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아...”서진은 조심스럽게 희정의 손을 잡았다.“지금이라도 멈춘다면 아직 늦지 않아. 모든 책임을 야마모토 팀에게 돌릴 수 있어. 예태상도 있잖아. 알아서 굴러들어 온 희생양이나 다름없어.”서진은 원래 경계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야마모토 팀과 연락할 때도 자기 핸드폰을 쓰지 않았고, 음성 변조기까지 사용했다. 돈을 보낼 때도 자기와 연결된 계좌는 절대 거치지 않았다.언젠가 일이 터질 때를 대비해, 처음부터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둔 것이다.서진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태상뿐이었다.하지만 예씨 집안은 이미 무너졌고, 태상은 더 이상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요즘 태상이 채권자들에게 시달린다는 소문도 들었다. 돈이 절실한 사람에게 적당히 돈을 주면, 얼마든지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는 걸 서진은 잘 알고 있었다.서진의 어두운 눈동자 안에는 희정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나한테 약속했잖아. 우리 결혼하기로. 희정아, 그 말 아직 유효한 거야?”“우리 해외로 나가서 살자. 네 커리어도 거기서 더 크게 펼칠 수 있어.” “너 상 받고 싶어 했잖아. 아카데미상, 얼마나 많은 배우들이 꿈꾸는 상이야. 내가 네가 원하는 상 다 받게 해 줄게. 그러면 안 될까?”희정의 눈에는 짜증이 가득했다.처음 서진과 결혼하겠다고 말한 건, 어디까지나 서진을 달래기 위한 핑계였다.희정과 서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희정은 단 한 번도 서진에게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었다. 서진을 보면 친오빠를 보는 것 같았다. 서진을 안아도 가슴은 전혀 뛰지 않았다. 잠자리를 함께해도 아무 감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늘 어딘가 부족했다.정말 서진과 결혼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희정은 숨이 막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희정은 늘 자신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자기 인생을 서진에게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희정은 서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냈다.“왜 그렇게 조급해해? 내가 말했잖아. 유호가 나를 사랑하게 만든 다음에 너랑 같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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