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아.”김태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녀의 말은 가느다란 바늘처럼 촘촘히 그의 가슴을 찔렀다.강지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김태하의 감정은 이미 거세게 요동쳤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온몸을 덮쳤다. 김태하는 깊은 눈빛으로 강지현의 얼굴을 들어 올려 이마에 힘주어 입을 맞췄다.“다행히 넌 이제 어른이 됐어.”김태하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을 알았다.서운혁이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한 건 강지현이 일부러 막았기 때문이었다.서운혁이 어머니를 언급한 순간, 강지현도 어렴풋이 무언가를 짐작했다.하지만 조금만 건드리면 찢어질 얇은 막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지도, 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준비를 해 본 적조차 없었다.“내 가족은 김씨 집안 사람들과 너뿐이라고 이미 마음속으로 정했어.”강지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승호는 강지현의 어머니와 짧은 인연을 맺었을 뿐이고,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했다.하지만 강지현의 어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제 손으로 딸을 보육원에 버렸다.어릴 때는 부모를 원망했다. 자라서는 자신을 위로하려고 부모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달래도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진짜 감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강지현은 용서할 수 없었다.자신을 버린 사람과 마주할 수도 없었다.“알아.”김태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목울대가 힘겹게 위아래로 움직였다.“앞으로 내가 네 가족이자 동반자가 될게. 억지로 무엇을 할 필요 없어. 네 마음이 가는 대로 살면 돼.”감동한 강지현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지만, 곧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응.”그녀는 언제나 강하게 모든 일을 마주하는 데 익숙했고, 감정을 다스리는 힘도 뛰어났다.하지만 김태하를 만나고서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약해지는 순간까지 받아 준다는 건... 얼마나 다정한 일인가.그 다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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