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Capítulo 511 - Capítulo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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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장. 영원 속에서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밤은 완전히 내려앉았다.고요하면서도 묵직한 어둠이 하늘을 빈틈없이 덮었지만, 모두가 기다리던 피의 달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모르웬나가 말했던 것처럼, 밤하늘에는 거대한 달만이 떠 있었다. 너무도 크고, 너무도 가까워 보이는 달은 창백한 은빛을 쏟아내며 호수 위를 고요하게 비추고 있었다.호수의 수면은 한 점의 흔들림도 없이 잔잔했다.하늘과 사방을 거의 원형으로 둘러싼 산맥과 언덕의 실루엣을 그대로 비추며, 아름답지만 어딘가 낯설고 기묘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마치 세상 전체가 숨을 죽인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호숫가에서는 디리안이 낮게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마른 장작은 이따금 조용히 타들어 가며 작은 불꽃을 튀겼고, 그 불씨는 밤공기 속으로 흩어지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깜빡이는 주황빛 불길은 디리안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피로와 긴장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해가 질 무렵부터 그는 거의 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끝없이 맴도는 생각들이 그의 몸 전체를 단단히 붙들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그의 시선은 모닥불을 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그의 의식은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있었다.지금까지 걸어온 긴 여정.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그리고 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그 모든 것이 그의 머릿속을 끝없이 맴돌고 있었다.호수 쪽에서 밤바람이 불어왔다.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은 물과 젖은 흙 냄새를 실어 나르며 피부를 파고들었다.그러나 디리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런 추위 따위는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는 듯,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천막 하나가 세워져 있었고, 그 곁에는 모르웬나가 허리를 곧게 편 채 앉아 있었다.거대한 달빛 아래 그녀의 모습은 또렷하게 드러났다. 평온하고 우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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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장. 하나의 희망

호수를 정면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언덕 하나의 뒤편에 모두가 몸을 낮춘 채 숨어 있었다. 차갑게 식은 땅에 몸을 바짝 붙인 그들은 언덕의 완만한 능선을 살짝 넘겨 앞을 내다보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숨조차 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호수는 잔잔했다. 크고 창백한 달빛이 수면 위를 고요하게 비추며 은은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디리안이 눈을 감은 채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정말 잠이 든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잠시 몸을 쉬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의 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천막 하나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모르웬나가 머물고 있었다.정적을 먼저 깬 것은 제이였다.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 정도 거리면 안전한 건가?”그의 물음에 라미나는 주변을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핀 뒤 나직하게 대답했다.“아마 괜찮을 거야. 다른 언덕에는 마테오와 처음부터 디리안을 따라왔던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적어도 우리 위치는 아직 안전한 편이야.”그녀는 다시 호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모르웬나도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여. 방해받고 있다는 기색도 전혀 없고.”루나와 아이레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곳의 공기는 뼛속까지 파고들 만큼 차가웠다. 호수는 눈 덮인 언덕과 거의 언제나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산맥이 시작되는 북쪽 경계에 자리하고 있었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차가운 공기 속으로 길게 흩어졌다.하지만 누구도 모닥불을 피울 수는 없었다.아무리 작은 불빛이나 연기라도 누군가의 시선을 끌 수 있었고, 그 위험만큼은 결코 감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추위를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처럼 서로의 몸을 바짝 붙인 채 버티는 것뿐이었다.셀렌과 라미나가 함께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시그와 에릭이 서로 가까이 엎드려 있었다. 그보다 뒤쪽에는 울프와 피터, 에드워드, 그리고 제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아무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조금만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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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장. 우리의 세상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도 희미해서, 차가운 바람을 타고 언덕 사이를 스쳐 흐르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그저 가끔씩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 소리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모닥불 장작이 타들어 가며 내는 작은 소리만이 그 정적을 메우고 있을 뿐이었다.셀렌은 여전히 호숫가에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는 디리안을 바라보았다.아무 말없이 홀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 보이면서도, 동시에 영원히 닿을 수 없을 만큼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다.마치 이미 어떤 결심은 끝마쳤지만, 그럼에도 가장 고통스러운 갈림길 앞에 아직도 홀로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셀렌의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 왔다.그녀는 망토 자락을 힘껏 움켜쥐었다.몸속으로 파고드는 냉기를 견디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동시에 가슴을 가득 메운 연약한 감정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어떻게든 붙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디리안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나둘 떠올랐다.언제나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 주던 그의 모습.끝내 입 밖으로 내뱉어진 적은 없지만, 그녀가 한때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던 수많은 약속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위태롭고, 손끝에서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불안하게만 느껴졌다.셀렌은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은 끝내 마음속에 남겨 둔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자신의 희망이 아직도 디리안의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찾아올 새벽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인지, 그녀는 끝내 알 수 없었다.셀렌은 다시 눈을 감았다. 점차 숨결은 고르게 이어졌고, 그녀의 몸은 차갑지만 불안한 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갔다.의식과 꿈의 경계가 희미해진 그곳에서.그 모습이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디리안이었다.그는 셀렌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였다.무표정한 얼굴.흔들림 없는 차분한 눈빛.세상 어떤 일도 진정으로 그를 뒤흔들 수는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하지만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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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장. 오늘 밤

그 질문은 보이지 않는 검이 되어 디리안의 가슴을 정면으로 꿰뚫었다.현실의 디리안은 온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그의 손은 눈 위에 깔린 얇은 깔개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고, 가슴은 숨이 막힐 만큼 조여 왔으며,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은 쉽게 흘러나오지 못한 채 그대로 걸려 버렸다.그는 대답하고 싶었다.나는 무너질 거다.산산이 부서질 거다.더는 버티지 못할 거다.그 말을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꿈속에서는 끝내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했다.셀렌의 얼굴은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짙은 안개가 그녀를 천천히 집어삼키듯 모습을 지워 버렸고, 결국 디리안만이 끝없이 넓고 적막한 공간 한가운데 홀로 남겨졌다.흐읍.얼어붙을 듯 차가운 호숫가에서 디리안은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떴다. 숨을 몰아쉬는 그의 가슴은 크게 들썩였고, 거친 호흡이 연달아 새어 나왔다.조금이라도 힘을 풀었다가는 방금 전 그 꿈이 다시 자신에게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아 갈 것만 같다는 듯이, 손은 여전히 눈 위에 깔린 깔개를 꽉 움켜쥔 채였다.눈앞에서는 모닥불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주황빛 불꽃은 고요한 호수 위로 잔잔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꿈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끝나 버렸다.조금만 더 그곳에 머물고 싶었던 자신을 누군가 거칠게 현실로 끌어낸 것처럼, 모든 것이 한순간에 끊겨 버린 느낌이었다.가슴속에 걸려 있던 숨은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이윽고 길고 무거운 한숨이 되어 천천히 흘러나왔다.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안도감이 아니었다.머리가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남겨진 묵직한 통증과 무슨 감정인지조차 이름 붙일 수 없는 아픔이 아직도 그의 안을 조용히 파고들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조금 떨어진 곳에 모르웬나가 서 있었다.붉은 머리카락은 흠뻑 젖은 채 목덜미와 어깨에 달라붙어 있었고, 머리카락 끝에서는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맨발 아래의 땅을 적시고 있었다.희미한 모닥불 빛을 받은 그녀의 창백한 피부는 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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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장. 핏방울 하나

그 질문은 누구의 입에서도 답을 얻지 못한 채, 무겁게 공기 속에 매달려 있었다.아무도 곧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모닥불만이 조용히 타닥거리며 타들어 갔고, 마치 그 불꽃조차 모든 것을 결정지을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고요한 시간을 함께 견디고 있었다.라미나는 셀렌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녀가 가장 솔직하면서도 가장 상처를 덜 줄 수 있는 말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 있던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셀렌의 얼굴은 겉으로는 놀라울 만큼 평온해 보였다.하지만 그 평온함 아래에는 희망과 두려움, 그리고 오랫동안 쌓여 온 피로가 뒤엉켜 하나의 감정이 되어 자리하고 있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알고 있었다.셀렌의 질문은 단순히 핏빛 달이 언제 떠오르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혼자 짊어지고 버텨 온 모든 것의 끝이 정말 다가왔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질문이었다.라미나는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잠시 침묵을 이어가던 그녀는 마침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래... 오늘 밤에는 피의 달이 떠오를 거야.”그녀는 셀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래서 묻는 거지…? 셀렌, 넌… 준비됐어?”셀렌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무릎 위에 놓인 망토 자락을 움켜쥔 손끝에는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마치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무언가를 억지로 붙잡아 두려는 사람처럼.“처음부터…”그녀가 낮게 입을 열었다.“난 단 한 번도… 디리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었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높아지지도 않았고, 격하게 떨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기에 더욱 아팠다. 감정을 억누른 그 차분한 말투가, 어떤 울음보다도 깊은 슬픔을 품고 있었다.라미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나 역시 전부 알고 있었던 건 아니야.”셀렌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라미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숨김없는 진심과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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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장. 있어서는 안 될 곳

모르웬나의 목소리는 그대로 물속에 잠겨 버렸다.그것은 비명이 아니었다.비명이 되기 전에 목구멍에서 짓눌려 터져 나온, 처절하게 막힌 소리였다. 차가운 호숫물이 그녀의 입을 완전히 덮어 버리면서, 끝내 내뱉고 싶었을지도 모를 마지막 말들마저 모조리 삼켜 버렸다.그녀의 몸은 수면 아래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쳤고, 그 움직임은 자잘한 물결을 연달아 일으켰지만, 호수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곧바로 다시 고요함을 되찾아 버렸다.마치 자연조차 더 이상 이 광경의 증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디리안은 모르웬나의 몸을 물속 깊이 눌러 붙잡고 있었다.그의 힘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망설임도 없었다. 양손은 그녀의 어깨와 목을 단단히 붙든 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힘으로 계속 아래를 향해 밀어붙이고 있었다.모르웬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손을 뻗었다.디리안을 향해.수면 위에 비친 핏빛 달을 향해.그리고 이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그러나 물은 모든 것을 뒤틀어 버렸다.그녀의 몸짓은 점점 방향을 잃어 갔고, 숨은 이미 사라졌으며, 의식은 차갑고 무거운 물속에서 서서히 흐려져 가고 있었다.멀리 언덕 뒤에서는 셀렌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그것은 생각 끝에 내린 행동이 아니었다.선택도 아니었다.공포보다 훨씬 오래된 본능이 그녀의 몸을 먼저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제이가 곧바로 그녀를 붙잡았다.“부인…!”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죽였지만, 갈라질 듯 떨리는 숨결만큼은 끝내 감추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었다.누구도 앞으로 한 걸음 내딛지 못했다.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모든 시선은 오직 한 사람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호수 한가운데 서 있는 디리안.계속해서 물속으로 누르고 있는 그의 두 손.그리고 세상과의 모든 문을 스스로 닫아 버린 사람처럼 아무 감정도 읽히지 않는 그의 얼굴.라미나는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셀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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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장. 거의 숨을 쉬지 못한 채

성 안 깊숙한 곳,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외딴 오두막에는 평소보다 훨씬 짙고 무거운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낡은 등은 희미한 불빛만을 간신히 내뿜고 있었고, 나무 벽 틈새로 스며드는 차가운 밤바람이 불꽃을 미세하게 흔들 때마다 그림자는 벽과 천장을 따라 불안하게 일렁였다.좁은 방 한가운데에는 비베니에가 쇠로 된 틀에 결박된 채 묶여 있었다.손목과 발목은 바닥 깊숙이 박힌 쇠사슬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가 몸부림칠 때마다 쇠가 뒤틀리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그 소리는 마치 길게 이어지는 비명처럼 방 안을 가득 메우며, 이미 팽팽해져 있던 긴장감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었다.비베니에는 단 한순간도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다.온몸에는 검푸른 핏줄이 비정상적으로 솟아올라 피부 아래를 기어 다니고 있었다.살아 있는 생명체가 몸속에서 밖으로 기어 나오려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혈관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기괴했다.그녀의 가슴은 일정한 리듬을 완전히 잃은 채 거칠게 들썩였고, 숨은 끊어질 듯 이어졌다.눈동자는 이미 완전히 검게 물들어 인간다운 흔적을 찾아볼 수조차 없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의식과 짙은 증오만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새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에서는 말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욕설.저주.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그 이름 하나하나에는 상대를 짓밟으려는 멸시와 끓어오르는 증오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제일 가까운 곳에는 제이레스가 서 있었다.비베니에가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그의 턱은 더욱 단단하게 굳어졌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루시언은 허리를 곧게 편 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눈빛에 서린 불안만큼은 끝내 감추지 못했다.뵤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연신 흘러내렸고, 사일러는 비베니에의 몸에서 나타나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조차 죽인 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뵤른은 이미 라미나가 만들어 준 약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비베니에의 입안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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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장. 깨어 있어야 한다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오데트는 다시 다그니와 디브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은 천천히 침대 가장자리를 덮은 이불을 움켜쥐었고, 눈동자에 어려 있던 걱정은 어느새 불길한 예감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 손주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는 직감으로 느끼고 있었다.오데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거의…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지?”그녀는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마치 그 말을 입 밖으로 크게 내뱉는 순간,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릴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훨씬 낮은 목소리였다. 의사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진찰 도구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이내 그것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누구에게도 안도감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만이 내쉴 수 있는 무거운 한숨이었다.“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오데트 부인.”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의학적인 질병이 아닙니다.”그 말은 방 안에 무겁게 내려앉아, 한동안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사일러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크게 뜨인 눈은 이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너무나 거대한 사실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반면 오데트는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그녀의 시선은 다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다그니와 디브리오에게 향했다. 또래 아이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고요하게, 미동조차 없이 누워 있는 두 개의 작은 몸.아이들의 가슴은 아주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었다.너무도 느리게.“의학적인… 병이 아니라…”오데트는 거의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의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열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식을 잃은 방식도, 숨이 이렇게까지 약해진 것도…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질병의 양상과도 일치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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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장. 오늘 밤 끝내야 한다

셀렌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의 품 안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디리안이 있는 방향만을 향했다. 마치 그녀의 영혼 전체가 그곳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물은 디리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차가운 수온 때문도 아니었고, 두 사람의 몸을 끊임없이 짓누르는 호수의 수압 때문만도 아니었다.물속 그 자체에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몸뿐만 아니라 의식마저 짓누르며, 세상에 단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겨 두고 있었다.버티느냐.아니면 함께 가라앉느냐.모르웬나는 아직도 저항하고 있었다.그녀의 몸놀림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움직임은 뚝뚝 끊기고 거칠었으며, 저 작은 몸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을 만큼 막대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녀가 다리를 한 번 내지를 때마다 물속에는 잔물결이 번져 나갔고, 피의 달의 그림자는 산산이 부서져 붉은 파편처럼 일렁였다.모르웬나의 입에서는 거친 숨방울이 쉼 없이 터져 나왔다. 마치 그녀의 폐가 끝까지 항복을 거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두 눈은 크게 떠져 있었다. 새하얀 흰자는 완전히 사라지고, 검은빛만이 눈동자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더 이상 그곳에는 모르웬나가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살아남겠다는 집념과 그녀의 몸을 타고 올라탄 또 다른 존재뿐이었다.그녀의 손이 거칠게 할퀴어 왔다.손톱이 디리안의 팔을 깊게 찢었다.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와 차가운 호수와 뒤섞였고, 붉은빛은 천천히 물속으로 퍼져 나갔다.그 피는 자신의 의식을 위해 흘리는 피조차 끝까지 억눌러 두었던 모르웬나의 피와는 달랐다.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피였다.디리안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그는 더욱 깊이 그녀를 눌렀다. 두 손으로 모르웬나의 어깨를 있는 힘껏 움켜쥔 채, 그녀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끝까지 밀어붙였다.그녀의 몸을 타고 전해지는 떨림이 손끝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광기에 가까운 공포.그리고 증오.“놔…!”그 외침은 그의 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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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장. 마지막 거품

모르웬나의 얼굴이 또다시 물속으로 완전히 잠겼다.디리안은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단단히 붙잡은 채, 조금의 망설임도 자비도 없이 더욱 깊은 곳으로 눌러 내렸다. 호수의 물결은 거칠게 일렁이며 사납게 흔들렸다. 모르웬나의 저항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몸은 더 이상 인간의 움직임이라 할 수 없었다.척추는 기괴할 정도로 뒤틀려 활처럼 휘어졌고, 온몸의 근육은 억지로 끝까지 잡아당긴 강철 철사처럼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그녀의 입에서는 숨방울이 쉼 없이 새어 나와 하나씩 터져 흩어졌지만, 그 기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아직 살아 있었다.그리고 아직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마치 오늘 밤 디리안이 내린 단 하나의 선택에 세상 전체가 묶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곳곳에서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성 깊숙한 곳에 자리한 외딴 오두막.디리안이 더욱 강하게 모르웬나를 물속으로 눌러 잠그는 순간, 비베니에 역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아아아아악!”그녀의 몸은 짚더미 위에서 반쯤 튀어 올랐고, 양손과 양발을 묶고 있던 쇠사슬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크게 부른 배는 갑자기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버렸다. 마치 그녀의 뱃속에 있는 무언가마저 같은 힘에 이끌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배 위를 타고 번져 있던 검은 혈관들이 맹렬하게 꿈틀거리며 박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심장이 만들어 내는 박동이 아니었다. 입에서는 저주와 욕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그 말들은 단순한 악담이 아니었다. 끝까지 저항하려는 몸부림 그 자체였다.“그 사람은… 죽으면 안 돼…!”비베니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새카맣게 물든 두 눈에는 광기에 가까운 절박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아직은… 아직은 안 돼…!”뵤른은 그녀의 몸이 다시 짚더미 위로 거칠게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을 보고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천장에 걸린 랜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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