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베니에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디리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시선이 공허한 것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지금껏 느껴 왔던 모든 감정이 조금씩 깎여 나가 마침내 완전히 닳아 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디리안은 언제나 그녀가 알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차분하고, 꼿꼿하며, 냉담했다.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내면의 그 무엇에도 조금도 닿지 않는 것 같았다.그리고 어쩌면… 실제로도 그랬을지 모른다.“앞으로는 잘 살아라.”디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았고, 감정이라고는 거의 실려 있지 않았다.“왜냐하면 이제부터는…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결말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판결처럼 느껴졌다.비베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그를 바라보았다.조금 더 오랫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해 두고, 자신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에 새겨 넣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 자신조차 아직 그런 무언가가 남아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디리안은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그리고 그제야 비베니에는 처음으로 한 가지 사실을 진정으로 깨달았다.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한 번도 자신의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다.디리안은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이 몸을 돌렸다.느리지만 확고한 걸음으로 방을 떠나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조용한 소리였지만, 남겨진 침묵 속에서는 오히려 그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는 듯했다.그렇게 그는 떠나 버렸다.비베니에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굳게 닫힌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부가 아직 그곳에 남아 있기라도 한 듯했다. 숨소리는 거칠고 불규칙했지만, 그녀는 억지로 호흡을 가다듬으려 하지 않았다.천천히 입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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