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해인은 예전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많은 직원이 둘러싸고 따져 묻는 상황에서 당황했을 수도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얼어붙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 태겸의 배신, 유호의 뇌에 칩이 심어진 사건, 혼자 아이를 낳고 버텨야 했던 시간까지 숱한 일을 지나오며 해인은 이미 달라졌다.이제는 혼자서도 한 자리를 책임질 수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시선이 몰려 있어도 전혀 흔들리는 기색이 없었다.해인은 침착하게 오기홍을 바라봤다. 지금 벌어진 상황이 전부 그의 계산 아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오기홍이 원하는 건 해인이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공장을 수십 년 관리했다는 이유 하나로 주인 행세를 하며 진짜 경영자를 밀어내려는 셈이었다.그럴 수는 없었다.해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변에 모인 모든 사람이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공장장님 말씀대로입니다. 일부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기존 방식만 고집하신 탓에 공장의 발전이 늦어진 것도 사실입니다.”오기홍이 꺼낸 말을 그대로 이어받은 해인은, 직원들 앞에서 오기홍의 경직된 운영 방식을 사실로 못 박았다. 오기홍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과 다름없었다.해인은 서두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 공장은 YD그룹 소속입니다. 그룹의 경영 책임자인 저는 생산 라인을 조정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장 수익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기도 합니다.”해인은 미리 현장을 조사해 둔 덕분에 모여 있는 사람 대부분이 공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이라는 걸 알았다. 이들은 공장에 애정이 있었고, 공장이 잘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그런 사람들이 개편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오기홍이 중간에서 다른 이야기를 흘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실제로 알아본 바로는 오기홍은 직원들에게 해인이 공장을 새 사업의 시험대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돈 많은 재벌 집안 딸이 재미 삼아 사업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