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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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그때 강하율은 배윤제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다른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곧바로 배윤제의 옷을 벗겼고, 그의 빨개진 등을 본 뒤 마음 아파서 눈시울까지 붉혔다.배윤제는 강하율을 끌어안고 괜찮다면서 그녀를 달랬다.그제야 강하율은 자신이 배윤제와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다는 걸 깨닫고 조금 부끄러워졌다.그런데 좀 떨어지려고 하니 배윤제가 먼저 입을 맞추며 그녀를 소파 위로 눕혔다.배윤제도 몸이 탄탄하긴 했지만 배윤호가 그보다 훨씬 더 섹시하고 몸도 더 좋았다.그러나 당시 어렸던 강하율은 다른 남자들의 몸을 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배윤제의 몸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배윤제가 행위를 이어가려는데 강하율은 마치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한 것처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배윤제는 강하율이 너무 순진한 척, 쑥스러운 척한다면서 그녀를 비웃으며 그녀에게 가만히 누워서 즐기라고 했다.배윤제가 내뱉은 말들 때문에 강하율은 곧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녀는 배윤제가 한 말들이 싫어서 배윤제를 밀어냈다.그 뒤로 강하율은 실수로 그의 상처를 건드렸고 그렇게 그 일은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하지만 그 이후로 강하율은 그런 일 자체를 몹시 꺼리게 되었고, 배윤제가 했던 말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다.강하율이 자신의 모든 걸 천천히 보여주려고 노력할 때, 배윤제는 그런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배윤제는 단지 정다인이 해외에 있는 동안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줄 존재가 필요했던 것뿐이니 말이다.정신을 차린 강하율은 고개를 숙인 채 배윤호의 상처에 다시 약을 발랐다. 다행히 상처에는 별문제가 없었다.붕대를 감고 있을 때 갑자기 배윤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너 아까 부정하지 않았어.”“...”강하율은 고개를 숙이고 붕대를 감다가 멈칫했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배윤호의 말을 이해했다.배윤호는 집주인이 남자 친구냐고 물었을 때 강하율이 부정하지 않았음을 되짚었던 것이다.강하율은 조금 전 배윤호를 칭찬했던 걸 후회했다.강하율이 대충 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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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배윤제의 말에 강하율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맞은편에 있던 이웃도 마찬가지였다.이웃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마치 바람피운 연인을 잡으러 온 드라마틱한 상황이라도 본 것처럼 말이다.강하율은 순간 몹시 난처해져 문을 닫으려 했다.그런데 배윤제가 난처해하는 강하율의 모습을 무시하고 손으로 문을 꽉 잡았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밀치고 방 안으로 들이닥칠 기세였다.강하율이 더는 버티기 힘들어질 때쯤, 그녀의 뒤에서 손이 하나 뻗어 나와서 문을 밀었다. 덕분에 문틈이 아주 작아졌다.강하율과 배윤제는 문틈 사이로 서로의 얼굴 반쪽만 겨우 볼 수 있었다.배윤제가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때 배윤제는 눈이 벌겋게 돼서 집착 어린 표정을 했다.“강하율, 마지막으로 말하는 거야. 문 열어!”“대표님, 저도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대표님을 환영하지 않으니까 이만 돌아가세요.”강하율은 또 다른 이웃이 문을 열고 나오자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대체 무슨 신분으로 저한테 명령하시는 거죠? 저 이미 퇴근했어요.”배윤제는 강하율을 노려보며 그녀를 질타했다.“강하율, 왜 자꾸 난감해질 상황을 만드는 거야?”강하율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배윤제를 바라보며 반박했다.“난감해질 상황을 만드는 건 제가 아니라 대표님이죠. 대표님만 아니었으면 저는 편히 살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자꾸 저 위하는 척하지 마세요. 대표님은 그럴 자격 없는 사람이니까.”그 말에 배윤제는 잠깐 넋을 잃었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하율의 뒤에 있던 배윤호가 힘주어 문을 닫아 배윤제의 시선을 완벽히 차단했고, 강하율은 그제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강하율은 고개를 들어 배윤호를 바라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죄송해요. 저도 이럴 줄은 몰랐어요.”순간 강하율은 자신과 배윤제가 과거 연인 관계였다는 걸 배윤호에게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배윤호를 짝사랑했다고 한 것도 다 거짓말이었다고 밝히고 싶었다.그러나 막상 입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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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김혜은은 잠시 조용해졌다. 조익현은 무사히 빠져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조익현 때문에 오히려 기소정과 배윤제가 더 화제가 되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이제는 배윤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려 있었다.[알겠어.]짧은 문자를 통해 강하율은 처음으로 한 발 빠져서 상황을 처리하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를 느꼈다.예전에는 늘 직접 위험을 감수했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 편했다.그래서 배윤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물을 끓일 때 강하율은 인터넷으로 여론을 확인했다.기소정과 조익현도 욕을 많이 먹고 있긴 했지만, 가장 심하게 비난받는 사람은 뜻밖에도 배윤제와 정다인이었다.직장인들은 영상을 보며 공감이 많이 됐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강하율이 억지로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며 억지로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셔야 했던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다.[예전에는 배윤제와 정다인이 연애한다길래 정말 부러워했는데 지금 보니 진짜 끼리끼리 만난 거였네. 업무 중에 술을 마시면서 노는 건 둘째 치고 자기 부하직원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또 문제가 생기면 부하직원한테 책임을 전부 미루다니. 부하직원이 자기 샌드백인 줄 아는 건가?][한쪽은 금수저고 한쪽은 금수저 남자 친구를 둔 여자잖아요. 남자 친구가 금수저라 낙하산으로 부총괄도 되고 참 인생 편하게 사네요.][정다인 유학한 거 다들 알고 있죠? 제 친척이 정다인이랑 같은 과였거든요? 그런데 정다인이 파티를 그렇게 좋아했대요. 엘리트는 무슨. 그 학교 다니는 학생들은 딱 두 부류예요. 돈 있고 능력 있거나, 돈 써서 학벌 세탁하는 부류. 뭐가 됐든 학교 입장에서는 돈만 벌면 그만인 거죠.][예전에 기사들 보면 배윤제가 재능도 뛰어나고 능력도 있다고 하던데 지금 보니까 다 거짓말 같네요. 부하직원들을 괴롭히고, 업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양반이 무슨 능력이 있겠어요?]그동안 배윤제가 쌓아 올린 좋은 평판이 사실상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하지만 그는 정다인을 지독하게 사랑하니 당연히 이런 건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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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강하율은 파일을 다 읽고 나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이걸 왜 저한테 보여 주시는 거예요?”“이걸로 네 몸을 지켜.”배윤호가 덤덤히 말했다.“내가 매번 타이밍 좋게 나타날 수는 없을 테니까.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이걸로 조익현과 기씨 가문을 상대하도록 해.”강하율은 당황했다.휴대폰이 충전 중이라 뜨거운 건지, 아니면 손바닥 온도가 올라간 건지 알 수 없었다.강하율은 순간 몸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물었다.“오빠, 이 일로 배윤제를 견제하려는 거예요?”배윤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너...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겠지. 싫으면 말고.”강하율은 배윤제와 4년이나 사귀었으니 미련이 남아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더 말해 봐야 아무 의미 없었다.강하율은 그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황급히 말했다.“저는 싫다고 한 적 없어요.”배윤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지금 상황에서 배윤제는 분명히 자기 자신부터 지킬 거예요. 정다인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요. 배윤제가 한 발 빠지면 저는 그때 기소정 씨를 찾아갈 생각이에요.”“기소정을 찾아가서 어떻게 할 건데?”배윤호가 물었다.“당연히 조익현 씨의 본모습을 알려줘야죠. 아무리 멍청해도 자기 집안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요?”강하율이 말했다.“강하율, 너는 지금 좀 감정적이야. 잘 생각해 봐. 기소정이 조익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왜 자기 친구가 조익현이랑 잔 걸 알았을 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걸까? 기소정은 조익현이 수세에 몰리게 됐을 때 오히려 더 걱정했었어.”“그러니까 이 증거들을 보여줘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강하율이 되물었다.“그래. 네가 보여준 증거들은 조익현이 쓰레기라는 것만 증명할 수 있어. 그건 기소정의 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못해. 배윤제도 마찬가지야. 만약 자기 이익에 문제가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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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정다인은 배윤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배윤제는 그녀의 전화를 모두 끊어 버렸다.배윤제는 분명 강하율을 찾아갔을 것이다.정다인은 씩씩대며 병실을 나섰다가 우연히 장천우가 의사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그녀는 서둘러 뒤따라갔고, 장천우와 의사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선생님, 정다인 씨가 머리를 다친 적이 없는 게 확실합니까?”“네. 기록을 보니 맹장 수술을 받은 게 다인데요.”의사가 말했다.“오래전 사건이라 흉터가 사라진 건 아닐까요?”장천우가 다급히 물었다.의사가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그럴 리가요. 일단 저희는 의료 기록을 다 남겨둬요. 그리고 다쳤다면 최소한 흉터가 남아있어야 해요. 정말 작은 상처가 아니라면 말이에요.”장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답을 얻은 상태였다.의사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장천우는 밖으로 나왔고, 걸어가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정다인의 창백해진 얼굴을 발견하지 못했다.“도련님,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는데 정다인 씨는...”탁.정다인이 장천우가 방심한 사이 그의 휴대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졌다.장천우는 곧바로 정다인의 팔을 붙잡아 그녀를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정다인 씨,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죠?”“윤제 씨한테 뭐라고 말하려던 거예요?”정다인은 날을 세우며 장천우의 앞에서 사납게 날뛰었다.장천우는 무심히 말했다.“도련님께 당신은 가짜라고 말하려던 참인데요.”“그건 절대 안 돼요!”정다인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을 해 보이며 장천우의 앞을 가로막았다.장천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가 가짜라는 걸 인정하시는 건가요? 정다인 씨, 그만 포기하세요. 도련님 성격은 정다인 씨도 잘 알잖아요.”장천우는 그렇게 말한 뒤 정다인을 밀어내고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정다인은 비틀거리다가 침대 위에 주저앉더니 고개를 돌려 장천우를 노려보며 말했다.“장 비서님, 윤제 씨가 그 사실을 안다면 저만 곤란해질 것 같아요? 잊지 말아요. 장 비서님도 저를 도와서 강하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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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장천우가 정다인의 검사 결과를 얘기하자 배윤제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검사 결과를 전해 들은 배윤제는 정다인이 바로 자신이 찾던 그 여자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그는 그동안 정다인을 의심했던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정다인을 힘껏 끌어안았다.“아직도 머리가 아파?”“아니요. 하지만 아까 깨어났을 때 윤제 씨가 안 보여서 조금 무서웠어요. 윤제 씨, 어디 갔다 온 거예요?”정다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배윤제는 침묵했다.그도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알지 못했다. 경찰서에서 강하율이 배윤호와 나란히 앉아 있던 모습만 생각하면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리고 집주인이 강하율이 남자 친구를 데리고 돌아왔다는 문자를 보냈을 때는, 정다인을 내려놓고 곧장 강하율에게로 달려갔다.비록 그 남자가 누군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배윤제는 강하율이 서서히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음을 느꼈다.배윤제는 그러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그때 정다인이 바로 그때 자신을 구해준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정다인은 배윤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윤제 씨,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조익현 씨가 그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는 그냥 강하율 씨를 떠나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강하율 씨가 윤제 씨 옆에 있는 게 싫었거든요.”그 말을 듣고 배윤제는 인내심을 발휘했다.“네 일은 내가 처리할게. 하지만 지금 호텔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건 형이야. 조익현 씨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앞으로는 절대 기소정 씨 결혼식에 관여하지 마.”“윤제 씨, 그럼 기소정 씨 결혼식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계약서까지 다 작성했는데 우리가 계약을 물리려고 한다면 호텔에도, 윤제 씨에게도 좋지 않을 텐데요.” 정다인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아주 좋은 기회를 강하율 때문에 놓치게 된 셈이었다.배윤제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강하율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지금 여론에 따르면 강하율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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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사진 속 사람을 본 순간 배윤제는 바로 깨달았다.사진 속 여자는 바로 강하율의 어머니였다.그러나 그가 알기로 김혜은은 분명 강씨 가문 사람들을 모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강하율의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 걸까?강하율이 굳이 기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정신을 차린 배윤제는 정다인을 눕히면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푹 쉬어. 내일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네.”정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곁눈질로 장천우를 한 번 바라봤고, 장천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배윤제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왔다.“장 비서, 확실한 거 맞지?”“네. 확인 결과 확실합니다.”장천우가 시선을 내려뜨린 채 대답했다.“좋아. 그렇다면 절대 정다인에게 문제가 생겨서는 안 돼. 사람을 시켜 허지연에게 입조심하라고 전하도록 해. 그리고 기씨 가문을 조사해 봐. 특히 십여 년 전 일들을 중심으로 조사해.”“도련님, 그건 왜 조사하라는 겁니까?”그 말을 들은 배윤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장천우를 바라봤다.“장 비서, 요즘 자꾸 이유를 묻네. 내가 장 비서한테 일일이 설명까지 해 줘야 해?”“죄송합니다, 도련님.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다음 날 아침.강하율은 누군가 엿보는 듯한 기분에 밤새 깊이 잠들지 못했다.그런데 마침 그녀가 휴대폰을 들자마자 부동산 중개인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강하율 씨, 강하율 씨가 말한 조건에 부합되는 집이 두 개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강하율이 사진을 확인해 보았다. 첫 번째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했고 월세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두 번째 집은 조금 더 컸고 월세도 더 비쌌으나 환경이 훨씬 더 좋았다.[강하율 씨, 첫 번째 집은 교통도 편리하고 월세도 싼 편이에요. 그리고 집주인이 바로 아래층에 살아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할 수 있어요.]그 문자를 보자 강하율은 오히려 마음이 식었다.배윤제는 인맥이 넓어서 지금의 집주인도 매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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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점심에 안혜슬이 도착했을 때 강하율은 짐을 반쯤 포장해 둔 상태였다.“이렇게 작은 집에 짐이 이렇게 많다고?”안혜슬은 안으로 들어오다가 문가에 놓여 있던 박스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이건 뭔데 이렇게 무거운 거야?”“그것도 배윤제가 줬던 것들이야. 옷장에 넣어뒀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어. 방금 정리하다가 발견해서 이따가 전부 버리려고.”강하율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물건들을 계속 포장했다.배윤제와 관련된 것들에는 이제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안혜슬은 가방을 내려놓고 박스를 열면서 말했다.“이거 다 돈 되는 것들 아니야? 비록 배윤제가 준 거라지만...”그러나 박스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확인한 순간 안혜슬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배씨 가문 둘째 아들이 이런 잡동사니들을 선물로 줬다고? 정다인한테는 온갖 보석이랑 명품들을 갖다 바치더니. 나는 너도 그런 것들을 받아서 그렇게 깊이 빠진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이런 건 증정품 아니야? 이건 몇천 원짜리 컵인 데다가 노점상에서나 팔 법한 귀걸이에, 그냥 줘도 안 가질 것 같은 머리핀이라니. 이걸 안 버리고 놔뒀었다고? 공간 아깝게. 참나, 어처구니가 없네. 배윤제가 사는 세상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안혜슬이 머리핀을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그 위에 붙어 있던 작은 딸기 장식이 떨어졌다.강하율은 그것을 주워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예전에 배윤제 어머니랑 처음 배씨 가문에 들어갔을 때, 사실 엄청 무서웠었어. 항상 긴장해 있느라 내 생일을 잊은 적도 있었지. 그때 배윤제가 나한테 작은 케이크를 사주면서 이 머리핀을 선물해 줬었어. 그리고 항상 내 곁에 있어 줬지. 그런 환경에서 배윤제를 좋아한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몰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배윤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해줬어도 나는 그 사람을 좋아했을 거야. 비록 바람을 피운 배윤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나한테도 문제가 있지.”안혜슬이 위로했다.“아니, 넌 잘못한 거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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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안혜슬은 봉투 안에서 음료수를 꺼낸 뒤 강하율과 함께 의자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셨다.안혜슬은 음료수를 마시는 와중에 인터넷 여론을 확인했다.“하율아, 배윤제가 입장문을 냈는데?”강하율은 음료수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배윤제가 올린 입장문의 내용은 간단했는데 그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그는 정다인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걸 은근히 어필하면서 기소정을 두둔했다. 배윤제는 기소정이 기분이 좋아 술을 조금 많이 마셨고, 그래서 파티를 담당한 강하율에게 한잔 같이하자고 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했다.안혜슬은 입장문을 한 번 읽어보더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율아, 배윤제가 경찰서에서 조익현을 도와줬다고 했잖아. 그런데 입장문에서는 조익현 얘기가 쏙 빠져 있는데?”강하율은 웃으며 말했다.“기소정 어머니가 나섰겠지. 기소정 어머니는 자기 딸만 지키면 되니까. 정말 배윤호 대표님이 말한 대로 됐어. 다들 완전히 한 배를 타게 됐네.”“조익현 나락 가겠네.”“아니, 아직 끝난 건 아니야.”역시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이 울렸다.배윤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강하율은 평온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어젯밤 화를 내던 것과 다르게 배윤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강하율, 어젯밤 일은 미안해. 내가 좀 급했던 것 같아. 넌 우리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지켜보며 키운 아이잖아. 우리 어머니도 네가 나랑 헤어졌다고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걸 원치 않으실 거야.”배윤제는 강하율을 걱정해 주는 척했다.그러나 강하율은 이제 더 이상 속지 않았다.“대표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배윤제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입장문을 공유해. 그리고 내 말에 동의한다고 해. 그리고 조익현 쪽도 그냥 넘어가. 조익현이 너한테 충분히 보상하게 할게.”“필요 없는데요.”강하율은 매우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대표님의 입장문을 공유할 생각이 없어요. 대표님이 조익현 씨를 도와주는 건 대표님이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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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강하율, 기회를 줄 테니까 다시 한번 얘기해 봐.”배윤제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그가 바로 앞에 있었더라면 강하율의 목을 졸랐을지도 모른다.강하율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대표님, 정다인 씨와 백년해로하시고 자손 번성하시길 기원할게요.”“너 정말 내가 무섭지 않아?”배윤제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미묘함이 느껴졌다.“그래서요? 저를 죽이기라도 하시게요?”강하율은 배윤제에게 말을 이어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강하율이 계속해 말했다.“대표님, 대표님과 대표님 어머님께서 한때 저한테 손을 내밀어주셨던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좋았던 추억까지 망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절대 임자 있는 사람이랑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건 과거의 저와 대표님에게 미안해지는 일이니까요.”말을 마치자 배윤제가 코웃음을 치면서 또 한 번 숨을 길게 내쉬었다.“임자 있는 사람이랑은 만나지 않을 거라고? 그러면 설마 우리 형이라도 만날 생각이야? 어제 네 집에 있었던 사람, 우리 형이지? 강하율, 우리 형이 너한테 좀 잘해줬다고 벌써 넘어간 거야? 형의 신분이랑 네 신분 차이는 생각도 안 해? 너는 형의 애인이 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야.”강하율은 더 이상 자신이 진심을 다하면 상대방도 진심을 다할 거라고 믿는 예전의 순진한 강하율이 아니었다.그래서 배윤제의 말은 그녀를 자극할 수 없었다.“예전에 대표님이 저한테 조금 잘해주면서 저를 속였다는 걸 인정하시는 건가요? 비록 대표님은 이미 다 잊었겠지만, 눈이 멀거나 귀가 먼 건 아니니까 제가 예전에 어떻게 했었는지 다른 사람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그 별거 아닌 호의 때문에 4년 동안 맞춰줬는데 결말이 이런 거라니 참 씁쓸하네요. 전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잠시 적막이 흘렀다.배윤제 또한 모두 알고 있었다.강하율이 본인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를 말이다. 강하율은 예쁘고 똑똑하며 가끔은 귀엽고, 순진하고, 또 일도 잘했다.문제가 생겨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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