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는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고, 아까부터 대화에 전혀 끼어들지 않았다.그의 손은 말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었지만,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한 듯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생각만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에 올라탔다. 다른 호위병들도 곧이어 하나둘 말에 올랐다.몇 초 후, 일행은 레벤티스 성의 성문을 빠져나갔다.남쪽 항구로, 그리고 곧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될 곳을 향해서.호위병들이 하나둘 성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레벤티스 성의 앞뜰은 서서히 조용해졌다. 말발굽 소리는 점점 멀어지며 희미해졌고, 그 자리를 돌길을 따라 늘어선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대신했다.제이는 에릭, 시그, 피터와 함께 선두에서 말을 몰았다.하지만 조금 전 비베니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그는 그 여자에 대해 계속 투덜거렸고, 피터 역시 짜증이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에릭 또한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았는데, 지금 비베니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그저 그녀 스스로 저지른 행동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었다.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이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곧장 앞을 향한 채 남쪽 항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진정 그곳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비베니에를 떠올렸다.차가운 감옥 복도와 철창 너머로 보였던 창백한 얼굴을.그리고 마치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너무도 가볍게 내뱉었던 그녀의 말을.‘처형당하지 않더라도 나는 죽을 거야.’제이는 말고삐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그는 이미 자신에게 그 여자에게 더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비베니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제는 자신의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선을 한참 넘어섰고, 너무 많은 사람을 상처 입혔으며, 너무 많은 것을 망가뜨렸다.그런데도 어째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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