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Bab 791 - Bab 800

814 Bab

791장. 얽매는 독약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셀렌은 여전히 그의 품에 안긴 채 침묵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의식이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곳으로 멀리 끌려가 버린 것만 같았다. 가슴은 움직이는지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미약하게 오르내렸으며, 평소라면 온기를 머금고 있었을 그녀의 피부는 이제 손끝에 닿는 감촉마저 차갑게 느껴졌다.디리안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의 이마는 셀렌의 이마에 거의 맞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두 손으로 그녀의 몸을 받쳐 들고 있었으며, 그녀의 목구멍으로 억지로 흘려 넣었던 쓴 약을 삼킨 뒤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잠시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할 말이 없어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 어떤 말을 꺼내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나는… 안 돼…”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억눌린 숨결 사이로 거의 사라질 듯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이렇게 있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어.”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는 어떠한 방어도 담겨 있지 않았다. 목소리에 배어 있던 차가운 기색도, 평소 그가 세상과 자신 사이에 두었던 거리감도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지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리기 직전의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그 상실을 막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하는 한 남자뿐이었다.그는 얼굴을 조금 들어 셀렌을 더욱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눈을 떠.” 이번에는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다. “셀렌… 눈을 떠.”그의 뒤쪽에서는 여전히 렉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쉰 듯 거칠고 두서없는 목소리에는 이제 방향마저 잃어 가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여전히 욕설을 내뱉고 위협을 퍼부었으며,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말로 상처 입히려 애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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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장. 죽기 위해 살아가다

방 안에는 여전히 무겁고 숨 막히는 침묵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숨을 참은 채 버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스왈드가 했던 말은 아직 누구의 마음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두 생명을 이어 놓은 연결고리와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 그리고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희생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그의 말이 남긴 무게는 여전히 모두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디리안은 여전히 침대 곁에 서서 셀렌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매 순간이 지나치게 길게 늘어졌고, 그 사이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깊은 침묵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러던 순간, 무언가가 달라졌다.너무나 미세해서 거의 알아차릴 수조차 없는 변화였다.셀렌의 손가락이 움직였다.아주 조금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디리안은 그 움직임을 즉시 포착했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고, 마치 바로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그는 곧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이 너무 서둘러 행동했다가는 눈앞의 현실이 산산이 부서져 환상으로 변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듯했다.숨이 막힐 듯한 긴장 속에서 몇 초가 흘렀다. 이윽고 셀렌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천천히, 확신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하게 움직였지만, 분명히 일어난 변화였다.디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거리는 단 한 번의 숨결이 오가는 사이에 사라졌고, 어느새 그는 침대 바로 곁에 서서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침내 셀렌의 눈꺼풀이 열렸다.아주 천천히, 마치 다시 마주해야 할 세상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희미한 빛이 아직 흐릿한 그녀의 눈동자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몇 순간 동안 그녀는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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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렉산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사람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기침은 점점 더 깊고 격렬해졌으며, 그의 몸 전체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다. 이제 피는 더 이상 입에서만 흘러나오지 않았다. 코와 귀에서도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눈가에서도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선명한 핏줄기는 끊임없이 흘러나와 그의 얼굴을 흠뻑 적셨고, 목을 타고 흘러내린 피는 이미 상처와 땀으로 더러워진 옷감 위로 뚝뚝 떨어졌다.그의 몸은 침대 위에서 활처럼 휘어졌으며, 근육은 온몸 안쪽에서 무언가가 불타오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팽팽하게 긴장했다.“뜨거워…!”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쉰 목소리는 온전한 말로 들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미약했다. “내 몸이… 불타고 있어…!”남아 있는 한쪽 손이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가 가슴으로 내려갔다. 그는 고통의 근원이라도 찢어 버리려는 듯 손톱으로 옷을 마구 할퀴었다. 숨은 거칠고 짧았으며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숨을 한 번 들이마실 때마다 마치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듯한 고통스러운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도와줘…!” 그가 다시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한층 약해져 있었고, 절망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제발… 제발 나를 도와줘…!”그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병사들은 거리를 유지한 채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중 몇몇은 더 이상 그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방 안에는 짙고 역겨운 피비린내가 가득 차올랐고, 그 냄새는 무언가 더욱 불쾌한 것과 뒤섞여 방 안의 분위기를 한층 더 숨 막히게 만들었다.오스왈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공작에게 다가가지 마십시오.” 그가 짧게 말했다. “그자의 피에는 독이 있습니다.”그 명령은 즉시 이행되었다.감히 그 말을 어길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 누워 있는 자는 더 이상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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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장. 남부 제국

“저자의 몸은 이미 망가졌습니다. 독이 신체의 기능을 파괴했어요.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침묵이 다시 내려앉았다. 이전보다 한층 더 무거운 침묵이었다.라제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아쉽군.” 그는 감추지 못한 실망감을 담아 중얼거렸다. “내 손으로 직접 고문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그러나 분위기가 더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전에 그리고리가 앞으로 나섰다.“저자는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를 이미 치렀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그리고리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꼿꼿하게 선 채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이 하려는 말을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렉산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며 살아왔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자신이 남긴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자신의 뜻을 강요했지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말이 사람들에게 스며들도록 했다.“이제는… 망가진 몸으로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지만, 오히려 말에 담긴 무게는 더욱 깊어졌다.“이건 단순한 처벌이 아닙니다.” 그는 다시 한번 렉산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응보입니다.”제국 전체를 뒤흔들었던 혼란은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폐허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싹트기 시작했다.알리스톤 황제의 사망 소식은 건기가 찾아온 대지에 번지는 불길처럼 빠르게 퍼져 나갔다. 수도에서 가장 외딴 마을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시에 모든 사람이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리고 그 뒤에 찾아온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기쁨이었다.거리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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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장. 반드시 너를 행복하게 해 줄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대연회장의 축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음악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축하의 의미를 담아 잔을 부딪쳤으며, 거리낌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연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 그곳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웠던 감정, 바로 자유가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갔다. 샹들리에에서 쏟아지는 황금빛은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만큼 찬란하게 빛났다. 마치 궁전마저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어두운 시대가 끝났음을 함께 축하하는 듯했다.그러나 그 모든 축제의 한가운데에 디리안은 없었다.그는 별다른 말도 없이 연회장을 떠나 자신이 결코 좋아하지 않았던 소란스러운 무리에서 멀어졌다.뒤편에서 들려오던 음악 소리는 점점 희미해졌고, 그 자리를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길고 고요한 복도가 대신했다.그의 발걸음은 차분했다.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가고 싶은 곳이 단 한 곳뿐인 사람 같았다.그리고 마침내 그 문 앞에 도착한 그는 오래 머뭇거리지 않았다. 곧바로 손을 들어 문을 밀어 열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의 분위기는 달랐다. 한층 따뜻하고 고요한 가운데, 방 구석구석에서 촛불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셀렌이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셀렌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은 단번에 디리안을 찾아냈고, 얼굴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은 안도감이 스며들 듯 부드러운 기색이 떠올랐다.“왜 돌아왔어요?” 셀렌이 나지막이 물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없었지만, 말소리는 또렷했다. “연회를 즐기고 있어야 하잖아요.”디리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간 그는 말없이 침대 곁에 앉더니, 손을 뻗어 셀렌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마치 손끝에 닿는 온기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손길이었다.“난 연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덤덤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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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장. 남겨진 흔적

남부 제국 황궁 앞뜰에서 열린 작별의 자리는 여느 때보다 떠들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묵직한 감정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맑은 하늘이 머리 위로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은 정원에 피어난 꽃향기를 실어 날랐다. 수많은 사람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정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었다.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갑옷을 갖춰 입은 병사들부터 화려한 옷차림을 한 귀족들, 그리고 바깥뜰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받은 백성들까지, 모두가 경건한 침묵 속에 서 있었다.그날, 그들은 제국을 구한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디리안은 평소처럼 차분한 모습으로 셀렌의 곁에 서 있었고, 그리고리와 일행은 그들로부터 멀지 않은 뒤편에 자리했다. 디리안의 얼굴에는 자부심도, 공기 속에 은근히 가득 퍼진 찬사를 즐기려는 기색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러나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남부 제국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을 것이라는 사실을.이제 황제가 된 알덴이 앞으로 나섰다. 바람에 예복 자락이 부드럽게 흔들렸고, 그의 자세는 꼿꼿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처음 만났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남부 제국을 대표하여.” 알덴이 앞뜰에 울려 퍼질 만큼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짧은 말이었지만, 결코 갚을 수 없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내기에는 충분히 무거운 한마디였다.디리안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최선을 다해.”그는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오히려 그랬기에 그 한마디가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알덴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그 말, 잊지 않겠다.”다른 한쪽에는 라제 대공이 사라와 어린 딸을 데리고 서 있었다.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지는 않았고, 그저 서로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그 시선에는 존경이 담겨 있었고, 어쩌면… 지나간 과거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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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장. 용납은 없다

며칠이 지나자 성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마치 한때 성 전체를 뒤흔들었던 폭풍을 조금씩 잊어 가는 듯했다. 하인들은 다시 평소처럼 일했고, 복도에는 규칙적인 발소리가 울려 퍼졌으며,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은 듯 일상이 흘러갔다.그러나 모든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서류와 지도로 가득한 집무실에서 디리안은 책상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손은 차분하게 움직이며 서류에 하나씩 서명했고,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겉으로는 피로한 기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디리안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고, 셀렌이 안으로 들어왔다.걸음은 느렸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디리안의 관심은 온전히 그녀에게 쏠렸다. 그는 아무 말없이 펜을 내려놓은 뒤, 아직 방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다들 나가.”짧은 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즉시 따랐다. 하인들과 보좌관들이 하나둘 방을 빠져나갔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뒤에는 아까보다 한층 무겁게 느껴지는 침묵만이 방 안에 남았다.디리안은 다시 셀렌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곧게 그녀를 향했다.“무슨 일이지?” 그가 물었다.셀렌은 그에게 다가가 적당히 거리를 둔 곳에서 멈춰 섰다. 잠시 동안 그녀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신중하게 고르는 듯했다.“비베니에를 붙잡았다고 들었어요…”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디리안은 놀란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지하 감옥에 있지.” 그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처형될 거다.”대답은 그저 담담하게 떨어졌다. 망설임도 감정도 없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디리안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무표정하기만 했다.셀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의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지만, 그녀는 여전히 디리안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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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장. 죽음만을 기다리며

셀렌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본능적인 마음이 망설임보다 앞섰다.그러나 셀렌이 제대로 다가가기도 전에 제이의 손이 재빨리 뻗어 나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부인, 안 됩니다.”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걱정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셀렌은 걸음을 멈췄다. 팔을 빼내는 대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이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차분함이 어려 있었지만, 그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였다.철창 안에서 비베니에가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렸다. 움직임은 더뎠다. 얼굴을 드는 사소한 동작조차 얼마 남지 않은 힘을 거의 전부 쏟아부어야 할 만큼 버거운 듯했다. 갈라지고 상처투성이인 입술이 달싹이더니,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위태로운 미소였다. 미소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울 만큼 희미했다.“다시… 여기서 널 보니 기쁘네.”비베니에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쉰 데다 말끝마다 끊겼다. 마치 더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몸에서 억지로 말을 짜내는 것 같았다.셀렌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시선을 비베니에에게 고정한 채 그녀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하나하나 살폈다. 한때는 정성껏 가꾸었던 얼굴이 이제는 홀쭉하게 여위어 있었고, 피부에서는 생기가 사라졌으며, 머리카락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엉키고 빠져 있었다.그리고 눈동자.한때 오만함으로 가득했던 그 눈은 이제 텅 비어 있었다.셀렌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비베니에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요. 의사를 부르세요.”제이의 몸이 즉시 굳었다.“부인, 하지만…”“디리안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셀렌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끊었다.“진찰받게 해야 해요.”목소리는 거칠지 않았다. 그러나 반박할 여지는 조금도 남겨 두지 않았다.제이는 입을 다물었다. 턱에 힘이 들어갔지만, 곧바로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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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장. 증인이 되다

메건은 장갑을 조심스럽게 정리한 뒤에야 셀렌을 바라보았다.“간호사를 배정해 아가씨를 돌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인.”그녀는 차분하고 전문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셀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유리창에 고정되어 있었다.“네… 고마워요.”메건은 정중하게 허리를 숙인 뒤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 복도에는 다시 묵직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셀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계속 서서 방 안을 바라보며,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는 여자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잠시 시간이 흐른 뒤, 셀렌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제이.”그녀의 곁에 서 있던 제이는 즉시 고개를 돌렸다.“여기서 기다려요.”셀렌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비베니에를 지켜보세요.”제이는 입을 다물었다. 곧바로 대답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단순한 명령 이상의 무언가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느껴졌다.“저는 이제 아가씨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리고 공작께서는 비베니에 아가씨와 관련된 부인의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셀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잖아요.”그녀가 조용히 말했다.“비베니에를 보고 역겨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턱에 살짝 힘이 들어갔지만, 그렇다고 반박하지도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셀렌은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발걸음을 멈췄다.복도 끝에 라미나가 아이레, 루나와 함께 서 있었다. 세 사람은 이곳에 있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듯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그저 비베니에를 한번 보러 왔어요.”라미나가 조용히 말했다.셀렌은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상태가 좋지 않아요.”그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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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장. 살인의 증거

셀렌은 충격에 빠졌다.모로 백작.그 이름은 그녀에게 결코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가까운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사일러.그녀의 남동생이었다.그러나 셀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장된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고, 치안대장 앞에서 질문을 쏟아 내지도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갑작스럽게 머릿속을 가득 채운 혼란을 억눌렀다.왜 사일러는 모나의 죽음을 살인 사건으로 신고한 걸까?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지만, 그중 어느 것에도 답은 없었다.“그럼 이제… 저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부인?”치안 대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제야 셀렌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단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안 됩니다.”경비대장 라이오넬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서더니 셀렌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자신의 몸 자체가 누구도 넘어서는 안 될 경계선이라도 되는 듯했다.“공작 부인을 데려가실 수 없습니다.”그가 차갑게 말했다.“공작께서는 지금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치안 대장은 여전히 차분했다. 라이오넬의 말에 자극받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반발하는 기색을 드러내지도 않았다.“공작 부인께서는 단지 증인으로 참석하실 뿐입니다.”그가 말했다.“그리고 이것은 해결해야 할 가족 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그러나 라이오넬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저는 공작 부인을 함부로 데려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습니다.”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기 시작했다. 치안 대장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은 서로 짧게 눈빛을 교환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셀렌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라이오넬을 바라본 뒤 천천히 시선을 일라드에게로 옮겼다.“일라드.”“예, 부인.”“사람을 보내 디리안을 찾아 줘. 내가 황실 치안국으로 간다고 전해.”셀렌은 차분하게 말했다.라이오넬이 즉시 그녀를 돌아보았다.“부인, 그러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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