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배윤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형이 그만큼 무자비하니까!”배윤호가 칼을 휘두르던 모습은, 예전에 그가 누군가의 손가락을 잘라내던 장면보다 백 배는 더 무서웠다.강하율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강하율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 떨다가 잠시 뒤 겨우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야식을 들고 온 안혜슬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강하율에게 깜짝선물을 해주려던 참이었는데 강하율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마자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강하율을 끌고 가서 자리에 앉혔다.“하율아, 왜 그래?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어디 아파?”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강하율은 안도감이 밀려왔다.그녀는 그대로 안혜슬을 끌어안았다.“나 말이야...”강하율은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배윤호가 위험에 처했었다는 것만 간단히 말했다.그가 사람을 죽일 뻔했다는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비록 강하율도 십 년 넘게 재벌가 딸로 살았지만 어렸을 적 그녀는 부모님의 보호를 받으며 컸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가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세상이 얼마나 험악한지,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악한지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안혜슬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살인이라는 건 그녀에게 너무 먼 이야기였다.강하율이 어떻게 이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아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안혜슬이 오히려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하율아, 위험한 상황에서 우산 끝으로 상대를 찔렀다고?”“응...”강하율은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와, 너 진짜 대단하다. 나였으면 아마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했을 거야.”“잠깐, 그 상황이... 무시무시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강하율은 비에 섞여 흐르던 핏물과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다.안혜슬은 턱을 괴고 강하율의 맞은편에 앉아서 말했다.“뭐 어쩌겠어?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나는 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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