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러는 입조차 다물지 못한 채 비베니에를 바라봤다. 얼굴 위로 충격과 혐오가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반면 디리안은 짧게 한숨만 내쉬었을 뿐이었다. 그는 마치 비베니에라는 여자가 어디까지 뻔뻔해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듯, 차갑고 느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간단하군.”한참 뒤, 디리안이 입을 열었다.“스벤과 계약서에 서명해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걸 얻게 될 거다.”그는 더 할 말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그대로 떠나려 했다.“잠깐!”비베니에가 다급하게 외치자 디리안은 귀찮다는 듯 고개만 조금 돌렸다.“당신… 정말 날 버릴 거야?”비베니에의 목소리는 끝내 흔들렸다. 애써 떨림을 감추려 했지만, 갈라진 음성 속에 감정이 선명하게 배어 있었다.디리안은 잠시 동안 아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짧게 말했다.“돌아가.”그 한마디만 남긴 채, 그는 비베니에의 반응조차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사일러는 멀어지는 디리안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둔 뒤, 자신을 증오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는 비베니에를 바라봤다.“진짜… 제정신이 아니네.”사일러는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비베니에는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한 듯 발을 세게 내디뎠다. 모욕감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그녀 역시 그대로 자리를 떠나 버렸다.사일러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해할 수 없는 건 비베니에의 행동만이 아니었다.오히려 더 이상한 건 디리안이 정말로 비베니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었다.그건 놀라울 정도로 이상했고, 동시에 몹시 수상했다.……디리안은 저녁 무렵 공식 일정에 참석하기 전, 셀렌을 직접 성까지 데려다주었다.오늘 밤 그는 사일러의 작위 수여식에 참석해야 했다. 황제가 작위를 승인한 건 바로 오늘 아침이었다. 모든 일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차에서 내리는 순간, 셀렌의 발걸음이 멈췄다.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제이에게 거칠게 끌려가는 사라의 모습이었다.의사 빌의 조수인 사라는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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