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Chapter 701 - Chapter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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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장. 귀환

제이는 마침내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방금 전의 싸움이 그의 체력을 얼마나 심하게 소모시켰는지는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숨은 여전히 거칠었고, 어깨에서 흘러내리던 피 역시 아직 완전히 멎지 않은 상태였다.디리안은 그런 그를 잠시 힐끗 바라보았다.그는 제이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제이는 단순한 경호원이나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그는 디리안의 장군이었으며, 이미 수없이 많은 전장에서 병력을 이끌어 온 사람이었다.그런 제이를 조금 전처럼 단숨에 튕겨 나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대가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하지만 디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돌린 뒤 모로 백작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방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디리안은 그것을 천천히 밀어 열었다.안으로 들어가자, 조금 전까지 모로 백작이 앉아 있던 의자 근처 바닥에 그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얀 머리카락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관자놀이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디리안은 곧바로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숨을 확인했다.아직 살아 있었다.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문을 더욱 활짝 열었다.“사람 없나!”디리안이 단호하게 외치자 몇몇 하인과 경호원들이 곧바로 달려왔다.“모로 백작이 다쳤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옮겨라.”그들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즉시 움직였다. 디리안 역시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아래층의 홀로 내려갔다.그곳에는 프레디와 버나드가 이미 모로 가문의 경호대장과 함께 서 있었다.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디리안은 그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사일러는 이미 병원에 있다.”그가 짧게 말했다.“모로 백작도 다쳤다.”그는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았다.“이 저택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너희가 처리해라.”프레디와 버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성이 방금 공격을 받았고, 공작부인은 납치당한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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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장. 말도 안 돼

디리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모른다.”그는 커다란 창문 너머로 어두운 마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 성이 그 무엇도 뚫고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 있던 루시언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게 성을 바꾸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겠지.”제이레스가 곧바로 그를 돌아보았다.“공작은 허가가 필요 없습니다.”루시언이 그를 바라보자, 제이레스는 태연하게 팔짱을 꼈다.“오히려 잘된 일이죠.”그는 디리안 쪽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이 성의 뒤쪽 길은 황궁으로 이어지는 길과 거의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제이레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만약 누군가 이곳을 뚫고 들어올 수 있다면… 황궁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니까요.”루시언은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짧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가 디리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내일 황제 폐하께서 물어보신다면 네 이름을 말할 거다.”디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그 자리에 조용히 서서 발밑의 대리석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의 생각은 그 성에 머물러 있지 않았고, 방금 막 방으로 올라간 아이들에게 향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생각은 오직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 셀렌이 어디에 있든, 바로 그곳에.디리안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위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갔다.걸음이 다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요한 성의 복도를 따라 가죽 구두가 울리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릴 정도로 빠르게 걸었다. 제이가 몇 걸음 뒤에서 그를 따라갔고, 루시언과 제이레스도 별다른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그 누구도 그를 위로하려 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그를 진정시키려 하지 않았다.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디리안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그의 얼굴에 드러난 평온함이 결코 사람을 안심시키는 종류의 평온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폭풍이 오기 전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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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장. 직접 찾아오다

집무실 안이 갑자기 훨씬 더 고요해졌다. 마치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숨을 멈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지금까지 태연하게 테이블에 기대어 있던 루시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고,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서 있던 제이레스 역시 고개를 들었다. 반면 뵤른은 방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그대로 굳어 있었다.“뭐?”루시언이 가장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그는 디리안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디리안은 여전히 책상 뒤쪽의 높은 창문 가까이에 서 있었다. 희미한 달빛이 그의 얼굴 한쪽을 스치며 지나가면서 차가운 표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그는 곧바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에도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처음부터… 그들의 목표는 내 아내였다.”그 말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생각 속에 단 한 번도 의문이 자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확고한 목소리였다.그제야 디리안이 몸을 돌려 그들을 마주 보았다.그의 시선이 방 안 전체를 천천히 훑었다.“불이 꺼졌다.”그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라파엘이 도망쳤고.”두 번째 손가락이 올라갔다.“사일러가 습격당했다.”세 번째 손가락까지 올라갔다.디리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 모든 건 그저 시선을 돌리기 위한 미끼였다.”그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셀렌을 데려가기 위해서.”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모든 상황이 점점 더 명확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은 지나치게 혼란스러웠고, 동시에 지나치게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었다.디리안은 천천히 창가에서 멀어졌다.“라파엘과 조쉬라는 남자를 그렇게 쉽게 붙잡을 수 있었다는 건…”그는 방 한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췄다.“…그건 그들이 이제 더 이상 보호받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루시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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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장. 셀렌이 아니라 비베니에

제이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의 눈에는 여전히 깊은 죄책감이 남아 있었지만, 디리안은 제이가 앞서 예상했던 것처럼 분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오히려 디리안은 방 안쪽으로 몇 걸음 다시 들어와 제이의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셀렌을 데려간 자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차분했다.제이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꼿꼿이 선 채 기다렸다.“네가 쉽게 이길 수 있었다면.” 디리안이 제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지.”제이는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디리안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고 있었다. 방금 자신을 쓰러뜨린 자는 확실히 평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움직임은 빠르고 기술은 깔끔했으며, 무엇보다 제이를 가장 불편하게 만든 것은, 그 남자가 마치 제이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이었다.그러나 아무리 그런 이유를 늘어놓아도 한 가지 사실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 디리안은 바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 걸음뿐이었다.“나는 너를 벌하지 않는다.”그 말에 제이가 다시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렸다.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디리안은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늘 밤 내 아내를 지키지 못한 사람을 전부 벌하기 시작한다면…”그의 시선이 두 사람을 둘러싼 텅 빈 방 안을 천천히 훑었다.“…나는 성 전체를 벌해야 할 테니까.”제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죄책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말과 함께 가슴속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신뢰였다.디리안은 그를 탓하지도 않았고,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제이의 어깨를 한 번 가볍게 두드렸다.단순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제이에게는 그 어떤 벌보다도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행동이었다.“정말 죄책감을 느낀다면.” 디리안이 조용히 말했다. “가서 셀렌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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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장. 오랜만에 만나다

그 이름 하나가 고요한 수면 위로 던져진 돌처럼 방 안으로 떨어졌다.비베니에.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성의 홀이 갑자기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루나는 눈을 크게 뜬 채 디리안을 돌아보았다. 오늘 밤 이런 이름을 듣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아이레 역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디리안과 라미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려는 듯했다.라미나 역시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는 아직 디리안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미간을 좁힌 채 마침내 물었다.“무슨 말씀이세요…?”하지만 디리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음으로 세 사람을 지나쳐 성의 커다란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가죽 구두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밟을 때마다 희미한 소리가 울렸고, 거의 비어버린 홀 안에서는 그 걸음 하나하나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셀렌을 데려간 자는.” 디리안이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쉽게 찾아낼 수 있는 흔적을 남기지 않을 거다.”그는 문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홀에 매달린 커다란 샹들리에의 불빛이 바닥 위로 그의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하지만 비베니에는…”디리안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남길 거다.”그제야 라미나는 그의 생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그러니까 저더러…”“찾으라는 거다.”디리안이 차분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 라미나를 바라보았다.“네가 정말 추적할 수 있다면…”성의 안뜰에서 밤바람이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며 희미한 소리를 냈다.“나를 위해 비베니에를 찾아라.”그 순간 디리안의 눈빛을 마주한 라미나는 등줄기를 따라 묘한 감각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분노도 아니었고, 당황이나 공포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차가운 무언가였다.확신.디리안은 방금 아내를 잃은 남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절박하게 그녀를 찾아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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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장. 머리를 바꾸다

셀렌은 천천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방금 바닥에 내던져진 충격 때문인지 호흡은 아직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뺨 일부를 가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몇 초 동안 아무 말없이 그 얼굴만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눈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것처럼.“너…?”결국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 한마디뿐이었다.비베니에가 미소 지었다.그 미소는 아름다웠다. 이런 더러운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아름다웠다. 마치 그 여자가 거친 남자들로 가득한 어두운 건물 안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탈 조명으로 가득한 궁전의 홀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비베니에는 이내 조금 전 셀렌을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렸던 남자들을 바라보았다.“일으켜.”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거절할 여지를 조금도 남기지 않는 말투였다.남자들은 곧바로 움직였다. 그중 한 명이 셀렌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고, 다른 한 명은 그녀의 어깨를 밀어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셀렌은 몸이 강제로 끌려 올라가는 순간 잠시 균형을 잃었다. 조금 전의 충격으로 등이 여전히 아팠고, 무릎이 휘청거렸지만 이내 간신히 몸을 곧게 세울 수 있었다.드레스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비베니에는 막 자신에게 끌려온 물건의 상태를 살펴보는 사람처럼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린 채 그런 셀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더럽고 창피한 몰골이라면…”비베니에는 흙먼지로 뒤덮인 셀렌의 드레스를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이 여자는 정말 가치가 없어지겠어.” 남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비베니에는 다시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너희는 나가.”간단한 명령이었다. 그러나 그 뜻은 충분히 명확했다.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남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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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장. 거절은 그저 모든 것을 어렵게 만들 뿐

비베니에는 그 말을 가볍게 내뱉었다. 너무나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목소리였다.마치 ‘자유’라는 말이 오랫동안 꿈꿔 왔던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방금 입술에서 흘려보낸 평범한 단어에 불과한 것처럼.셀렌은 비베니에를 더욱 깊이 바라보았다.“자유?”그녀의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비베니에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느긋한 걸음으로 천천히 셀렌의 주위를 빙 돌아갔다. 길게 늘어진 드레스 자락이 거칠고 투박한 나무 바닥을 스쳤고, 그 우아한 모습은 축축하고 어두운 방의 분위기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지금까지.” 비베니에가 조용히 말했다. “내 삶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 결정됐어.”그녀는 셀렌의 바로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 누구에게 미소를 보여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비베니에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지긋지긋하게 여겨 왔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셀렌, 뭐가 제일 웃긴지 알아?”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곁눈질로 셀렌을 바라보았다.“다들 내가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하지만 사실은… 난 그저 갇혀 있었을 뿐이야.”그 말이 떨어진 뒤 방 안은 더욱 고요해졌다.셀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비베니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비베니에는 다시 몇 걸음 멀어지더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멈춰 섰다. 달빛이 검은 바다의 수면 위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일렁였고, 그 빛이 비베니에의 얼굴 일부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너는 이 모든 것의 끝이 될 거야.”비베니에가 태연하게 말했다.셀렌이 곧바로 날카롭게 그녀를 돌아보았다.“비베니에.”이번에는 목소리가 한층 커져 있었다.“마치 날 네가 마음대로 바꿔치기할 수 있는 물건인 것처럼 말하네.”비베니에가 살짝 몸을 돌렸다.그녀의 눈빛은 차분했다. 그리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세상이 원래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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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장. 좋은 협력

셀렌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자신을 둘러싸고 서 있는 하인들을 살피듯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천천히 옮겨갔다.그제야 그녀는 그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조금 전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의 오른손에는 손가락이 세 개뿐이었다. 손가락은 짧고 뻣뻣했으며, 마치 오래전에 입은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다른 하인은 그 여자보다 조금 뒤에 서 있었다. 어깨 높이가 서로 다른 젊은 여자로, 한쪽 어깨가 다른 쪽보다 조금 높게 올라가 있어서 가만히 서 있을 때에도 자세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였다.그리고 물이 담긴 양동이를 들고 있는 노인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짝 다리를 절었으며, 발걸음도 완전히 안정되어 있지는 않았다.셀렌은 말없이 그들을 하나하나 살폈다.무언가가… 이상했다.이곳이 평범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그녀가 지금껏 보아왔던 여러 하인들과는 전혀 달랐다.잠시 셀렌은 묻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애써 참았다. 입 밖으로 나오려던 수많은 질문을 다시 삼킨 뒤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말했다.“알겠어.”셀렌의 대답을 들은 하인들의 얼굴에는 조금 안도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들은 더 이상 말을 늘어놓지 않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손가락이 세 개뿐인 여자가 따뜻한 물이 담긴 양동이에서 깨끗한 천을 꺼냈다. 천을 잠시 물에 담갔다가 조심스럽게 물기를 짜냈다.“부인, 이쪽으로 오세요.”여자가 부드럽게 말했다.셀렌은 그들을 따라 몇 걸음 옮겨 주된 방 옆에 마련된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커다란 욕조가 준비되어 있었다.욕조의 물에서는 아직 가느다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셀렌은 욕조 앞에 잠시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아했던 그녀의 드레스는 거칠게 다뤄진 탓에 온통 먼지가 묻어 있었고, 여기저기 구겨져 있었다.손가락이 세 개뿐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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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장.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라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기 어려운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비베니에는 곧 몸을 돌렸다. 어두운 바깥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휘날렸지만, 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방금 위험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렇다고 도망치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비베니에는 마치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던져버렸고, 다시는 그것을 되찾을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걸어갔다.비베니에는 뜰 끝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돌길을 따라 늘어선 횃불이 어두운 색의 마차에 희미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마차 앞에는 검은 말 두 마리가 조용히 서 있었으며,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내뿜는 숨결이 희미하게 보였다.마부가 별다른 말없이 문을 열었다.비베니에는 나무 발판에 드레스 자락이 걸리지 않도록 끝부분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우아하게 마차에 올라탔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바깥에서 문이 조용히 닫혔다.마차 안은 바깥보다 훨씬 따뜻했다. 한쪽 구석에는 작은 램프가 걸려 있었고, 그 불빛만으로도 마차 안을 충분히 밝힐 수 있었다.비베니에는 어두운 벨벳으로 덮인 푹신한 좌석에 천천히 몸을 앉혔다. 그러나 마차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녀의 시선은 이미 맞은편에 놓인 무언가에 끌리고 있었다.나무 상자 몇 개였다.상자들은 마차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비베니에는 몇 초 동안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중 하나의 뚜껑을 열었다.곧바로 금속의 반짝임이 그녀를 맞이했다.상자 안에는 금화가 거의 넘칠 정도로 가득 들어 있었다. 마차 안의 작은 램프에서 나온 빛이 금화의 표면에 반사되면서, 작은 빛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반짝였다.비베니에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보물.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가였다.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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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장. 예상치 못한 등장

고문은 계속되었다.어둡고 습한 지하 감옥에서는 시간이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벽에 걸린 횃불은 몇 번이나 희미해졌다가 마침내 경비병들에 의해 새것으로 교체되었지만, 방 한가운데 쇠사슬에 매달린 두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두 사람의 몸이 또다시 주먹질에 의해 크게 흔들릴 때마다 쇠사슬이 삐걱거렸다.조쉬는 이제 자신의 두 다리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두 손을 붙잡고 있는 쇠사슬이 없었다면 몸을 지탱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얼굴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고, 그 피는 갈라진 얇은 막처럼 피부 일부를 뒤덮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단 한마디도.그의 옆에 매달린 라파엘은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머리는 앞으로 축 늘어져 있었고, 피에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숨은 여전히 붙어 있었지만 힘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거칠고 무거운 호흡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디리안은 두 사람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그는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토록 침착한 모습 때문에 오히려 방 안의 분위기가 더욱 짓눌리는 듯했다.마치 그에게는 끝이 없는 인내심이 있는 것처럼.또 한 번의 주먹이 조쉬의 몸에 내리꽂혔고, 충격음이 좁은 돌방 안에 울려 퍼졌다.조쉬의 몸이 쇠사슬과 함께 흔들렸다.그러나 그 뒤에도 그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몇몇 기사들의 표정에 불안한 기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자를 입 열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방법을 거의 모두 시도한 상태였다.그럼에도 조쉬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바로 그때, 기사 한 명이 다시 앞으로 나서려던 순간 방 끝에 있던 철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돌계단을 빠르게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철문 뒤에서 마테오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곧장 디리안에게 다가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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