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태겸에게 이토록 모진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이번 일로 두 사람은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었다.태겸은 단호하게 돌아서는 해인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봤다.해인이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태겸의 시선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마치 넋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승아도 태겸을 매섭게 한 번 노려본 뒤, 해인을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갔다.태겸은 문득 자기 자신이 우스워졌다.자학하듯 매달리고, 자학하듯 내준 마음 끝에 돌아온 건 해인의 차가운 외면뿐이었다.조금 전에는 해인 눈 안에서, 자신을 향한 싸늘한 감정까지 분명히 봤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세월이 그렇게 길었는데도, 두 사람은 끝내 여기까지 와 버렸다.해인은 이제 태겸을 미워하고 있었다.태겸은 병상에 누운 채, 껍데기만 남은 송장처럼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봤다.가슴이 너무 아팠다.숨을 들이마시는 일조차 버거울 만큼 답답했다.아직 병실에 남아 있던 대현은 팔짱을 낀 채 구경하듯 혀를 찼다.“쯧, 꼴 좋다.”딱 그 말만 남긴 채, 대현도 병실을 나갔다.병실 안은 깊은 적막 속으로 가라앉았다.고민건과 이소정이 다시 태겸을 보러 들어왔을 때, 눈앞에 있는 건 넋을 놓고 누워 있는 자기 아들이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침대 시트가 이렇게 다 젖어 있어?”간호사가 시트를 갈아주려고 들어왔었다.그런데 태겸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오히려 간호사에게 쏘아붙이며 내보냈다고 했다.그 뒤로는 누구도 선뜻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문 앞에 서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머뭇거리며 방금 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이야기를 다 들은 이소정은 가슴이 들썩거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우리 집안에서 그래도 해인이를 거둬서 키워 주기까지 했는데, 해인이가 어떻게 태겸한테 저렇게까지 모질게 굴 수 있어? 당신도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고민건이 굳은 얼굴로 이소정을 바라봤다.“내가 뭘 말려?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해인이를 나무라?”고민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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