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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781 - Chapter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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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30분도 지나지 않아 백하린의 과거까지 다시 끌려 나왔다.몇 년 전 강지현과 이도운 사이에 끼어들었던 일부터 강지현을 헐뜯는 소문을 퍼뜨렸던 일까지 하나둘 재조명됐다.예전 일과 새로 퍼진 캡처가 한데 묶이면서 백하린은 순식간에 비난의 중심에 섰다. SNS는 악성 댓글로 도배됐고 메시지함에는 욕설과 저주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심지어 주소와 전화번호, 가족 정보까지 찾아 퍼뜨리려는 사람도 생겼다.백하린은 컴퓨터와 휴대폰 화면을 가득 채운 욕설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알림은 잠깐도 멈추지 않았다. 손끝까지 떨렸다. 강지현이 이렇게 빠르게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 언론사에 사과문을 올리게 한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과거까지 모조리 끄집어내고 있었다.“운혁 씨! 이것 좀 봐요! 강지현이 미쳤어요! 사람들 시켜서 절 공격하고 있다고요! 이 캡처도 가짜예요. 조작한 거라고요!”백하린은 다급하게 서운혁의 팔을 붙잡았다.서운혁도 빠르게 번지는 글들을 보며 표정이 굳었다. 서운혁은 강지현이 손을 썼다고 확신했다. 백하린의 평판부터 무너뜨린 뒤 그 불똥을 해성 그룹과 자신에게까지 튀게 만들려는 수로 보였다.“편집장은 믿을 만하다고 했잖아요.”서운혁은 짜증스럽게 방 안을 서성였다.“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저... 저도 모르겠어요! 분명 돈까지 받았는데!”백하린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서운혁은 화면을 노려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강지현이 그 사람의 약점을 잡았거나 거절 못 할 조건을 내민 것 같아요. 생각보다 훨씬 독하게 나오네요.”백하린은 불안에 떨고 있었고 해성 그룹까지 함께 욕을 먹고 있었다.서운혁도 화가 치밀었다. 곧바로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서운혁은 방향을 바꿔 온라인 대응부터 시작했다. 법무팀에 연락해 악의적인 비방 계정들에 경고를 보내게 하고, 맞대응용 여론도 만들었다.미래 그룹이 두 회사의 경쟁 구도를 이용해 일부러 해성 그룹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 강지현이 입찰에서 유리해지려고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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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그때 서지아가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켰다. 예전부터 김태하와 서지아의 인연을 아쉬워하던 네티즌은 적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이런 시점에 서지아가 방송에서 김태하가 과거 산간 지역에서 사람을 구했던 일을 꺼냈다.이름을 걸고 미래 그룹 편을 든다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누가 들어도 강지현과 미래 그룹을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서지아는 김태하를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사랑에는 한결같고 회사에는 책임감이 강하며, 사회 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고 했다. 원래부터 따뜻하고 너그러운 성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그동안 줄곧 피해 왔던 연애 이야기도 이번에는 직접 정리했다. 자신과 김태하에게 과거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래전에 끝난 일이라고 했다. 김태하가 사랑하는 사람은 강지현뿐이고 두 사람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자신도 두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자기 일로 안타까워하거나 두 사람 사이를 흔드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방송 직후 분위기가 다시 크게 기울었다. 김태하가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했던 일과 미래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이 다시 언급됐고, 그 옆에는 해성 그룹 직원인 백하린의 행동이 비교 대상으로 따라붙었다.해성 그룹은 제대로 대응할 틈도 없이 백하린과 함께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백하린의 SNS에는 또다시 악성 댓글이 몰려들었고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계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메시지함은 욕설과 저주로 가득 찼고 개인정보를 캐내려는 사람도 다시 나타났다.백하린과 서운혁이 호텔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두 사람이 밖에서 함께 식사하는 사진까지 올라왔다. 사람들은 백하린이 또 남자를 발판 삼으려 한다며 몰아붙였고 서운혁까지 함께 욕했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조롱은 곧 ‘정상적인 회사라면 저런 임원을 두겠느냐’는 비난으로 번졌다.“운혁 씨... 저 캡처는 가짜예요... 저 공격하는 글도 전부 강지현이 시킨 게 분명해요...”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을 보던 백하린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억울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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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강지현이 끝까지 몰아붙이겠다면 자신도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이제는 아예 적으로 두고 맞서야 했다.서운혁은 백하린을 소파에 앉히고 잠시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그런 뒤 창가로 가 담배를 물었다. 몇 모금 연기를 내뿜는 동안 격해졌던 표정도 차츰 가라앉았다.계속 여론으로만 맞붙어서는 이길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만 끌려다닐 가능성이 컸다. 다른 쪽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다.서운혁은 생각을 정리한 뒤 담배를 비벼 껐다. 백하린은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눈물만 닦고 있었다. 그는 휴지 한 장을 건네며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하린 씨. 울고 무서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강지현 씨가 우리를 몰아붙일수록 더 버텨야 해요. 결국은 우리가 저쪽보다 위에 서야 하고요.”백하린은 울먹이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기댈 곳이 서운혁밖에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런데 지금 뭘 해야 해요? 이대로 가면 입찰도 입찰인데... 운혁 씨 자리까지 위험해질까 봐 무서워요.”“오늘 밤 강지현 씨에게 사과하는 글을 올려요. 예전에 이도운 씨가 하린 씨를 속였던 일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도 같이 쓰고요. 그리고 SNS는 전부 닫으세요. 댓글도 보지 말고 어떤 반응도 하지 마요. 당분간 인터넷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겁니다.”서운혁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 갔다.“내일 해성 그룹에서도 하린 씨와 회사의 관계를 정리할 거예요. 더 이상 직원으로 두지 않을 겁니다.”백하린이 불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운혁 씨... 저를 버리는 거예요?”“겉으로는 그래야 해요.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하린 씨를 가해자만이 아니라 집단 공격을 당한 피해자로도 보기 시작해요. 지금 받는 피해가 과거 잘못보다 지나치다고 느끼는 순간 여론도 달라집니다. 잘하면 강지현 씨 쪽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요.”백하린은 그제야 뜻을 알아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해성 그룹은 기자회견을 열 겁니다. 기자들 질문도 받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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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뭔데요?”“김태하 씨에 대한 우리 추측이 맞다는 거요. 아니면 강지현 씨가 이렇게까지 크게 움직일 이유가 없어요. 다른 이슈를 키워서 사망설에 쏠린 시선을 돌릴 필요도 없었을 테고요.”백하린은 그제야 눈을 크게 떴다. 맞는 말이었다. 강지현이 잇달아 반격하는 동안 자신조차 김태하가 정말 살아 있는지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이제 김태하 씨가 정말 죽었다는 걸 확인해 줄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분위기를 다시 뒤집을 수 있어요. 강지현 씨가 일부러 일을 키웠다는 의심도 더 커질 거고요.”백하린이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그걸 증명해요? 이번 일까지 터졌으니 확실한 증거 없이는 언론사도 겁나서 못 쓸 텐데요.”“서지아 씨요.”서운혁이 조용히 이름을 꺼냈다. 조금 전 라이브 방송도 봤다. 서지아와 강지현은 이미 한편이 된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서지아도 김태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서지아는 완전히 강지현 편이에요. 김태하 때문에라도 돌아설 사람은 아니고요. 제가 직접 만나 봐서 알아요.”사실 백하린이 서지아를 찾아간 데에는 다른 계산도 있었다. 자신을 반길 리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그래도 사망설이 퍼지면 강지현이 자신뿐 아니라 서지아까지 의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지금 가까워졌다고 해도 예전 연적 사이였다. 강지현이 조금이라도 서지아를 경계하기 시작하면 그 틈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산도 빗나갔다. 서지아가 방송을 시작한 타이밍은 너무 절묘했다. 강지현과 미리 상의한 게 아니라면 나오기 어려운 흐름이었다. 네티즌들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서지아 씨가 강지현 씨 편이라고 해서 집안 사람들까지 같은 생각일 필요는 없죠.”서운혁은 손목시계를 한번 내려다봤다.“마침 그쪽 집안 어른들과 우리 집안이 예전부터 좀 알고 지냅니다.”그는 백하린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서운혁 집안과 서지아의 서씨 가문은 예전에 모두 정계와 연이 깊었다. 서씨 가문도 기반은 탄탄했지만 높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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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깊은 밤, 교외 별장에도 잠들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김태하였다.미래 그룹은 어제부터 계속 시끄러웠지만 김태하는 오늘이 되어서야 상황을 알았다. 최근 약을 지나치게 많이 쓴 데다 이틀 전 밤 무리해서 밖에 다녀온 뒤 고열까지 났기 때문이다.육운성은 회사에 일이 터졌다는 걸 알고도 상태가 좋지 않은 김태하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열이 내리고 몸이 조금 회복된 뒤에야 미래 그룹과 해성 그룹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 줬다.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시작됐다는 걸 알자 김태하는 강지현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결국 마지막 한 걸음까지 내딛지는 못했다.강지현은 이미 상황을 정리해 가고 있었다. 판단은 빨랐고 대응에는 빈틈이 없었다. 반격해야 할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불과 하루 만에 해성 그룹을 수세로 몰았다. 김태하가 없어도 강지현은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안심이 되면서도 미안함은 더 커졌다.육운성은 좋아지던 김태하가 몇 번이나 다시 기운을 잃는 걸 지켜봤다. 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김태하는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느라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해서는 회복도 더뎌질 게 뻔했다. 차라리 강지현을 한 번 만나고 나면 몸도 한결 나아질지 몰랐다.다음 날 오전, 해성 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하린이 모든 SNS 활동을 중단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강지현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생중계를 끝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예정돼 있던 회의를 취소한 뒤 서운혁이 묵는 호텔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서운혁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막 방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비서에게 강지현이 찾아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잠깐 의아해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정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들여보내라고 했다.백하린도 안에 있었다. 강지현이 왔다는 말을 듣자 방 안에 숨은 채 문 가까이 붙어 바깥 대화를 엿들었다.“강 대표님이 직접 찾아오실 줄은 몰랐네요. 입찰장에서나 다시 뵐 줄 알았습니다.”서운혁은 응접실의 1인용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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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이게...”사진을 본 순간 백하린의 얼굴이 굳었다. 예전에 해외에서 접대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찍힌 사진들이었다.“운혁 씨, 강지현이 절 모함하려는 거예요. 절대 믿으면 안 돼요...”“...”서운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강지현이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 내민 사진이었으니 가짜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불안해진 백하린은 서운혁 옆에 거의 무릎을 꿇듯 앉았다.“운혁 씨, 강지현은 우리 사이 갈라놓으려고 온 거예요.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운혁 씨도 알잖아요...”“알아요.”서운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래도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었잖아요.”“저는...”“하린 씨 과거를 알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동안 굳이 조사하지 않은 건 지나간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고요. 난 적어도 하린 씨가 나한테는 솔직하길 바랐어요.”백하린은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금세 표정을 바꿨다.“맞아요. 예전에 제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제대로 모르고 했던 일도 있어요. 지금은 정말 후회해요. 운혁 씨가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게 된다면... 저도 어쩔 수 없고요.”“이씨 가문 사람들도 알아요?”서운혁이 다시 물었다. 백하린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서운혁은 그동안 이도운이 욕심이 많고 이씨 가문이 이익만 좇았기 때문에 강지현을 속이면서까지 백하린과 몰래 결혼해 아이를 낳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사정이 달랐다. 애초에 이씨 가문에서 백하린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 속 과거까지 알고 있었다면 자기 집안 손자와의 결혼을 허락할 리 없었다.서운혁은 사진 가운데 한 장을 골라 탁자 위에 올렸다. 강지현이 떠나기 직전 따로 꺼내 직접 건넨 사진이었다.그때 강지현은 아무 말 없이 비웃듯 자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사진 속 노인은 이도운과 제법 닮아 있었다. 서운혁이라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백하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몸이 굳었고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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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그래서 강지현은 먼저 움직였다. 백하린의 비밀을 서운혁에게 보여 주고 경고한 것이다. 두 사람이 정확히 어디까지 가까워졌는지는 몰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해성 그룹의 실권자이자 집안의 외아들인 서운혁은 체면과 집안 평판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강지현이 남겨 둔 건 백하린의 체면이 아니라 서운혁이 빠져나갈 마지막 명분이었다. 그가 영리하다면 사진을 본 뒤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다시 계산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지금쯤 서운혁 집안에도 같은 사진이 도착했을 터였다.백하린이 그 집안 며느리가 되려던 꿈은 사실상 끝난 셈이었다. 식사 중에도 강지현이 계속 휴대폰만 들여다보자 현다영이 결국 한마디 했다.“지현 언니, 쉴 때는 좀 쉬어요. 밥 먹으면서까지 계속 일 생각하면 위도 상해요.”“알았어.”강지현은 순순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수저를 들었다. 그런데 몇 숟갈 뜨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강지현이 일어나기도 전에 가정부가 먼저 현관으로 갔다. 화면에는 아무도 잡히지 않았다.가정부가 몇 번이나 누구냐고 물었다. 강지현과 현다영이 눈을 마주쳤다. 현다영은 곧바로 현관으로 향했다.“아주머니, 하시던 일 보세요. 제 친구예요.”현관 화면 아래쪽으로 익숙한 모자 챙이 보였다. 현다영은 얼른 가정부를 돌려보내고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송준호가 서 있었다.송준호는 신분 때문에 전화나 메시지를 자주 남기지 않았다. 용건이 있으면 직접 만나는 편이었다. 오늘도 미리 시간만 정해 두고 강지현의 집에서 보기로 했다.“냄새 좋네요. 밥 먹고 있었어요?”큰 체격의 송준호가 불쑥 가까이 다가왔다. 현다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숙여 어깨 근처에서 음식 냄새를 맡았다.갑자기 거리가 가까워지자 현다영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한겨울인데도 송준호는 얇은 티셔츠에 가죽 재킷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검은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써 평소보다 이목구비가 더 날카로워 보였다.현다영은 순간 엉뚱한 생각을 했다. 가만 보면 꽤 잘생겼다고 말이다.“코 하나는 진짜 개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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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송준호가 곧바로 칭찬했다.“맛있으면 많이 드세요.”현다영은 괜히 민망해 고개를 숙였다. 강지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두 사람 그릇에 반찬을 조금씩 덜어 줬다.“둘 다 많이 먹어요. 요즘 고생 많았잖아요.”송준호는 정말 배가 고팠다. 어제 오후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고 나서야 자신도 너무 급하게 먹었다 싶었는지 속도를 늦췄다.“보기 좀 그랬죠. 제가 배고프면 원래 빨리 먹어요.”“그건 충분히 알겠네요.”현다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송준호는 못 들었는지 별다른 반응 없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며칠 전에 공회에 몰래 한번 들어갔다 왔어요. 임지태는 아직 국내로 안 돌아왔고요.”직접 보고 들은 정황을 종합하면 김태하가 공회에 붙잡혀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송준호가 자신 앞에서 거리낌 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자 현다영이 당황했다.“잠깐만요... 저 아직 여기 있는데 벌써 이런 얘기 하셔도 돼요?”송준호가 현다영을 한번 보고 피식 웃었다. 강지현도 따라 웃었다.“괜찮아. 다영이 너는 우리 편이야.”“엄경미 쪽은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송준호가 다시 물었다. 오는 길에 엄경미 쪽 상황도 확인해 뒀다. 강지현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엄경미는 이미 조사에서 풀려난 상태였다.“그쪽은 일단 미뤄 두려고요.”강지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미래 그룹 입찰이 우선이었다. 입찰이 끝나면 그때 엄경미 문제까지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이었다.“그 사람이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진 않을 겁니다. 조심해요.”송준호가 짧게 경고했다. 송준호가 원하는 건 김태하를 찾는 일이었다. 그 밖의 일까지 깊이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도 공회를 상대로 마음대로 움직일 처지가 아니었다. 강지현을 돕고 싶어도 자칫하면 본인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강지현도 그 사정을 알기에 더 나서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엄경미 한 사람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으로 끝낼 생각도 없었다. 김태하를 해친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했다. 공회에 얽힌 자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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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송준호는 수저를 내려놓고 현다영을 바라봤다. 현다영이 멈칫했다.“왜요... 연애 안 해 봤으면 이런 말도 하면 안 돼요?”“그건 아니죠.”송준호가 웃으며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았다.“저도 연애해 본 적 없어요. 그래도 남들 좋아하는 거 보면 생각 정도는 하죠.”“송준호 씨도 한 번도 못했다고요?”현다영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송준호는 치실을 하나 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네. 저 보면 되게 순수해 보이지 않아요?”“전혀요.”현다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오히려 어장남처럼 보여요.”송준호가 잠깐 굳었다가 되물었다.“어장남? 그게 뭔데요? 이런 건 잘 몰라서. 설명 좀 해 줘요.”“여자 여러 명 걸쳐 두고 누구한테도 제대로 마음 안 주는 남자요.”설명을 듣는 동안 송준호의 웃음이 차츰 사라졌다. 그는 자세까지 바로잡고 진지하게 물었다.“제가 왜 어장남이에요? 어디가 그렇게 보여요?”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재킷을 벗었다. 현다영이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뭐 하는 거예요?”“봐요. 저 얼마나 튼튼한데요.”송준호는 제 팔 근육을 내보였다. 현다영은 어이없어하다가도 결국 다시 시선을 돌렸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는 근육이 선명했다.예전에 휴대폰 매장에서도 한 번 보고 놀랐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 눈에 띄었다. 현다영의 귀가 금세 빨개졌다. 송준호는 가슴 근육까지 움직여 보이며 은근히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상남자예요. 여자 꼬시는 것밖에 모르는 곱상한 남자들이랑은 다르다고요.”“어장남이 꼭 곱상하게 생겨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송준호 씨도 충분히 그렇게 보여요.”현다영은 더 말 섞기 싫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됐어요. 얼른 옷이나 입으세요.”신나게 몸을 자랑하던 송준호도 그제야 재킷을 다시 챙겨 입었다. 마침 통화를 끝낸 강지현이 돌아왔다. 어느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손에는 외투까지 들려 있었다.10분 전 서지아가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 먼저 떠난 사람을 추모한다는 내용이었다. 글 아래에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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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최동윤은 한 번 말려 보려 했지만 강지현의 뜻이 확고하자 결국 함께 서씨 가문으로 향했다.문을 연 집사는 강지현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안쪽에 보고한 뒤 두 사람을 서지아 아버지의 서재로 안내했다.그 뒤로 거의 30분이 흘렀다. 그제야 사람 한명이 들어와 따뜻한 물 두 잔을 내려놓았다. 서지아의 아버지가 지금 바빠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도 전했다.“제가 만나러 온 사람은 서지아 씨예요. 서 선생님께서 시간이 없으시면 괜찮습니다. 서지아 씨만 불러 주세요. 급하게 할 말이 있어요.”가정부가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강지현 씨, 저희 아가씨는 지금 집에 안 계십니다. 따로 연락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먼저 약속을 잡고 다시 오시는 게 어떠실까요?”“그럼 서 선생님을 기다리죠.”최동윤은 속이 탔다. 강지현을 바라봤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말을 마치고는 자리에 앉아 따뜻한 물까지 한 모금 마셨다. 가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강지현 씨,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만 미리 연락을 주고 오신 게 아니라서요. 오늘은 아마...”서씨 가문도 주상 그룹과 정면으로 척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강지현은 미래 그룹까지 맡고 있었고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 사이에도 사업상 관계가 남아 있었다. 대놓고 만나기 싫다고 할 수 없으니 계속 돌려 말하며 거절하는 중이었다.“괜찮아요.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서 선생님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나셨잖아요. 오늘 집에 계시다면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죠.”강지현이 말을 끊었다. 최동윤도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지금 가장 급한 건 온라인에 다시 번지는 사망설에 대응하는 일이었다. 서지아와 서씨 가문을 붙잡고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게 과연 맞는지 답답했다.가정부가 난처해하던 그때 서재 문이 열렸다. 서지아의 아버지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부터 밖에서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강지현이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버티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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