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혼, 진짜 신분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1096 챕터

제881화

대인 관계든 업무 능력이든, 하원영은 모든 면에서 잘 적응하고 있었다.강지현이 하원영 스스로 부딪치며 성장하도록 내버려 둔 건 첫째로 그녀를 믿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하원영이 과거에만 빠져 살겠다고 한다면 아무리 도와줘도 의미가 없었다.그리고 지금, 하원영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주시언과의 관계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하원영은 더는 시련이 닥치면 겁에 질려 물러나고 포기한 채 자기 연민에만 빠지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자신의 감정을 용감하게 마주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이성적으로 붙잡을 것과 놓을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좋아요.”강지현은 하원영과 잔을 부딪쳤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보여 준 자신감만으로도 충분히 축하할 만했다.“평가를 통과해서 자리가 안정되면 선택권은 원영 씨 손에 들어와요. 그때는 결혼이든 일이든 훨씬 더 당당하게 결정할 수 있을 거예요.”하원영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자기 힘으로 하씨 집안에서 벗어나 빼앗긴 것을 되찾을 수 있게 되면, 주시언의 곁에 서는 일에도 훨씬 자신감이 생길 터였다.저녁 식사가 끝났을 때, 김태하가 보낸 기사는 이미 식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서운각으로 돌아오자 김태하가 홀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막 화상 통화를 끝낸 참이었다. 이번에도 결혼식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 안 쉬고 있어?”강지현은 테이블 위에 서류가 잔뜩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그녀가 서류에 손을 대기도 전에 김태하가 먼저 허리를 끌어당겨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네가 안 돌아왔는데 내가 어떻게 쉬어?”“말 돌리지 마.”강지현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김태하의 입술 끝을 톡 건드렸다.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가볍게 입을 맞췄다.“일이 아니라 결혼식 때문이야. 우리 결혼식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있었어. 너도 같이 볼래? 네 의견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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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김태하는 하객들의 좌석 배치부터 분 단위로 짜인 결혼식 순서, 두 사람의 예복 조합, 심지어 식장에서 틀 음악 목록까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했다...어느 하나 빠짐없이 꼼꼼하게 준비되어 있었다.듣다 보니 머리가 아파진 강지현은 서둘러 김태하의 팔을 붙잡았다.“다 좋은 것 같아. 네가 정해.”김태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의 눈에 어린 거부감을 단번에 알아챈 것이다.“알았어.”“태하야...”강지현이 다시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응?”“보고 싶었어.”“나 여기 있잖아.”“그래도 보고 싶어. 눈앞에 있어도 보고 싶고, 같이 있어도 보고 싶고, 입을 맞추는 순간에도... 보고 싶어.”말을 이어 갈수록 강지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몸은 김태하에게 더욱 가까워졌다.마지막 말이 끝날 무렵, 그녀의 입꼬리가 김태하의 턱을 스쳐 귓불에 닿았다.그녀의 유혹에 김태하의 욕망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그는 강지현의 뒤통수를 감싸고 곧바로 입술을 겹쳤다.손에 닿은 물건들이 옆으로 우르르 떨어졌다.긴 입맞춤이 끝났을 때 두 사람의 호흡은 모두 흐트러져 있었다.김태하는 엄지로 붉어진 그녀의 뺨을 살살 문질렀다.“그럼... 위층에 올라가서 쉴까?”강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녀는 그의 허벅지에서 내려와 손을 내밀었다.김태하는 순순히 일어났지만, 곧바로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강지현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뭐 하는 거야? 빨리 내려 줘. 너 몸도 아직...”“내 몸은 괜찮아. 널 안고 위층까지 올라갈 힘은 충분해.”김태하는 부드럽게 말을 끊고 안정된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강지현은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얌전히 그의 품에 안겼다. 규칙적인 심장 박동과 흔들림 없는 걸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계단의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하나로 겹쳤다. 조금의 틈도 없이 꼭 붙은 모습이었다.침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함께 씻었다.잠들기 전, 강지현과 김태하는 서로를 끌어안고 하원영과 주시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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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자기 아내한테 받는 걸 값을 올린다고 하진 않아.”김태하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귓가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이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거지.”그는 강지현을 품에 끌어안고 이불을 당겨 덮어 줬다.“이제 자. 내일도 할 일이 많아.”...이틀 뒤, 하원영의 정규직 전환 평가가 시작됐다.필기시험과 업무 심사를 마친 뒤, 곧 최종 절차가 진행됐다.강지현은 부서에서 작성한 하원영의 평가표를 확인했다. 모든 항목이 하나같이 우수였고, 실무 필기시험 성적 역시 수많은 수습 직원 가운데 최상위권이었다.이번에는 하원영도 당당히 주상 그룹에 남을 자격을 얻었다.강지현은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그녀는 부서장에게 결과를 통보하라고 하지 않고, 직접 하원영에게 메시지를 보내 퇴근 후 함께 축하하자고 약속했다.그때 하원영은 부서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강지현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곧바로 답장했다.하원영은 강지현도 함께 식사하자고 초대했지만, 강지현은 거절했다.앞으로도 회사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직급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했기에, 친구로서의 축하는 따로 하기로 했다.주시언도 하원영이 우수한 성적으로 평가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 들었다.예상했던 결과였지만, 그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주상 그룹에 꽃과 밀크티, 디저트를 보내, 관련 부서 직원 모두에게 한 세트씩 돌아가도록 준비했다.주시언은 먼저 일을 벌이며 대놓고 축하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하원영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미 회사 안팎에 널리 퍼졌다가 간신히 잠잠해진 참이었다. 하원영은 또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뜻밖에도 주시언의 행동은 부정적인 여론을 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몹시 부러워했다.최근에는 하원영과 주시언의 관계가 나빠져 결혼 생활이 위태롭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주시언이 본가로 돌아갔다는 사진과 소식도 인터넷에 올라왔다.부서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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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지 모르겠지만, 최근 이틀 동안 주시언의 태도가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았다.만나지 못하는 날에도 주시언은 매일 수많은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조금만 시간이 나도 계속 통화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지난 이틀은 달랐다.주시언은 하원영이 평가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웠고,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그는 평가를 통과하면 함께 축하하자고도 했다.그런데 막상 평가가 끝나자 주시언의 반응은 하원영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무덤덤했다.하원영은 곧 실망감을 떨쳐 냈다.지금은 주시언도 힘든 시기이니 언제나 자신과 똑같은 감정 상태이기를 바랄 수는 없었다.퇴근을 앞두고 강지현에게서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강지현이 저녁을 사 주려는 줄 알았던 하원영은 차에 타자마자 말했다.“오늘 비용은 제가 낼 거예요. 저랑 계산하려고 싸우면 안 갈 거예요.”강지현이 입꼬리를 올렸다.“좋아요. 대신 돈 쓰기 전에 저랑 먼저 한 군데만 가요.”“어딘데요?”“가 보면 알아요.”강지현은 뒷좌석에서 화장품 가방을 꺼내 하원영에게 건넸다.“화장 좀 고쳐요. 예쁘게 꾸미고.”“대체 어딜 가기에 이렇게 신경 써요?”하원영은 더욱 궁금해졌지만, 강지현은 일부러 눈썹만 까딱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요즘 강지현이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으니 아마 고급스러운 곳에 물건을 사러 가는 모양이라 생각하며, 하원영은 더 묻지 않았다.차가 안정적으로 달리는 동안 얼굴에 가볍게 화장을 덧발랐다.차가 멈춘 뒤에야 하원영은 강지현이 자신을 개인 의료 센터로 데려왔다는 걸 알았다.주시언에게 듣기로 주병찬은 현재 이곳에 머물며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이곳의 의사들은 모두 해외에서 초빙된 전문가들이었고, 환자의 회복 관리에도 무척 세심했다.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주병찬은 심장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술을 견딜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한동안 건강을 회복해야 했다.“지현 씨... 설마 저를 주 회장님한테 데려가려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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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목소리 좀 낮춰요...”하원영은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주의를 줬다.주시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아직 무언가 말하려는 입술을 그대로 막았다.하원영은 놀라서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손은 재빨리 주시언의 팔을 움켜쥐었다.너무 놀랐지만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하지만 주시언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굴었다.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점점 더 깊이 파고들며 참았던 욕망을 모조리 쏟아 냈다.결국 하원영은 어쩔 수 없이 그의 허리를 세게 꼬집었다.주시언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원영이 제법 힘껏 꼬집은 탓에 그의 온몸이 순간 움찔했다.“시언 씨... 그만...”그가 멈칫한 틈을 타 하원영은 서둘러 밀어냈다.“원영아, 아프잖아.”주시언은 목울대를 움직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원영이 다시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입술 가까이 끌어왔다.“이제 장난치지 말아요. 아버님께 들키면 지금까지 한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돼요...”“하지만 보고 싶었어. 겨우 만났는데 나 밀어내지 마.”주시언의 쉰 듯 낮은 목소리를 듣자 하원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두 뺨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눈에는 촉촉한 물기가 어렸다.그녀는 한참 동안 주시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고 입꼬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주시언의 깊은 눈매와 먹빛처럼 검은 눈동자에는 평소보다 훨씬 복잡하고 짙은 감정이 어려 있었다.하원영의 감정도 그에게 휩쓸려 밀물처럼 차올랐다.“저도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늘 밤은 시간이 없다면서요?”주시언은 일이 바빠서 돌아올 수 없다고 했었다.“응, 들켰네. 거짓말했어.”주시언은 낮게 웃으며 어리둥절한 하원영의 오뚝한 코끝과 입술 선을 장난스럽게 쓸었다.“속였다고요?”하원영은 기분 나쁜 듯 그의 손을 쳐 내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저를 만나기 싫었어요?”그녀는 주시언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주시언의 반응이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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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그럼 요 며칠 매일 재료와 약재를 바꿔 가며 달인 보양탕을 보낸 것도 너였느냐?”주병찬이 다시 물었다.목소리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가득했다.하지만 그 이야기에 관해서는 하원영도 떳떳했다.요즘 주시언은 매일 밤 이곳에 와서 아버지를 간호했다. 크게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하원영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몸을 보할 때 쓰라고 남겨 둔 보양탕 조리법을 떠올렸다.그녀는 그 조리법을 찾아 몇 번 직접 만들어 봤다.그 뒤로는 매일 사람을 시켜 주시언에게 보냈다. 그와 함께 조금이나마 효도하고 싶어서였다.주병찬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제가 보냈어요...”하원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덧붙였다.“하지만 화내지 마세요. 눈에 거슬리게 하려던 건 아니에요. 요즘은 시언 씨와도 만나지 않았어요...”“...”하원영이 이토록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강지현과 주시언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그녀를 거들 생각은 없었다.주병찬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원영을 살폈다. 자애로운 어른의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앞에 선 하원영은 꼼짝없이 괴롭힘당하는 가엾은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하씨 집안의 장녀인 하원영은 양부모 앞에서도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이거나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주병찬의 분노도 마침내 절반 이상 가라앉았다.주시언이 먼저 고개를 숙였고, 지금의 하원영도 예전만큼 밉게 보이지 않았다.“오늘 주상 그룹의 평가를 통과했다던데?”한동안 침묵하던 주병찬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질문에 하원영은 조금 놀랐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대답했다.“네.”“그냥 통과한 것도 아니고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강지현이 자랑스러운 듯 덧붙였다.“하원영, 축하한다.”주병찬은 담담하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축하에 하원영은 대답조차 잊어버렸다.주시언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몰래 붙잡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감사합니다. 회장님.”주병찬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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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그는 자신이 주시언에게 지나치게 가혹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기 시작했다.강지현의 말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그 점을 미리 알고 있던 강지현은 결정적인 카드까지 준비해 뒀다.주병찬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무역 사업은 이미 한계에 부딪혀 몇 년째 겨우 본전만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였지만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반면 미래 그룹은 이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한 신흥 강자였고, 그룹의 신규 사업도 마침 이 분야와 관련돼 있었다.게다가 육운성이 M 국에서 보유한 사업 자원도 있었다.김태하는 주시언과 하원영이 결혼하면 자신의 사업 부문을 주병찬의 사업과 연결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김태하가 가진 모든 국제 사업 인맥과 자원도 주병찬과 공유할 수 있었다.평생 사업가로 살아온 주병찬이 이런 조건을 거절할 리 없었다.그가 과거 주시언에게 집안 수준이 맞는 혼처를 찾아주려 한 것도 주시언이 자신의 뒤를 이은 뒤 적어도 가업이 몰락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었다.하지만 김태하가 하원영과 주시언의 앞날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이상, 그 무게는 주시언의 배우자에게 요구했던 조건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았다.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사업으로 보나 개인적인 관계로 보나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을 억지로 갈라놓을 이유가 더는 없었다.강지현은 일이 거의 성사됐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주시언과 몰래 상의해 하원영이 평가를 통과하는 날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주병찬이 자연스럽게 허락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주병찬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네가 주상 그룹의 평가를 통과했다는 건 더 많은 일을 해낼 능력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주시언을 위해 내 조건을 하나 더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이제야 하원영도 오늘 벌어진 상황을 이해했다.주시언과 강지현은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녀를 이곳으로 속여 데려온 건 주병찬과 묵은 감정을 풀게 하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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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하원영은 부자가 또 자신 때문에 싸울까 봐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괜찮아요. 저는 그런 돈 필요 없어요. 허락만 해 주신다면... 아버님.”말을 마친 하원영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주병찬은 사랑에 빠져 제정신을 못 차리는 아들의 모습이 여전히 못마땅했지만, 이제 하원영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전보다 훨씬 듣기 좋았다.그는 가볍게 헛기침하고 강지현을 바라봤다.뜻을 알아챈 강지현은 곧바로 전속 비서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서랍 속에 미리 준비해 둔 블랙 카드를 가져와 하원영의 손에 건넸다.하원영은 깜짝 놀랐다.“이건...”“큰아버지가 원영 씨한테 주려고 준비한 첫 선물이에요. 호칭을 바꾼 기념이기도 하고요.”강지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하원영에서 주시언으로 시선을 옮겼다.주시언은 조금 놀랐다. 이건 강지현과 주병찬이 자신에게 숨기고 준비한 일이었다.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원영이 다급히 말했다.“아버님, 이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돼요. 시언 씨도 그냥 한 말이에요. 저도 돈을 바라고 그런 게 아니고...”주병찬이 또 자신을 오해할까 봐 두려웠던 그녀는 손에 든 카드가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졌다.하지만 주병찬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어른이 주는 건 받는 거다.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야.”주시언이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히 받을게요. 아버지.”“감사합니다. 아버님.”하원영도 곧바로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주병찬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태도도 점점 부드러워졌다.“하원영, 이 카드는 한도가 없으니 마음대로 써도 된다. 다만 생활비로만 써라. 내 며느리를 부족하게 살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전에 회수했던 너희 신혼집과 차도 주시언에게 돌려주마. 하지만 주시언은 이미 내 회사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으니... 앞으로는 너희 두 사람이 함께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주시언은 집을 떠나기 전부터 스스로 창업하겠다고 결심했다.주병찬은 그를 훌륭하게 키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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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그녀는 하원영을 너무 잘 알았다. 감동한 만큼 미안해할 것도 알고 있었다.“어머니의 유산을 되찾으면 의약품 특허를 주상 그룹과 이어줘요. 이제 평가도 통과했으니 더 열심히 저를 위해 일해야 하고요. 원영 씨가 연구팀과 함께 더 좋은 약을 개발해서 원가는 낮추고 효율은 높여, 주상 그룹의 다음 목표를 최대한 빨리 달성해 줬으면 좋겠어요.”말을 마친 강지현은 손을 들어 하원영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눈에는 동생을 아끼는 언니 같은 다정함이 가득했다.하원영은 잠시 넋을 잃었다가 이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강 대표님께서 저를 믿어 주시니 절대 손해 보게 하지 않을게요.”두 사람은 강지현에게 감사 인사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주병찬은 이미 사람을 시켜 주시언과 하원영의 아늑한 신혼집을 다시 청소하고 꾸며 놓았다.주시언조차 모르고 있던 일이었다. 두 사람은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곳곳에서 깜짝 선물을 발견했다.바닥에는 장미 꽃잎이 현관 매트부터 침실까지 길게 뿌려져 있었다.침대 위에는 예전에 주시언이 결혼반지로 준비한 커플링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주병찬이 하원영을 위해 특별히 고른 보석 두 세트도 더해져 있었다.하나는 최고급 자색 비취와 녹색 비취로 맞춤 제작한 보석 세트였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금 장신구 세트였다.“아버님이 정말 세심하게 준비하셨네요...”하원영은 선물을 보자 냉정하고 까다롭기만 했던 주병찬에 관한 생각이 달라졌다.사실 이런 선물을 주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며느리로 받아들여 준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했다.“우리 아버지가 좀 까다롭긴 해도 주씨 집안 사람들은 다들 이치에 맞게 행동해. 아버지가 널 받아들이신 이상 앞으로는 분명 잘해 주실 거야. 이건 아마 첫인사 선물에 불과할걸.”주시언의 말이 맞았다.준비할 시간이 촉박했고, 주병찬도 오랜만에 만난 신혼부부가 단둘이 있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이런 방식으로 하원영에게 보였던 지난날의 태도를 보상하려 한 것이다.주시언이 하원영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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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왜?”김태하는 눈을 내리깔더니 순식간에 다시 다정한 남편으로 돌아와, 길고 반듯한 손가락으로 강지현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 줬다.“나한테 이자를 받아 간 건 그렇다 쳐도 주시언에게까지 정말 대가를 받을 거야?”“당연하지.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계산은 분명히 해야 해.”김태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강지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김태하의 뺨을 꼬집었다. 하지만 살이 없는 날렵한 얼굴에서는 잡히는 것이 거의 없었다.“태하야, 우리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본색을 드러내?”김태하는 강지현이 장난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둔 채 더욱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웃었다.“내 본색이 뭔데?”“넌 감정보다 이익이 더 중요하잖아! 지금부터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철저하게 계산하면 나중에는 나한테도 따질 거야?”강지현은 일부러 기분 나쁜 척 콧방귀를 뀌었다.“그럴 리가.”김태하는 몸을 아래로 기울여 그녀를 품 안에 가두고 머리카락과 귓가에 몇 차례 진하게 입을 맞췄다.“너와 계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사랑에 이미 너무 많은 걸 쏟아부어서 돌려받을 수 없거든.”강지현의 귓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태하의 달콤한 말에는 늘 속수무책이었다. 강지현은 이런 말을 듣는 게 좋았다.강지현이 대답하지 않자 김태하가 다시 물었다.“정말 화났어?”“...”“방금 말은 농담이야. 주시언은 나한테도 형이잖아.”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강지현은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붙잡았다.“또 날 놀린 거야? 왜 자꾸 나만 괴롭혀?”“너만 괴롭히고 싶으니까.”강지현이 김태하의 입술 가까이 다가갔다. 남자가 살짝 입술을 벌린 순간, 그녀는 코끝을 가볍게 깨물고 달아났다.하지만 달아날 수 있을 리 없었다. 김태하는 이미 그녀의 뒤통수를 붙잡고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다.창밖에는 밝은 달이 떠 있었다.해원시의 겨울밤은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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