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덕원의 화제 전환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정작 당사자인 허윤아와 진려준은 비교적 평온해 보였지만, 오히려 문정현은 젓가락을 쥔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린 채 눈을 내리깔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진덕원은 술을 몇 잔 더 마시긴 했지만 인사불성이 될 만큼 취한 건 아니었다.앞에 있는 세 사람을 보며 진덕원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진덕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옆에 앉아 있던 임수연이 그를 말렸다.“술만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신다니까...”진덕원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임수연은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취하셨어요, 들어가 주무세요.”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가정부에게 당부했다.“은서 씨, 객실 좀 정리해줘.”이은서는 대답하고 객실 두 곳을 치우러 갔다.그녀가 방 정리를 마쳤을 때, 임수연이 마침 안방에서 얇은 담요 두 장을 들고나와 문정현 품에 하나, 허윤아 품에 하나를 안겨주었다.“담요가 두 개뿐이네. 정현이가 하나 쓰고, 윤아네 부부는 같이 써.”임수연의 의도는 너무나 뻔했다.허윤아가 그녀를 돌아보며 불렀다.“사모님...”“시간 늦었다, 얼른 가서 자. 할 말 있으면 내일 아침에 하고.”임수연은 말하며 문정현의 손을 잡고 다른 객실로 이끌었다.“그동안 외국 생활은 어땠어? 물어볼 새도 없었네...”문정현은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잘 지냈어요...”문정현이 뒤에 뭐라고 더 말했지만, 임수연이 그녀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바람에 허윤아는 듣지 못했다.넓은 거실에는 그녀와 진려준만 남았다.허윤아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자자.”술을 마신 진려준은 정장 바지 속에 넣어둔 검은 셔츠 자락을 대충 끄집어낸 채로 거만하고 나른한 태도를 보였다.“같이 자자고?”허윤아는 무표정하게 그를 쳐다봤다.“그럼 넌 거실에서 자던가.”진려준은 눈썹을 까딱하더니 대꾸 없이 성큼성큼 침실로 들어갔다.허윤아를 스쳐 지나갈 때 차갑게 비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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