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Kabanata 251 - Kabanata 260

497 Kabanata

제251화

“아?”양승아가 혀를 찼다.“제가 반드시 먼저 찾아내고 말겠어요.”“그런 식으로 조사해서는 아무 성과 없을 거야.”배윤호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무심하게 대꾸했다.“그럼 어떻게...?”“우선은...”“알겠습니다. 참, 강하율 씨가 새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오늘 배윤제 씨도 다녀갔다는데, 대표님은 안 가세요?”양승아가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정리할 시간은 줘야지.”그게 새로 이사한 집이든, 혹은 자기 마음이든....새집에서 보낸 첫날 밤은 무척 달콤했다.다음 날 아침, 강하율은 가벼운 몸으로 안혜슬과 만나 셔틀버스를 기다렸다.이사한 뒤로 출근길마저 훨씬 편해졌다.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두 사람은 커다란 주먹밥을 하나씩 들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뒤쪽에서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봤어? 아침 일찍 인사 공지 떴더라. 허지연 해고됐대.”“정말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니까. 평소엔 그냥 자랑하기 좋아하는 줄만 알았더니, 뒤에서 동료를 함정에 빠뜨릴 줄이야.”그 말에 강하율은 입안의 주먹밥을 채 삼키기도 전에 서둘러 휴대폰을 켰다.호텔 단체 채팅방 상단에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허지연의 해고 사유는 ‘직무 태만 및 동료와의 불화’로 다소 모호했다.하지만 어제 배윤제가 대놓고 허지연에게 독박을 뒤집어씌운 터라 다들 속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뻔했다.안혜슬이 말했다.“대단한 백이라도 잡은 것처럼 유세 떨 땐 언제고, 자기가 모함당하고 쫓겨나는 줄은 꿈에도 몰랐나 보네.”강하율은 한숨을 내뱉었다.호텔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고, 짐을 챙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허지연이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상자 속으로 거칠게 집어 던지고 있었다.그러다 사람들을 발견하는 순간, 눈을 부라리며 짐을 챙겨 들고 성큼성큼 다가왔다.“뭘 그렇게 쳐다봐요? 나야 뭐, 돈 받고 나가는 거니 오히려 잘됐죠. 이제 더는 이런 곳에서 남 시중이나 들 필요 없거든요.”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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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하지만 역시 구관이 명관이었다.양지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강하율의 시선을 받아냈다.“내 밑에 있는 사람이 잘못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말투였다.강하율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나 싶었다.그동안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알고 있었기에 설령 무언가를 숨긴다고 해도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하리라 생각했다.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총괄님, 저 잘 해낼 수 있어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양지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말 많이 컸구나. 네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셨다면 분명 기뻐하셨을 텐데. 다만 만사 조심하는 걸 잊지 마.”“네, 명심할게요.”“가봐. 김혜은 씨가 강 팀장 찾더라.”양지원이 덧붙였다.“무슨 일로 절 찾는지 아세요?”“보나 마나 결혼식 때문이지. 지금쯤 아마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을걸.”양지원의 말투에는 묘한 여운이 서려 있었다.강하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혜은을 찾으러 예식장으로 향했다.김혜은은 절반 이상 꾸며진 예식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딸의 혼사가 걱정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빛이 무척 복잡해 보였다.강하율이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사모님, 저 찾으셨어요?”김혜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정이가 기어코 조익현에게 시집을 가겠다네. 가끔은 이 모든 게 다 업보인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군.”업보라니?강하율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서두른다고 될 일 아니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게다가 따님이 왜 그렇게 조익현한테 목을 매는지 엄마로서 모를 리 없을 텐데요.”그 말에 김혜은이 고개를 홱 돌려 강하율을 노려보았다.“너, 뭘 알고 있는 거지?”“그건 사모님이 저한테 어디까지 보여주실지에 달렸겠죠. 제 생각에 따님은 그저 연애에 올인하는 스타일인 것 같거든요.”강하율이 덤덤하게 자기 입장을 전했다.김혜은은 무의식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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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빵 봉지를 막 뜯으려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혜슬아? 여긴 어쩐 일이야?”강하율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맛있는 거 가져다주려고 왔지.”안혜슬은 앞으로 다가와 아주 고급스러운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한눈에 봐도 평범한 가게 물건은 아니었다.강하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너 돈벼락이라도 맞았어?”안혜슬은 태연하게 허리를 숙이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당연히 내가 산 거 아니지. 누군지 모르겠어?”“내가 무당이야? 그걸 어떻게 맞춰.”강하율이 농담을 건넸다.“에이, 모른 척하기는.”안혜슬이 웃으며 덧붙였다.“배 대표님이야.”상자를 열려던 강하율의 손이 멈칫했다.“응? 내가 밥도 못 먹은 걸 그 양반이 어떻게 알았대?”“야, 지금 호텔에 너 혼자 독박 쓰고 개고생하는 거 모르는 사람 없어. 얼른 먹어. 대표님 성의 봐서라도.”안혜슬이 재촉했다.상자를 열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심지어 시내 유명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였다.강하율은 얼른 한 입 맛보았다. 배고픈 단계를 지나쳐 잠잠했던 식욕이 무섭게 돋구어졌다.주변에 동료들이 없었다면 체면 가리지 않고 폭풍 흡입했을 정도였다.그녀는 무심결에 사진을 한 장 찍어 배윤호에게 보냈다.[잘 먹을게요. 진짜 맛있네요.][음, 직접 가서 먹으면 더 맛있어.]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나중에 제가 한턱낼게요.]강하율이 대답했다.[그래.]이 과정을 지켜보던 안혜슬이 웃음을 터뜨렸다.“특별한 사랑을 특별한 너에게, 역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군.”“풉, 가사라도 읊는 줄 알았네.”강하율이 음식을 계속 입에 넣으며 대꾸했다.“무섭다 어쩌다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사진까지 찍어 보내는 것 봐. 진짜 맛있다고? 너 그거 몰라? 그냥 예의상 하는 말에는 ‘진짜’ 같은 단어 잘 안 붙이거든.”안혜슬이 예리하게 분석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냥 고맙다고 인사했을 뿐인데.”“어련하시겠어요. ‘진짜 맛있어서’ 다음번에 같이 밥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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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강하율은 기세등등해진 정다인을 보며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은 디저트까지 알뜰하게 챙겼다.역시 공짜라 그런지 맛도 더 좋았다.이번에 터진 조익현의 악행은 국내외를 막론한 온갖 추잡한 사건들을 망라했다.여성들에게 약을 먹이고 영상을 불법 촬영한 것도 모자라 마카오에서 진 도박 빚만 무려 몇백 억에 달했다.기소정과 결혼하려던 것도 사실 혼수로 빚더미를 청산하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이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해외 미제 살인 사건까지 연루되었는데,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집안에서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뒤를 봐줬기 때문이었다.소문에 의하면, 친구 애인에게 흑심을 품고 약을 먹였다가 상대방이 거부하자 치사량 조절 실패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게다가 이 사실을 들키자 신고당할까 두려운 나머지 그대로 차를 몰아 친구를 들이받아 버렸다.결국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조씨 가문이 필사적으로 은폐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성격상 진작 해외에서 결혼식을 치르고도 남았을 터였다.이미 업계에서 이름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상황이라 도망치듯 국내로 숨어 들어 식을 올리려던 속셈이었다.기씨 가문 사람들은 줄곧 기소정을 설득해 왔으나 그녀는 매번 기대를 저버렸다.처음에는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는 조익현의 거짓 사과에 속아 넘어갔고, 나중에는 본의 아니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약물에 손을 대고 말았다.기소정의 부모님이 은밀하게 딸의 재활을 돕는 동안, 조익현은 도리어 그 약점을 이용해 그녀를 제멋대로 휘둘렀다.결국 기씨 가문은 조익현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기소정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조익현의 살인 사건을 덮어줘야 했고, 양가의 체면을 세우려고 결혼식까지 강행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이제 조익현의 추악한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기소정이 ‘사랑에 눈먼 여자’라는 소문도 파다하게 퍼졌다.대중들은 그녀가 조익현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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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말도 안 돼요! 재료 준비는 아무리 빨라도 이틀 전인데, 어떻게 나흘 전부터 주문이 들어가요?”강하율은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다.“하율 씨 이름으로 결재가 올라왔기에 내가 승인해 줬죠. 워낙 자신만만해하길래 사모님이랑 얘기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럼 어떡해요? 기씨 가문에서 주문한 해산물 양만 해도 진짜 어마어마해요. 호텔에 위약금 다 물어내야 할 판이네.”뜻인즉슨 그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것이었다.강하율은 몸을 돌려 컴퓨터를 확인했다.화장실에 다녀온 틈을 타 누군가 그녀의 계정으로 발주서를 넣어버렸다.물론 직원마다 계정이 다르긴 하지만 누군가 작정하고 뒤에서 조작한다면 막기 어려웠다.같은 부서인 정다인은 권한이 높긴 해도 그녀의 컴퓨터까지 손댈 능력은 없었다.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배윤제뿐이다.관리자 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쯤은 전화 한 통이면 충분했으니까.배윤제가 자신을 굴복시키려고 업무는 물론 수억 원의 빚더미에 앉히려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강하율은 그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가며 괴롭히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강하율 씨, 왜 그래요?”정다인이 걱정하는 척 물었다.강하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저 먼저 가볼게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정다인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어차피 네가 졌어.’모두가 이 세기의 결혼식이 파국을 맞을 거라고 예상하던 순간, 판을 통째로 뒤흔드는 대반전이 일어났다.김혜은 모녀가 갑자기 경찰에 신고했다.그들은 조익현이 기소정 모르게 약물을 주사하고, 나체 사진과 영상을 찍어 협박해왔다고 폭로했다.그동안 기소정이 보여준 상식 밖의 행보들이 한순간에 모두 납득이 갔다.뒤이어 강하율은 미리 포섭해둔 파파라치들에게 조익현이 기소정을 가스라이팅하며 철저히 통제해온 증거들을 넘겼다.조익현은 여성에 대한 비뚤어진 정복욕에 집착하는 변태적인 성향이 있었고, 그 때문에 비정상적인 영상과 사진들이 수두룩했다.신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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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강하율은 승리에 현혹되지 않았다.다만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기쁨만은 감추지 못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두 사람에게 소식을 전한 뒤였다.안혜슬, 그리고 배윤호.바쁜지 아직 확인 전인 안혜슬과 달리 배윤호는 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답장을 보내왔다.[손이 꽤 빠르군.]강하율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때, 윤성태에게서도 문자가 도착했다.[슈트 거의 다 됐어. 한 번 와서 피팅해보고 다시 수선해줄게.][벌써요?][몸이 워낙 좋아서 옷 만드는 맛이 나더라니까? 밤을 새워서라도 뚝딱 해치우고 싶었거든. 이거 입고 돌아다니면 우리 가게 최고의 홍보 모델이 따로 없겠네.]강하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마치 노련한 장난꾸러기 같은 윤성태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알겠어요, 한번 물어볼게요.]강하율은 다시 배윤호에게 의사를 물었다.[퇴근하고 기다려.]그녀는 이 한마디를 족히 5분 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기분 탓인지 왠지 모를 묘한 기류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한참 생각에 잠긴 와중에 김혜은이 갑자기 초대장을 보내왔다.[이번 연회에 너도 손님으로 참석해. 여기 오면 이유 알게 될 거야.]의미심장한 말투에는 분명 숨겨진 뜻이 있어 보였다.[네, 알겠습니다.]일단 수락은 했지만 당장 입고 갈 드레스를 어디서 빌려야 할지 막막했다.퇴근 무렵까지 온라인상에서는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반면, 호텔 안은 폭풍 전야처럼 평온하기만 했다.단지 정다인의 행방이 묘연한 것만 빼면....배진 그룹.오늘은 본사에서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배윤제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회의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그룹 내 최연소 임원 중 한 명으로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원로들에게도 꽤 인정받아왔다.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들은 그가 쌓아온 호감을 순식간에 깎아 먹고 말았다.회의실에는 예전 같은 찬사 대신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나중에 배윤호가 들어서고 나서야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무연산 개발 프로젝트, 이제 실행 단계로 넘어갔습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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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배윤제가 서둘러 앞을 가로막았다.“형, 진도는 최대한 빨리 따라잡을게. 우리 둘이 같이 밥 먹은 지도 오래됐잖아. 오늘 저녁 술이나 한잔하자.”“선약 있어.”배윤호가 걸음을 옮겼지만 배윤제의 손은 여전히 허공에 멈춰 있었다.이내 눈앞의 팔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또 할 말이 남았나?”“아니. 참, 이번 주에 엄마 오시는 건 알지? 가볍게 모임 여실 거래. 거기 강하율도 초대했나 봐.”배윤제는 말을 이어가며 배윤호의 안색을 살폈다.하지만 배윤호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을 뿐, 아무런 동요 없이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회의실에 홀로 남게 된 배윤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때 장천우가 걸어 들어왔다.“도련님, 부하가 얘기하길 김혜은이 강하율 씨를 연회에 초대했다고 하네요.”“사모님이?”잠시 생각에 잠겼던 배윤제가 모든 상황을 깨닫고는 코웃음을 쳤다.“강하율,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네? 감히 나를 제쳐두고 직접 김혜은이랑 거래해?”“강하율 씨가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손 좀 쓸까요? 듣기로는 기씨 가문 연회를 거의 독점한 덕분에 호텔 측에서도 정다인 씨보다 강하율 씨를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랍니다. 원래 부총괄 후보였던 만큼 자칫 정다인 씨 입장이 곤란해질까 걱정되네요.”배윤제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말할 테니까. 강하율이 새로 이사한 집 주소는 알아냈어?”장천우가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그게... 누구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은지 정말 귀신도 모르게 이사를 했더라고요.”“지금은 어디에 있지?”“확인해 보니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고 합니다.”그 말을 듣자 배윤제는 무언가 짐작 가는 게 있는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배윤호의 차를 뒤쫓기 시작했다.신호 대기에 걸렸을 때, 양승아가 백미러를 힐끗 보며 말했다.“대표님, 배윤제 씨가 따라붙었어요.”배윤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했다.“평소 실력 어디 갔어? 이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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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배윤호가 말을 이어가며 가까이 다가오자 강렬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분명 차가운 성격의 남자였지만, 왠지 모르게 몸이 후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던 찰나 가게 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윤성태가 귀 뒤에 펜을 꽂으며 말했다.“둘이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 비 오니까 운전 조심하고. 아, 근데 가게에 우산이 하나도 없네?”강하율이 우산꽂이를 훑어보았으나,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윤성태가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어서 가봐. 젊은 사람들끼리 할 말도 많을 텐데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결국 강하율은 배윤호를 따라 가게 밖으로 나왔고,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같이 쓴 채 차를 향해 걸어갔다.비바람이 몰아치자 강하율이 몸을 움츠렸다.순간, 어깨가 단단히 죄어오더니 그대로 넓은 품에 안겼다.“젖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아, 네...”강하율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딱 붙어 걸어갔다.귓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한데도 배윤호의 심장 박동이 선명하게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말도 안 돼.’강하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고 걸어갔다.자신의 엉뚱한 상상을 배윤호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그래서 곁을 스쳐 지나가는 차 한 대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다름 아닌 배윤제였다.그는 강하율과 연락이 닿지 않자, 문득 예전에 어머니의 원피스 때문에 속상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며칠 뒤면 강진철을 만나러 가야 했기에 어떻게든 원피스를 만들 방법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그렇다면 올 곳은 윤성태의 가게뿐이었다.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윤성태는 강하율이 되돌아온 줄 알고 원단을 정리하며 입을 뗐다.“뭐 두고 간 거라도 있니?”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실례했네요. 우리 아들인 줄 알았어요.”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 어떤 일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속으로는 훤했다.그는 강하율이 배윤제와 엮이기 싫어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배윤제는 가게 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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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윤성태는 입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반면, 레스토랑.강하율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저희 레스토랑에서 크리스마스 인증샷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참여하시면 디저트를 드려요. 두 분 외모가 워낙 훌륭하셔서 한번 도전해 보시겠어요?”종업원은 아주 정중하고 진지한 태도였지만, 눈앞의 남자가 배윤호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듯했다.평소 언론 노출이 거의 없었기에 일반인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강하율은 종업원이 내민 디저트 사진을 확인했다. 하트 모양의 사과 디저트는 누가 봐도 커플용이었다.이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아니요. 저흰...”“그러죠.”배윤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묘한 눈빛으로 강하율을 바라보았다.“먹고 싶으면 먹어.”“...”그게 아닌데!강하율은 배윤호가 또 오해했다는 걸 직감했다. 틀림없이 자신이 커플 디저트를 노리고 일부러 이 시간에 맞춰 여기 오자고 했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배윤호가 그녀를 빤히 응시하며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어?”이는 마치 강하율에게 거짓말이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었다.결국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하지만 사진을 찍어야 한다잖아요. 우리 둘이... 좀 불편하시지 않겠어요?”그 말을 듣자 배윤호는 곧장 종업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찍으면 됩니까?”종업원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두 분이 나란히 앉아서 한 장만 찍어주시면 돼요. 저희 매장 게시판에 전시해둘 예정이거든요.”배윤호가 이런 일에 동의할 리가 없었다.강하율이 어떻게든 핑계를 대며 상황을 넘겨보려던 찰나, 옆으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남자의 체취가 서서히 그녀를 감쌌다.배윤호가 의자를 끌어당겨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신체 접촉은 없었고, 단지 팔을 들어 그녀의 의자 등받이에 살짝 걸쳤다.닿을 듯 말 듯, 옷자락 하나 겹치지 않았음에도 맞은편에서 사진을 찍어주려던 종업원은 이미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보기 드문 선남선녀의 등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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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식사를 마친 후, 배윤호는 강하율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하지만 입구에 도착하자 차단기가 거짓말처럼 올라갔다.강하율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배윤호는 창밖을 보며 가볍게 헛기침했다.“너도 여기 살아? 요즘 호텔과 회사를 오가야 해서 이쪽으로 이사했거든.”강하율이 놀라고 있는 사이, 양승아는 그녀가 사는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배윤호도 같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그녀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물었다.“설마 같은 동이에요?”“응.”조각 같은 차가운 얼굴에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강하율의 머릿속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이 집, 오빠 거예요?”양승아는 혹시라도 오해가 생길까 봐 얼른 대답했다.“그건 아닙니다.”강하율이 막 안심하려던 찰나, 양승아가 말을 이었다.“이 단지 전체가 대표님 소유거든요.”“...”“다른 게 아니라, 대표님께서 이사하기 전 아파트가 너무 위험하다고 걱정하셨거든요. 그때는 배윤제 씨였으니 망정이지, 만약 모르는 남자였다면 하율 씨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예요.”양승아가 곁에서 거들었다.강하율은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그녀의 형편으로 이렇게 좋은 집을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아버지의 병원비에 사설탐정 비용까지 감당해야 했으니까.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배윤제를 상대할 재간이 없다는 점이었다.집 앞에서 수시로 괴롭힘을 당하는 일만큼은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배윤호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윤호 오빠, 고마워요. 그런데 월세는...”“비워두느니 누군가 사는 게 낫지. 너도 공짜로 있겠다는 건 아니잖아.”배윤호가 무심하게 대꾸했다.“아...”분위기가 순식간에 썰렁해졌다.곁에 있던 양승아는 이마를 짚었다. 배윤호가 이제 좀 여자를 달랠 줄 아나 싶었는데, 결국 또 이 모양이라니.이럴 때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점수를 땄어야 하는 것 아닌가.강하율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저랑 같은 층에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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