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341 - Chapter 350

354 Chapters

제341화

그때 해인은 병실 병상에 누워 있었다.사방이 온통 하얀 색이었다.아마 어젯밤 그 간호사가 사람을 불러, 해인을 병실 침대로 옮겨 준 모양이었다.해인은 최수나를 바라보며 물었다.“유호 씨는요?”“수술 끝나고 나왔어.”“저 유호 씨 보러 갈래요.”“그건 좀 어려워.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경과를 보는 중이래. 당분간은 직접 못 만나.”날이 밝아 있었다.어느새 꼬박 하룻밤이 지나 버린 뒤였다.해인이 다시 물었다.“유호 씨는 어젯밤에 언제 나왔어요? 많이 다쳤어요?”“걱정 마. 내가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수술 잘 끝나고 나와서 큰 문제는 없대. 앞으로 잘 쉬면서 회복하면 된다고 했어.”“어디를 다쳤는데요?”“머리 쪽이래. 뒤통수 부분. 수술도 했다고 하더라.”최수나가 조용히 덧붙였다.“차가 세게 부딪힐 때, 차 안에 있던 장식품이 좌석에 튕겼다가 다시 유호 머리에 맞았대.”해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평소에는 차 안에 두면 보기 좋은 물건이지만, 사고가 나면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게 장식품이다.‘한유호가 그렇게 크게 다쳤다니.’‘어떡해...’최수나가 해인을 달랬다.“너무 불안해하지 마. 의사 말로는 몇 바늘 꿰맨 정도라고 했어.”해인의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미안한 마음도 한층 더 짙어졌다.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상했다.“그럼 겉으로 난 상처만 있는 거예요? 그런데 왜 유호 씨는 고태겸보다 수술이 더 오래 걸렸죠?”태겸도 머리를 다쳤다.두 사람이 다 같은 부위에 상처를 입은 거라면, 수술실에서 나오는 시간도 비슷해야 맞았다.그런데 해인은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잠이 들 정도로 오래 앉아 있었는데도, 유호가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그건 최수나도 정확히는 알지 못해서 짐작하듯 말했다.“아마 수술하는 의사 실력 차이 아닐까? 어떤 의사는 경험이 많으니까 손이 더 빠를 수도 있잖아.”해인은 바로 알아들었다.고민건 부부가 태겸을 더 걱정해서, 태겸 쪽에 더 경험 많은 의사를 붙였을 가능성이 컸다.그 생각을 하다가 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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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해인이 물어봐도 최수나는 별일 아니라고만 했다.그 사이 교통경찰이 찾아와 사고 당시 상황을 다시 물었다.해인은 기억나는 대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했다.차량은 불에 타 완전히 망가졌고, 블랙박스도 함께 소실된 상태였다.그래서 해인은 이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진술자였다.이틀 내내 병원 아래에는 기자들이 몰려들었다.어떻게든 해인을 붙잡고 인터뷰를 따내려는 사람들이었다.해인은 인터넷에서 어떤 말들이 돌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결국 하는 말은 다 비슷했다.해인이 두 남자를 동시에 붙잡아 두고 있었다거나, 유호와 결혼하고도 한쪽으로는 태겸과 몰래 만나 왔는데, 그러다 남편에게 들켜서 이번 교통사고가 났다는 식이었다.그래도 해인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그런 말들에 일일이 상처받고 싶지도 않았다.해인은 그저 병실에서 조용히 몸을 추슬렀다.사고 당시 해인이 크게 다친 건 아니었다.연골이 조금 상한 정도라 며칠 침대에 누워 쉬어야 한다는 진단만 받았다.그 며칠 동안, 최수나는 틈만 나면 병실에 들러서 해인 곁을 지켰다.그런데 오후였다.해인은 원래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다.그때 병실 안으로 기자 두 명이 몰래 들어왔다.눈을 뜨자마자 카메라가 자기 얼굴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는 걸 본 해인은 그대로 비명을 질렀다.기자는 마치 이미 모든 답을 정해 놓은 사람처럼 몰아붙였다.표정에는 특종을 따내겠다는 욕심이 가득했다.“강해인 씨, B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후계자 두 명이 강해인 씨 때문에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두 남자한테 동시에 주목받는 기분이 꽤 즐겁진 않으셨어요?”거의 해인의 얼굴 바로 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해인은 침대에서 내려와 사람을 부르려고 했지만, 기자들이 아예 침대 앞을 막았다.뭔가 대답을 받아 내기 전에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플래시를 켠 카메라를 해인을 향해 계속 들이밀었다.그 기자들은 해인의 불안과 공포까지도 모조리 기록하려고 했다.해인의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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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최수나는 해인과 함께 채혈실로 갔다.해인은 내내 조금 멍한 상태였다.그래도 최수나는 한때 아이를 가져 본 적이 있었으니, 이런 상황을 먼저 겪어 본 셈이었다.결과지를 받자마자 의사에게 보여주기도 전에, 최수나가 먼저 말했다.“해인아, 너 정말 애가 생긴 것 같아. 아직 초기인 것 같은데.”해인의 머릿속이 웅웅 울렸다.해인은 거의 본능처럼 물었다.“그럼... 어떡하죠?”해인의 눈에는 정말 막막함이 가득했다.처음 엄마가 되는 일이었다.아무 경험도 없었고, 마음의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이 아이는 애초에 해인의 계획 속에는 없었다.해인과 유호는 늘 조심했다.정말 딱 한 번, 그때 한 번만 피임을 하지 못했다.그런데 하필 그 한 번으로 이렇게 됐다.피할 수 없는 인연은 결국 찾아오는 법인지도 몰랐다.최수나는 멍한 얼굴로 서 있는 해인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보였다.예전에 동현과 사귈 때, 동현은 자기 여동생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이제야 왜 강씨 가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해인을 그렇게 예뻐했는지 알 것 같았다.해인은 강씨 가문 모두가 귀하게 아끼던 막내였다.최수나는 손을 들어 해인의 볼을 살짝 주무를 수밖에 없었다.“이걸 어떡하지. 너도 아직 아기 같은데, 나중에 애는 어떻게 키우려고.”해인은 그 말을 듣고도 진지하게 잠시 고민했다.그러더니 말했다.“그럼... 애를 그냥 인형처럼 키우면 되지 않을까요?”“푸흡...”최수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마음 놓고 웃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를 정도였다.의사는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해인에게 초음파 검사까지 진행하게 했다.해인은 화면 위에 조그맣게 찍힌 점 하나를 보았다.‘저게... 내 아이란 말이야?’너무 신기했다.의사가 차분하게 설명했다.“지금 상태로 보면 배아가 막 착상한 단계 같아요. 사고 때 많이 놀라서 출혈이 있었던 것 같고요.”“약한 유산 기운이 조금 보이긴 하는데, 아주 심한 건 아닙니다. 약 처방해 드릴 테니 잘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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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해인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쯤 됐는데도 우진의 시선이 자기에게 과하게 머물러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눈치가 없는 수준이었다.해인은 곧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어 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우진은 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 반응만으로도 해인의 짐작은 더 또렷해졌다.해인은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대신 자기는 이미 결혼한 몸이고, 우진처럼 어린 느낌의 남자한테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에둘러서 전했다.‘고태겸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배우진까지 이러면 정말 숨이 막힐 거야.’무엇보다 우진은 겉으로 보기엔 꽤 성실하고 맑은 타입이었다.자칫하면 제대로 된 첫사랑 한 번 못 해 본 채 마음만 다칠 수도 있었다.해인은 아직 감정도 제대로 모르는 어린 싹을 괜히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우진은 워낙 머리가 좋은 데다 눈치도 빨랐다.돌려 말하는 해인의 말만 듣고도 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들었다.우진은 핸드폰을 쥔 채 내내 조용했다.놀랄 만큼 침착하기도 했다.사실 우진 자신은 꽤 조심스럽게 마음을 감춰 왔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해인이 이렇게 빨리 눈치챌 줄은 몰랐다.‘내가 그렇게 티를 냈나?’그래도 우진은 당연히 부인했다.[팀장님, 너무 앞서가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연말 평가 점수 좀 잘 받아서 보너스 많이 받고 싶었던 것뿐입니다.]해인은 잠깐 멈칫했다.‘정말 그것뿐인가?’해인은 이마를 손으로 문질렀다.혹시 자기가 너무 예민해진 건 아닌가 싶었다.이번 태겸 일 때문에 괜히 모든 걸 감정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스쳤다.“그래, 아니면 된 거야. 일이나 열심히 해.”전화를 끊은 뒤, 우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일단은 넘어갔네.’우진은 고개를 돌려 해인의 사무실 쪽을 바라봤다.안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그런데도 우진이 새로 갈아 둔 꽃다발은 책상 위에서 한창 예쁘게 피어 있었다.해인이 돌아오면 바로 볼 수 있게, 가장 싱싱한 걸로 바꿔 둔 꽃이었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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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과연 몇 분 지나지 않아, 주헌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사모님, 대표님은 일반 병실로 옮기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해인은 곧바로 이불을 걷어 내리고 밖으로 나갔다.유호는 중환자실에 꼬박 닷새 동안 있었다.그 닷새 동안 두 사람은 제대로 말을 나눌 기회조차 없었다.그래서인지 해인은 지금 유호가 몹시 보고 싶었다.승아도 따라 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아무래도 부부가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에 자기가 따라붙으면 괜히 눈치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승아는 그냥 병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주헌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해인을 윗층 VIP 병실로 데려갔다.해인은 문 앞에 멈춰 섰다.막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찰나, 아니, 막 문고리에 손을 얹으려는 때에 방 안에 있는 희정을 먼저 봤다.희정은 꽃바구니와 정성스럽게 고른 과일 몇 가지를 들고 있었다.“유호야, 네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말 듣고 나 진짜 걱정돼서 혼났어. 밥도 못 먹겠고, 허리도 한 줌이 됐잖아.”희정은 그렇게 말하며 유호 앞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오늘 희정의 차림은 누구라도 한 번 더 보게 만들 만큼 의도가 뚜렷했다.남자들이 보면 예쁘다고 느낄 만했고, 여자들이 보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계산된 차림이라고 느낄 만한 종류였다.“배 안 고파? 뭐 좀 먹고 싶지 않아? 내가 사과 깎아 줄게.”희정은 가져온 사과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욕실 쪽으로 걸어갔다.너무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굴어서, 유호도 미처 거절할 틈이 없었다.그때 해인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유호는 해인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봤다.유호의 눈이 환해지면서 손을 뻗어 해인을 붙잡으려고 했다.“여보!”유호는 해인을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괜찮아? 어디 다친 데 있어?”그동안 두 사람은 제대로 마주 앉아 얘기할 수도 없었다.그러니 유호 역시 해인이 얼마나 다쳤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유호는 며칠 전보다 훨씬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기색도 많이 돌아왔다.그런데도 머리를 짧게 밀고 붕대를 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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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희정은 최대한으로 화를 참으려고 했다.‘이건 내가 유호 주려고 직접 깎은 건데!’‘근데 유호가 그걸 강해인한테 먹여주다니...’‘이게 뭐야? 나를 그냥 하녀 취급하는 거야?’“아직도 안 갔어?”유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희정이 그 자리에 있는 게 꽤 거슬린다는 뜻이 분명했다.희정의 표정이 더없이 일그러졌다.희정은 가방을 거칠게 집어 들고 병실을 나섰다.하지만 희정은 병원을 곧장 떠나지 않았다.희정은 곧바로 서진의 사무실로 향해 문을 두드렸다.“서진아, 네가 분명히...”말을 끝내기도 전에, 희정은 안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걸 알아차렸다.병원에서 제법 경력이 쌓인 의사 몇 명이 서진과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다.그 의사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서진을 봐 온 사람들이었다.서진의 부모와도 오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 희정이 노크도 제대로 없이 서진의 사무실로 바로 들어오자, 다들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를 짐작하기 시작했다.“천 선생, 이분은... 여자친구인가?”“이거 우리 조만간 청첩장 받는 거 아니야?”“천 선생 부모님 입이 너무 무거우시네. 이렇게 예쁜 며느릿감 생긴 걸 한마디도 안 하셨잖아.”서진이 입을 열려고 하자, 희정이 먼저 나섰다.“아니에요. 오해하셨어요. 천 선생하고 저는 그냥 친구예요.”그 말에는 선이 분명히 그어져 있었다.희정은 사람들 앞에서 서진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었다.서진의 눈빛이 순간 가라앉았다.그래도 서진은 희정의 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네, 차희정 씨 정말 괜찮은 사람이죠. 아직은 제가 희정 씨 마음을 못 얻었습니다.”의사들도 그제야 분위기를 알아차렸다.더 장난스럽게 묻기는 어렵다고 느꼈는지, 다들 금세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진의 사무실에는 희정만 남았다.희정은 습관처럼 문부터 잠갔다.그러고는 곧장 책상 쪽으로 걸어갔다.며칠 전, 희정과 서진은 바로 이곳에서 가장 깊은 선까지 넘어갔다.지금 이 책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희정의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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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유호는 잠들어 있었다.해인은 한동안 유호 곁에 앉아 있다가,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승아가 떠올라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병실로 돌아오자, 해인은 커다란 장미 꽃다발 하나를 발견했다.승아는 꽃을 들고 온 배송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해인이 들어오자 승아가 손을 흔들었다.“해인아, 한 대표 진짜 로맨틱하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자마자 꽃다발부터 보내고. 빨리 카드 열어 봐. 뭐라고 썼는지 보자.”해인은 잠깐 멈칫했다.유호는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다.그런데 자기가 꽃을 보냈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설마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숨긴 건가?’해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카드를 펼쳤다.그런데 글씨를 보는 쪽으로, 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그 글씨는 너무 익숙했다.해인은 고씨 가문에서 몇 해를 살았다.게다가 태겸은 늘 모범생 소리를 듣던 애였고, 예전에는 태겸의 필기 노트를 빌려 본 적도 있었다.태겸의 글씨를 해인이 모를 리 없었다.카드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빠른 쾌유를.”‘감히 저런 말을 써 보냈어?’‘이번 사고를 누가 저질렀는데...’해인의 표정이 빠르게 싸늘해졌다.특히 유호는 중환자실에서 며칠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었고, 그동안 미음 같은 유동식밖에 먹지 못해 눈에 띄게 야위었다. 게다가 수술 때문에 머리까지 짧게 밀어야 했다는 걸 떠올리자 해인의 가슴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었다.해인은 굳은 얼굴로 장미 꽃다발을 움켜쥐었다.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승아는 어리둥절했다.해인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고 표정도 금방 차갑게 굳어 버렸다.승아가 급히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왜 그래? 한 대표가 꽃을 보냈다며, 근데 왜 그렇게 화를 내?”해인이 차갑게 내뱉었다.“이거 유호 씨가 보낸 거 아니야.”승아가 눈을 크게 떴다.곧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승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설마, 이 꽃... 고태겸이 보낸 거야? 와, 진짜 제정신이냐? 어디서 저런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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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뒤따라 들어온 승아가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승아는 가슴을 쭉 내밀고 말했다.“와 봐, 어디 한번 와 봐! 너희가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오면 바로 성추행이라고 소리 지를 거야!”경호원들은 물론 승아를 무서워하지 않았다.그런데 승아가 두 사람 양복 자락을 한 손씩 붙잡고는 냅다 소리를 질러 댔다.“사람들 좀 보세요! 여기 사람을 괴롭혀요!”승아의 목청이 워낙 커서 복도 끝까지 쩌렁쩌렁 울렸다.지나가던 보호자들과 환자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다들 목을 길게 빼고 구경할 거리라도 난 것처럼 병실 안을 들여다봤다.경호원들은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오는 여자를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승아는 더 크게 외쳤다.“어머, 재벌집 아들 경호원이 여자한테 손을 대네?”옆에서 누군가 맞장구를 쳤다.“그러게요, 저건 너무 심하네요.”또 다른 사람도 한마디 보탰다.“맞아요. 아무리 그래도 여자한테 저러는 건 아니지.”경호원들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듯 승아를 떼어 놓으려고 손을 뻗었다.그때, 마침 문밖을 지나가던 대현이 소란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라서 대현은 저도 모르게 안쪽을 한번 들여다봤다.유호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고, 대현은 원래 유호 문병을 오던 길이었다.그런데 길치인 데다 병원이 워낙 넓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유호 병실을 찾기도 전에 이 장면부터 보게 된 것이었다.얼마 전, 승아는 술에 취해 대현이 새로 뽑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를 들이받았다.거기다 대현을 업어치기까지 해서 쇄골 골절까지 안겨줬다.그 일 이후로 두 사람은 묘하게 안면을 튼 상태였다.말하자면 싸우면서 친해진 셈이었다.병실 안 상황을 쓱 훑어본 대현이 느긋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고태겸, 왜 또 사람 시켜서 여자를 괴롭혀?”대현의 얼굴을 보자 태겸의 눈꺼풀이 움찔했다.‘하필 왜 지금 이 인간이 튀어나와?’대현은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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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해인은 태겸에게 이토록 모진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이번 일로 두 사람은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었다.태겸은 단호하게 돌아서는 해인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봤다.해인이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태겸의 시선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마치 넋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승아도 태겸을 매섭게 한 번 노려본 뒤, 해인을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태겸은 문득 자기 자신이 우스워졌다.자학하듯 매달리고, 자학하듯 내준 마음 끝에 돌아온 건 해인의 차가운 외면뿐이었다.조금 전에는 해인 눈 안에서, 자신을 향한 싸늘한 감정까지 분명히 봤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세월이 그렇게 길었는데도, 두 사람은 끝내 여기까지 와 버렸다.해인은 이제 태겸을 미워하고 있었다.태겸은 병상에 누운 채, 껍데기만 남은 송장처럼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봤다.가슴이 너무 아팠다.숨을 들이마시는 일조차 버거울 만큼 답답했다.아직 병실에 남아 있던 대현은 팔짱을 낀 채 구경하듯 혀를 찼다.“쯧, 꼴 좋다.”딱 그 말만 남긴 채, 대현도 병실을 나갔다.병실 안은 깊은 적막 속으로 가라앉았다.고민건과 이소정이 다시 태겸을 보러 들어왔을 때, 눈앞에 있는 건 넋을 놓고 누워 있는 자기 아들이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침대 시트가 이렇게 다 젖어 있어?”간호사가 시트를 갈아주려고 들어왔었다.그런데 태겸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오히려 간호사에게 쏘아붙이며 내보냈다고 했다.그 뒤로는 누구도 선뜻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머뭇거리며 방금 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이야기를 다 들은 이소정은 가슴이 들썩거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우리 집안에서 그래도 해인이를 거둬서 키워 주기까지 했는데, 해인이가 어떻게 태겸한테 저렇게까지 모질게 굴 수 있어? 당신도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고민건이 굳은 얼굴로 이소정을 바라봤다.“내가 뭘 말려?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해인이를 나무라?”고민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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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태겸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메시지도 계속해서 쏟아졌다.태겸이 화면을 열어 확인해 보니, 대현이 조금 전 병실에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단톡방에 올려 버린 것이다.해인이 병실까지 찾아와 꽃다발을 내던졌고, 태겸과 완전히 선을 그어 버렸다는 내용이었다.단톡방에는 구경하듯 반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온갖 이모티콘과 짤이 올라오고 있었다.태겸에게는 그 모든 반응이... 말 없는 조롱처럼 느껴졌다.태겸은 눈을 감은 채 힘이 다 빠진 사람처럼 병상에 축 늘어졌다.마지막 기운마저 모조리 빠져나간 기분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안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지안은 며칠 동안 태겸을 보러 올 때마다 계속 문 앞에서 막혔다.아니면 고씨 가문 사람들이 안에 있어서 지안이 모습을 드러내기 곤란한 때도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도 지안을 막지 않았다.몇 분 전, 지안도 단톡방에 올라온 내용을 이미 보고 온 참이었다.지안은 무슨 말이든 위로를 건네 보려 입을 떼려 했다.그런데 태겸이 담담한 눈으로 지안을 한번 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가.”“태겸 씨, 나...”태겸이 바로 말을 끊었다.“나는 처음부터 너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어. 그냥 네 감정을 가지고 놀았을 뿐이야.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지안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그런데도 지안은 오히려 태겸을 감쌌다.“내 감정 가지고 논 게 아니야. 그냥 강해인 때문에 너무 흔들려서 길을 잃은 거지. 나도 알아.”“너희가 헤어진 뒤로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희는 워낙 오래됐잖아. 난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그래도 세상에 여자는 강해인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태겸은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지안은 정말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태겸이 지안을 보며 물었다.“나랑 그렇게까지 함께 있고 싶어?”지안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태겸이 다시 말했다.“그런데 내가 평생 결혼 안 하겠다고 하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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