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렌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손가락은 무의식 중에 자신의 배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고, 마치 의도치 않게 흘러나온 하소연처럼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그래도… 꼭 임신한 것 같아요.”디리안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정말?”셀렌은 눈을 감은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조차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어떤 사실을, 어렵게 인정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디리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어깨가 조금 내려앉았고, 그는 몸을 숙여 셀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끝내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고, 거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조금만 더 버텨 줘… 미안하다, 셀렌.”그 말은 셀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눈을 더욱 꼭 감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무겁고 조용한 동의만이,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잠시 시간이 흐른 뒤, 디리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원하는 게 있나?”셀렌은 천천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차분했다. 너무나도 차분해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당신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게 전부야.”디리안은 씁쓸하게 웃었다.“다른 걸 바랄 수는 없는 건가?”셀렌은 얼굴을 돌렸다.“어차피 당신은 일하러 갈 거잖아요.”그녀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그러니까 가.”디리안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억눌러 온 피로라는 것을. 그래서 더 이상 강요하지도 않았고, 억지로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도 않았다.“알겠다.”마침내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방을 떠났다.문이 닫히고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셀렌은 그대로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있어서는 안 될 감정 하나를. 그 상실감은, 자신을 짓누르는 고통만큼이나 분명했고, 또 현실적이었다.아직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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