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는 여전히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억누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옷에는 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털어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디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나는 방금 장인어른을 잃었다.” 디리안이 낮지만 강한 압박감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넌 이런 부탁을 하러 찾아오다니… 젠장, 정말 죽고 싶은 건가?”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어조만으로도 주변의 공기를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제이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반박하지도,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맞서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디리안의 말을 하나하나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었다.줄곧 곁에 서 있던 셀렌이 마침내 디리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디리안, 비베니에의 상황을 좀 살펴봐야 해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사형에 처할 만큼의 죄를 지은 건 아닌 것 같아요.”디리안은 셀렌을 바라보았다. 짧은 시선이었지만, 그녀의 말을 들었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그때 제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전히 낮은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분명하게 말했다.“아가씨는 곧 죽을 겁니다.”그 말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두 사람 사이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디리안은 그 말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그저 시선을 돌렸다.“싫다.”대답은 망설임도, 겉으로 드러나는 숙고의 흔적도 없이 나왔다. 단호하고 차가웠으며,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디리안은 누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제이를 지나쳐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걸음을 이어 가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셀렌 곁을 지나쳤고, 이내 성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그가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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