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돌아온 대현이 본 것은, 유호의 바짓단을 붙잡은 수아가 반쯤 무릎을 굽힌 채 눈물 어린 얼굴로 올려다보는 장면이었다.유호는 손에 잔을 들고 있었고, 짙은 빛의 술이 바의 조명 아래 묘하게 반짝였다.유호는 옆얼굴마저 전혀 흠을 잡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한 사람은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한 사람은 내려다보는 구도에, 여자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위기 상황보다 묘한 분위기를 먼저 떠올릴 만했다. 대현은 말없이 핸드폰을 들고 카메라를 유호 쪽으로 향했다.영상통화는 금방 연결됐다. 화면 속 해인은 컴퓨터 앞에 앉아 밀린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대현은 해인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제수씨, 큰일 났습니다. 유호가 지금 사고 치기 직전이에요. 바에서 다른 여자랑 분위기가 아주 수상합니다.”그제야 해인이 화면을 봤다.화려한 조명이 번지는 바 안쪽, 소파에 느긋하게 앉은 유호의 발치에는 가엾은 표정의 여자가 몸을 낮추고 있었다.여자는 뺨도 붉어지고 머리카락도 적당히 흐트러져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당장이라도 다가와 여자를 잡아끌 것 같은 남자들이 서 있었다.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화면 속 여자가 수아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대현은 이 상황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수씨, 유호랑 이혼하세요. 다시 싱글로 만들어서 맨날 저보고 혼자라고 놀린 벌 좀 받게 해야죠. 아내가 없는 삶이 얼마나 서러운지도 느껴 보라고요.”해인이 차분히 대답했다.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대현이 눈을 크게 떴다. “왜요?”[저는 제 남편을 믿어요.]대현은 할 말을 잃었다. 이 부부한테 번갈아가며 애정 자랑을 당한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대현도 질릴 만큼 질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유호였고, 결국 또 유호와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그쪽에서 수아는 유호의 시선이 자기 얼굴에 머문 걸 확인했다. 뒤의 남자들이 다가오자, 겁먹은 척 몸을 유호 쪽으로 기울여 일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