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총괄이 몇 달이나 공을 들여 따낸 계약이었다. 사실상 성사 직전까지 온 일인데, 해인의 손에 와서 틀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여기서 놓치면 안 돼.’해인이 조용히 말했다.“일단 지켜보자.”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한 곡이 끝나자 공연장 안에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최수나는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무대 뒤편으로 걸어 들어갔다. 곧 막이 드리워졌다.주용원과 희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해인도 곧바로 두 사람 쪽으로 향했다.“주 대표님, 저는 와세라에서 이번 구매 건 맡고 있는 강해인 팀장입니다. 오늘 저녁에 잠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저희가...”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희정이 끼어들었다.“삼촌, 배고파요. 일단 식당부터 가요.”‘삼촌?’해인은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주 대표와 차희정이 친척인 건가?’주용원이 해인을 보며 말했다.“강 팀장 맞지? 나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먹으면서 얘기하지.”해인은 본능적으로 희정 쪽을 한번 봤다. 희정은 턱을 살짝 치켜든 채 묘하게 웃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속셈이 훤했다. 희정이 중간에서 일을 틀어지게 할 게 분명했다. 편하게 끝날 자리는 아닐 가능성이 컸다. 희정이 끼어 있는 이상, 이야기가 어그러질 수도 있었다.그래도 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마주 앉아야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었다. 아예 대화조차 못 하면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는 셈이니까.“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런데 식당에 들어간 뒤에도 희정은 줄곧 주용원을 자기 옆에 붙들어 놨다.한참은 최근 촬영장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들을 떠들었고, 또 한참은 연예계 뒷이야기를 꺼냈다. 마흔 중반을 넘긴 주용원은 사실 그런 이야기에 큰 흥미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몇 번 말이 오가고 나자, 주용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희정아, 강 팀장이랑 무슨 일이 있니?”주용원이 희정의 삼촌이라고는 해도 사실 촌수는 제법 멀었다. 윗대부터 왕래가 뜸했고, 명절에도 자주 드나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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