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짜 결혼, 진짜 신분: Bab 801 - Bab 810

868 Bab

제801화

“음식 다 나왔으니까 먹어요.”서지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무심코 입을 열었다.“저도 음식 나르려고 했는데 너무 늦었네요.”“서지아 씨,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최동윤이 마지막 국그릇을 식탁 가운데 내려놓으며 옅게 웃었다.서지아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자신을 대하는 최동윤의 태도가 갑자기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전에는 최동윤이 그녀를 볼 때마다 경계하고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이렇게 예의를 갖춰 먼저 호의를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신경은 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더 쓰는 것 같은데요. 우리 이제 친구 아니에요?”서지아가 고개를 숙이며 조금 쑥스러운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서지아도 예전부터 강지현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빼앗겼으니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건 누구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고 후회해도 늦었으며 결국 끊어진 인연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서지아는 자신의 집착이 감정보다 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태하를 사랑했던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그 사실을 모두가 부정했고 김태하마저도 부정했지만 오직 강지현만이 그녀를 믿는다고 했다.강지현이 자신과 함께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서지아는 정말 과거의 집착과 굴레에서 벗어난 듯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서지아의 말에 잠시 공기가 조용해지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져 다시 말을 이었다.“내 말은... 우리 이제 협력하는 사이가 됐다는 뜻이...”“당연하죠. 우리 친구 맞아요.”강지현이 눈을 깜빡이다가 웃었다. 현다영도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서지아 씨, 감히 묻기가 좀 그렇긴 한데... 서지아 씨가 말한 ‘우리’에 지현 언니만 포함되는 거예요? 아니면 최동윤 씨랑 송준호 씨, 저도 포함되는 거예요?”현다영의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풀렸다. 서지아가 입꼬리를 올렸다.“다 포함이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면 다 친구죠.”송준호는 원래 끼어들 생각이 없었는데 느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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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네?”최동윤은 서지아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서지아가 불쾌한 듯 말했다.“됐어요.”말을 마친 서지아가 차 문을 열고 내리려는 찰나, 최동윤은 무심코 그녀를 붙잡듯 말을 이었다.“서지아 씨! 서지아 씨에게 할 말이 있어요!”“뭔데요?”서지아가 고개를 돌렸다. 눈빛에 은근한 기대감이 비쳤다.최동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전에 제가 서지아 씨를 오해한 것도 있고 좋지 않은 추측도 했잖아요. 그 부분은 사과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서지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순간 가슴 한구석이 조금 답답해졌다.“사과 말고는 없어요?”“네.”최동윤의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 변화도 없었다.“내가 언제 최동윤 씨한테 뭐라고 했어요?”서지아는 시무룩하게 중얼거린 뒤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집에 돌아오자 장미란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하루 종일 고생한 딸을 보자 장미란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일은 대충 다 마무리된 거지?”“네.”서지아는 조금 전 최동윤의 표정을 계속 떠올리고 있어 정신이 딴 데로 가 있었다.장미란은 딸의 손을 잡고 함께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은 뒤 살짝 미소 지으며 서지아 옆에 앉았다.“지아야, 엄마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솔직하게 대답해 줄 수 있겠니? 엄마도 이제 네가 다 컸다는 걸 알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해줄게.”평소와 달리 어머니가 이렇게 진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서지아는 조금 의아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얘기하세요.”“네가 강지현이랑도 잘 지내는 것 같고 이제 국내에서도 라이브 방송 일을 할 수 있잖니. 앞으로는 F국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까?”장미란의 숨은 뜻은, 서지아의 상처가 이미 지난 일이라면 굳이 그렇게 먼 곳까지 자주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장미란과 서태호는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 둔 게 있었다. 서지아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았고 두 사람은 이미 집안도 잘 맞는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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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곧 현관 수납장 위에 놓인 현다영의 휴대전화를 발견했다.강지현이 휴대전화를 건네자 현다영은 멍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엄경미가 언니를 속이려는 걸 알면서 왜 굳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는 거예요?”강지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현다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걱정하지 마. 태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 반드시 끝을 봐야 해.”“송준호 씨가 김 대표님은 절대 그들 손에 없다고 했잖아요.”현다영은 애가 타는지 눈가까지 붉어졌다.엄경미는 지금 너무 위험한 사람이었다. M국에서조차 사람을 시켜 살인을 저지를 정도였다.강지현이 그녀와 단둘이 거래한다면 신변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송준호 씨가 한 말도 절대적인 건 아니야. 나도 충분히 큰 미끼를 던져야 상대의 진짜 상황이 어떤지 떠볼 수 있어.”“하지만...”“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어. 태하가 죽었든 살았든, 어디에 있든 지금 나는 반드시 그를 만나야 해.”강지현이 단호하게 현다영의 말을 잘랐다.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강지현이 한번 마음먹은 일은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자 순간 서글픈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김 대표님이라면 언니가 이렇게 하는 걸 원하지 않을 텐데...”“걱정하지 마. 해원시에서는 엄경미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해.”강지현은 현다영의 두 뺨을 감싸며 부드럽게 달랬다.마침 그때 최동윤이 돌아오자 강지현은 곧바로 최동윤에게 현다영을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차를 타고 가는 내내 현다영은 강지현이 걱정돼 마음을 놓지 못했다.최동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는 강지현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더 묻지 못하게 하고, 그저 사모님을 믿는다며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했다.현다영에게 강지현은 아주 중요한 친구이자 버팀목 같은 존재였기에 강지현에게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기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때 현다영은 문득 주단우를 떠올렸다.송준호가 주단우는 이미 엄경미가 보석으로 풀어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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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현다영은 주단우 앞으로 다가갔다. 꾹 참아온 감정 탓인지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 가닥 기대를 품고 주단우가 어쩔 수 없이 엄경미 곁에 머무는 거라고 생각하며 그가 엄경미를 미워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강지현의 계획에 따라 주상 그룹을 떠나지도 않았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남자를 보자, 현다영은 자신이 그를 너무 높게 평가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사치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이 다시 검소한 삶으로 돌아가기란 어려운 법이었다.주단우는 이미 엄경미에게 철저히 길들어 있었다. 엄경미에 대한 증오가 있다고 해도 권력에 대한 그의 탐욕을 이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주단우는 고개를 젖힌 채 곁눈질로 그녀를 훑어봤다.“현다영, 지금 이게 부탁하는 태도야?”현다영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한참 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도 태도도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주단우 씨, 부탁할게요. 지현 언니는 주단우 씨한테 아무런 원한도 없고 아무 짓도 하지 않았잖아요. 복수하고 싶다면 저한테 해요.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요. 지현 언니만 도와준다면...”현다영의 말에 그제야 주단우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그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그녀에게 손짓하며 다가오라는 신호를 보냈다.현다영이 다가가자 주단우는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그녀에게 내밀었다.“마셔.”현다영은 주단우를 한 번 바라본 뒤 이를 악물고 술을 마셨다.순순히 따르는 현다영의 모습에 주단우는 피식 웃었다.“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구나.”“엄경미가 어떤 사람인지 주단우 씨도 잘 아시잖아요. 그 사람은 주단우 씨를 이용할 뿐이에요. 설령 지금 주단우 씨가 강지현을 상대한다고 해도 나중에 엄경미가 가만히 둘 것 같아요? 엄경미는 지현 언니가 주단우 씨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경계할 거예요. 그런 사람이 정말 당신을 그냥 내버려둘 것 같아요? 앗! 지금 뭐 하는...”현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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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나가.”주단우는 더는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현다영의 가슴은 점점 조여왔다. 주단우가 자신을 농락하는 건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이 순간, 모든 주도권은 주단우의 손에 있었다. 그는 그녀와 협상할 의사조차 없어 보였다.현다영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두 가지였다. 그냥 나가거나, 아니면 한 번 믿어보거나.결국 그녀는 주단우에게 아직 인간적인 면이 남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알겠어요. 밥 해줄게요.”현다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음식을 만들러 갔다.시간은 이미 늦었지만 신경이 극도로 곤두서 있는 탓에 조금도 졸리지 않았다.주단우는 전부터 줄곧 그녀에게 불순한 의도를 내비쳐왔고 오늘 밤도 쉽게 자신을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현다영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마지막 수단도 생각해 두었다.주단우가 정말 무슨 짓을 하려고 한다면 그 일을 빌미로 그를 협박하고 반격할 수도 있었다.강지현을 위해서라면 그녀도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냉장고에 있는 식재료가 많지 않아 현다영은 주단우에게 채소와 달걀을 넣은 제법 푸짐한 라면 한 그릇을 끓여줬다.주단우는 정성껏 끓인 듯한 라면을 보자 만족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하지만 젓가락으로 몇 번 휘저어 보기만 할 뿐, 먹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혹시 입에 안 맞아요? 집에 다른 건 별로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다른 게 먹고 싶으면 말해요. 지금 배달로 재료를 시켜서 다시 만들어줄게요.”현다영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주단우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별로 배가 안 고프네. 됐어.”“그럼...”“하지만 음식 남기는 건 싫으니까 이 라면은 네가 먹어.”현다영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주단우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받아 들고 그의 옆에서 라면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급하게 먹는 현다영의 모습에 주단우는 휴지까지 건네며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마치 현다영이 먹는 모습이 재미있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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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드라마는 시작부터 남녀 주인공의 베드신이 나왔다. 강압적인 사랑에 남주가 제멋대로 여주를 휘어잡고 애정을 퍼붓는 내용이었다.현다영은 한 편도 채 다 보지 못했는데 벌써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뛰어 견딜 수가 없었다.어느새 주단우가 바짝 다가와 있었다. 현다영이 살짝 고개를 돌리는 순간, 주단우도 얼굴을 기울였다.주단우의 콧날이 현다영의 뺨을 스쳤다.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입술이 닿을 듯했다.현다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피하려 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이성을 붙잡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주단우는 현다영의 드러난 피부와 쇄골을 거리낌 없이 훑어봤다.그러다 마지막 순간 얇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며 침을 삼켰다.“TV 볼래, 날 볼래?”현다영은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마침 드라마 속 민망한 대사까지 주단우의 목소리와 겹쳐 들렸다.“툭하면 내 품으로 파고드는 걸 보니, 너 정말... 야하네.”현다영은 온몸의 피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간신히 참지 않았더라면 당장 주단우를 밀쳐 내고 뺨이라도 두 대 갈겼을 것이다.‘내가 왜 이런 남자랑 로맨스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거지?’이걸로 오점이 하나 생긴 셈이었다.현다영이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처럼 TV 화면만 노려보자 주단우도 더는 놀리지 않았다.시간이 늦어질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드라마가 자장가라도 되는 듯 졸음이 몰려오자 현다영은 손바닥을 꼬집으며 버텼다.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그러다 몸이 옆으로 기울더니 그대로 주단우의 어깨에 기대 버렸다.주단우는 조금 놀란 듯 현다영의 고요한 얼굴을 내려다보다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이렇게 얌전히 있을 때는 꽤 귀여운데...’문제는 현다영에게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밉게 보일 것이다.주단우는 리모컨으로 TV를 끄고도 한참 동안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현다영이 완전히 잠든 뒤에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침실 침대에 눕혔다....다음 날,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현다영은 화들짝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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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다영 씨, 진정하세요. 사모님께서 나가시기 전에 오늘 밤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내일까지 기다리라고도 하셨고요.”“내일까지 기다리라고요? 최 비서님, 지현 언니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아시잖아요!”감정이 앞서자 현다영은 최동윤을 밀어내며 말했다.“안 가실 거면 저 혼자 갈게요.”최동윤도 끝내 현다영을 붙잡지 못했다.하지만 현다영이 엄경미를 만날 수 있을 리 없었다.주씨 가문 별장은 이미 외부인의 방문을 전부 막은 상태였고 하필 엄경미도 집에 없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오는 동안 현다영도 차츰 흥분을 가라앉혔다.자신 혼자 힘으로는 강지현이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해도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더구나 두 사람이 거래를 하기로 했다 해도 여기는 해원시였다. 엄경미가 대낮에 강지현에게 손을 댈 만큼 제 무덤을 파지는 않을지도 몰랐다.최동윤 말대로 강지현이 이미 모든 일을 계산해 두었을 수도 있었으니 믿어야 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다영은 송준호와 마주쳤다.그는 집에서 멀지 않은 길가에 서 있었다. 키가 커서 눈에 띄는 탓에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송준호는 연락처를 쉽게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니어서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먼저 나타났다면 우연일 리 없었다.“저 찾으셨어요?”현다영이 먼저 물었다.“강지현 씨... 오늘 무슨 일 있었습니까?”송준호는 현다영의 굳은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임지태가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김태하 역시 국내에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소식을 접하자마자 강지현에게 연락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최동윤을 찾아가 보려 해도 그가 계속 바쁘게 움직이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준호 오빠, 지현 언니가... 오늘 엄경미를 만나러 갔어요!”현다영은 알고 있는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송준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강지현이 자신에게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송준호가 한동안 말이 없자 현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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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아, 자료 하나를 전달해 왔습니다...”비서는 대답하며 각종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 위를 뒤지기 시작했다.탐정사무소에서 올 때마다 하는 말은 비슷해 자세히 듣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별 쓸모 없는 단서를 하나 더 찾아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비서가 서류를 찾아내기도 전에 다급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서운혁이 문을 열자 다급한 기색의 경호원 몇 명이 서 있었다.“부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백하린 씨에게 일이 생겼습니다!”해성 그룹은 요즘 가뜩이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었다. 작은 문제 하나도 더 생겨서는 안 됐다.서운혁이 백하린과 거리를 두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그는 이사회에 백하린 때문에 더는 구설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그래서 백하린의 휴대폰을 거둔 뒤 경호원들에게 몰래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입찰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백하린이 수면제를 반 병이나 삼킬 줄은 몰랐다. 다행히 호텔 직원이 일찍 발견한 덕분에 바로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서운혁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백하린은 이미 응급 치료를 받고 있었다.밖으로 나온 의사는 서운혁을 보호자로 생각하고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서운혁은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정하려다가 지금 당장 백하린의 가족에게 연락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에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의사는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몸이 많이 쇠약하고 심리적으로도 심하게 가라앉아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무조건 안정을 우선하고, 가능한 한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 좋다고 당부했다.의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백하린은 이미 깨어 있었다.침대 곁에서는 간호사가 낮은 목소리로 상태를 묻고 있었다.서운혁은 비서와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를 본 백하린의 얼굴은 오히려 더 쓸쓸해졌다.분위기를 읽은 간호사도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병실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백하린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술만 달싹였다. 서운혁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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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서운혁은 마음이 무거워져 낮은 목소리로 백하린의 말을 끊었다.“부모님도 계시고 아들도 있잖아요. 하린 씨가 죽으면 그 사람들은 정말 힘들어할 거예요.”“그럼... 운혁 씨는요?”백하린이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눈물 어린 백하린의 얼굴을 보자 서운혁의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저도 힘들 거예요.”“그러니까 저를 돕겠다고 목숨까지 걸 필요 없어요.”백하린은 고개를 저었다.“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운혁 씨한테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게 했는지 알아요.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다시는 운혁 씨 마음을 괴롭게 하지 않을게요.”“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백하린이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말하자 서운혁도 조급해졌다.“또 죽으려고 할 거예요?”백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차마 외면하기 어려울 만큼 처연한 모습이었다.서운혁의 마음도 엉망으로 뒤섞였다. 지금 자신이 백하린에게 느끼는 감정은 모순투성이였다.처음 만났을 때 품었던 호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런데 애써 버티면서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백하린을 보면 이상할 만큼 마음이 쓰여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미안해요. 또 그런 짓을 할까 봐 정말 겁이 나서 그래요. 빈말 아니에요. 하린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도 정말 힘들어요.”서운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로 옮겨 앉았다.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휴지까지 뽑아 백하린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 주었다.백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눈물은 계속 흘렀다.“입찰만 끝나면 다 지나갈 거예요. 그러니까 잘 지내겠다고 약속해요. 네?”백하린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런데 운혁 씨는... 이미 저를 버린 거 아니었어요?”“아니에요.”서운혁은 백하린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그냥 저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지금은 저도 혼란스러워요. 우리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도 돼요.”“알겠어요. 기다릴게요. 대신 저한테 이렇게까지 차갑게 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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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육운성이 대답했다.“주씨 가문 별장 쪽에도 붙여 놨고, 강지현 사람들 쪽도 보고 있어. 나머지는 해원시 전체를 샅샅이 뒤질 수밖에 없어.”“혹시 강지현이 혼자 어디 갔다가 곧 나타날 수도 있잖아.”말을 끝내자마자 김태하가 차갑게 노려봤다. 육운성은 바로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강지현이 제 발로 어딘가에 갔다면 반드시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도시 전체를 뒤지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김태하의 숨이 갑자기 거칠어졌다.가슴 한가운데가 뻐근하게 조여 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맺혔다.“김태하...”“내 잘못이야...”김태하가 낮게 중얼거렸다.속이 뒤집히며 비릿한 피 맛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그는 억지로 다시 삼켰다. 지금만큼은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됐다.잠시 숨을 고른 김태하는 손에 꽂힌 링거 바늘을 뽑아 버리고 두꺼운 외투를 집어 들었다.육운성이 곧바로 팔을 붙잡았다.“김태하, 지금 네 몸으로 돌아다니면 안 돼. 여기서 소식 기다려.”“지현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나도 알아. 그래도...”“지현이는 내 목숨과도 같아.”“내가 어떻게 가만히 기다려.”생각할 틈도 없이 튀어나온 말에 육운성은 잠시 멍해졌다.더는 말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김태하는 정말 강지현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의 강인함과 연약함 모두 강지현에게서 비롯됐다.육운성은 미간을 찌푸렸다.눈앞의 친구가 낯설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정작 이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았다.겉으로 저토록 차가운 사람이 사랑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칠 수도 있다니.그날 저녁, 엄경미가 주씨 가문 별장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최동윤과 현다영이 경찰과 함께 나타나 그녀를 둘러쌌다.강지현이 연락 두절된 지 꼬박 하루가 넘었다. 그녀는 전날 아침 나가기 전 최동윤에게 엄경미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고, 현다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경찰에게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 다만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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