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셀렌이 그렇게 말했을 때에도 그는 침묵을 지켰고, 바로 그 침묵이 그동안 단단히 잠가 두었던 기억의 문을 열어젖혔다.과거의 장면들이 허락도 없이 밀려들었다.그는 자신이 예전의 셀렌을 얼마나 자주 외면했는지 떠올렸다. 정말 너무나 자주였다. 디리안이 단 하나의 이유로 모로 저택까지 찾아왔을 때조차도 그랬다. 비베니에를 찾기 위해서였다. 셀렌은 얼굴을 붉힌 채 그의 앞에 서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 너무 오래 머물면 그가 알아차릴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그 눈동자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감히 요구하지도 못하고, 감히 기대하지도 못하는 미세한 떨림이었다.그리고 디리안은 알고 있었다.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읽는 데 익숙했다. 상대의 반응이나 숨을 고르는 순간의 간격,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까지도 누군가에게 배울 필요 없이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는 셀렌에게 자신을 향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비베니에가 있었다.그렇다면 저 어린 소녀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자신의 삶에 필요하지도 않은 그 감정은 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그것이 당시의 생각이었다. 차갑고 현실적이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잔인하기까지 한 생각이었다.그는 어디든 비베니에를 쫓아갔다.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위험 속으로 뛰어들었으며,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그 여정을 이어가는 내내… 셀렌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조용히, 변함없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로.그는 셀렌을 조금씩 더 잘 대해 주기 시작했다. 당시의 그는 그것이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셀렌은 언제나 곁에 있었고, 언제나 자신을 이해했으며,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도 없었으니까.대체 언제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일까?이제 와서 디리안은 그 순간을 분명하게 기억해 냈다.결혼한 뒤가 아니었다.아니, 그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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