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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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배윤제는 자기가 버릴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이 자기를 버리는 걸 절대 용납하지 못했다.지금 차 안에 그의 여자 친구인 정다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또 다른 여자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었다.심지어 그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했다.안혜슬은 멋쩍게 웃었다.“알겠어요. 그렇게 전할게요.”말을 마친 뒤 안혜슬은 몸을 돌려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강하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자기는 너랑 헤어졌지만 너는 자기랑 헤어지면 안 된다는 거야?]강하율이 짧게 답장을 보냈다.[맞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배윤제는 차로 돌아와 액자를 조심히 내려놓았다.정다인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불쌍한 척했다.“윤제 씨,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허지연 씨 말만 믿은 건 제 잘못이에요. 저는 단지... 강하율 씨가 윤제 씨 곁에 남아 있는 게 싫었을 뿐이에요.”정다인은 또 한 번 물러서는 척하며 동정을 사려고 했다.배윤제는 눈가를 주무르며 말했다.“다음에는 그러지 마. 강하율은 네 자리를 위협할 수 없으니까.”“네.”정다인은 배윤제의 어깨에 기대며 은근히 그를 유혹했으나 배윤제가 손을 빼내면서 말했다.“나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기사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였지만 인내심이 바닥난 듯 약간의 짜증이 느껴졌다.정다인은 순간 움찔했지만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정다인의 집으로 향했다.늦은 시간에 딸이 돌아오자 정다인의 엄마는 의아해했다.“윤제는? 윤제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정다인의 엄마가 물었다.“묻지 말아요. 짜증 나니까.”정다인도 더 이상 착한 척하지 않았다.정다인의 엄마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그녀가 말을 끝맺자마자 정다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배윤제일 거로 생각한 정다인은 발신자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으나 전화를 건 사람은 허지연이었다.“정다인 씨, 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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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정다인은 강하율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를 갈았다.“강하율은 절대 아니에요!”그렇게 좋은 기회가 있었다면 강하율은 절대 배윤제와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정다인의 엄마는 자료를 꺼내 들었다. 맨 위에는 강하율과 또 다른 여자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이 놓여 있었다.“둘이 동갑이야. 배윤제가 사고를 당했을 때, 주변을 탐문해 보니 여러 사람이 그 애들이 근처에 있었다고 했어. 지형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시간대도 맞아야 하는데... 그 두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건 둘뿐이야. 그러니까 이 중 한 명이겠지.”정다인은 사진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다가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당시 열세 살이었던 정다인은 부모를 따라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했었다.그때 호텔은 부자라면 모두 즐겨 찾는 장소였는데 정다인의 가족들은 그저 얼굴을 비추는 수준에 불과했고 가장 중심에 서 있던 건 당연히 배씨 가문이었다.배윤제가 납치된 것도 바로 그때였다.납치범들은 한 집안의 운전기사와 직원을 가장해서 호텔의 보안 상황을 파악한 뒤 납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처음에는 모든 게 순조로웠으나 중간에 한 여자아이가 갑자기 나타났고, 호텔을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가기 위해 납치범들은 그 아이까지 함께 납치해 버렸다.배윤제는 그 여자아이와 함께 하루를 꼬박 보냈고, 그 여자아이가 납치범들의 시선을 끌어 시간을 벌어 준 덕분에 배윤제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배씨 가문 사람들은 회사에 영향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배윤제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그날 밤 바로 배윤제를 해외로 보내서 요양하게 했다.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아무런 정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그래서 정다인이 그토록 쉽게 그 자리를 가로챌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고 보면 납치범 덕을 본 것도 있었다. 아이들이 떠들지 못하게 하려고 그들은 아이들에게 약을 먹였고, 또 아이들의 눈도 가려 두었다.배윤제는 약을 상당히 많이 복용하여 납치당한 동안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고, 깨어있던 여자아이가 배윤제에게 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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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강하율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와 경쟁한단 말인가?회상이 끝나고 정다인은 천천히 평정심을 되찾았다.정다인의 엄마는 딸이 차분해진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이해 안 가는 게 있어. 만약 강하율이라면 배윤제가 못 알아봤다고 쳐도 강하율은 배윤제를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내 생각에는 이름을 바꿨다는 그 여자아이가 맞는 것 같아.”정다인은 코웃음을 쳤다.“누구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제가 전부 없애 버릴 거니까요. 후환은 남기지 말아야 하는 법이잖아요.”“그런데 허지연은 왜 내버려두는 거니? 걔는 아는 게 너무 많아.”정다인의 엄마가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언제 가만히 내버려두겠대요? 엄마, 저한테 기소정 씨의 결혼 소식을 알려준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배윤제를 통해서 기소정을 알게 됐다면서.”정다인의 엄마가 되물었다.“아니요. 배윤제 씨 할머니가 알려주신 거예요. 게다가 저한테 미리 귀띔까지 해 줬죠...”정다인이 엄마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고, 그 순간 정다인의 엄마는 흠칫했다.“그러면 허지연을 내버려둔 건... 설마...”“희생양이 필요하잖아요. 지금 회사에 허지연이 팀장 자리 때문에 강하율을 모함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역시 넌 주도면밀하다니까. 하지만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돼. 네 아빠 말이야. 요즘에 회사 일 때문에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곧 윤제 씨 아내가 될 테니까요.”정다인은 옅게 웃었다....다음 날 강하율은 평소처럼 출근했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허지연이 총괄 사무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허지연은 곧장 강하율 앞으로 다가갔다.“기분 좋겠네. 그런데 아쉽게 됐어. 난 아무 일 없거든. 화가 나지?”강하율은 흠칫했다. 윗선에서 사태를 축소하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허지연에게 처분조차 내리지 않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허지연은 강하율의 표정을 쓱 보더니 더는 착한 척 연기할 생각도 없는 건지 강하율에게 다가가서 속삭였다.“그 사진 봤어. 그러니까 대표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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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강하율은 출력한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그 위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양지원의 사인을 보는 순간 그녀는 머릿속이 멍해졌다.양지원은 어머니가 직접 선택해서 키운 사람인데 왜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아주 잠깐이지만 강하율은 당장 양지원을 찾아가서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성이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강하율은 문득 입사 초기에 양지원이 해 주었던 말이 떠올랐다.“행동하기 전에는 늘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해.”그동안 양지원은 강하율을 열심히 키웠다. 마치 예전에 강하율의 어머니가 양지원을 키워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다면 굳이 일을 키워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래서 강하율은 일단 기씨 가문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본 뒤 판단하기로 했다.마음을 가다듬은 뒤, 강하율은 들고 있던 자료를 전부 찢어 버렸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화장실로 들고 가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그런데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허지연이 다가왔다.“강 팀장님, 여기 계셨네요. 부총괄님이 찾으세요. 기씨 가문 사람들이 오셨대요.”“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강하율은 허지연의 의기양양한 눈빛을 무시하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허지연은 강하율의 대수로워하지 않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배윤제에게 버림받은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저렇게 침착하게 군단 말인가?그리고 강하율 같은 신분을 가진 여자가 무슨 수로 한때 배윤제의 마음에 들었던 걸까?하이힐을 신은 허지연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강하율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비웃었다.“연기 그만해. 사실 지금 많이 괴롭지? 집안은 망했고, 아빠는 범죄자잖아. 대표님 마음이라도 꽉 붙잡았으면 내연녀로 살게 되어도 편히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여기서 이렇게 손님 눈치나 보면서 버틸 이유도 없었을 테고.”강하율이 걸음을 멈췄다.예전에 배윤제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배윤제도 허지연과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집안이 망하고, 아버지가 범죄자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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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허지연은 비교하는 걸 좋아했다. 특히 강하율과 비교하는 걸 더 좋아했다.강하율이 배윤제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허지연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라 강하율이 무슨 자격으로 배윤제와 사귀냐는 의문이었다.그러니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정다인의 계획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지도 몰랐다....호수가 보이는 스위트룸 안.강하율은 문 앞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사원증을 보여 준 뒤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사람이 보이기도 전에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다인 씨는 정말 세심하네요. 여기 준비된 것들 전부 마음에 쏙 들어요.”“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사모님, 그리고 기소정 씨. 여기 제가 준비한 차를 한번 드셔 보세요.”강하율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기소정의 엄마 김혜은은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려던 참이었는데 강하율의 얼굴을 보자마자 찻잔을 놓쳤고, 그 탓에 찻잔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그쪽은 누구예요?”겁을 먹은 김혜은은 뜨거운 차를 신경 쓰지도 못한 채 벌떡 일어나 강하율을 가리켰다.강하율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자신을 소개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호텔 세일즈팀 강하율입니다.”“강하율? 성이 강씨예요?”“네.”강하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혜은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옆에 있던 기소정이 엄마의 손을 잡아당겼다.“엄마, 왜 그렇게 놀라요?”그제야 김혜은은 정신을 차린 듯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돌려 정다인을 바라봤다.“정다인 씨, 저 사람은 왜 온 거죠?”정다인 역시 의아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설명했다.“사모님, 저희 호텔에서는 기소정 씨의 결혼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세일즈팀에서 매우 유능한 직원을 특별히 배치했어요.”“아니...”김혜은이 사양하려는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자기야, 나 왔어. 내가 뭘 가져왔는지 봐봐.”남자 한 명이 아름다운 장미 한 다발을 안고 안으로 들어왔다. 꽃잎에 이슬이 맺혀 있어 매우 싱그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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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강하율은 기소정의 결혼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한발 물러섰다.정다인이 앞에 나서고 싶어 하니 그녀가 나서게 두면 되었다.그런데 강하율이 뒤로 물러서자마자 조익현이 기소정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섰다.“어머님, 호텔은 마음에 드세요? 소정이가 이곳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해외에서 하는 것처럼 야외에서 하고 싶대요.”김혜은은 야외 결혼식이라는 말을 듣자 곧바로 미간을 좁혔다.국내 결혼식은 성대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야외 결혼식을 한다면 하객이 몇 명이나 앉을 수 있을까?‘창피하게.’김혜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익현아, 결혼식은 애들 소꿉장난이 아니야. 나랑 소정이 아빠에게 친척이랑 지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이 바짓단에 진흙을 묻혔으면 좋겠니?”“엄마...”기소정은 엄마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조익현은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저는 그냥 소정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저는 좋아요. 야외 결혼식이 얼마나 로맨틱한데요. 여기는 경치도 예뻐서 사진도 엄청 잘 나올 거예요.”김혜은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그때 정다인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사모님, 기소정 씨, 조익현 씨.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오전에는 야외 결혼식을 진행하고, 점심 무렵에 가족 중심의 본식을 진행한 뒤 그다음에 파티를 여는 거예요.”그 말을 들은 조익현은 몸을 돌려 정다인을 바라봤다.그는 눈을 반짝이더니 곧 신사처럼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성함이...”“정다인이라고 합니다. 호텔 세일즈팀 부총괄이에요.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세 분은 윤제 씨 지인들이니, 저에게도 소중한 분들이니까요.”정다인은 일부러 배윤제의 이름을 덧붙였다.강하율은 잠시 멈칫했다가 정다인의 눈빛에서 미묘한 기색을 읽어 냈다.여자의 직감은 대개 정확한 법이라 정다인 역시 조익현의 이상한 기색을 감지한 듯했다.조익현이 되물었다.“정다인 씨도 윤제 씨 지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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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그럴 리가요. 저희 부총괄님께서는 부하 직원을 굉장히 아끼시는 분이라 배려해 주신 거예요. 제가 차를 다시 우려서 내올 테니 말씀 나누세요.”강하율은 몸을 돌려 차를 우리러 갔다. 그녀가 찻잎을 찾는 동안 등 뒤에서 간간이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김혜은이 말했다.“소정아, 난 저 강하율이라는 사람은 못 믿겠어.”기소정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엄마, 제 결혼식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조익현이 곧장 거들었다.“어머님, 저는 소정이 말에 따를게요.”정다인도 맞장구쳤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강하율 씨는 저희 쪽에서 유능하기로 손꼽히는 직원이에요.”강하율은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김혜은은 노골적으로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고 처음 마주쳤을 때의 반응도 이상했다.그래서 강하율은 김혜은이 자신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강하율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정다인 씨가 윤제 씨 여자 친구라면, 혹시 배윤호 대표님을 초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분은 사적인 자리에 거의 안 나오신다고 들었지만, 익현 씨를 한번 그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거든요. 익현 씨가 그분이랑 윤제 씨를 정말 존경하거든요.”말한 사람은 기소정이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팔꿈치로 조익현을 툭 쳤고 조익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배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모두 재계의 거물이잖아요. 제가 존경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남자 친구가 칭찬을 받자 정다인은 자기도 모르게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그러나 정다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배윤호가 누구인가.배씨 가문의 집안 어른들조차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해야 하는 인물 아닌가?그가 과연 정다인의 부탁을 받고 사적인 행사에 참석할까?물이 끓은 뒤 강하율은 다시 차를 우렸고 자리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기소정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율 씨, 제가 어떤 차를 우려달라고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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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김혜은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강하율은 그녀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신분이 달랐고 만약 김혜은이 핑계를 대며 강하율이 이 결혼식에서 손을 떼게 한다면 더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그런 생각이 든 강하율은 공손하게 차를 따랐다.“사모님, 차 드세요.”“그래요.”김혜은은 짧게 대꾸한 후 그 뒤로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방 안.정다인은 기소정의 뒤에서 잘 어울릴 것 같은 주얼리를 골라주고 있었다.그리고 조익현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끔 미소를 지었다.기소정은 메이크업을 받는 와중에 눈을 가늘게 뜨고 조익현을 힐끔 보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정다인 씨, 오늘 고생 많았어요. 윤제 씨가 그렇게 서둘러 둘 사이를 공개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렇게 능력이 좋은데 굳이 다른 사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주얼리를 만지작거리던 정다인은 잠시 멈칫하며 작게 웃었다.“강하율 씨는 자기만의 강점이 있거든요. 제가 그 점에서는 좀 밀려서요. 그리고 호텔에서 이렇게 배치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무심한 말인 듯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특히 소파에 앉아 있던 조익현은 휴대폰을 보다가 그 말을 듣고 대꾸했다.“세일즈는 원래 힘든 법이죠.”정다인은 미소 지었다.“강하율 씨는 저희 세일즈팀에서 승진 속도가 가장 빠른 직원이에요. 얼마나 힘든지는 본인만 알겠죠.”“그래요.”조익현은 짧게 대꾸한 뒤 고개를 숙여 차를 마셨다. 그는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정다인은 주얼리를 하나 들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소정 씨, 이게 오늘 메이크업이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어떠세요?”기소정은 거울을 통해 한동안 조익현을 빤히 보다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정다인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잠시 후, 그녀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방에서 나오려고 했다.그런데 조익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제가 배웅해 드릴게요. 마침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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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정다인이 먼저 밖으로 나간 뒤 돌아서서 말했다.“저는 다른 고객님을 맡아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떠나자마자 강하율의 휴대폰에 조익현의 메시지가 도착했다.[아까 몸에서 좋은 향이 나던데 무슨 향수 쓰세요?]강하율은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향이 난다는 말인가?해외에서는 무턱대고 상대에게 향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플러팅이었다.답장을 하려니 그의 플러팅을 받아준 것 같고, 답장을 하지 않으려니 조익현이 고객을 무시했다는 컴플레인을 걸지도 몰랐다.강하율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지적해도, 기소정의 약혼자인 조익현이 강하율이 괜한 착각을 한 거라고 잡아뗀다면 방법이 없었다.결국 거듭 고민하던 강하율은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살짝 웃었다.강하율은 기소정과 김혜은, 조익현, 그리고 총괄 양지원과 정다인을 초대해서 채팅방을 만들었다.[기소정 씨, 제가 쓰는 향수는 이 브랜드예요. 마음에 드신다면 결혼식장에 비슷한 계열의 아로마 캔들을 더 준비해 드릴 수 있어요. 조익현 씨는 기소정 씨를 정말로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기소정 씨께서 이런 향기를 좋아한다는 걸 아시고 저희에게 많이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셨거든요.]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양지원이 상황을 파악하고 곧바로 답했다.[기소정 씨, 저희 호텔에서는 아로마 캔들을 무료로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기소정 씨께서 계신 방으로 샘플을 보내드릴 테니 조익현 씨와 함께 골라 보세요.]기소정이 답했다.[네.]그 뒤로 조익현은 더 이상 강하율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강하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정다인이 메시지를 보냈다.[강하율, 배윤호 대표님께서는 오후에 사무실에 계시니까 네가 배윤호 대표님께 기소정 씨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해.]분명히 한글인데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단어 조합들이었다.정다인과 배윤제는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두 사람 모두 제멋대로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강요했고 그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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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정다인은 배윤제를 찾아갔다가 그가 강하율을 데리고 오라고 하는 걸 들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가봤자 못 올 거예요. 강하율 씨 지금쯤 아마 다른 일로 바쁠 테니까요.”배윤제가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 근무 시간인데 왜 온 거야?”“부대표님.”정다인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배윤제를 불렀다.“기소정 씨 결혼식 관련해서 보고를 드리러 왔어요. 기씨 가문에서는 저희가 준비한 것에 아주 만족한다고 했어요.”“그래.”배윤제가 화제를 바꿨다.“방금 강하율이 다른 일로 바쁠 거라고 했지? 무슨 일인데?”정다인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책상 위에 복원된 액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순간 표정이 흔들릴 뻔했지만 그녀는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며 겨우 표정을 다잡았다.정다인은 강하율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배윤제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기소정 씨가 배윤호 대표님을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는 원래 윤제 씨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강하율 씨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직원들 말로는 강하율 씨가 평소에도 자주 개인적으로 고객을 찾아가 설득하는데 마지막에는 꼭 승낙을 받아낸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지금쯤... 배윤호 대표님 사무실에 있을지도 몰라요.”배윤제가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기숙사 일로 혼내지 않았다고 형이 자기편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자기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그래도 강하율 씨는 세일즈팀에서 실적이 가장 뛰어난 직원인데 나름대로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정다인이 은근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배윤제는 책상 위 액자를 흘끗 바라봤다.원래는 강하율에게 깜짝선물을 주려 했는데, 오히려 그녀가 자신에게 서프라이즈를 안겨준 셈이었다.그때 장천우가 들어왔다.“도련님, 강하율 씨는 지금 꼭대기 층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배윤제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비록 그는 배윤호가 강하율에게 호감을 느낄 리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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