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검이 뽑혀 나왔다.디리안의 움직임에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지만 확고했고, 꿰뚫었던 몸에서 검날을 부드럽게 끌어내는 그 움직임은 오히려 더욱 잔혹하게 느껴졌다. 검이 빠져나가 압박이 사라지는 순간 피가 더욱 거세게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방 안에서 바닥에 떨어지는 피가 조용하면서도 분명한 소리를 냈다.방패가 되었던 남자의 몸이 먼저 휘청거렸다.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와 함께 무릎에서 힘이 풀렸고, 그는 더 이상 버틸 힘도 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바닥에 무겁게 쓰러졌다. 짧은 울림이 방 안에 퍼졌다.그 뒤에 있던 렉산은 1초 정도 더 버텼다.몸이 떨리고 호흡은 끊어질 듯 거칠어졌으며, 방금 꿰뚫린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어떻게든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자존심만이라도 지키려 했지만, 이제는 몸이 더 이상 그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러다 곧 휘청거렸고, 그리고 마침내 쓰러졌다.그의 몸이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이어진 기침과 함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손을 뻗어 몸을 지탱하려 했지만, 이제는 다시 제대로 일어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디리안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손에는 여전히 검이 들려 있었고, 검끝에서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눈앞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에게 내려갔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만족감도, 망설임도 없었다.그저 차가운 침착함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원래 그렇게 일어나야 했던 일인 것처럼.……성 밖에서는 마침내 전투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제이는 여전히 서 있었지만 호흡은 이미 고르지 못했다.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더 이상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거친 느낌이 들었다. 그 앞의 카엘 역시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몸이 살짝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한쪽 팔은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이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