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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Author: 이소문
“강하율, 전부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으면 윤제 씨는 계속 나를 사랑했을 거야. 그랬다면 우리 집안이 망했을 리도 없어. 그러니까 죽어!”

‘집안이 망했다고?’

강하율은 다른 건 생각할 틈도 없이 반격하려고 손을 들었지만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녀는 이내 정다인에게 밀려 바닥에 넘어졌고, 정다인이 뜨거운 물을 강하율의 몸에 끼얹으려는 순간, 누군가 달려와 정다인을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는 출수구로 밀쳤다.

“꺅!”

정다인이 비명을 질렀다.

강하율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기절하기 전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바로 배윤호였다.

강하율은 배윤호의 그렇게 무서운 모습을 처음 보았다.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었다.

곧이어 강하율은 아주 긴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한 여자아이가 계속 달리고 있는 걸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달릴수록 주변 풍경이 거꾸로 되감기듯 빠르게 뒤로 넘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천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

강하율은 소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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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5화

    “강하율, 전부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으면 윤제 씨는 계속 나를 사랑했을 거야. 그랬다면 우리 집안이 망했을 리도 없어. 그러니까 죽어!”‘집안이 망했다고?’강하율은 다른 건 생각할 틈도 없이 반격하려고 손을 들었지만 머리가 너무 아팠다.그녀는 이내 정다인에게 밀려 바닥에 넘어졌고, 정다인이 뜨거운 물을 강하율의 몸에 끼얹으려는 순간, 누군가 달려와 정다인을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는 출수구로 밀쳤다.“꺅!”정다인이 비명을 질렀다.강하율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기절하기 전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바로 배윤호였다.강하율은 배윤호의 그렇게 무서운 모습을 처음 보았다.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었다.곧이어 강하율은 아주 긴 꿈속으로 빠져들었다.그녀는 한 여자아이가 계속 달리고 있는 걸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달릴수록 주변 풍경이 거꾸로 되감기듯 빠르게 뒤로 넘어갔다.그러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천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강하율은 소녀의 얼굴을 알아봤다.그 소녀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당시 강하율은 비록 어렸지만 호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기억하기로 배준혁은 해외로 떠났고 배윤호는 그녀의 집에 찾아와 그녀의 부모님을 뵀다. 그러나 강하율은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다음날, 배윤호는 배준혁을 만나러 해외로 떠났다.그 이후에는...강하율은 그날 성대한 파티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온 걸 기억했다.그러나 강하율은 왠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서 혼자 몰래 밖으로 나가 놀았다.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세 남자가 침대 시트로 사람 한 명을 둘둘 감싸서 어깨에 메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강하율은 몰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어린아이였던 그녀는 끝내 들키고 말았다.그리고 본인도 시트에 싸여 차에 던져졌다.강하율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두 손이 묶인 채 눈까지 가려진 상태였다.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하율은 한 소년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러나 소리가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4화

    강하율이 배윤제를 구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데에는 상당 부분 조윤서의 영향이 있었다.조윤서가 무슨 방법으로 강하율의 부모님을 설득해 배윤제가 납치당한 일을 비밀로 하게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탓에 강하율은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강하율과 배윤제는 사실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했다. 배윤제는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조윤서는 일부러 진실을 숨겼다. 배윤제가 강하율에게 잘해주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다.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그 일을 언급한다면 강하율은 어떻게 생각할까?배윤호가 넋을 놓고 있자 강하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 뭔가 좀 이상한데요?”배윤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만약 아직 배윤제를 향한 마음을 다 접지 못했다면, 혹시 너희 사이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더 있다면...”강하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웃어버렸다.“오빠, 배윤제가 제 은인이라고 했을 때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요?”“무슨 생각을 했는데?”배윤호의 표정이 조금 웃겼다.“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배윤제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 마음은 그 어떤 때보다도 확실해요.”강하율은 더 이상 배윤제를 사랑하지 않았다.어쩌면 애초에 사랑이 될 수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강하율은 예전에 읽었던 글 하나가 떠올랐는데 그 글은 그녀와 배윤제의 관계를 너무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그 글에 따르면 한 여자는 매일 골목길에서 한 남자와 마주쳤는데 처음에는 그냥 낯선 사이였다가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결국에는 연인이 되었다.여자는 그것이 마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인 것처럼 얘기했다.그러나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었다.그들은 우연한 만남 외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글의 마지막 부분을 강하율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그건 아주 좁은 골목이었기에 두 사람이 마주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자주 마주치다 보면 서로 알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3화

    “응.”...그들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응급 처치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병원 의사들은 단순한 자상으로만 보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검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밤이 깊어져 그들은 다음 날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강하율과 안혜슬은 간단히 먹을 것을 사러 나갔고, 돌아오는 길에 안혜슬은 계속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혜슬아, 너 너무 티 나. 누가 봐도 거기 뭐 숨겨둔 거 같잖아.”“그래? 나 지금 완전 부자잖아.”안혜슬이 웃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절대 티 내지 마. 너 이제 대학교도 다녀야 해서 돈 쓸 일이 많잖아. 혹시라도 들키게 되면 다 빼앗길 테니까 조심해.”강하율이 말했다.안혜슬은 곧바로 손을 내렸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강하율은 자신의 말에 안혜슬이 겁을 먹은 것 같아서 서둘러 말했다.“농담이야.”안혜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엄마가 어디서 들었는지 내가 나해준 교수님 집에서 일하는 걸 알더라고. 내가 돈을 얼마나 받는지까지 알고 있었어. 그래서 지금 내가 돈을 보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말도 안 돼. 그걸 어떻게 알았대?”“호텔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많잖아. 좋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막 캐묻고 다녀. 그리고 소문이 나면 진짜 탈탈 털리게 돼. 분명 우리 팀의 입이 가벼운 직원들이 우리 팀장님에게 물었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 돈이 생기는 게 두려워서 우리 부모님한테 얘기한 거겠지.”안혜슬이 한숨을 쉬었다.강하율이 그녀를 위로했다.“혜슬아, 이 돈은 아무도 몰라.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가족들이랑 지낼지 잘 생각해 봐. 완전히 연을 끊으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선을 긋도록 해. 너한테는 네 인생이 있잖아. 평생 가족들한테 피 빨리면서 살 이유는 없어.”“우리 오빠가 맞선을 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겼는데 엄마가 돈이 좀 부족하대. 내가 나 교수님 집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그 얘기를 하더라고. 엄마는 귀가 얇은 편인데 분명 아빠가 부추겼을 거야.”“엄마가 걱정되는 마음은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2화

    강하율은 배윤호의 말에 그 자리에 굳어버렸지만 배윤호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배윤호가 낮게 속삭였다.“아까 총에 맞았을 때 나는 난생처음 두려움을 느꼈어.”강하율이 그를 바라봤다.“왜요?”분명 조윤서가 죽이겠다고 했을 때는 덤덤했었는데 말이다.“네가 나를 안아주니까 죽기 싫어졌거든. 아직 못다 한 말도 너무 많고. 예전에는 네가 조금 적응하고 나면 천천히 말하려고 했는데 아까는 모든 걸 너한테 다 얘기하고 싶었어. 내 마음을 포함해 전부 다...”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강하율은 그의 말에서 사랑을 느꼈다.예전에 강하율은 사랑은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상대방의 눈빛에서, 행동 하나하나에서 사랑을 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였을까? 강하율은 배윤호 앞에서 점점 더 거리낌없이 굴 수 있었다.배윤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강하율은 처음으로 정다인의 기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받는 사람은 정말로 두려울 게 없었다.예전에 배윤제와 만났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굴 이유가 없었다.강하율은 배윤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직도 아파요?”“진통제를 먹어서... 읍.”배윤호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하율이 입을 맞췄다.배윤호는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 키스했다.강하율이 숨을 쉬기 힘들어질 때쯤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겨우 떨어졌다.강하율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일단 병원부터 가요.”“좋아.”강하율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가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원래는 안혜슬 혼자였는데 이제는 나해준과 민성운까지 와 있었다.세 사람은 묘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들이 어디까지 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저, 저기...”“일단 병원부터 가자.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해.”안혜슬은 그렇게 말한 뒤 계속 키득거렸고, 창피해진 강하율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라 시선을 들어 나해준과 민성운을 바라봤다.“어떻게 됐어요?”“전부 잡혔어. 조윤서 씨가 그동안 크게 움직이지 못했던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1화

    “얼른 출발해 주세요. 이러다 그 불여우한테 따라잡히겠어요.”안혜슬이 재촉했다.“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출발할게요. 이제 어디로...”“가장 가까운 큰길로 가 주세요.”배윤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강하율은 그에게 따로 계획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곧바로 말했다.“그렇게 해주세요.”운전기사는 더 묻지 않고 액셀을 밟아 빠르게 큰길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 캠핑카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강하율은 운전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배윤호를 부축해 차에 올랐다.문을 열자 안에는 의사 두 명과 간호사 한 명이 앉아 있었고 그들의 옆에는 의료 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완벽한 무균 환경은 아니었지만 응급 처치를 진행하기에는 충분했다.강하율은 곧바로 배윤호를 의사들에게 맡기고 안혜슬과 함께 밖에서 기다렸다.안혜슬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분명 괜찮을 거야. 나 교수님한테도 상황을 다 전했어. 거기도 거의 정리됐을 거야.”강하율은 한숨 돌리며 고개를 들어 산 쪽을 올려다봤다.“그 저격수는?”“내가 얘기했잖아. 여기 지리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아무리 킬러라고 해도 나보다 이곳 지리를 잘 알 수는 없어. 나는 배윤호 대표님이 다친 걸 보고 누군가 숨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고,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서 바닥에 있던 막대기를 주워 기절시켰어. 그리고 그 사람은 경호원들이 밧줄로 묶어놨어.”“대단하다. 역시 네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그렇지? 그런데 나 교수님은 괜찮은지 모르겠네.”안혜슬도 산 쪽을 바라봤다.강하율이 말했다.“괜찮을 거야. 공부만 한 사람 같아 보여도 실력이 만만치 않을 테니까. 그리고 민성운 씨도 있잖아.”안혜슬이 말했다.“대표님 진짜 대단하다. 심지어 지인들도 다 대단해.”그들이 대화를 하던 중 차량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내려왔다. 그는 피가 묻은 옷을 봉투에 넣어 버렸다.“강하율 씨, 응급 처치는 끝났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시는 게 좋습니다.”“감사합니다.”강하율은 차 안을 들여다봤다. 배윤호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30화

    조윤서가 나해준에게 총구를 겨누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윤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저격수는 찾기 굉장히 어려웠다.게다가 절 주변은 숲이었기에 숨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조윤서는 차갑게 웃었다.“싸워. 왜 다들 안 싸우는 거야? 무서워서 그래? 나한테 너희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닌데 말이야.”말을 마친 뒤 조윤서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나해준은 입술을 깨물며 총을 맞을 각오를 했다.그러나 조윤서가 신호를 보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격수 쪽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강하율이 배윤호의 상처를 손으로 누른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이어셋 너머로 안혜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요? 어서 움직여요! 저격수를 기절시키긴 했는데 저는 총을 쏠 줄 몰라요. 그런데 망원경을 진짜 좋은 걸 쓰나 봐요. 여기서 다들 뭐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요. 지금 누군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빨리 빠져나와요.”아무리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배윤호가 다친 상태에서 조윤서가 비열한 수법까지 쓴다면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나해준이 말했다.“여긴 나랑 민성운이 막을 테니까 강하율 너는 윤호를 먼저 데리고 가.”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치마를 찢어 급히 지혈한 뒤 배윤호를 부축해 일어섰다.그런데 배윤제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배윤제가 이를 악물었다.“하율아, 나는 너한테 몇 번이나 기회를 줬어.”강하율은 그와 말다툼할 기력이 없어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비켜요.”배윤제가 손을 뻗으려고 하자 양승아가 경호원들을 밀어내고 두 사람의 앞에 섰다.“강하율 씨, 얼른 떠나세요.”배윤제가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강하율, 지금 떠난다면 나는 앞으로 절대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내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데려왔는지 알아? 너희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어.”“그래요. 어디 한번 해봐요.”강하율은 양승아를 힐끗 본 뒤 배윤호를 부축하며 그곳을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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