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451 - Chapter 460

497 Chapters

제451화

“그 사람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배윤제가 강조했다.“그래요. 어쨌든 저랑은 상관없어요. 저는 제 삶이나 잘 살고 싶을 뿐이에요.”강하율이 말했다.“네 삶? 아니면 배윤호와의 삶?”배윤제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미 오래전에 나한테 질렸구나. 그래서 나랑 다시 만나려고 하지 않았던 거네.”강하율은 한숨을 쉬었다.“제가 배윤제 씨랑 다시 만나려고 하지 않은 이유는 배윤제 씨가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하기 때문이에요. 어렸을 때는 그래도 우리 꽤 잘 지냈잖아요. 그거면 충분해요.”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자 배윤제의 표정이 달라졌다.“하율아, 나를 구해준 건 너였어. 나는 그동안 정다인한테 속았던 거야. 그래서 내가...”“배윤제 씨, 정다인 씨가 당신을 속인 건 맞아요. 하지만 저한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은 바로 배윤제 씨예요. 배윤제 씨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바람을 피웠고, 저를 상처 입혔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이가 틀어진 건 사실상 그것 때문이라고요.”강하율은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배윤제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천천히 말했다.“미안해.”“그래요. 마음은 알겠어요. 저는 제가 구한 사람이 배윤제 씨인 것도 몰랐어요. 상대가 누구였든 저는 똑같이 구했을 거예요.”말을 마친 강하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배윤제가 그녀를 붙잡았다.“잠깐만. 나랑 조금만 더 얘기해. 오늘 얘기 끝나면 바로 떠날게.”강하율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배윤제가 씁쓸하게 웃었다.“하율아, 미안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지? 나는 우리가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그래서 너보다 항상 내가 더 우선이었던 것 같아. 나는 진짜 이런 일들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하율아, 미안해. 나는 우리 어머니가 그런 짓까지 했을 줄은 몰랐어. 부디 나한테 속죄할 기회를 줬으면 해. 나는 네가 겨울 몇 달 만에 배윤호를 사랑하게 돼서 우리 사이의 모든 걸 지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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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강하율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안에서 나왔다.배윤호가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왜 그래?”강하율은 그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찾아와도 괜찮은 거예요?”“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드디어 내가 꿈꾸던 걸 이뤘는데 당연히 사람들한테 알려야지.”배윤호는 주변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의 표정을 보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강하율은 한편으로는 감동을 받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게 당연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녀는 배윤호를 향해 미소 지은 뒤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그제야 동료들은 정신을 차렸다.“네, 네. 들어가세요. 그러면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맞아요. 즐거운 데이트 되세요.”강하율은 웃음을 거두고 배윤호의 팔에 팔짱을 끼고 사무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으나 잠깐 생각해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걸음을 옮겼다.“오빠, 이건 좀 과한 거 아니에요? 집에서 뭐라고 하면 어쩌려고요.”“나한테 뭐라 할 사람이 있겠어? 나는 이날을 위해 여기까지 온 건데 말이야.”배윤호는 위험해 보일 만큼 날카로운 얼굴로 달콤한 말을 내뱉었다.강하율은 그제야 배윤호의 미래에 자신이 늘 존재했다는 걸 깨달았다.사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던 삶이었다.배윤호가 조윤서를 상대로 이길 수 있든 없든, 배윤호가 자신을 원한다면 그녀는 끝까지 그와 함께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배윤제는 달랐다. 그는 애초에 강하율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숨기려고 했고,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고 했다.강하율을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호텔에서 나온 뒤 강하율은 배윤호와 바로 떠나지는 않았다.“잠깐만요. 저 어디 좀 들르고 싶어요.”“어디?”“근처 농장이요. 거기 채소가 싸고 신선하거든요. 거기서 장을 좀 보려고요.”강하율은 그곳을 무척 좋아했다.배윤호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와 함께 농장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강하율이 일부러 얘기를 꺼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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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하지만...”“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형도 충분히 고민하고 혜슬 씨한테 다가간 거야. 나는 오히려 혜슬 씨가 더 걱정돼. 혜슬 씨는 그런 쪽으로는 아예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 것 같거든.”배윤호의 대꾸에 강하율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맞아요. 혜슬이는 나해준 씨랑 하루 종일 같이 있었으면서도 자기가 그냥 가사 도우미인 줄 안다니까요.”배윤호가 말을 이었다.“그 일은 형한테 얘기해 둘게.”강하율이 또 물었다.“그런데 민성운 씨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세 분은 성격이 진짜 안 맞을 것 같던데요.”“처지가 비슷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우리 모두 신분이 애매하거든.”배윤호는 덤덤히 말했다.“민성운은 사생아야. 그 집안에서는 가장 더러운 일을 전부 민성운한테 떠넘겼어. 민성운이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어버리길 바란 거지. 하지만 민성운은 악착같이 버텨서 새로운 길을 만들었어. 그리고 형은 우리랑은 달라. 그 집안의 독자라서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 그런데 부모님 두 분 다 통제 욕구가 엄청 강해. 그래서 형은 그동안 꼭두각시처럼 살았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산 것 같겠지만 사실은 진짜로 형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어. 그래서 모든 게 따분하게 느껴졌겠지.”강하율은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나해준과 민성운에게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차가 농장 앞에 멈춰 섰다.강하율은 배윤호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인사한 뒤, 자연스럽게 바구니를 하나 들고 채소를 따기 시작했다.마침 그곳에 있던 사장이 강하율을 보자 손을 흔들었다.“하율아, 왔어? 이 사람이 네가 그렇게 입에 달고 살던 남자 친구야?”강하율은 고개를 숙인 채 채소를 따며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사장은 배윤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배윤호가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다.“왜 그러세요?”강하율이 설명하려는 찰나,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머,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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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배윤제는 넋이 나간 채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차를 타고 돌아가던 길에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결국 차는 화단에 걸린 채 멈춰 섰는데 다행히 행인이 없어서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배윤제는 기운 없는 모습으로 핸들에 몸을 기댄 채 엎드렸다.그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배윤제가 고개를 들어 슬쩍 보니 뜻밖에도 조윤서였다. 지금 그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조윤서였다.그런데 조윤서가 다짜고짜 차 문을 열고 그를 차에서 끌어 내렸다.“술을 마시고 운전까지 해? 미친 거야?”“신경 꺼요!”배윤제는 차 문을 짚으면서 뒤로 물러났다.“어머니만 아니었다면... 제가 이 꼴이 됐을 리가 없어요!”조윤서는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보다가 배윤제의 앞을 막아섰다.“내 탓이 아니라 전부 강하율과 배윤호 탓이야! 둘이 손을 잡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이렇게 됐을 리가 없다고! 처음부터 배씨 가문의 것은 전부 내 거여야 했어!”“그만하세요!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 것 같아요? 배윤호는 예전부터 친자 확인 결과 보고서를 갖고 있었어요. 배윤호가 그동안 아무 얘기도 안 한 이유는 아버지가 그러라고 시켰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사실 저를 신경 썼다고요! 저는 원래 배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생아인 데다가 일개 운전기사의 자식이 되어버렸죠!”“윤제야, 너희 아버지가 먼저 나를 배신했어.”“그래도 참아야죠! 아버지랑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건 어머니잖아요. 그리고 강씨 가문을 그 지경으로 만든 것도 아버지랑 결혼하기 위해서였잖아요. 왜 그걸 견디지 못해서 저까지 이런 결과를 떠안아야 하냐고요!”배윤제가 큰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조윤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배윤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제 만족해요? 그 남자는 감옥에 가게 생겼고 저는 곧 범죄자의 아들이 되겠죠. 우리는 모든 걸 다 잃었어요.”말을 마친 뒤 배윤제는 다시 차에 타려 했다.그때 조윤서가 말했다.“우리가 모든 걸 다 잃었다고 누가 그래? 우리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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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그런데 기숙사 건물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안혜슬의 엄마가 안혜슬의 팔을 잡고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강하율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로 달려갔다.“이모, 여기 사람도 많은데 자꾸 이러시면 경비원한테 쫓겨날 수도 있어요.”“그게 무슨 말이니? 나는 얘 엄마야. 내가 내 딸 좀 보겠다는데 그것도 안 돼?”김지현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안혜슬이 말했다.“엄마, 저 진짜 돈 없어요. 1억짜리 차는 죽었다 깨나도 못 사요.”그 말을 듣고 강하율은 넋이 나갔다.‘1억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전에는 집을 사라고 하더니 이제는 1억짜리 차를 사달라고 해?’당시 집을 사면서 대출을 받았는데 매달 안혜슬이 절반을 갚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안혜슬의 부모가 갚고 있었다.안혜슬의 오빠는 마트에 상품을 실어 나르며 매달 150만 원 정도 벌었고 번 돈은 전부 본인이 썼다.반대로 안혜슬은 남의 빚을 갚으려고 악착같이 돈을 아껴 썼다.강하율은 김지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모, 혜슬이는 매달 월급의 대부분을 부모님께 드렸어요. 그런데 무슨 돈으로 차를 사겠어요?”김지현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혜슬이 오빠가 그러더라. 요즘 대출이 잘 나온다고. 게다가 혜슬이는 여자라서 돈을 빌리기도 쉬울 거라고 했어.”그 말에 강하율과 안혜슬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안혜슬의 오빠는 인간 말종이었다.안혜슬이 반박했다.“돈을 쉽게 빌릴 수 있을 거라고요? 그게 어떤 건지 알고는 계세요? 이자율도 엄청 높고 돈을 갚지 못한다면 제 인생은 박살 날 거라고요!”“혜슬아,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천천히 갚으면 되지. 너라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김지현이 말했다.“아니요. 저도 방법이 없어요. 돈도 없고요.”안혜슬이 단호하게 말했다.김지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강하율이 차분하게 설명했다.“이모, 그건 사채예요. 불법이라고요. 게다가 큰돈을 빌리려면 옷을 다 벗고 나체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야 해요. 이모는 혜슬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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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김지현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가끔은 안혜슬이 도와줘서 잠깐 정신을 차릴 때가 있어도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 결국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만다.김지현이 힘들게 산다는 사실은 누구든 보아낼 수 있었다.그녀는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본인이 그걸 거부했다.안혜슬은 엄마의 손을 붙잡았다.“엄마, 오빠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엄마도 알잖아요. 오빠가 무슨 수로 1억짜리 차를 타고 다녀요?”김지현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남자는 결혼하면 다 나아져. 다 잘될 거야.”“그런데 그걸 왜 제가 감당해야 하냐고요. 엄마는 저도 엄마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안혜슬이 되묻자 김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김지현은 다 알면서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안혜슬은 가방 안에서 돈을 조금 꺼내 엄마한테 쥐여줬다.“엄마, 곧 겨울인데 왜 아직도 이런 옷을 입고 다녀요? 이건 하나도 안 따뜻하잖아요. 얼른 가서 새 옷 사 입어요. 그리고 아빠랑 오빠한테 제가 돈을 줬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김지현은 안혜슬이 쥐여준 돈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김지현은 두 자식 모두 사랑하면서 매번 안혜슬만 희생시켰다.강하율이 나섰다.“이모, 이제 돌아가세요. 그냥 혜슬이도 돈이 없다고 하시면 돼요.”김지현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상상했던 것처럼 끈질기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안혜슬은 완전히 지쳐버렸다.강하율은 김지현이 떠난 것을 확인한 뒤 안혜슬을 차에 태웠다.안혜슬은 배윤호에게 인사할 기력조차 없어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배윤호가 말했다.“혜슬 씨 어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거예요. 혜슬 씨가 옳다는 걸 인정한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이 틀린 선택을 해왔다는 걸 인정해야 하니까요. 사실은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일 거예요.”즉 자신의 지난 삶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었다.안혜슬이 한숨을 쉬었다.“매번 똑같아요. 오늘도 돌아가면 제가 준 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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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강하율은 웃음을 터뜨렸다....안혜슬은 세 사람에게 차를 따라주다가 차가 떨어지자 대신 물을 따라주었다.민성운이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며 웃었다.“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아니에요?”안혜슬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래요?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있으면 그냥 얘기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안 도와주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민성운이 눈을 찡긋했다.안혜슬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예쁘장한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호텔에서 별의별 사람을 다 봤고, 예쁘게 생긴 남자 둘이서 방에 들어가는 장면도 본 적이 있었다.나해준이 컵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양승아가 거들었다.“그냥 편하게 얘기해도 돼요. 다들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결국 안혜슬은 집안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고 양승아는 웃으며 말했다.“오빠분이 참 대단하시네요. 1억짜리 차를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는 걸 보면 말이죠.”민성운이 말했다.“그런 사람은 칼 한 번 들이대면 바로 얌전해지는데.”두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문제만 얘기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안혜슬의 엄마였다.나해준이 말했다.“어머니가 그 집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거지? 사실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긴 해.”안혜슬이 곧바로 그를 바라봤다.“무슨 방법이요?”“어머니의 사고방식을 따라서 생각해 봐. 너희 어머니는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 또는 누군가에게 부려지는 것에 익숙해.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들이 더 이상 너희 어머니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너희 어머니는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할 거야.”“그 말은... 아빠랑 오빠가 엄마를 버리게 만들라는 거예요?”그 말을 하고 나서 안혜슬 자신도 놀란 듯했다.민성운이 말했다.“우리 카지노에 오는 도박꾼들이 가장 먼저 버리는 게 뭔지 알아요? 바로 자기 아내예요.”안혜슬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혹시 우리 아빠랑 오빠를 도박에 빠지게 하려는 건 아니죠?”안혜슬은 두 사람이 죽도록 싫었으나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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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강하율과 배윤호가 음식을 들고 나왔을 때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다 됐어요. 와서 앉아요.”네 사람은 웃고 떠들며 자리에 앉았고, 앉자마자 또 이야기를 이어갔다.강하율이 물었다.“얘기 다 끝났어?”안혜슬은 숨기지 않고 방금 결정한 내용을 전부 얘기한 뒤 한마디 덧붙였다.“사실 그동안 몰래 이천만 원 정도 모았거든. 그러니까 그냥 내 돈으로 하면 될 것 같아.”강하율이 말했다.“혜슬아, 네 마음은 알겠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해. 너희 아빠한테 그 정도 돈이 없을 것 같아? 그걸로는 자신한테 헌신하는 너희 엄마를 버릴 생각이 들지 않을 거야.”배윤호가 낮게 말했다.“사람은 자기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돈을 손에 쥐어야 남들이 어떻게 돈을 쓰는 지를 배우게 돼요. 그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여자를 갈아치우는 거죠.”배윤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한마디 보탰다.“나는 이미 충분히 돈이 많으니까 다른 여자는 관심 없어.”민성운은 하마터면 먹던 음식을 토할 뻔했다.“둘 다 진짜 뻔뻔하네.”나해준이 말했다.“할 거면 크게 하자.”나해준이 그런 얘기를 하자 안혜슬은 순간 넋이 나갔다.“어떻게요? 돈이 너무 많이 들면 저 못 갚아요.”“앞으로 천천히 갚으면 되지.”나해준이 능구렁이처럼 싱긋 웃었다.“그러면 얼마로 하려고요?”5천만 원쯤이면 죽어라 일해서 어떻게든 갚을 수 있었다. 엄마랑 같이 그 거지 같은 집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말이다.“10억.”“네?”안혜슬이 소리를 질렀다.“10억은 제가 평생 일해도 못 갚는 돈이에요. 절대 안 돼요. 못 해요.”나해준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매우 논리적으로 말했다.“만약 혜운대에 합격한다면 연봉을 꽤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야. 네가 앞으로 10억도 못 벌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네.”안혜슬이 말을 이어갔다.“교수님, 교수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에요. 대학 등록금도 몇 년 동안 일해서 겨우 모았어요. 졸업하면 인턴으로 시작할 텐데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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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안혜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미친 거 아니야? 꿈도 꾸지 마. 본인은 능력이 안 되니까 여동생을 팔아먹겠다고?”“우리만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집도 다 그래. 딸을 결혼시켜서 받은 돈으로 아들 결혼시키는 건 당연한 거라고.”“꺼져.”안혜슬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분노 때문에 몸이 계속 떨렸다.그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해요.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나해준은 자리를 떠나는 그녀를 끝까지 바라보았다.강하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늘 이래요. 혜슬이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결혼시키겠다고 협박해요. 예전에 제가 혜슬이를 돕고 싶어서 두 번 정도 돈을 준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점점 더 큰 액수를 요구하더라고요. 혜슬이 엄마는 그냥 울기만 하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줄 수가 없었어요.”나해준이 말했다.“내가 최대한 빨리 처리할게.”“네? 잠깐만요.”강하율이 그를 말려고 했다.“도와주려고 그러는 건 알지만... 저는 혜슬이가 진심이 될까 봐 걱정돼요. 저는 혜슬이가 마지막에 혹시라도...”“내가 혜슬이를 갖고 놀려고 하는 것 같아?”“그게 아니라 액수가 너무 크면 혜슬이가 부담스러워할 거예요. 나해준 씨도 혜슬이가 돈을 갚으려고 나해준 씨를 만나주는 것보다는 정말 나해준 씨를 좋아해서 만나기를 바랄 거잖아요.”“강하율, 혜슬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야. 설령 빚 때문에 나랑 만나게 된다고 해도 혜슬이 성격에 절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거야.”나해준은 가볍게 웃었다.그 말을 듣고 강하율은 잠시 멈칫했다.듣고 보니 안혜슬의 성격이라면 절대 어디 가서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해요. 제가 섣부르게 판단했네요.”“걱정하지 마. 나도 선은 지킬 거니까. 지금은 어떻게 혜슬이 가족들을 상대할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사실 10억이 아니라 1억만 있어도 혜슬이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굴 거예요.”강하율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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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강하율은 흥분해서 배윤호의 손을 꽉 잡았다.“우리에게 뭘 알려주려고 한 거죠?”“병실 안에 듣는 귀가 있다는 거.”배윤호가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면 당장 가서 제거해야죠!”강하율은 아버지가 걱정돼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려 병실로 달려가고 싶었다.배윤호가 그녀를 붙잡았다.“우리는 가면 안 돼. 우리 대신 간 사람이 있어.”그가 말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뛰어나왔다.“배윤호 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다 확인해 봤는데 도청기가 있었습니다.”의사가 사진을 보여줬다. 강진철의 침대 옆 수납장 근처에 작은 검은 점 하나가 있었다.바로 제거하면 상대가 눈치챌 수 있어서 일단은 사진만 찍어둔 상태였다.의사가 말했다.“매일 아침 직원이 청소하러 가는데 그때 설치된 것 같습니다.”수납장을 닦으면서 뒷부분에 슬쩍 붙이면 눈치채기 어려운 위치였다.그런데 직원이 강진철을 진짜 미친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은근히 허술하게 설치한 듯했다.강하율이 물었다.“그럼... 우리 아버지가 미치지 않았다는 뜻인가요?”배윤호는 단정 짓지 않았다.“적어도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인 거지.”그는 그렇게 대답한 뒤 의사에게 계속 관찰하되 절대 상대를 자극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강하율은 병실 쪽을 올려다봤다.“아버지가 일부러 연기를 했다면... 무려 10년이나 연기를 한 거잖아요. 왜 그런 걸까요?”“하율아, 너는 그때 겨우 열네 살이었어. 그러니까 그런 상황을 감당할 수가 없지. 미친 척 연기한 건 아마 살아남기 위해서였을 거야. 그래야 조사할 기회라도 있으니까.”배윤호가 분석했다.강하율은 당장 그 비서의 가족을 찾아가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배윤호가 말을 이었다.“당시 사건 기록을 다시 확인해 봤는데 그 목격자라는 사람은 그 비서의 친척이었어. 마침 그 비서의 집 근처에서 살았고.”“맞아요. 그 사람은 볼일이 있어서 비서의 집에 갔다가 상황을 목격했다고 했어요. 비서가 급히 밖으로 뛰어나가서 따라가 봤는데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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