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도 희미해서, 차가운 바람을 타고 언덕 사이를 스쳐 흐르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그저 가끔씩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 소리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모닥불 장작이 타들어 가며 내는 작은 소리만이 그 정적을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셀렌은 여전히 호숫가에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는 디리안을 바라보았다.아무 말없이 홀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닿을 수 없을 만큼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다.마치 이미 어떤 결심은 끝마쳤지만, 그럼에도 가장 고통스러운 갈림길 앞에 아직도 홀로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셀렌의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 왔다.그녀는 망토 자락을 힘껏 움켜쥐었다.몸속으로 파고드는 냉기를 견디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동시에 가슴을 가득 메운 연약한 감정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어떻게든 붙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디리안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나둘 떠올랐다.언제나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 주던 그의 모습.끝내 입 밖으로 내뱉어진 적은 없지만, 그녀가 한때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던 수많은 약속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위태롭고, 손끝에서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불안하게만 느껴졌다.셀렌은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은 끝내 마음속에 남겨 둔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자신의 희망이 아직도 디리안의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찾아올 새벽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인지, 그녀는 끝내 알 수 없었다.셀렌은 다시 눈을 감았다. 점차 숨결은 고르게 이어졌고, 그녀의 몸은 차갑지만 불안한 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갔다.의식과 꿈의 경계가 희미해진 그곳에서.그 모습이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디리안이었다.그는 셀렌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였다.무표정한 얼굴.흔들림 없는 차분한 눈빛.세상 어떤 일도 진정으로 그를 뒤흔들 수는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하지만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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