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죄를 피하려면 놀란 사람처럼 연기해야 했다. 희정은 서진의 품에 기댄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울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 아빠는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조금 뒤 차장섭의 비서도 현장에 도착했다.차장섭이 흰 천에 덮인 채 희정의 집에서 실려 나오는 모습을 보자 비서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비서 이용재가 다급하게 달려갔다.“시장님!”희정이 울먹이며 설명했다.“이 비서님, 아빠가 실수로 넘어지면서 찻잔을 쓰러뜨렸어요. 깨진 유리 조각에 뒤통수를 다쳐서...”말을 잇던 희정은 끝내 문장을 마치지 못했다.희정은 입을 틀어막고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이용재는 눈썹을 찌푸렸다. 밖으로 나가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잠시 뒤 다시 들어왔다.“시청에서 전담 조사팀을 구성해 사망 경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차 시장님의 시신은 시청 측에서 관리하겠습니다.”당분간 화장은 진행하지 않고 희정에게도 시신을 임의로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뜻이었다.희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아빠를 해쳤다고 의심하는 건가요? 친아버지를 죽여서 제게 무슨 이익이 있다고요?”“저도 아빠가 돌아가셔서 너무 괴로운데, 제가 용의자 취급까지 받을 줄은 몰랐네요.”이용재는 희정을 유심히 바라봤다. 시신을 시청에서 잠시 관리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반응이 지나치게 컸다.이용재가 차분히 설명했다.“차희정 씨, 이런 돌연사는 전담팀을 꾸려 조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차 시장님은 현직 시장이십니다.”“이유도 모른 채 돌아가신 것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에게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합니다.”그때 서진이 희정의 어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여기서 더 연기를 하면 오히려 과해 보일 수도 있었다.서진이 적당한 때에 말을 보탰다.“희정아, 네가 장인어른의 유일한 딸인데 이 비서님이 너를 의심할 리 없잖아. 정해진 절차를 밟는 것뿐이야.” “너도 장인어른이 단지 넘어졌을 뿐인데 왜 돌아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