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단우가 어깨를 으쓱했다.“사장이라지만 사실 가게나 좀 봐 주면서 먹고사는 처지죠. 여기까지 없어지면 어디 가서 일자리를 구할지도 모르겠네요.”이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걸친 주단우를 살폈다. 손목에는 한정판 시계, 소매에는 맞춤 제작한 단추까지 달려 있었다. 이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주단우 씨, 농담하시는 거죠? 실직 걱정을 할 분처럼은 안 보이는데요.”이서의 시선을 따라 자기 차림새를 내려다본 주단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아, 이거 다 빌린 거예요. 여자 꼬시려고요.”이서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눈앞의 남자가 특별히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사람인 건 분명했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밤은 점점 깊어 갔다.같은 시각, 강지현도 서운각으로 돌아왔다.두 시간 전 강지현은 이도운을 전화로 압박해 천해 그룹이 작성한 계약서 한 부를 받아 냈다.계약서에는 이미 회사 직인이 찍혀 있었다. 앞으로 천해 그룹은 미래 그룹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또한 이도운은 자신이 아는 공회 정보의 절반을 넘겼다.나머지 절반은 강지현이 김태하와 이혼한 다음에 주겠다고 했다.강지현은 공회와 관련된 정보를 즉시 경찰에 전달했다.임지태 사건 이후 국내 공회 세력은 완전히 소탕됐다. 국내 경찰과 국제 수사기관도 공회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워낙 연루된 사람이 많고 조직도 철저히 숨어 움직여 수사하기가 쉽지 않았다.지금 강지현이 집중하는 대상은 주시언을 해친 일당, 바로 임지태의 옛 부하들이었다.이도운이 공회와 연결될 수 있는 건 틀림없이 엄경미 때문일 것이다. 그들 또한 강지현 쪽을 끝까지 몰아붙여 없애려는 세력이었다.육운성도 주시언을 해친 사람들을 찾고 있었지만, 주시언이 상태가 좋지 않아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는 탓에 아직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주시언은 지금 하원영조차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일을 마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강지현은 지금은 주시언이 혼자 마음을 추스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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