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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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강하율은 속이 울렁거렸지만 참고 물었다.“그 여자는 어떻게 됐어요? 기소정 씨는 알고 있나요?”두 사람은 괴로워하며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바로 옆에서 그 여자가 맞는 걸 지켜봤는데 당연히 알고 있죠.”“심지어 기소정은 그 여자가 조익현을 꼬셨다고 했어요. 정말 미친 여자죠.”그 말을 듣고 강하율은 경악했다.그녀는 기소정이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조익현이 자기 친구와 그런 짓을 한 걸 알면 최소한 결혼식을 취소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기소정은 오히려 친구에게 화살을 돌렸다.조익현을 처리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울 듯했다.그러나 강하율은 반드시 김혜은에게서 과거의 이야기를 알아내야 했다.그때 양승아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쳤다.“차가 곧 폭발할 것 같습니다! 대표님, 빨리 떠나는 게 좋겠어요. 저 사람들은 그냥 놔두죠.”배윤호는 담뱃재를 털어낸 뒤 고개를 옆으로 돌려 강하율을 바라봤다.“갈래?”강하율은 주먹을 꽉 쥐며 재촉했다.“오빠, 저 사람들이 노리는 건 저예요. 두 분은 얼른 가세요. 저는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할게요.”“너를 미끼로 쓰겠다는 거야?”배윤호는 단숨에 그녀의 속내를 꿰뚫었다.“다른 방법이 없어요.”강하율은 문제를 키워서라도 우선 결혼식을 연기할 생각이었다.배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꽁초를 비벼 끈 뒤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그는 뒷좌석에서 곧바로 칼을 꺼내 들고 두 남자의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아주 빠르게 두 남자의 화상을 입은 곳을 도려냈고, 이내 두 남자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우리한테 협조할 건지, 아니면 여기서 폭발에 휘말려 죽을 건지 선택해. 물론 여기서 죽을 거라면 막지 않겠어. 조익현은 뒤탈 없게 처리해 줬다고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할지도 모르지.”“배, 배윤호 대표님, 저희는...”“뭐?”배윤호가 두 사람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댔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두 남자의 목에서 어느샌가 피가 흘렀다.강하율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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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경찰서.강하율과 배윤호가 진술서를 작성하고 나오자 조익현 일행이 도착했다.조익현은 강하율이 주제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들어오자마자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진짜 미친 거 아니야? 나한테서 이득을 볼 수 없으니까 날 모함하려고 해?”남자들은 여자의 인생을 망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배윤호를 보는 순간, 조익현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고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배윤호가 시선을 들어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계속 말하시죠. 나도 궁금하네요. 내 사람이 당신한테서 무슨 이득을 보려고 했는지 말이죠.”강하율은 조익현의 표정을 살필 틈도 없이 곧장 배윤호를 쳐다봤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 내 사람?’배윤호는 강하율의 시선을 눈치채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직원도 내 사람이지.”“...”강하율은 괜히 혼자 착각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이때 조익현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웃었다.“대표님, 이건 오해입니다!”“오해요? 그쪽 해외 계좌로 저 사람들한테 돈을 입금한 게 오해인가요?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행동하는 게 좋겠어요. 자회사 계좌를 사용한다면 집안까지 말아먹게 될 테니까요.”배윤호가 비웃으며 말했다.배윤호가 말한 자회사는 사실 조익현의 부모가 그를 위해 세워 준 회사였다.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조익현의 체면을 세워 주고 그가 더 떳떳하게 돈을 쓸 수 있게 하려고 설립된 회사였다. 하지만 그런 회사는 조금만 파도 금방 밑바닥이 드러나는 법이었다.조익현은 그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을 건드렸는지 깨닫고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던 기소정을 바라봤다.기소정은 여전히 약혼자를 감쌌다.“배윤호 대표님, 우리 두 집안은 오래된 인연이잖아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우리가 오래된 인연이라고요?”배윤호가 차갑게 되물었다.기씨 가문과 친분이 있는 건 배씨 가문이지 배윤호가 아니었다.그리고 기씨 가문은 배윤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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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배윤제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강하율, 왜 일을 자꾸 키우려는 거야? 너 다친 것도 아니잖아. 뭘 그렇게까지 따지려고 해?”“다치지 않았다고요? 누가 그랬는데요?”강하율이 되물었다.“그건...”배윤제는 뒤따라 들어온 정다인을 바라봤다.비록 배윤제도 가끔 정다인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정다인이 하는 말과 행동은 모두 예전과 똑같았다. 그래서 배윤제는 자신이 괜히 정다인을 의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그래서 확실한 단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가 기억하는 그 어린 소녀를 믿기로 했다.정다인은 배윤제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강하율 씨, 기소정 씨와 조익현 씨는 약혼한 사이고 곧 결혼식도 올려야 해요. 그런데 이렇게 물의를 일으킨다면 예비부부인 두 사람에게 굉장히 안 좋은 기억이 될 거예요. 혹시라도 두 분이 우리 호텔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강하율 씨 본인만 생각하지 말고 호텔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죠.”정다인은 착한 척하면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강하율은 설명할 생각도 없이 바로 말했다.“경찰관님, 시작하셔도 됩니다.”배윤제는 강하율이 자기 말을 듣지 않자 당장 강하율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그때 배윤호가 입을 열었다.“시작하시죠. 불만 있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요.”정다인은 배윤호의 시선에 겁을 먹고 배윤제와 함께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경찰이 말을 이었다.“이건 현장 사진입니다.”현장 사진들을 보게 되자 배윤호는 흠칫했다.“두 용의자의 진술에 따르면 그들이 처음 강하율 씨를 공격했을 때 강하율 씨는 나무 뒤로 숨어서 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공격 때는 강하율 씨가 도로 쪽으로 달려갔는데 구조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그게 언제죠?”배윤제가 끼어들었다.“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오후 6시 53분이었습니다.”경찰이 서류를 보며 답했다.배윤제는 시선을 들어 강하율을 바라봤다.그건 배윤제가 일부러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강하율을 스쳐 지나갔을 때였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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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남녀 사이에 아무리 개방적이라고 해도 그걸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인 문제에 그친다.그러나 돈이 오갔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것은 법적인 문제가 된다.경찰은 약혼자인 기소정이 이런 일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놀랐으나 법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매우 엄숙한 표정으로 기소정과 조익현을 바라봤다.“두 분, 그게 사실입니까?”“그게...”기소정은 난처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조익현은 그런 기소정을 노려보더니 이내 다시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면서 배윤제를 바라봤다.“그렇게 정의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죠. 돈으로 일을 덮자고 한 건 배윤제 대표님이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배윤제 대표님께 물어보세요.”조익현의 뻔뻔함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그러나 조익현보다 더 충격적인 건 기소정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기회가 생겼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원래는 그냥 오해였는데 배윤제 대표님이 돈으로 해결하자고 해서 저희가 허지연에게 돈을 준 거예요. 만약 그게 성매매라면 여자를 데려온 배윤제 대표님 문제 아닌가요?”두 사람의 말 때문에 배씨 가문 둘째 아들 배윤제는 순식간에 포주가 되어버렸다.배윤제의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만약 이곳이 경찰서가 아니었다면 배윤제는 아마 기소정과 조익현의 목을 조르려 들었을지도 모른다.경찰은 잠시 당황해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배윤제 씨, 두 사람 말이 사실인가요? 호텔에서는 고객들에게 성매매를 권장하는 겁니까?”호텔의 명예가 걸린 일이기에 강하율은 곧바로 나서서 말했다.“그건 절대 아닙니다. 경찰관님, 조익현 씨는 화제를 돌리려고 하는 것 같네요. 저희가 이야기하고 있던 건 청부 살인 사건입니다.”경찰이 고개를 돌려 조익현을 바라봤다.“방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모두 조사할 겁니다. 지금은 사진 속 사건에 관해 설명하시죠.”조익현도 더 이상 얼버무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그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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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그런데 왜 우는 거예요?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가장 뻔뻔한 사람은 정다인 씨 같은데 말이죠. 고객의 약혼자에게 여자나 소개해 주다니... 역시 세일즈팀 부총괄이라서 그런지 남다르다니까요. 혹시 본인도 몸 팔아서 부총괄이 된 거예요?”조익현의 말에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조익현은 비록 역겨운 사람이지만 방금 그가 한 말은 굉장히 듣기 좋았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다인에게는 큰 타격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그리고 그가 한 말들 중 정다인이 몸을 팔아서 부총괄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정다인은 우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해진 채 넋을 놓고 있었다.이때 경찰이 한마디했다.“조익현 씨, 증거도 없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어요.”정다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맞아요. 근거도 없이 저를 모함하지 마세요.”강하율은 그들의 말을 듣다가 문득 정다인이 항상 몰래 조익현을 따로 만났던 걸 떠올렸다.사실 정다인은 꽤 신중한 편이었다. 문자를 하거나 통화를 한다면 흔적이 남기 때문에 정다인은 일부러 결혼식 핑계를 대면서 조익현을 직접 찾아갔다. 구체적으로 그들 사이에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는 두 사람만 알 것이다.정다인도 그 점을 떠올린 건지 표정이 조금 가벼워졌다.그런데 조익현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할 줄 알았어요? 당연히 근거가 있죠. 그래야 나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까. 나는 당시 소정이 방에 녹음기를 숨겨 뒀었어요.”조익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볼펜형 녹음기를 꺼내 흔들었다.“들어볼래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다인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거의 몸을 던지듯이 조익현에게 달려들었다.조익현은 재빨리 정다인의 손을 피했지만 그도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상황이 통제를 벗어나자 경찰이 서둘러 나섰다.강하율이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옆에 있던 배윤호가 그녀를 붙잡았다.“가만히 있어도 돼. 이런 일에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어.”배윤호가 고개를 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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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강하율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시선을 옮겨 녹음기가 아닌 정다인을 바라봤다.정다인은 상당히 예뻤다. 배윤제가 말했듯이 만인의 첫사랑처럼 온순하고 천진난만하며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게다가 정다인은 배윤제가 공개한 유일한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조익현의 성격대로라면 분명히 정다인이 다른 여자랑 뭐가 다른지 한 번쯤 시험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그러니 그 녹음 파일은 정다인을 협박하기에 가장 좋은 물건이었다.결국 녹음기는 경찰의 손에 넘어갔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정다인과 조익현이 어떻게 강하율을 함정에 빠뜨릴지를 의논하는 게 들렸다.“조익현 씨, 강하율을 갖고 싶지 않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도와주겠다고요? 어떻게 도와줄 건데요?”“기소정 씨가 파티를 할 예정이잖아요. 그때가 좋을 것 같네요. 조익현 씨는 그냥...”그 뒤 내용은 강하율이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조익현은 직접 술을 가져온 뒤 미리 메인 테이블에 있던 술에 약을 탔고, 기회를 봐서 강하율과 일부러 갈등을 빚어 기소정의 불만을 유도했다.그 뒤 정다인이 중재하는 척 나서며 기소정의 손을 빌려 강하율에게 약이 든 술을 먹였다.문제가 생겨도 기소정이 술에 약을 탔다는 의심을 받지는 않을 테니 결국 다들 강하율을 의심하게 될 터였다.그들의 계략을 알게 된 경찰은 놀란 눈빛으로 정다인을 바라봤다.저런 얼굴을 한 사람이 이렇게 악랄한 계획을 꾸몄다니.“정다인 씨, 더 하실 말씀 있나요?”경찰이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다인은 옆에 있던 배윤제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배윤제는 가만히 있었다.결국 정다인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저, 저는 그냥 장난을 친 것뿐이에요. 게다가 강하율 씨는 다치지도 않았잖아요.”강하율은 화가 나서 비꼬듯 말했다.“다치지 않으면 다 괜찮은 건가요? 그냥 운 좋게 살아남은 피해자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신가 봐요.”정다인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강하율 씨, 이 일은 이미 윤제 씨가 나서서 해결했어요. 어차피 허지연 씨도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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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아니, 아니야. 난 그러려고 한 게 아니...”기소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여자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여자는 휠체어를 굴려 그녀를 피했다.여자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계속 협박을 당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너 때문이야. 네가 조익현 때문에 나한테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어. 우리는 앞으로 절교야.”기소정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조익현이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끌었다.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고, 기소정은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떨군 채 뒤로 물러섰다.그리고 그 모습을 본 여자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쳤다.하지만 증거가 확실한 이상 조익현이 아무리 변명하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저는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배윤제 씨와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싶네요.”배윤제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우리 사이에 할 얘기는 없는 것 같은데요.”조익현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윤제 씨, 제 말을 잠깐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배윤제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결국 경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조익현과 배윤제는 경찰을 따라 다른 방으로 향했다.강하율은 왠지 모르게 조금 불안해졌다.배윤호도 그걸 눈치챘는지 잠시 뒤 그녀의 앞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내려놓았다.“물 좀 마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강하율은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자 그제야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강하율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USB랑 저분 일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응.”배윤호는 무심히 대답했다.강하율은 잠시 당황해하며 자기도 모르게 심하게 맞은 여자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봤다.배윤호는 강하율을 보며 말했다.“내가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해? 틀린 것도 아니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죽어도 신경 안 쓸 테니까.”“그런 게 아니에요.”강하율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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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배윤제가 다시 돌아왔다.배윤제의 뒤에는 경찰이 한 명 있었는데 방 안에 있던 다른 경찰들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했다.그중 한 경찰이 말했다.“조익현 씨 변호사가 왔습니다. 진행 상황은 그때그때 알려드릴 테니 여러분은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그 말은 곧 변수가 생겼다는 뜻이었다.강하율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찰에게 다가가 물었다.“그럼 조익현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경찰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배윤제가 말을 끊었다.“강하율, 남은 얘기는 나중에 해. 일단 나랑 가.”“제가 왜 대표님을 따라가야 하죠? 저는 신고자예요. 제게는 알 권리가 있어요.”강하율은 배윤제의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경찰이 난처한 표정으로 설명했다.“강하율 씨,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이 좀 복잡해졌습니다.”“그게 무슨 말이죠?”강하율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조익현 씨 변호사는 조익현 씨가 그냥 겁만 주라고 했는데 그 두 남자가 멋대로 강하율 씨를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익현 씨와 정다인 씨가 손을 잡고 강하율 씨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방금 허지연 씨가 녹음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조익현 씨가 기소정 씨 친구를 때린 건, 변호사 말로는 그 여성분과 조익현 씨 사이에 아직 끝나지 않은 공갈, 협박 사건이 있는데 그 일로 조익현 씨가 급한 마음에 그 여성분을 때린 것이며 치료비도 전부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했습니다.”“그러니까 조익현 씨가 그냥 풀려날 거란 말씀인가요? 말도 안 돼요. USB에 그렇게 많은 증거가 있는데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죠?”강하율이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자신이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나서려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 피해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서로 원해서 한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게다가 대부분은 이미 돈을 받은 상태고요.”경찰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강하율은 멍해졌다.어떻게 단 한 사람도 자신이 피해자라고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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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영상에 그 모습이 똑똑히 찍혔다.배윤제는 숨을 들이켰다. 그는 누군가가 그 영상을 찍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어젯밤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누가 촬영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기자가 물었다.“이 영상도 가짜입니까?”배윤제는 차갑게 말했다.“저는 그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는데요.”“직원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겁니까? 배진 그룹 내부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기소정 씨, 약혼자가 해외에서 수많은 여성들의 사진을 찍어 그 사진을 몰래 유포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이번에 호텔에서 신부 측 들러리를 폭행했다고 하던데 그건 무엇 때문이죠?”“배윤제 씨, 조익현 씨를 이렇게까지 감싸시는 걸 보니 혹시 예전부터 조익현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왜 조익현 씨 같은 사람과 친구가 되신 거죠?”쏟아지는 질문들에 배윤제의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는 거칠게 말했다.“다들 꺼져요!”결국 배윤제는 장천우와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겨우 정다인을 데리고 무사히 자리를 벗어났다.그러나 기소정은 그들만큼 운이 좋지 못했다. 그녀는 조익현과 관련된 일들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겨우 차 옆으로 걸어갔는데 기자가 또 한 번 골치 아픈 질문을 던졌다.“기소정 씨,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하실 건가요?”예전이었다면 기소정은 당연히 그럴 거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차에 탔다.상황을 지켜보던 강하율은 로비에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다 몸을 돌리는 순간, 하마터면 배윤호와 부딪칠 뻔했다.“오빠, 혹시 배윤제를 상대하려고 그런 거예요?”지금 배윤제는 사실상 조익현과 한배를 탄 셈이었다.예전이었다면 배윤제는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늘 자유롭고 당당하던 재벌가 도련님인 배윤제에게 갑자기 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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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리고 집안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니까. 만약 집안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배윤제는 중요한 일을 맡지 못하게 될 거야. 애초에 배윤제가 기씨 가문의 결혼식을 맡게 된 것도 누군가의 도움 덕분이지. 게다가 두 가문의 이익이 달린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배윤호의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에는 묵직한 힘이 담겨 있었고, 강하율은 그의 말들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여겼다.어느샌가 차가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강하율이 손을 빼내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배윤호가 갑자기 허리를 짚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율은 화들짝 놀랐다.“오빠, 저 때문에 다친 곳이 아픈 거예요?”“아니야. 괜찮아.”배윤호는 고개를 저었다.그때 양승아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대표님, 아까 강하율 씨를 구하느라 바닥에서 굴렀잖아요. 혹시 또 상처가 벌어진 건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이 꼭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강하율 씨 집에 가서 처치 받는 게 어떠세요?”강하율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또 다치면 안 되잖아요.”강하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승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뒷좌석 문을 열었다.강하율은 잠깐 당황했다. 조금 전까지 양승아는 분명히 운전석에 앉아 있었는데 말이다.“대표님, 조심하세요.”양승아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양승아는 배윤호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배윤호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강하율은 별다른 생각 없이 서둘러 배윤호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했다. 그래서 손을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그대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갔다.그러다 마침 집주인을 마주쳤다.집주인은 재개발 보상금을 꽤 많이 받아서 그 돈으로 집을 몇 채 사서 임대하고 있었다.강하율이 사는 그 단지에만 해도 집이 서너 채는 되었다.집주인은 다른 세입자 때문에 이곳에 온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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