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을 짓누르던 침묵이 한순간에 산산이 깨졌다.쾅!커다란 충돌음이 방 밖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그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깜짝 놀랐고, 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제이가 날카롭게 고개를 돌렸다.“무슨 소리야?”누구 하나 대답할 틈도 없이 두 번째 충격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첫 번째보다 조금 약했지만, 무거운 무언가가 쓰러지며 바닥에 부딪힌 듯한 둔탁한 소리였다.제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의 문을 밀어젖혔다.커다란 나무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제이와 함께 에릭, 시그, 마테오, 뵤른, 라미나, 라이오넬이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이어, 경비병들조차 본능적으로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태자 루시언과 황자 제이레스였다.그러나 그들이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모두의 발걸음이 동시에 멈췄다.모든 사람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방 안에 펼쳐진 광경은 누구 하나 곧바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들 만큼 충격적이었다.비베니에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은 의자 등받이에 묶여 있었고, 두 손은 등 뒤에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얼굴에는 아직 씻어내지 않은 작은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말라붙어 있었으며, 먼지까지 뒤섞여 여전히 지저분한 상태였다.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당황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 비베니에의 의자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디리안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어깨는 팽팽하게 굳어 있었고, 양손은 몸 옆에서 힘껏 주먹을 쥔 상태였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그동안 이 방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커다란 업무용 책상이 이제 두 동강 난 채 놓여 있었다.두꺼운 나무는 한가운데에서부터 갈라져 있었고, 거칠게 뻗은 균열은 방금 전 일어난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서류들은 이제 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종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몇 장은 아직도 허공에서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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