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율이 배윤제를 구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데에는 상당 부분 조윤서의 영향이 있었다.조윤서가 무슨 방법으로 강하율의 부모님을 설득해 배윤제가 납치당한 일을 비밀로 하게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탓에 강하율은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강하율과 배윤제는 사실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다. 배윤제는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조윤서는 일부러 진실을 숨겼다. 배윤제가 강하율에게 잘해주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다.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그 일을 언급한다면 강하율은 어떻게 생각할까?배윤호가 넋을 놓고 있자 강하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 뭔가 좀 이상한데요?”배윤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만약 아직 배윤제를 향한 마음을 다 접지 못했다면, 혹시 너희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더 있다면...”강하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웃어버렸다.“오빠, 배윤제가 제 은인이라고 했을 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무슨 생각을 했는데?”배윤호의 표정이 조금 웃겼다.“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배윤제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 마음은 그 어떤 때보다도 확실해요.”강하율은 더 이상 배윤제를 사랑하지 않았다.어쩌면 애초에 사랑이 될 수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강하율은 예전에 읽었던 글 하나가 떠올랐는데 그 글은 그녀와 배윤제의 관계를 너무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그 글에 따르면 한 여자는 매일 골목길에서 한 남자와 마주쳤는데 처음에는 그냥 낯선 사이였다가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결국에는 연인이 되었다.여자는 그것이 마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인 것처럼 얘기했다.그러나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었다.그들은 우연한 만남 외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글의 마지막 부분을 강하율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그건 아주 좁은 골목이었기에 두 사람이 마주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자주 마주치다 보면 서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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