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인은 차분하게 조건을 제시했다.오늘 배윤제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한동안 정적 끝에 배윤제가 입을 열었다.“생각 좀 해볼게.”“사흘 드릴게요. 마침 할머니께서 식사하러 오라고 하셨으니, 그때 기쁜 소식을 발표하면 딱 좋을 것 같네요.”“알았어.”이내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배윤제는 돌아서자마자 쓰레기통을 걷어찼다.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란 경비원이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장천우가 급히 다가가 상황을 설명한 뒤, 다시 배윤제의 곁으로 돌아왔다.“도련님, 일단 차로 돌아가시죠.”“정다인 뒷조사해봐, 최근에 누구 만났는지. 딱 삼 일 준다. 장천우, 네 주인이 누군지 똑바로 기억해.”배윤제가 장천우의 어깨를 툭툭 쳤다.장천우는 재빨리 고개를 주억거렸다.“네, 알겠습니다.”“그나저나 신예진은 왜 정다인과 같이 있었던 거지?”배윤제가 물었다.“아까 통화하실 때 호텔 쪽에 따로 확인해 봤는데요. 오늘 정다인 씨가 호텔에 물건 찾으러 갔다가 신예진이랑 부딪혔나 봐요.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신예진이 병원에 데려다줬고, 임신 사실도 그때 밝혀진 모양이에요. 정작 신예진은 아직 모르는 눈치입니다.”배윤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감히 날 협박해? 정다인, 네가 그럴 짬밥은 아닐 텐데.”...레스토랑.강하율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배윤호가 손을 닦으며 물었다.“무슨 생각해?”“윤호 오빠 말대로 사설탐정한테 가짜 정보를 흘리긴 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네요.”강하율은 거짓말한 게 들통났을까 봐 내심 불안했다.“뭐라고 했어?”배윤호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꼈다.강하율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오빠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이번에 판을 좀 크게 키워보려고요. 아빠가 정신 멀쩡할 때 나한테 뭘 남겨줬다고 했거든요.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때 사건이랑 관련 있는 물건이라고.”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윤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강하율은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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