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랑은 더 말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눈에 띄게 누그러져 있었다.반면 유호는 어이가 없었다. 차 안 히터가 너무 강한 바람에 더워서, 내리면서 정장 재킷을 차에 두고 온 것뿐이었다.‘해인이 말하니까 내가 아버지를 얼마나 걱정해서 뛰어온 사람처럼 됐네.’잠시 뒤 간호사가 들어와 한원랑에게 기본 검사를 받으러 가면 된다고 알렸다.간병인이 휠체어를 밀고 한원랑을 데리고 나가자, 유호가 해인을 바라봤다. “너는 내가 아버지랑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부자 사이에 생긴 골은 하루이틀 쌓인 것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몸에 떨어진 매질은 유호의 마음에도 짙은 그림자를 남겼고, 두 사람의 관계를 붙잡아 두는 매듭이 되어 있었다.해인이 조용히 말했다. “아버님한테 상처받은 사람은 당신이야. 내가 대신 용서해 줄 수도 없고, 사랑이니 가족이니 하는 말로 당신한테 용서를 강요할 생각도 없어.”“다만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보다, 내가 한마디 보태서 아버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당신한테 손해될 건 없잖아. 그럼 내가 말을 안 할 이유가 없지.”실제로 해인이 그렇게 말한 뒤 한원랑의 화는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유호도 해인이 자신을 위해 나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원랑이 이유 없이 아들인 자신을 몰아세우는 걸 해인은 그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결국 해인은 유호가 상처받을까 봐 마음을 쓰고 있었다.그 사실을 깨닫자 유호는 해인의 손을 잡아 가볍게 품에 끌어안았다. 입술이 무심코 해인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여보... 너랑 결혼한 건 진짜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전생에 덕을 얼마나 쌓았길래 네가 나한테 왔을까?”해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제일 먼저 할머니께 감사해야겠네.”그날 해인이 절에 갔다가 우연히 권영자를 마주치지 않았다면, 권영자가 자기 손자를 온갖 말로 칭찬하지 않았다면, 해인은 그 황당한 초고속 결혼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 떠올리면 우습기도 하고 한 편의 에피소드 같기도 했다.‘하필 유호 씨였네.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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