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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Author: 이소문
강진철의 감정이 점점 더 격해졌다.

이때, 의사가 급히 달려와 배윤제를 막아섰다.

“일단 나가주셔야겠어요. 환자분이 그쪽을 보고 너무 흥분하신 상태라, 지금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한 번만 더 확인하게 해주세요.”

배윤제가 다시 다가가려 하자 강하율이 그를 확 밀쳐냈다.

“그만 좀 해! 우리 아빠 죽는 꼴 보고 싶어?”

“아니, 난 그냥...”

“아빠는 몸이 편찮으신 거지 바보가 아니야. 누가 자기한테 함부로 대했는지 정도는 다 알고 계신다고.”

강하율이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우리 아빠 자주 찾아와 준 건 맞지만 한 번의 상처가 그동안 쌓은 정을 다 깎아 먹고도 남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나가.”

배윤제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결국 발길을 돌렸다.

강하율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강진철에게 다가가 안심시켰다.

강진철은 차츰 진정되었지만, 손에는 여전히 만년필을 꽉 쥐고 있었다.

강하율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배윤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윤호 오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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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05화

    “어머니...”배윤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취해서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조윤서가 웃었다.“왜? 놀랐니? 하율이가 너를 사랑하게 된 게 내가 너를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바보 같긴. 나는 네가 어렸을 때부터 하율이를 좋아했다는 걸 알아. 그런데 네 형도 하율이를 좋아했지. 그래서 나는 하율이가 너한테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했어. 배씨 가문 사람들이 너는 좋아하면서 윤호는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몰랐지.”그게 조윤서의 무서운 점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생각을 서서히 바꿔놓았고, 아무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배윤제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멍하니 조윤서를 바라봤다.조윤서는 컵에 물을 따른 뒤 물을 한 모금 마셨다.“참 아쉬워. 내가 열심히 가르쳤는데 결국에는 자기 엄마 성격을 닮았으니 말이야. 나는 걔가 사랑에 눈이 멀어서 네가 다른 여자랑 만난다고 해도 몇 번 충격을 주면 체념하고 평생 세컨드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너랑 헤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게다가 윤호랑 그렇게 가까워질 줄도 몰랐지.”배윤제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어머니, 어머니는...”“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설마 강씨 가문이 가진 게 하정 그룹과 호텔뿐이라고 생각하니? 그렇다면 너는 강하율의 부모를 너무 얕본 거야. 우리가 그렇게 공을 들여서 판을 깔았는데 결국 낌새를 눈치챘더라고. 좀 늦긴 했지만 거액의 자금을 빼돌리기엔 시간이 충분했지. 그게 아니었으면 내가 하율이를 남겨둘 이유도 없어.”조윤서는 차갑게 웃었다.배윤제가 물었다.“거액의 자금이요? 강씨 가문은 파산한 거 아니었어요?”“순진하긴. 물론 강씨 가문에서 피해자들한테 돈을 배상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세원시에 그 부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았겠어? 돈을 너무 잘 버니까, 하는 것마다 잘 되니까 다들 배가 아픈 거지. 그런데 둘은 너무 원칙주의자였어. 그런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04화

    “네. 제가 아무 말도 못 하게 한 거예요.”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정다인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는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상대방은 싱긋 웃으며 정다인을 일으켰다.“정말 쓸모없네. 나는 적어도 네가 결혼 때까지는 버틸 줄 알았는데.”“저, 저는...”정다인이 덜덜 떨었다.“됐어. 쓸모없는 걸 어떡하겠어. 그런데 감히 이곳에 찾아와 협박을 해?”“죄,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시키는 건 다 할게요.”정다인은 몸을 깊이 숙이며 애원했다.배윤제의 할머니가 손을 휘저었다.“그럼 됐어. 눈치 없는 애일까 봐 걱정했는데. 살고 싶으면 얌전히 말 잘 들어.”정다인은 그제야 그들이 자신의 얕은꾀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네.”“알고 있는 걸 전부 얘기해.”배윤제의 할머니가 말했다.“윤제 씨도 강하율 부모님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아요.”정다인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그래.”배윤제의 할머니와 그 사람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정다인은 그제야 모든 것이 그들의 손바닥 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반드시 그들이 모르는 사실을 얘기해야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정다인은 문득 배윤제가 요즘 들어 이상하게 구는 걸 떠올렸다. 그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은 증거를 손에 넣은 이상 강하율을 협박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그러나 배윤제는 망설였다.그가 자신이 강하율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거나, 강하율을 도우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정다인은 서둘러 말했다.“윤제 씨가 후회하는 것 같아요. 강하율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흥.”배윤제의 할머니는 화가 난 듯 찻잔을 내려놓고 문 쪽을 바라봤다.“내가 얘기했지. 강하율은 없애야 한다고. 이제 어떡할 거야? 결국 이렇게 돼 버렸잖아.”“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제가 처리할게요.”“당연히 그래야지.”배윤제의 할머니는 정다인을 바라봤다.“그래서 대체 누구 아이야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03화

    “강하율, 그게 아니라 나는...”“오지 마세요.”강하율은 다가오려는 배윤제를 막더니 그대로 떠났다.배윤제는 그제야 자신과 강하율 사이에 아주 깊은 골짜기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강하율과의 관계를 돌이키려고 했는데 어린 시절 쌓았던 정조차 이제는 사라진 것만 같았다.일이 끝난 뒤 배윤제는 바에 가서 술을 많이 마셨지만 정신은 오히려 점점 더 또렷해졌다.그의 머릿속에서 강하율의 질문들이 맴돌았다.사실 강하율의 부모는 배윤제에게 굉장히 잘해주었었다. 그러나 배윤제는 강하율의 기를 눌러놓고 싶어서 그동안 증거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었다.“윤제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설마 다인 씨랑 싸운 거야?”“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윤제가 다인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데.”배윤제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정다인을 그렇게 사랑해?”배윤제의 친구들은 배윤제가 취한 줄 알고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네가 정다인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 정다인 씨를 위해서 강하율을 감옥에 보낼 뻔하기도 했었잖아.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배윤제는 흠칫하더니 친구의 멱살을 잡았다.“내가 사랑하는 게 강하율이라면?”“말도 안 돼. 너 진짜 취했나 보다. 너 강하율 엄청 싫어했잖아.”“그래?”배윤제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쓰레기였는지를 알게 되었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 먼저 돌아간다. 너희는 놀고 있어.”차에 탄 뒤 배윤제는 지난 몇 달간의 일을 떠올리다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장 비서, 남수미 씨 자료를 전부 정리해.”“네.”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정다인은 없었다. 아마도 그에게 겁을 먹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 듯했다.현재 사람들은 두 사람이 결혼할 거라고 알고 있었기에 두 집안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척해야 했다.자리에 앉은 뒤 배윤제는 물을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배윤제는 알지 못했다.정다인이 정씨 가문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그의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02화

    강하율은 배윤제가 또다시 그 말을 꺼내자 녹음이라도 해서 그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안 사랑해요. 안 사랑한다고요. 진짜 안 사랑해요.”강하율은 똑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그러고도 배윤제가 또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말을 보탰다.“윤호 오빠는 애초에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던 적이 없어요. 문제는 대표님이에요. 제가 대표님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도 대표님이고, 제 자존심과 감정을 짓밟으며 제가 평생 내연녀로 살기를 바란 것도 대표님이에요. 예전에는 좋았겠죠. 그런데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지금의 우리는 그냥 엉망진창이에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아니, 나는 우리가 예전에도, 지금도 좋다고 생각해.”배윤제가 강조했다.“좋다고 생각하는 건 대표님뿐이에요. 정다인 씨의 동경을 즐기면서 저희 헌신과 희생을 즐겼으니까요. 그걸 누가 싫어하겠어요? 그런데 저랑 정다인 씨는 그게 좋을까요? 설마 정다인 씨가 진짜 대표님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정다인 씨는 대표님의 신분 때문에, 대표님이 가져다준 물질적인 이익과 권력 때문에 순종하는 것뿐이에요. 그게 아니었다면 대표님 몰래 저를 그렇게 괴롭히지는 않았겠죠. 만약 정다인 씨가 정말로 대표님을 사랑했다면, 대표님이 정말로 정다인 씨를 아꼈다면, 정다인 씨가 저 때문에 불안할 리는 없었겠죠. 그리고 저는...”강하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예전에는 억울하고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는 마음이 완전히 떠났으니 말이다.강하율은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몰라요?”더없이 차분한 강하율의 태도 때문일까? 배윤제는 그 말을 듣자 표정이 확 바뀌었다.‘봐, 알고 있네. 그저 그동안 그것들이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배윤제는 시선을 떨구며 터져 나오려는 집착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는 강하율을 붙잡으며 말했다.“내가 노력할게. 앞으로는 늘 너만 생각할게. 예전에는 내가 쓰레기 같았어. 이제는 나도 깨달았어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01화

    배윤호는 자리에 앉은 뒤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강하율은 잠시 후에야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오빠가 공사를 구분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게 싫어서요.”“그게 다야?”“그럼요?”“그래. 앞으로도 그러도록 해.”배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강하율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호텔 운영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배윤호가 자신을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설명을 마친 뒤 강하율이 물었다.“대표님, 더 물어보실 것 있으세요?”“없어. 요즘 날씨가 쌀쌀해졌는데 저기 걸어둔 목도리를 하고 다녀.”배윤호는 강하율 뒤쪽의 옷걸이를 가리켰다.강하율은 당황했다. 왜 갑자기 목도리를 하라는 걸까?그러나 강하율은 별말 하지 않고 배윤호가 시킨 대로 돌아서서 옷걸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옷걸이에 걸린 목걸이를 본 순간 강하율은 움찔했다.‘이 목도리는...’강하율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목도리를 만져봤다. 집에 있는 그 목도리와 소재가 똑같았다.그런데 소재는 같을 수 있다고 쳐도 패턴과 디테일까지 똑같다니.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물었을 때 그런 디자인과 소재의 목도리는 브랜드에서 특별히 제공하는 제품이라 따로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그렇다면 그때 골목길에서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바로 배윤호일 것이다.강하율은 목도리를 손에 쥔 채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인 채 일에 집중하고 있는 배윤호를 바라봤다.“오빠, 이거 오빠 거예요?”배윤호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어떤 거?”‘역시.’강하율은 빠르게 그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오빠, 왜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한 거예요?”“그건 너한테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굳이 얘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어. 왜? 혹시 내가 그걸로 너한테 뭔가를 요구하길 바라는 거야?”“그렇게 얘기하니까 제가 할 말이 없네요.”강하율은 손에 쥔 목도리를 쓰다듬었다. 패턴이 차갑고 딱딱해 보이는데 만져보면 따뜻한 것이 배윤호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법이었다.마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00화

    강하율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퍼즐을 하나 손에 넣었는데 퍼즐이 겨우 몇 조각만 있는 데다가 그 퍼즐들 또한 모두 이어져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결국 강하율은 물건을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다음 날, 강하율은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는데 밖으로 나가자마자 배윤호와 마주쳤다.“배진 그룹에 처음 가는 건데 첫날부터 지각하려고?”“대표님이 저보다도 더 늦으실 것 같은데요?”“이제는 내가 하나도 안 무서운가 봐. 가자. 그런데 배진 그룹 직원들이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게 될까 봐 걱정되지는 않는 거야?”배윤호가 물었다.“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내려주시면 돼요.”“다 생각이 있었네.”배윤호는 웃으며 그녀를 데리고 배진 그룹으로 향했다.마침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는데 다른 계열사의 직원들도 그때쯤에 도착했다.다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난 뒤 배윤호가 회의실로 들어왔다.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누군가 강하율의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저분이 배윤호 대표님이세요? 배윤제 씨보다 더 잘생겼는데 왜 인터넷에서는 사진 한 장 찾아볼 수 없는 거죠?”“사진이 있었다면 연예인들처럼 팬클럽이 생겼을 거예요.”“배진 그룹은 참 이상해요. 배윤제 씨는 그렇게 홍보해 주면서 왜 배윤호 대표님은 홍보해 주지 않는 거죠?”“글쎄요. 배윤호 대표님은 내부에서만 감상하라고 그러는 걸지도요.”그 말을 듣고 강하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리고 배윤호는 마치 의도한 것처럼 시선을 들었다.“강하율, 너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네? 아, 아니요.”강하율이 흠칫했다.“있으면 끝나고 따로 보고해.”쌀쌀맞은 걸 보니 화가 난 듯했다.강하율은 당황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장난을 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었는데 말이다.다른 사람들도 더는 웃지 못하고 측은한 눈빛으로 강하율을 바라봤다.강하율은 결국 어쩔 수 없이 회의가 끝난 뒤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배윤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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