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두 분, 서로 아십니까?”모르는 사이라면 상대가 술을 잘 마시는지 아닌지 알 리 없었다.“압니다.”“모릅니다.”두 사람의 대답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다만 답은 서로 달랐다.손규원은 더 헷갈린 표정이 되었다.“그럼 아는 겁니까, 모르는 겁니까?”민도하가 어딘가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가 모른다고 하면 모르는 걸로 하죠.”강서이는 민도하가 대체 무엇을 체념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결국 강서이는 정말 술을 마시지 않았다.대신 민도하가 손규원과 꽤 많은 술잔을 기울였다.강서이는 티 나지 않게 민도하를 살폈다.민도하는 그동안 탈감작 훈련을 꽤 잘해 온 듯했다. 술을 마셔도 알레르기 반응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아마 노아리를 대신해 술자리에 나서는 일이 적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게 조금씩 몸을 길들였을 것이다.강서이는 차를 마셨다. 그런데 입안에 남는 맛이 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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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강서이는 명함을 건넸다.“민 대표와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아, 네! 맞습니다. 민 대표님께서 말씀해 두셨습니다. 강 대표님,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안내데스크 직원이 직접 앞장섰다.강서이가 말했다.“혼자 올라가도 됩니다. 바쁘실 텐데 일 보세요.”강서이는 지금이 안내데스크가 가장 바쁜 시간대라는 걸 알고 있었다.안내데스크 직원도 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사실을 알기에, 안심하고 혼자 올려보냈다.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추자 사람이 탔다.IB본부 2부의 서주미였다.서주미는 강서이를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서주미와 함께 들어온 2부의 다른 직원도 있었다.그 직원은 강서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라는 뜻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서주미가 차갑게 비꼬았다.“회사 보안을 좀 더 강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나 다 들어오네요.”함께 탄 직원은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엘리베이터가 12층에 도착했다. 비서실의 조우현이 들어오다가 강서이를 보고 곧장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 안내데스크에서 도착하셨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제가 내려가 모시려고 했는데, 벌써 올라오셨군요.”“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워낙 익숙한 곳이라 그냥 혼자 올라왔어요.”강서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서주미를 흘끗 보았다.“다만 다음부터는 아래에서 조 비서님을 기다리는 게 낫겠네요. 괜히 외부 잡상인 취급받을 수도 있으니까요.”조우현이 급히 말했다.“강 대표님은 프라임로드투자의 협력사 대표님이십니다. 어떻게 잡상인이 되겠습니까? 혹시 누가 무례한 말을 했습니까? 말씀해 주시면 제가 민 대표님께 그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민도하는 이런 부분에 있어 기준이 지나칠 만큼 엄격했다. 회사 직원이 함부로 남의 말을 옮기거나 무례하게 구는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한번 적발되면 바로 해고였고, 재입사도 불가능했다.서주미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그리고 긴장한 눈으로 강서이를 바라보았다. 제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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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손규원도 말했다.“그러게요. 강 대표도 함께하시죠?”강서이는 부드럽게 거절했다.“괜찮습니다. 선약이 있습니다.”“그럼 저도 두 분 사이에 끼어 방해꾼 노릇은 안 하겠습니다. 식사는 다음으로 미루죠.”손규원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민도하와 노아리는 굳이 손규원을 붙잡지 않았다.정말 약속이 있는 모양이었다.강서이는 아니었다. 그냥 둘러댄 핑계였다.굳이 민도하와 노아리와 한자리에 앉아 함께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괜히 입맛만 버릴 것 같았다.강서이가 프라임로드투자를 막 나서자마자, 남유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강서이는 핸드폰을 보았다.받지는 않았다.그냥 받고 싶지 않았다.요 며칠 남유환은 거의 매일 강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서이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다만 남태휘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는 받았다.남유환은 그 점이 꽤나 난감했다.남유환은 진심으로 강서이와 협업하고 싶었다. 문제는 강서이가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게다가 아버지 남태휘 쪽에서도 계속 재촉이 들어왔다.이 기회를 다른 자동차 회사에 빼앗길까 봐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스마트카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하루 늦게 들어가도 선점을 놓칠 수 있는 분야였다.그래서 남유환은 마음이 급했다.전화가 또 자동으로 끊기자, 남유환은 답답한 마음에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남겼다.[친구들, 여자를 화나게 했을 때 어떻게 풀어줘야 하냐?]서태우가 거의 바로 답했다.[그걸 네가 물어본다고? 너 우리 중에서 제일 유명한 바람둥이잖아. 여자를 어떻게 달래는지도 몰라?]남유환이 말했다.[이번엔 달라. 흔한 여자가 아니야. 평소 쓰던 방법은 안 통할 것 같아.][너 뭐 있냐?][왜 다들 뭐가 있어? 우리 은행장님도 뭐 있고, 너도 있고. 나만 없는 거야? 나 연애운 보러 절이라도 가야 하나? 엉망인 인연이라도 하나 붙었으면 좋겠네!]채팅방의 누구도 서태우의 수다에 반응하지 않았다.남유환은 민도하를 태그했다.[도하야, 조언 좀 해봐.]민도하는 노아리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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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이제 와서 남유환은 과거에 가졌던 편견이 후회되기 시작했다.세상일이라는 게 정말 돌고 도는 모양이었다.꽃은 거절당했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남유환에게 남은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뿐이었다.그는 그로스캐피탈 건물 아래에 도착했을 때, 서태우가 단톡방에 모두를 태그하며 물었다.[오늘 밤 다들 뭐 해?]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섣달 그믐 밤이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특별한 날이었다.서태우는 곧바로 민도하와 노아리를 따로 제외했다.[도하랑 아리는 대답 안 해도 돼. 이런 날 너희 둘은 당연히 같이 보내겠지!]노아리는 입을 가리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사실상 인정한 셈이었다.민도하는 답하지 않았다.서한승이 말했다.[나는 일 있어. 너 혼자 놀아.]서태우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서한승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남유환도 메시지를 보냈다.[나도 일 있어. 너 혼자 놀아.]서태우가 바로 물음표를 띄웠다.[???]결국 혼자 남겨진 사람은 서태우뿐이었다.서태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희 다 나만 빼고 뭐 있는 거 아니냐?]아쉽게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서태우만 혼자 애가 탔다.한편 남유환은 서태우에게 답장을 보내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가 서한승을 보았다.남유환은 잠깐 생각하다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너 강 대표 보러 왔어?”남유환이 서한승에게 물었다.“응.”서한승은 남유환을 바라보았다.“너는?”“공교롭네. 나도 강 대표 보러 왔어.”남유환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설명을 덧붙였다.“나는 협업 건 때문에 온 거야.”서한승도 말했다.“나도 ‘문심’에 투자했잖아. 서이 보러 온 것도 일 얘기 때문이야.”“그럼 같이 올라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그로스캐피탈 사무실로 올라갔다.강서이는 회의 중이었다. 김설이 두 사람을 응대했다.남유환이 김설에게 물었다.“어? 김 비서는 프라임로드투자 사람이었잖아요. 왜 여기 있어요?”“거기서 힘들게 버티기 싫어서 그만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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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강서이가 말했다.“없어요.”‘데이트? 무슨 데이트?’‘사회에 보탬도 안 되는 사람이나 데이트할 시간이 있는 법이야.’그 대답을 듣자, 서한승의 입꼬리는 거의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올라갔다.그 미세한 표정을 마침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유환이 보게 되었다.남유환은 속으로 숨을 훅 들이마셨다.‘이거,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거 아닌가?’지금은 구경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남유환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감정을 눌러야 했다.“강 대표께서 다른 일정 없으시면, 미룰 것 없이 오늘 이야기 나누시죠.”강서이는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일 앞에서는 밤낮을 따지지 않았다. 프라임로드투자에서도 알아주는 ‘야근왕’이었다.다만 서한승이 자리한 만큼, 강서이는 서한승의 의견도 물어야 했다.서한승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난 프로젝트 점검하러 온 거야. 괜찮으면 옆에서 듣고 있을게.”ZH은행은 애초부터 투자사 중 하나였으니, 당연히 관련 내용을 알 권리가 있었다.그래서 서한승도 자리에 남았다.남유환은 자신의 짐작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100억 원 규모의 투자는 ZH은행 입장에서는 거의 구멍가게 정도의 투자에 가까웠다.‘그런 작은 투자 때문에 집행 총재가 직접 현장까지 와서 점검을 한다고?’‘말이 되나?’‘아무리 봐도 목적은 따로 있었을 거야.’남유환은 굳이 그 사실을 들추지 않고 강서이와 협력 건을 집중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문심’의 핵심 기술 인력인 하장현도 회의에 합류했다.밖에 있던 하정민은 마음이 꽤 급했다. 원래 하정민은 오빠를 대신해 강서이에게 강변 불꽃쇼를 보러 가자고 말하려던 참이었다.강서이만 승낙하면, 하정민은 적당한 핑계를 대고 빠져서 하장현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그런데 시작부터 완전히 망했다.하정민은 강서이와 하장현이 둘 다 일중독이라는 사실을 깜빡했다!하지만 괜찮았다. 하정민에게는 또 다른 계책이 있으니까.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쯤, 하정민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언니,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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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남유환이 서한승에게 되물었다.“너도 안 갔잖아. 왜 안 가?”“난 사람들한테 치이는 거 싫어.”“마침 나도 그래.”“그럼 어디 앉을 만한 데라도 갈까요?”강서이가 먼저 제안했다.그 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굳이 구경하겠다고 버틴 하정민을 빼고, 네 사람은 강변 전망 카페로 향했다.자리에 앉자마자, 옆 테이블의 여자가 들뜬 목소리로 남자친구한테 방금 들은 소식을 떠들었다.“내가 방금 들었는데, 오늘 불꽃쇼 20억 원어치래! 어떤 재벌이 애인 보라고 따로 준비한 거래. 우리 오늘 완전 잘 온 거야!”“그럼 진짜 대박이네!”두 사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깥 하늘에 화려한 불꽃이 잇달아 피어올랐다.확실히 아름다웠다.강서이도 몇 번 더 시선을 주었다.그때 서태우가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고, 남유환은 습관처럼 음성 메시지를 스피커로 틀었다.[도하가 오늘 강변에서 아리 보라고 수십억 원짜리 불꽃쇼 쏜다! 너희 지금 얼마나 큰 구경 놓치는 줄 알아?]남유환의 손이 황급히 핸드폰 화면을 꺼 버리고 강서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어쨌든 강서이와 민도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게다가 버려진 쪽은 강서이였다.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남유환도 자신이 왜 강서이의 기분을 신경 쓰는지 몰랐다.하지만 의외로 움찔하면서도 강서이의 반응은 담담했다. 표정에는 작은 동요조차 없었다.마치 이 모든 일에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 같았다.남유환은 강서이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래도 남유환은 강서이의 마음을 생각해 서태우의 메시지에는 답하지 않았다.강서이는 이 불꽃쇼가 민도하가 노아리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다.오히려 꽤 집중해서 끝까지 지켜봤다.강서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무지 읽히지 않았다.남유환의 시선은 온통 강서이에게 가 있었고, 성대하고 아름다운 불꽃놀이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옆에 앉은 서한승은 남유환보다 훨씬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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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강서이는 게시물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곧 새 알림이 떴다.민도하도 SNS에 글을 올렸다.전에는 몇 년에 한 번 올릴까 말까 하던 사람이... 최근 석 달 사이에 두 번이나 글을 올렸다.두 번 모두 노아리와 관련된 글이었다.이번에 민도하가 남긴 말은 짧았다.[새해 복 많이 받아.]함께 올린 사진은 불꽃놀이 사진이었다.노아리도 거의 바로 댓글을 달았다.[새해 복 많이 받아.]아마 둘이 맞춰서 올린 모양이었다.민도하가 노아리에게 답을 달았는지, 뭐라고 달았는지는 강서이에게 중요하지 않았다.강서이는 앱에서 나가기 전, 두 사람을 모두 친구 목록에서 삭제했다.별다른 이유는 없었다.그저 조용히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새해 첫날, 일밖에 모르던 강서이가 드물게 하루를 쉬었다.강서이는 몇 군데 약속을 미루고, 영양제와 건강식품을 사 들고 강윤희를 보러 갔다.프라임로드투자를 나온 뒤로 강서이는 일에만 매달렸다. 바빠서 강윤희와 시간을 보낼 틈도 거의 없었다.그래서 일부러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집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7시 반이었다.강윤희의 생활 패턴은 늘 규칙적이었다. 7시 반은 딱 아침을 먹을 시간이었다.강서이는 강윤희와 함께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들어서자마자 들뜬 목소리로 불렀다.“엄마, 저 왔어요!”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주방 쪽에서 소리가 났다.아마 아침을 준비하는 중인 듯했다.강서이는 짐을 내려놓고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엄마, 뭐 맛있는 거 해요?”말을 마치자마자 강서이의 표정이 굳어졌다.주방에 있는 사람은 강윤희가 아니었다.강서이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던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민도하는 냄비 안의 닭백숙 국물을 그릇에 덜어 낸 뒤 불을 껐다. 그제야 놀라서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리고 있는 강서이를 향해 느긋하게 대꾸했다.“엄마라고 부르기엔 좀 안 맞지 않아?”“다른 호칭이 더 분위기 있을 텐데.”강서이의 아침 기분은 거기서 뚝 끊겼다.얼굴에서 웃음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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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엄마, 저랑 민도하는...”이 상황이 너무 부적절하다고 느낀 강서이가 강윤희에게 제대로 말하려 했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도하가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어머니, 정수기 고쳐 놨어요. 한번 써 보시고 불편하면 새 걸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요.”“또 번거롭게 했네.”강윤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정수기를 확인했다.“번거로울 거 없어요. 간단했어요.”민도하가 다시 말했다.“콘센트도 바꿔 놨어요. 전에 쓰던 건 불편해 보이더라고요. 이번 건 스위치 달린 제품이라 안 쓸 때는 버튼만 누르면 꺼져요.” “이제 발끝을 세우고 억지로 플러그 뽑으려고 안 해도 돼요.”“그래, 그래. 고맙다, 도하야.”“당연히 해야죠. 어머니, 저한테는 그런 말씀 안 하셔도 돼요. 삼계탕은 다 끓었으니까 두 분 먼저 뜨거울 때 드세요.”강윤희는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평소보다 웃음도 훨씬 많았다.그 모습 때문에 강서이는 방금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아침상은 꽤 푸짐했다. 인삼을 넣고 푹 고아 낸 오골계삼계탕에, 영양 가득한 닭육수 야채죽까지 있었다.강서이는 강윤희의 감시 아래 국물 두 그릇에 죽 한 그릇까지 비우느라, 배가 터질 것 같았다.식사가 끝난 뒤 강윤희는 강서이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했다. 그러자 민도하가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강윤희가 민도하를 말렸다.“밥은 네가 했으니 설거지는 서이가 해야지. 넌 앉아서 좀 쉬어.”강서이가 설거지를 하던 중, 아랫배에 익숙한 묵직한 통증이 퍼지기 시작했다.생리가 또 앞당겨졌다.강서이는 아무 준비도 못 한 상태였다. 통증이 심해 식은땀이 흐르면서,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렸다.가장 먼저 달려 들어온 건 민도하였다.“다쳤어?”민도하는 말하면서 재빨리 강서이를 깨진 그릇 조각들 사이에서 떨어지게 했다. 깨진 그릇에 강서이가 베일까 봐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강서이는 아랫배가 너무 아파 민도하와 거리를 둘 겨를도 없었다. 그대로 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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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어젯밤에는 노아리 곁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펼치며 밤새 낭만을 챙기더니.’‘이른 아침부터 우리 엄마 집에 나타나 살갑게 굴고 있고...’‘이 정도면 시간 관리의 달인이 아니고 뭐란 말이야?’‘대체 목적이 뭐지?’“내가 분명히 말했지? 너랑 나는 이미 끝났고, 서로 선 긋고 살기로 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 엄마한테까지 왜 이래? 제정신이야?”“이런 식으로 돌아서 온다고 내가 마음 약해질 줄 알았어?”그렇다면 민도하는 강서이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강서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끝난 인연에 연연하는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다.민도하는 강서이가 한바탕 몰아붙였는데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내가 그렇게 싫어?”강서이는 단호하게 못 박았다.“당연하지! 네가 내 원수랑 한 방에 갇혀 있고 내 손에 총알이 두 발 있으면, 난 너한테 두 발 다 쏠 거야.”그 말을 들은 민도하의 짙은 눈동자에 살짝 웃음기가 번졌다. 괜히 다정해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눈빛이었다.“그 정도면 진짜 싫은 거네.”강서이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먼저 걸음을 옮겼다. 민도하를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민도하는 다리가 긴 덕분에 강서이보다 늦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도 몇 걸음 만에 따라붙었다.“내 차에 있던 부적, 네가 가져갔어?”강서이는 걸음을 더 빠르게 했다. 민도하 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았다.“아니? 사람 함부로 몰지 마. 더 할 말이 없으면 우리 엄마 찾아오지 말고, 내 생활에도 끼어들지 마.”“어.”민도하는 별 감정 없는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강서이는 상대가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할 말은 다 했다.더는 한마디도 보태고 싶지 않았다.민도하와 다시 엮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오늘은 날이 맑았다. 오후 2시의 햇살이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선명한 경계선처럼 갈라져 있었다.“곧 아버지 생신이야.”민도하는 바닥에 나란히 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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