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가짜 결혼, 진짜 신분: Kapitel 791 – Kapitel 800

868 Kapitel

제791화

“최 비서님!”강지현이 날카롭게 최동윤을 제지했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태호를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 일이 서지아 씨와 상관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저는 서씨 가문이 가풍이 엄격한 집안이라 이런 떳떳하지 못한 일에는 절대 끼어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설령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척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요.”서태호가 미간을 좁혔다.“강 대표, 그렇게 말하니 나도 하나 묻지. 왜 내 딸을 미래 그룹과 해성 그룹의 싸움에 끌어들인 건가? 우리 서씨 가문은 강 대표와 달리 그저 작은 집안에 불과한데.”강지현이 말했다.“제가 서지아 씨와 약속을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서지아 씨의 의사를 존중해요.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돼요.”“내 딸은 정이 많고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일세. 강 대표께서 김태하까지 끌어들였으니 당연히 기꺼이 강 대표를 도우려 했겠지. 하지만 강 대표도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은 헤아려 줘야 하지 않겠나. 지아는 어렵게 마음의 상처를 털어냈고 부모가 바라는 건 그저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것뿐일세. 더는 조금의 상처도 받게 하고 싶지 않네.”강지현의 추궁에 서태호도 속내를 털어놓았다.그동안 그는 서지아가 힘들지 않도록 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다.서지아가 해외로 떠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도 서지아의 어머니를 설득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그는 누구보다 딸을 아꼈고 딸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강지현과 김태하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서태호는 서지아가 몰래 귀국해 미래 그룹을 돕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처음에는 불만이 있었지만 딸이 무엇을 하든 내버려두었다. 해성 그룹에서 서씨 가문에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하기 전까지는 그랬다.그제야 서태호는 문득 자기 딸이 강지현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현재 서씨 가문은 해원시 상권에서 작은 사업을 몇 개 운영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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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서지아와 강지현의 연락을 끊기 위해 서태호가 딸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을 밀어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으세요!”최동윤이 다시 참지 못하고 나섰다. 조금 전 자신이 서지아를 오해했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터였다.그런데 서지아가 가족들에게 강제로 떠밀려 보내졌다는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다급해졌다.“한 가지만 여쭤볼게요.”강지현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녀는 뒤를 돌아 서태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서 선생님께서 이렇게 하신 게 선생님 자신을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정말 서지아 씨를 위해서인가요?”“그건 중요하지 않네.”“중요해요.”강지현이 다시 말했다.“서 선생님께서 본인을 위해서 하신 거라면 그렇게 하셔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서지아 씨를 위한 일이었다면 잘못하신 겁니다.”서태호가 순간 멈칫했다. 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장미란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한 그는 잠시 망설였다.강지현은 곧바로 먼저 받으라는 듯 손짓한 뒤, 최동윤을 데리고 서재를 나갔다.방을 나오자마자 최동윤이 강지현에게 말했다.“아무래도 지금 서지아 씨가 돌아오기는 힘들 것 같은데 서씨 가문 사람들과 계속 얽혀 봐야 의미 없잖아요. 우리 일단 가죠.”“서두를 필요 없어요.”강지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누군가에게 답장을 보냈다.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자 서재 문이 벌컥 열리며 서태호가 다급한 얼굴로 뛰쳐나왔다.“강 대표, 지아에게 일이 생겼네!”알고 보니 장미란이 서지아를 공항까지 데려다준 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서지아가 사라진 것이었다.여러 명의 경호원까지 데리고 있었지만 그들이 잠시 방심한 사이 서지아는 눈앞에서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고 했다.장미란과 경호원들은 공항을 한참 동안 뒤졌다. 처음에는 서지아가 도망친 줄 알았다.그런데 곧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서지아를 납치했으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다음 지시를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장미란은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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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하지만 강지현은 서지아를 만나면 먼저 서지아의 의사를 물어보라고도 했다.서지아가 더 이상 미래 그룹과 해성 그룹 사이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 떠나도 좋다고.적어도 그렇게 하면 서씨 가문까지 휘말릴 일은 없었다.반면 서지아가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강지현은 기다릴 수 있다고 전하라고 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현다영은 곧바로 강지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납치됐다는 메시지는 서지아가 보낸 것이었고 현다영과 송준호 역시 조금 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서지아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에게 이렇게까지 강요당한 탓에 잔뜩 화가 나 있었고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새 휴대전화를 하나 샀다.현다영은 서지아가 휴대전화를 산 뒤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납치됐다는 문자를 보내 보복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송준호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곧바로 휴대전화를 없앴다.현재 세 사람은 모두 강지현의 집에 있었다....“서지아 씨,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해요? 일이 커지면 정말 빠져나갈 길도 없어요!”집으로 돌아온 뒤 강지현과 최동윤, 현다영 그리고 송준호까지 모두 서지아를 설득했다.하지만 서지아는 여전히 서태호를 만나러 돌아갈 생각이 없었고 시간이 계속 흐르자 강지현도 결국 화를 냈다.강지현이 서지아를 찾아온 건 무언가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동료로서 서지아를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 주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서지아는 아직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어릴 때부터 줄곧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그녀였기에 부모가 자신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가 하려는 보복은 부모가 후회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말을 마친 강지현이 등을 돌려 나가려 하자 서지아가 급히 그녀를 불렀다.“강지현 씨, 어디 가는 거예요?”“자수하려고요. 내가 서지아 씨를 납치했다고 말할 거예요. 서지아 씨가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서 선생님을 모셔 오는 수밖에 없겠죠.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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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최동윤은 말을 마치고 나서야 자신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서지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서지아 씨. 제가 외부인인데 감히 이런 말씀까지 드릴 자격은 없죠. 다만... 저는 정말 부럽습니다. 이렇게까지 서지아 씨를 걱정해 주는 부모님이 있다는 게요.”강지현도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최동윤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하지만 듣다 보니 김태하가 예전에, 최동윤에 관해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다.김태하는 평소 무슨 일이 생기면 늘 최동윤을 찾았는데, 사실은 그게 최동윤에게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최동윤은 평소 늘 혼자였고 일이 한가해지면 오히려 어쩔 줄 몰라 했다.그래서 김태하는 원래 여러 명의 비서가 나눠서 하던 일까지 최동윤이 혼자 도맡아 하도록 했다.서지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최동윤을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최동윤 씨가 왜 사과해요?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데...”“알겠어요. 더 이상 부모님께 따지지 않을게요. 저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세요.”서지아가 한발 물러서자 최동윤은 곧바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서지아 씨, 역시 이럴 줄 알았습니다. 그냥 잠깐 화가 났던 거지 역시 전체적인 상황을 생각하실 줄 알았습니다!”“그야 당연하죠...”서지아는 고개를 돌렸다. 어쩐지 최동윤에게 칭찬을 한마디 들었을 뿐인데 귓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강지현은 현다영과 송준호와 시선을 주고받았다.세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최동윤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서지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서지아의 얼굴에 번진 홍조는 누가 봐도 선명했다.주변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자 서지아는 순간 뭔가 깨달은 듯 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여러분이 한 말을 다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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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원래 이번 일에 대해서는 강지현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서지아가 자신을 방패로 내세울 줄 알았다면 애초에 몰래 서지아를 구해주지 말아야 했다.“그만하세요. 강지현 씨는 엄마 아빠 때문에 저를 구해준 게 아니에요. 그저 나랑 친구라서 도와준 거라고요. 이제 믿겠어요?”서지아가 입을 열자 장미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믿어, 믿어. 엄마가 잘못했어. 그동안 우리가 너무 우리 생각만 했던 것 같아. 어쨌든 네가 무사하니 다행이야.”“저는 아니에요. 차라리 납치범에게 끌려가는 게 낫지, 부모한테 강요당하고 싶지는 않아요.”서지아가 차갑게 말하며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서태호를 마주 보았다.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번 납치 사건을 겪으면서 두 사람 모두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게 됐고 이번 가족 간 싸움에서는 자신이 완전히 이겼다는 것을.강지현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잘 아는 법이었다.“그래.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태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줄곧 장미란의 뒤에 서 있었다.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장미란과 같았지만 장미란보다 훨씬 이성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서지아가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화를 내고 떼를 쓰는 모습은 분명 납치를 당한 사람의 모습과는 달랐다.서태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지현을 바라봤다. 몇 초간 시선이 마주친 뒤 강지현의 눈빛도 살짝 흔들렸다.대강의 사정은 서태호도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강지현이 서지아를 데리고 돌아왔다는 점을 생각해 더 깊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서지아가 서태호가 물러선 줄 알고 안심하며 입을 열려는 그때,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강 대표를 도와 미래 그룹의 입찰을 위해 일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도 돼. 하지만 해성 그룹을 적으로 돌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우리 서씨 가문만 곤란해지는 게 아니라 너 역시 마찬가지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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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그들을 서로 다투게 하고 불만을 품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일을 강요한 사람이었다.“지아야, 아빠가 잘못했다. 계속 너를 어린애로만 생각하다 보니 네 선택을 무시했구나. 이제 네가 직접 선택해. 네가 계속 강 대표를 돕고 싶다면 아빠도 막지 않으마.”서지아는 고개를 숙인 채 아버지의 그 무거운 시선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아빠,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하지만 저더러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우리를 강요한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아요.”서지아의 말은 자신감을 잃은 듯 흐려졌다. 그런데 장미란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네가 싫다면 우리도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사실 우리 집안도 이제 예전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 기껏해야 한 번 당하는 것뿐인데 그게 뭐 큰일이라고.”장미란은 다시 서태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여보, 난 지아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한 번 타협하면 평생 타협하며 살아야 하잖아요. 우리도 이제 늙었고 더는 누구에게도 협박받고 싶지 않아요.”“엄마...”장미란의 말에 서지아는 문득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지아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태호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와 엄마는 널 지지할 거야.”원래 단호했던 서지아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강지현을 바라봤다. 눈빛에 담긴 망설임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강지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그렇게까지 고민할 거 없어요. 해성 그룹이 여러분을 압박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도 약점이 있지 않겠어요?”그 말에 서지아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맞아요!”앞서 강지현은 그녀에게 해성 그룹의 과거 실수에 관한 자료를 건넸다.원래 두 사람은 입찰 전에 한 방을 터뜨려 여론과 심사 위원들의 해성 그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계획이었다.하지만 지금 강지현의 말뜻은 너무나 분명했다.서운혁은 지금 입찰을 따내는 데만 온 신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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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서태호가 조심스럽게 떠보듯 물었다.“강 대표, 설마 이거 강 대표가 미리 준비한 건 아니겠지?”강지현은 무거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서태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코웃음을 쳤다.“그렇다면 누군가 강 대표보다 한발 먼저 움직인 모양이군.”서지아도 마침내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곧바로 강지현에게 물었다.“누군데요?”서운혁과 서씨 가문을 고개 숙이게 할 정도라면 서운혁 역시 그에 못지않은, 어쩌면 더 강한 압박이나 협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강지현이 아직 움직이기도 전에 대체 누가 먼저 손을 쓴 걸까?...한편, 육운성은 김태하의 방으로 돌아왔다.김태하는 창가에 서서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오늘은 훈련을 예정보다 일찍 마쳤다. 신체 기능도 이제 거의 회복됐기에 의사는 오늘부터 약을 끊어보는 것을 권했다.앞으로 3개월 동안 신체 조절 능력이 계속 회복되고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다면,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완치됐다고 볼 수 있었다.원래라면 기뻐하며 축하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김태하의 얼굴에는 조금의 기쁨도 보이지 않았다.의사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정작 본인은 알고 있었다.최근 며칠 동안 약을 지나치게 먹은 탓에 한동안 나타나지 않던 위통이 다시 시작됐다. 아침에 세수하고 양치하던 중 갑자기 구역질이 밀려왔고 또다시 피를 토했다.육운성의 의료진은 이 분야의 전문의가 아니었기에 통증을 완화하는 약만 처방해 줄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았다.김태하는 자신의 병세가 다시 악화하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말했던 일은 이미 처리했어. 그런데 너...”최근 며칠 동안 약을 지나치게 먹은 탓인지 김태하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이마에는 채 마르지 않은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조금 전 극도로 힘든 코어 근력 훈련 한 세트를 마친 그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또렷했다.마치 담금질을 거친 차가운 쇠붙이처럼.육운성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건넸다.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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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이제 보니까 널 좋아하는 여자들은 다 너한테 죽고 못 사는 것 같네.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할 수 있고.”육운성이 감탄하듯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김태하의 차가운 질책이 돌아왔다.“내 여자는 한 명뿐이야.”그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육운성은 뼛속까지 스며드는 서늘함을 느꼈다.김태하는 정말이지 사소한 말 하나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그저 한마디 툭 던진 것까지 꼬투리를 잡다니.육운성은 코끝을 만지며 얼른 말을 고쳤다.“나도 알아. 네 여자는 강지현 한 명뿐이지. 그냥 감탄한 거야. 서지아라는 여자도 확실히 의리가 있더라고.”말하며 육운성은 휴대전화를 김태하 앞에 내밀었다.서지아의 라이브 방송을 편집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팬도 많고 공익적인 이미지의 대표이기도 한 만큼 대부분의 사람은 그녀를 기꺼이 지지했다. 하지만 화제가 된 만큼 온갖 말이 쏟아졌다.서지아가 미래 그룹에 매수당했다느니, 돈을 벌려고 여론 몰이를 시작했다느니, 위선적인 척하는 여자라느니 하는 험한 말도 많았다.쉽게 말하면 미래 그룹의 처지에서는 서지아가 상당 부분 여론을 뒤집어놓은 셈이었다.하지만 서지아의 처지에서 보면 이런 여론은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일반 대중의 호감까지 잃을 수 있었다.김태하는 몇 번 훑어보더니 몸을 돌려 휴대전화를 한쪽에 내려놓았다.“이런 여론은 오래가지 않을 거야.”“매정하기는. 자기 아내 일에는 그렇게 안달하면서 다른 사람 일에는 강 건너 불구경이야?”육운성이 느긋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하는 육운성이 무슨 뜻으로 넌지시 떠보는지 알고 있었다.이제 몸도 거의 회복됐으니 강지현을 만나러 갈 때가 됐다.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소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터였다. 하지만 김태하는 여전히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피곤해. 나가.”그의 무심한 말투는 명령처럼 들렸고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이 있었다.하지만 육운성은 의심하거나 따지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인 채 순순히 물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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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서운혁은 오후 내내 해성 그룹 이사회에 불려 다녔다.그는 호텔 스위트룸 서재에 내내 틀어박혀 있었고 백하린 역시 밖에서 오후 내내 그를 기다렸다.해 질 무렵 서재에서 나온 서운혁은 안색이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백하린은 황급히 한쪽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몸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서 먹을 것 좀 시켜놨으니까 꼭 챙겨 먹어요.”백하린은 말을 마친 뒤 조용히 서운혁의 스위트룸을 떠났다.서운혁은 겁먹은 듯한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백하린이 떠난 뒤 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며 소파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간식과 음료, 그리고 백하린이 준비한 음식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입맛이 없었던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함은 마음속의 씁쓸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이사회는 현재 상황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었다.해성 그룹은 비록 가족 기업이었지만 상장을 위해 서씨 가문의 대부분 지분을 내놓은 상태였고 현재는 경영권만 쥐고 있었다.게다가 서운혁은 조기 승계를 위해 책임과 권한에 관한 협약까지 체결한 상태였다.만약 자기 과실로 해성 그룹에 중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면 지분을 내놓는 것은 물론 경영권까지 넘겨야 했다.이번에 자신과 백하린의 스캔들로 일어난 파장이 너무 컸고 그 때문에 해성 그룹 고위층은 이미 그에게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서씨 가문의 어른들도 잇따라 전화를 걸어와 당장 백하린과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다.평소 감정 문제에 이성적이던 서운혁이 어떻게 저런 여자와 얽히게 된 것인지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다행히 서운혁은 해성 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고 지금까지 실수보다 공로가 훨씬 컸다. 게다가 회사 내 서씨 가문 사람 중 상당수가 그를 지지하고 있었다.해성 그룹이 입찰 사업을 순조롭게 따내기만 한다면 서운혁도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하지만 백하린과 관련된 일만큼은 더 이상 커지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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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비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서운혁은 여동생을 찾는 데 늘 심혈을 기울였다.그동안 서경시와 해원시의 크고 작은 인력사무소를 찾아다녔고 사설탐정까지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정말 믿을 만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다.그런데도 서운혁은 매번 그들을 귀빈처럼 대하며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상당히 후하게 돈을 지급했다.하지만 비서는 속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가져오는 단서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고 그저 같은 단서를 몇 번이고 새로운 것처럼 가져와 공을 세운 척할 뿐이었다.서운혁도 아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그럼에도 그는 위안을 얻기라도 하려는 듯 한 번도 손을 놓지 않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계속 희망을 찾으려 했다.“아니, 저도 급한 일이라서 그래요. 제가 서 대표님 여동생을 찾았거든요!”탐정은 서류 가방에서 자료를 꺼내며 안경을 밀어 올렸다.“서 대표님 여동생의 성은 강 씨인데... 바로 그게...”“알겠습니다. 자료는 제가 전달할 테니 이제 가보세요.”비서는 조금 짜증이 났다. 서운혁은 사람을 만날 시간조차 없었고 비서 역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비서는 상대의 손에 들린 자료를 빼앗듯 받아 든 뒤 손을 휘저으며 손님을 돌려보냈다.“그런데 잔금은...”“대표님께서 확인하시면 연락드릴 겁니다.”탐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서는 대답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비서는 서류를 서운혁의 스위트룸으로 가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한편 강지현은 오후 내내 서지아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여론에 대응했고 방송이 끝난 뒤에는 다음 입찰 계획을 함께 논의했다.현재 여론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강지현은 해성 그룹이 당분간 온라인에서 자신들과 휴전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앞서 양측이 너무 치열하게 맞붙었던 만큼, 서지아가 해성 그룹의 약점을 폭로한다면 오히려 두 그룹이 짜고 여론을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그러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기에 해성 그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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