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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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이 과정, 익숙하지 않나요? 예전에 제 고백 영상을 공개하고, 제 출신까지 까발리고, 저를 윤호 오빠한테 떠넘겼을 때랑 똑같잖아요. 만약 신예진 씨가 정다인 씨처럼 재벌가 아가씨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만약 제가 예전의 그 강씨 가문 딸이고 정다인 씨가 그냥 평범한 호텔 직원이었다면요? 저랑 연애하는 도중에 정다인 씨가 원하는 대로 망설임 없이 정다인 씨와 공개 연애를 했을까요?”강하율은 배윤제의 위선적인 모습을 낱낱이 까발렸다.답은 뻔했다.배윤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배윤제는 아주 대단한 세원시 배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니 말이다.그런 그가 평범한 여자랑 결혼할 리가 없었다.“강하율.”배윤호가 강하율의 이름을 불렀다.“그러니까 그만하세요. 저 그만 귀찮게 하라고요. 안 그러면 이모 쪽도 곤란해질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기억을 잃은 걸로 하고 처음부터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걸로 하죠.”그건 배윤제에게 그와 연애한 게 창피하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었다.배윤제는 그 말을 듣자 눈이 벌게졌다.“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걸로 치자고? 왜? 형이 알까 봐 무서워서 그래? 설마 형이 진짜 널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대표님, 화난다고 자꾸 저한테 온갖 악담을 퍼부으시는데 적당히 하세요. 애초에 저를 윤호 오빠랑 엮으려고 한 사람은 대표님이시잖아요. 대표님은 살인범의 딸인 제가 윤호 오빠랑 엮이길 원했잖아요.”“강하율, 그건 다 가짜였어. 네가 형이랑 같이 있었던 건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였잖아.”“아니요. 윤호 오빠는 대표님이랑 달라요.”강하율은 무심코 그렇게 말해버리고는 스스로도 부적절함을 느껴 배윤제를 밀어내고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배윤제는 뭔가 자극받은 것처럼 팔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지난번에 강제로 키스를 당한 이후, 강하율은 호신술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몸을 틀며 배윤제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비록 배윤제는 꾸준히 운동을 했지만 그럼에도 순간 다리에 힘이 빠졌다.강하율은 그 틈을 타서 도망쳤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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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배윤호는 잠시 침묵했다.“너는 배윤제랑 잘 놀았잖아.”“그때는... 어렸으니까요.”감정 표현도 잘하고 같이 놀아도 주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책 읽는 걸 제일 싫어하던 강하율이 배윤호 옆에서 책이나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강하율은 잠시 생각하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지금은 어른이라서 달라요.”배윤호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싱긋 웃었다.“가자.”“네.”강하율은 웃는 얼굴로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차로 걸어갔다.그때 뒤쪽 직원 통로에서 센서 등 하나가 갑자기 켜졌다.그 불빛 아래 서 있는 사람은 바로 배윤제였다.그는 두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노려보며 표정이 점점 음산해졌다.배윤제는 강하율의 미소를 잊을 수 없었다.강하율이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는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둘이 사귀고 난 이후 강하율은 웃음이 적어졌다.배윤제는 그저 일 때문이라고만 생각했기에 강하율에게 일을 그만두고 자기한테 의지하라고 했었다.지금 생각해 보니 모두 그의 오만한 착각이었을지도 몰랐다....스위트룸 안.정다인은 위층에서 벌어진 일을 장천우에게서 전해 들었다.그녀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얼추 상황을 맞춰보니 충격적인 사실을 알 수 있었다.배윤제가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신예진이 없었다면 이 사건의 가장 적절한 희생양은 정다인이었다.배윤호에게 권고사직을 당한 상태였으니 말이다.그 순간 뭔가를 떠올린 정다인이 장천우를 급히 바라봤다.“윤제 씨가 뭔가 알고 있는 거예요?”장천우가 말했다.“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정다인은 입술을 깨물며 장천우의 손을 붙잡았다.“장 비서님, 도와주세요. 윤제 씨를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윤제 씨랑 만날 수만 있다면 분명 윤제 씨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예요.”“정다인 씨, 원래라면 들키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정다인 씨는 너무 서둘렀고 그 탓에 저까지 휘말렸어요.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겁니다.”현실?배윤제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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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그 말을 들은 정다인은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계속해 엿들었다.남수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어르신, 그때 김혜은이 입을 열 뻔했어요. 저희가 먼저 손을 쓰지 않았으면 무슨 말을 했을지 몰라요. 저희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뭐야?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명혜숙이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저는 그저 걱정돼서 그래요. 강진철 씨가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면서요? 거긴 보안이 너무 철저해서 저희가 접근할 수가 없어요. 지난번에 병세가 도졌을 때 그냥 죽어버릴 줄 알았는데, 강하율처럼 목숨이 질길 줄은 몰랐어요.”“뭘 그렇게 걱정해? 정신병자랑 고아가 뭘 할 수 있겠어? 게다가 곧...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야. 김혜은처럼 말이야.”명혜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임현서가 곧바로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 다 알아서 하실 거예요.”“그래. 그렇다면 결혼은...”남수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곧 명혜숙의 발소리가 들렸다.“정략결혼은 반드시 해야 해. 해외에서도 걔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려고 하고 있어. 만약 걔가 정말 외국 여자랑 만난다면 앞으로 더 통제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네. 전부 어르신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좋아. 그 일은 두 사람에게 맡길게.”“어르신, 무슨 일 말씀이세요?”“그건...”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탓에 정다인은 귀를 쫑긋 세우고 한 가지 사실을 추측했다.그리고 곧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감히 더 듣고 있을 수 없어서 서둘러 몸을 돌려 빠져나왔다.하늘이 그녀를 도와주는 걸까?정다인은 마침 퇴근하려던 신예진과 안혜슬을 마주쳤다.신예진은 정신이 없는 상태였고 안혜슬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미처 정다인을 발견하지 못했다.정다인은 그들을 피하려고 하다가 신예진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배윤제 대표님이 왜 내 어린 시절 얘기에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어.”‘배윤제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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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정다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강하율이 처음부터 싫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정다인은 그동안 단순히 강하율이 너무 예뻐서 싫은 거라고 여겼었는데 지금 보니 그건 직감 때문이었다.만약 이 사실을 배윤제가 안다면 정다인은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다행히 장천우는 신예진을 배윤제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정다인은 마음이 뒤숭숭한 채로 호텔 로비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김혜은의 죽음은 남수미, 명혜숙과 관련이 있었다.어쩌면 그 점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그런 생각이 들자 정다인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을 떠났다.그러나 그녀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윤제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우리 헤어지자. 별장에 있는 네 짐은 알아서 가져가. 추하게 굴지 말고 깔끔하게 정리하자. 마음 정리할 시간은 줄게.]문자를 읽은 정다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눈물을 흘렸다.정다인은 그동안 배윤제와 사귀면서 그와 정이 들었다.특히 배윤제가 적극적으로 구애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기분이 들었고, 그래서 그와 함께 잘살아 보겠다고 결심까지 했었다.그러나 배윤제는 헤어질 때조차 건성이었다.사랑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랑하지 않는다니.사실 배윤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본인뿐이었다.강하율이 그토록 단호히 떠났던 것도 그 점을 보아냈기 때문일지 몰랐다.정다인은 심호흡을 하면서 눈물을 닦았다.“윤제 씨 별장으로 가요.”...별장.배윤제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사도우미를 불렀다.“정다인의 짐을 전부 정리해서 지하실에 넣어둬요. 그리고 지하실에 있던 강하율의 짐은 제자리도 돌려놔요.”진희영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도련님, 정다인 씨랑 다투신 건가요?”“아주머니가 그걸 왜 신경 써요?”배윤제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진희영은 더 묻지 못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예전에 강하율 씨랑 헤어지셨을 때 강하율 씨가 짐을 가지러 왔었고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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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거래하려면 우선 배윤제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윤제 씨, 왜 그동안 저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거예요? 확인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윤제 씨는 제 말 몇 마디만 듣고 제가 윤제 씨 은인이라고 믿었죠.”“그건 내가 널 믿었기 때문이야!”배윤제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정다인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저를 믿었다고요? 세상 여자들이 다 강하율 씨처럼 윤제 씨의 달콤한 말에 넘어갈 줄 알아요? 윤제 씨, 윤제 씨는 사실 제가 그 아이이길 바랐던 거예요. 그게 아니었다면 신예진 씨가 은인이라는 사실을 안 뒤에 저를 대하듯 신예진 씨를 대했겠죠. 하지만 윤제 씨는 그러지 않았어요. 신예진 씨는 윤제 씨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요.”“윤제 씨는 저 같은 재벌가 딸이 필요했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유학하러 간다고 했을 때 흔쾌히 동의했던 거죠. 이미 조사를 통해 제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성적도, 집안도 다른 재벌가 딸들과 비교하면 그냥 평범한 편이에요. 하지만 윤제 씨는 자기 여자가 될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유학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바로 허락한 거예요.”“심지어 저를 대신해서 학교도 알아봐 주고, 심지어 교수님까지 직접 골라줬죠. 제가 왜 그렇게 노력한 줄 알아요? 윤제 씨한테 제게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제 학점이 왜 그렇게 높은 줄 알아요? 다른 사람을 시켜서 대리시험을 보게 했거든요.”“윤제 씨가 그동안 저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이유는 제가 윤제 씨 기준에 부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바로 강하율 씨를 차버린 거죠. 윤제 씨는 강하율 씨가 평생 떠나지 않을 줄 알았죠? 그런데 지금 강하율 씨는 너무 잘 지내고 있고 주변에 남자들도 많아요. 그래서 윤제 씨는 심기가 불편해진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배윤제는 정곡을 찔리자 불같이 화를 내며 정다인을 거칠게 끌어당겼다.“계속 떠들어봐! 너 말 잘하잖아!”“아쉽게도 강하율 씨는 이미 오래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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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배윤호는 고개를 돌려 강하율을 바라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같이 가자고 한 이유가 단지 내가 네 아버지를 구해줘서야?”배윤제가 갔을 때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강하율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오빠한테 고마워서요.”배윤호는 강하율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좋아. 같이 가자.”...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강하율은 차 안에서 배윤호와 나눴던 대화가 자꾸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이때 노트북에서 알림음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메일이었다.아마도 사설탐정이 보낸 메일일 것이다.강하율은 곧바로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클릭했고, 내용을 읽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강하율 씨, 김혜은 씨와 남수미 씨는 예전에 강하율 씨 부모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두 사람은 뭔가를 눈치챈 듯이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어요. 그 이후에는 해외로 나갔는데 갑자기 자금이 생긴 건지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어요.][그리고 김혜은 씨가 사망하기 전 남수미 씨와 비밀리에 만난 사진을 찍었어요.]‘정말 다행이야.’이제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강하율은 계속 아래로 스크롤 하여 사진을 확인하다가 어느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사진을 다운로드해 저장했다.예전에 강하율은 더 많은 단서를 찾기 위해 사진 보정 기술을 배운 적이 있었다.사진을 더 선명하게 복원한 강하율은 나무 그림자 뒤에 있는 사람을 확대해 보았고,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그 사람은 바로 강하율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현장에서 사망했던 화물차 운전자였다.죽은 사람이 왜 살아있는 걸까?띵동.갑자기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강하율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 탓에 컵이 바닥에 떨어졌다.강하율은 부서진 유리 파편들을 신경 쓸 새도 없이 황급히 현관문 쪽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배윤호가 보였다. 강하율은 배윤호에게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주먹을 꽉 쥐며 참았다.“왜 그래?”배윤호는 강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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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강하율은 깨달은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요. 경찰은 그 운전자의 시신이 불에 타버려서 유가족들의 DNA와 대조하여 신원을 확인했다고 했어요.”“불에 타버렸다면 일반적으로 치아로 대조해. 이 하나 빠진다고 사람이 죽는 건 아니니까.”배윤호의 말에 강하율은 순간 넋이 나갔다.“오빠, 설마...”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윤호는 강하율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듯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강하율은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사실 사설탐정을 고용했어요. 이 사진도 그 사람이 준 거예요. 아마 우연히 찍힌 걸 거예요.”“왜 사설탐정을 고용한 거야?”“그때 그 사건을 조사하려고요. 특히 사라진 가족들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용의자 딸이다 보니 대놓고 그 사람들을 찾을 수는 없었어요. 정말 오랫동안 찾은 끝에 겨우 단서를 조금 얻었죠.”“그 사람을 왜 그렇게 믿는 거야?”배윤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강하율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생각이 없었다.“수소문해 봤는데 업계에서 가장 능력이 뛰어난 탐정이라고 해요.”배윤호의 질문에 강하율은 문득 예전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이상한 점을 느꼈다.강하율이 물었다.“그 탐정이 의심스럽단 뜻인가요?”“강하율, 다른 사람을 너무 믿지는 마.”“그러면 오빠는 믿어도 요?”강하율이 큰 눈을 깜빡였다.배윤호는 순간 강하율이 자신에게 플러팅을 하는 건가 싶어서 흠칫했다.그가 확인해 보려는데 강하율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대신 귀가 빨갰다.배윤호가 정중하게 말했다.“네가 나를 믿어준다면.”강하율은 헛기침을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어쨌든 저는 이 사람이 그때 그 화물차 운전자가 맞다고 확신해요. 탐정한테 더 조사해 보라고 할까요?”배윤호가 손을 들어서 막았다.“내가 조사할게. 그 탐정한테는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 마.”“왜요?”강하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 사람이 서 있는 위치를 잘 봐.”배윤호는 사진을 축소한 뒤 남자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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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강하율은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 솔직히 말했다.“우리 부모님 프로젝트에 김혜은 씨와 남수미 씨 모두 참여했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김혜은 씨가 갑자기 죽어버렸죠. 저는 김혜은 씨가 저한테 뭔가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특히 그날은 기씨 가문에서 주최한 파티였는데도 김혜은 씨는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게 많은 사람들을 소개해 줬어요. 저한테 고마워서 그러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 중에 이 사진에 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어요.”강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랍 안에서 단체 사진 한 장을 꺼냈다.배윤호도 예전에 본 적 있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는 강하율이 그 파티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그게 김혜은 씨가 너한테 알려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때 그 일에... 그 사람들이 전부 연루되어있다는 거 말이야.”“오빠,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오빠한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묻고 싶어요. 혹시 우리 부모님의 프로젝트를 기억하고 있어요?”강하율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거절당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배윤호는 강하율을 잠깐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강하율, 네 부모님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게 많지 않아. 그래도 아버지한테 한 번 들은 적은 있어.”“그게 뭔데요?”“네 어머니는 굉장히 똑똑한 분이고, 네 아버지는 온화하고 포용력이 넓은 사람이라서 굉장히 믿을만한 사람들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 프로젝트에 투자할 거라고 했었지. 하지만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국내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그 이후의 일은 너도 알지?”배윤호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고 배씨 가문에서는 한동안 권력 다툼이 있었다.그리고 강씨 가문은 무너지게 되었다.강하율은 가끔 하늘이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자신의 부모님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코끝이 찡했다.열네 살 이후로 한때 그녀를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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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어떻게 환자 정보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실 수가 있는 거죠?”의사가 차갑게 대답했다.“강하율 씨,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 저희는 다른 사람에게 강하율 씨 아버님의 정보를 넘긴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아버님께서 계셨던 정신병원에서 경과가 어떤지 확인차 연락이 왔고, 저희는 경과를 공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강하율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배윤제는 예전 병원을 통해 강진철의 상황을 알아냈을 것이다.강하율은 사과한 뒤 덧붙였다.“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또 물어본다면 절대 알려주지 마세요.”“네. 걱정하지 마세요.”전화를 끊은 뒤 강하율은 배윤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니요.]강하율의 단답은 배윤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겼을 테니 그의 성격대로라면 절대 같은 일로 두 번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강하율의 예상대로 그 이후에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다음 날, 강하율은 새로 맞춘 원피스를 입었다. 예전보다 훨씬 몸에 잘 맞았고, 가볍게 단장까지 하니 엄마를 더 닮은 듯했다.기분 탓일까? 강하율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집에서 나오니 배윤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오늘 정장이 아니라 코트에 니트를 입어서 평소보다 덜 위압적으로 보였다.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강하율은 왠지 모르게 데이트하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배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가자.”“네.”두 사람은 정신병원에 도착한 뒤 차에서 내렸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다.“강하율.”그 목소리에 강하율은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는 다소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그 사람을 바라봤다.“배윤제 대표님.”배윤제는 성큼성큼 다가온 뒤 강하율이 입고 있는 원피스를 보고 당황하더니 이내 웃었다.“그 옷감 구했네? 내가 별거 아니라고 했잖아. 너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네.”배윤제는 기억을 잃은 척한 적이 없는 것처럼 뻔뻔하게 굴었다.강하율은 설명하기 귀찮아서 본능적으로 옆에 있던 배윤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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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그게 무슨 말이야?”배윤제가 더 따져 물으려 했지만 배윤호는 씩 웃을 뿐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안으로 들어가려면 신분증을 확인해야 했는데 그제야 배윤제는 자신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강하율, 지금 뭐 하자는 거야?”강하율이 돌아서며 말했다.“죄송해요. 대표님 신분증은 등록 안 했거든요.”배윤제는 경비원을 바라봤다.“저는 배윤제입니다.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죄송하지만 규정상 그럴 수 없습니다.”경비원이 단호하게 답했다.이때 배윤호가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했고,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러면 들어가시죠.”강하율이 배윤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오빠, 뭐라고 한 거예요?”“내가 등록했으니 한 번 더 확인해 보라고 했어.”“진짜 등록한 거예요?”“응. 배윤제가 올 줄 알았거든. 배윤제는 절대 쉽게 고개를 숙이는 성격이 아니야. 그리고 쉽게 포기하는 성격도 아니지. 배윤제는 자기가 이곳에 오면 네가 안으로 들여보낼 줄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하지만 저는...”“들어가. 배윤제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너 몰래 더 음침한 수법을 쓸 테니까. 그게 더 골치 아파.”배윤호가 설득했다.“알겠어요.”강하율은 아버지를 또 한 번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강하율은 병실에 도착해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고, 배윤호는 강하율의 뒤에 서 있었다.“희야!”강진철은 강하율을 보자마자 기쁜 얼굴로 말했다.“희야, 그동안 왜 나를 보러 오지 않은 거야?”“좀 바빴어요. 그래도 이렇게 왔잖아요.”강하율은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그의 목소리에 안도감을 느꼈다.“희야, 하율이는 또 오지 않은 거야?”강진철이 걱정스럽게 물었다.강하율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사실 아버지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고, 예전에 강하율은 차분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좀 힘들었다.강하율은 아버지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얘기하고 현실을 마주하고 싶었다.이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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