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841 - Chapter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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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하필 이런 때 아들을 없어졌다니...김수원은 덜컥 겁이 났다. 아들이 정말 화가 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평생 자신을 보지 않겠다고 할까 봐 두려웠다.아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김수원은 해인과 더 이상 실랑이하지 않았다.김수원이 떠난 뒤, 해인은 변호사와 함께 병실로 들어갔다.해인은 한숙미를 달랬다. “김수원은 궁지에 몰리니까 괜히 소란을 피우는 것뿐이에요. 무슨 말을 하든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몸부터 잘 추스르세요.”한숙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몇 년 동안 우연히 김수원과 마주칠 때마다 김수원은 늘 고개를 빳빳이 든 채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한숙미와 말 한마디 섞는 것조차 싫다는 듯, 대놓고 깔보곤 했다.그런 김수원이 이제는 먼저 찾아와 시비를 걸 정도라면, 이번만큼은 정말 마음이 다급해졌다는 뜻이었다.한숙미가 말했다. “저도 이제는 예전보다 마음을 많이 내려놨어요. 김수원이 어떻게 나오든 저한테는 별 영향이 없어요.” “지금 제 바람은 몸을 회복하고, 원래 제 몫이었던 재산을 되찾는 것뿐이에요.”해인은 한숙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청첩장 한 장을 꺼내 한숙미에게 건넸다.“다음 달에 저와 한유호 대표가 결혼식을 올려요. 시간 괜찮으시면 할아버님 모시고 꼭 와 주세요.”정갈하게 만든 청첩장을 바라보던 한숙미는 뜻밖의 대접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해인의 배경이 남다르고, 남편 역시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집안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자신은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 자신에게 해인이 직접 청첩장을 건넸다는 건, 적어도 해인이 자신을 남처럼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한숙미는 청첩장을 소중하게 꼭 쥐었다. 눈에는 고마움이 가득했다. “강 대표님, 두 분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그런데 제가 가도 정말 괜찮을까요?”한숙미는 아직 오기홍과의 이혼 절차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이럴 때 강해인과 지나치게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가는 오히려 피해를 줄 수도 있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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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지훈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엄마가 나 감시하라고 보냈어?”이 나이 또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예민했다. 지훈은 최근 누군가 계속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사실도, 그 사람들을 김수원이 붙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김수원이 붙여 둔 사람들을 따돌리고 이곳까지 왔다.해인이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 엄마가 보낸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 뭘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지훈이 날을 세웠다. “그럼 더더욱 참견하지 마!”해인이 담담하게 받아쳤다. “내가 이런 일에 끼어들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지훈 학생이 여기서 뛰어내리면 나한테도 엄청 큰 문제가 생겨.”지훈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린 듯 해인을 다시 자세히 살폈다. “아줌마지? 그 일을 세상에 터뜨린 사람이.”지훈은 전에 김수원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김수원은 이번 일을 뒤에서 주도한 사람이 오기홍을 끌어내리려고 일을 벌였고, 자신은 괜히 휘말린 피해자라고 말했다. ‘내 눈앞의 이 아줌마가 모든 일을 공개한 당사자인 건가?’해인은 숨길 생각 없이 곧바로 인정했다. “맞아. 나야.”지훈이 해인을 매섭게 노려봤다. “결국 아줌마 때문에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게 된 거잖아!”해인이 되물었다. “내가 지훈 학생의 엄마한테 유부남이랑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라고 했어? 네 엄마가 잘못한 일이 없었다면 이런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어.”“잘못한 사람은 네 엄마인데, 단지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전부 내 탓을 할 거야?”지훈은 입을 다물었다.해인이 말을 이었다. “지훈 학생은 학교에서 성적도 좋고 선생님들이 명문대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면서.” “공부를 한다는 건 적어도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키운다는 뜻이야. 객관적으로 보면 누가 잘못했는지 너도 알잖아.”“친아버지가 오기홍이라는 사실, 네가 두 사람의 불륜 관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그런데 네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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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지훈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 힘으로 살면... 사람들이 내 출생의 비밀을 잊을 수 있다고?”바로 그때, 지훈의 옆까지 접근해 있던 경찰이 몸을 날렸다. 지훈의 옷깃을 움켜쥔 경찰이 난간 쪽에서 안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강한 반동에 지훈은 경찰 위로 넘어졌고, 두 사람은 서로 엉킨 채 바닥을 두어 바퀴 굴렀다.지훈이 무사히 난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확인한 해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훈은 경찰이 바로 옆까지 다가와 있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모양이었다.몸을 일으킨 지훈이 못마땅한 눈으로 해인을 노려봤다. “날 속였어!”해인이 바로잡았다. “속인 게 아니라 살린 거야. 네가 충동적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거 알아. 지훈 학생,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네가 정하는 거야. 아무도 대신 정할 수 없어.”“여기서 뛰어내리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 네 출생의 조건을 바꿀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가족에서 벗어나 네 인생을 새로 만들어 가는 길도 선택할 수 있어.”일어선 지훈은 해인보다 머리 하나 정도나 컸다. 자신보다 한참 작은 해인을 조용히 내려다봤다.해인의 표정은 담담하고 차분했다. 그런데도 오랜 세월 수많은 일을 겪어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녀린 몸 안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힘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사실 지훈은 해인에게서 ‘자기 힘으로 사람들에게 출생을 잊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오늘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정말 잠깐 앞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해인의 말은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있던 좌절을 조용히 녹이면서, 닫혀 있던 마음 한구석에 작은 빛을 비춰 주는 듯했다.한사코 숨고 싶기만 했던 지훈을 억지로라도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빛이었다.지훈은 원래 생각이 깊고 머리가 빠른 아이였다. 누군가 방향만 짚어 주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다만 그 누군가는 김수원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이어야 했다.그때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김수원이 다급하게 옥상으로 뛰어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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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김수원은 불안한 눈으로 지훈을 바라봤다. “아까 강해인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 이상한 소리 한 거 아니야?” “강해인 그 여자 말 믿지 마. 돈과 힘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랑은 애초에 사는 세계가...”김수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훈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김수원이 황급히 따라가 물었다. “지훈아,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야?”지훈이 차갑게 답했다. “엄마는 아실 필요 없어요. 앞으로 저한테 강 대표님 욕도 하지 마세요. 듣고 싶지 않아요.”김수원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지훈과 해인은 고작 몇 분 전에 처음 만났다. 말도 겨우 몇 마디나 주고받았을까 싶었는데, 지훈은 벌써 해인을 감싸며 김수원에게까지 이런 말을 했다.김수원의 머릿속은 의문투성이였다. 이유를 캐묻고 싶었지만, 괜히 아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더 묻지도 못했다.지훈이 먼저 멀어지자, 김수원은 서둘러 뒤를 따라가며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춥지는 않은지 연신 물었다.하지만 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냉담했다. 엄마가 걱정하며 말을 건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해인은 병원 밖으로 걸어가며 회사 홍보팀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일은 해결됐어요. 하지훈 쪽은 이제 사람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홍보팀장은 곧바로 알겠다고 답했다.해인이 다시 말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오기홍 관련 여론도 정리할 때가 됐어요. 그룹 공식 계정으로 바로 입장문을 올리세요.”홍보팀의 대응은 빨랐다.30분 뒤, 오기홍이 사생활 문제와 개인적인 잘못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끼쳐 해임됐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이 그룹 계정의 최상단에 고정됐다.이런 조치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던 사람이 한 번에 추락하는 것만큼 확실한 대가도 없다는 분위기였다.이번 일이 YD그룹에 끼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이제 결혼식까지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해인은 공장장 직무대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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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해인이 18살이 되던 해, 그렇게 오래 억눌러 온 마음은 더는 감출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결국 해인의 성년을 축하하는 날, 태겸은 처음으로 정식 고백을 했다. 그날을 위해 수없이 준비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해인이라는 사실을 세상 모두가 알았으면 싶었다. 외곽의 대형 정원까지 통째로 빌려서 해인을 위해 꽃을 가득 피워 놓았다.지금 온 도시를 향해 해인과 결혼한다고 알리는 유호처럼.한때 분명 자신의 곁에 있었던 사람인데, 이제 태겸은 완전히 잃었다.거의 반년 만에 보는 해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예전에는 여리고 약한 인상이 강했지만, 지금은 눈매와 표정에 자신감과 단단함이 묻어났다.여전히 같은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다만 어느새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서는 여자로 성장해 있었다.최근 해인 주변에서 벌어진 일은 태겸도 모두 알고 있었다.전에 태겸이 YD그룹을 대신 관리했을 때부터, 오기홍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공장 운영의 기반을 흔들고 싶지 않아서 태겸은 어느 정도 모른 척 넘어갔다. 그룹 전체로 보면, 오기홍 같은 사람 하나 때문에 굳이 건드려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그런데 해인은 YD그룹을 정식으로 맡자마자 오기홍부터 손을 댔다. 애매하게 건드린 것도 아니었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정확히 겨냥해서 단번에 무너뜨렸다.결국 해인은 해냈다. 태겸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던 사람을 상대로, 냉정하게 허점을 찾아 승부를 끝냈다.지금의 해인은 태겸이 낯설게 느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얼굴도 사람도 그대로인데,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훨씬 성숙하고 단호하게 변했다. 어쩌면 자신보다도 나았다.그런 변화의 곁을 지켜주고, 해인이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함께 걸어온 사람은... 바로 유호였다.태겸의 마음은 복잡했다. 인정하기 싫어도 눈앞의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배우자로서 유호는 자신보다 훨씬 더 해인에게 잘해 주는 사람이었다.신호가 녹색으로 바뀐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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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결혼식 당일, 이른 아침부터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들이 도수희의 집으로 와 해인의 준비를 시작했다.승아는 신부 들러리로 해인의 곁을 지켰다. 화장 전인데도 매끈한 해인의 피부를 보고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해인아, 너 진짜 애 낳은 사람 맞아? 출산하면 피부도 푸석해지고 안색도 달라진다던데, 넌 왜 아직도 이렇게 보들보들해? 이안이랑 별 차이도 없겠다.”이안 이야기가 나오자 해인은 환하게 웃었다. 아이도 어젯밤 도수희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넓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도수희가 외로울까 마음에 걸렸다. 아이가 있으면 집안 분위기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서 이안까지 데려온 것이다.예상대로 지난 이틀 동안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도수희는 밤마다 이안을 안고 깊이 잠들었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시간이 금세 지나갔고 체력도 많이 쓰게 됐다. 밤이 되면 다른 생각에 빠질 틈도 없이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어린 해인을 직접 키우지 못한 일은 도수희 마음속에 오래 남은 아쉬움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안과 도수희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는 해인의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어쩌면 이것도 늦게나마 아쉬웠던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일지 몰랐다.해인은 화장대 앞에 앉아서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품에 안은 이안에게 분유를 먹였다.날씨가 제법 따뜻해져서 이안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분유를 다 먹은 이안은 해인의 품에서 내려가겠다고 몸을 들썩이더니, 바닥에 내려놓자 곧 두 손과 무릎을 짚으면서 방 안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승아가 웃음을 터뜨렸다.“해인아, 네 아들 진짜 너무 귀엽다. 그냥 내가 몰래 데려가고 싶어. 이안아, 이모라고 해 봐. 이모.”이안은 자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승아가 칭찬하고 있다는 걸 알아들은 듯했다. 기어가다 말고 승아 앞에 털썩 앉아서 해맑게 웃었다.통통한 볼을 본 승아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아이의 뺨을 살살 주물렀다. “우리 이안이, 어쩜 이렇게 순해?”이안이 입을 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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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도수희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 안에 있던 스타일링 스태프들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사람들이 방을 나서자마자, 해인은 승아의 손목을 잡고 가까이 끌었다. “승아야, 너 이번 달 생리했어?”승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저었다. 불안해진 승아가 목소리를 낮췄다. “나 설마 진짜 임신한 건 아니겠지?”두 사람은 워낙 가까운 친구라 못 할 이야기가 없었다. 해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너희... 잔 적 있어?”승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다시 저었다. 이해하지 못한 해인이 되물었다. “그래서 했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평소 성격이 시원시원한 승아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일은 드물었다. 꽤 말하기 난감한 모양이었다.한참 입술만 달싹거리던 승아가 답답한 듯 발끝으로 바닥을 툭 쳤다.“나도 잘 모르겠어. 그날 둘 다 너무 취했거든... 어쨌든 눈을 떴을 때는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어.”해인이 물었다. “그게 언제였는데?”“딱 한 달 전.”“결혼식 끝나면 내가 같이 병원에 가 줄게. 검사부터 해 보자.”승아의 불안이 더 커졌다. “해인아, 나 진짜 임신이면 어떡해? 대현이랑 사귄 지 이제 겨우 한 달인데. 난 아직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승아는 결혼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임신 가능성까지 생겼다.승아가 세워 둔 계획이 한꺼번에 흐트러지는 기분이었다.더구나 요즘 승아의 일은 아주 잘 풀리고 있었다. 다음 달 그룹 시상식에서 편집장으로 승진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상태였다.해인은 겁먹은 승아를 달랬다. “아직 결과도 안 나왔는데 혼자 겁먹지 마. 검사해 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 애가 생긴 거면 너 혼자 책임질 일도 아니고. 심 대표의 아이잖아. 심 대표한테도 책임지고 방법을 생각하라고 해야지.”해인의 말에 승아의 불안도 조금은 가라앉았다.승아는 일단 그 문제를 머릿속에서 잠시 밀어 두기로 했다....한 시간 뒤, 유호는 신부를 데리러 온 일행과 함께 도수희의 집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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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승아는 아무도 모르게 슬쩍 자리를 빠져나갔다.몇 분 뒤 유호와 일행이 한꺼번에 집 안으로 들어왔다.안에 있던 사람들이 제대로 대비할 틈도 없었다. 해인이 어떻게 된 일인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유호는 거침없이 방까지 올라와서 해인 앞에 나타났다.옆에 있던 촬영기사가 놀라 물었다. “와, 한 대표님 일행은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들어오는 장면조차 카메라가 제대로 잡지 못했다.어수선한데 이상하리만큼 질서가 잡힌 광경이었다.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와서, 카메라가 초점도 맞추지 못한 채 흔들리는 화면만 몇 장면 담겼다. 반면 유호 일행은 미리 동선을 맞춰 둔 사람들처럼 조금도 헤매지 않고 곧장 목적지로 향했다. 잘 훈련된 사람들처럼 움직임이 정확했다.옆에 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설명했다. “모르셨어요? 한 대표님이 아주 젊었을 때 군 생활을 했잖아요.” “이번에 강 대표님 데리러 오겠다고 예전 전우들까지 죄다 불렀대요. 웬만한 부대 하나를 꾸릴 만큼 많이 왔다던데요.”“세상에, 이런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해인은 조금 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방을 나갔던 승아를 바라봤다.승아는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어색하게 웃었다.해인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우리 편에 배신자가 있었네. 승아야, 우리 우정이 몇 년인데 한 대표한테 뭘 받고 넘어간 거야?”승아가 웃음을 흘렸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거든. 네 남편이 자꾸 돈으로 사람 마음을 흔들잖아.”승아는 핸드폰까지 내밀었다. “봐, 봐. 무려 4천만 원이야.”해인이 짐짓 서운한 척했다. “아... 우리 몇 년 우정이 4천만 원짜리였구나.”승아가 당황했다. “뭐? 당연히 아니지. 해인아, 그럼 내가 지금 돈 돌려주고 한 대표 일행 다 내보낼까?”그러자 유호가 곧장 끼어들었다.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이제 와서 내보내는 건 너무하잖아.”말을 마친 유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해인 앞에 부케를 내밀었다. “나랑 가자.”해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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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그렇다고 태겸이 해인과 유호의 결혼 소식을 모를 리는 없었다. 도시 곳곳에서 널리 이야기가 돌 정도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었다.발신인란에 한 글자만 남긴 선물을 누가 보냈는지 해인은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해인은 상자를 한쪽에 내려놓았다. 굳이 열어 볼 생각은 없었다.이미 끝난 인연이었다. 결혼식 날 전 남자친구가 어떤 선물을 보냈는지는 해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태겸은 오래전에 해인의 삶에서 지나간 사람이 되어 있었다.유호가 신부대기실로 들어오자, 화장대 위에 놓인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유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누가 보낸 결혼 선물이야?”말을 마치기도 전에 발신인란의 ‘고’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유호는 바로 알아차린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고태겸이 보낸 거야? 왜 안 열어 봤어?”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해인은 유호가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걸 금방 알아챘다.이유도 너무 뻔했다.‘질투하네.’해인은 선물 상자를 집어 들더니, 유호가 보는 앞에서 화장대 옆 쓰레기통에 툭 넣었다.“이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보낸 건데 굳이 볼 필요 없잖아.”말보다 행동이 더 분명했다.해인은 태겸에게 아무 미련도 없었다. 태겸이 보낸 선물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유호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방금 너무 속 좁게 굴었나?’‘어차피 나는 강해인과 결혼했잖아.’‘해인은 이제 나와 평생을 함께할 아내인데, 선물 하나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해인의 남편도 나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도 나야.’유호는 허리를 숙여 쓰레기통에서 선물 상자를 다시 꺼냈다. “버리지 말고 열어 봐. 너 생각하면서 고른 걸 수도 있잖아. 그냥 기념으로 둬도 되고.”해인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유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난 뭘 보냈는지 궁금한데.”해인은 잠깐 말이 없다가 결국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장미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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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예식이 시작되자, 도수희는 해인의 손을 잡고 버진로드 입구에 섰다.해인이 모습을 드러낸 뒤부터 유호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다른 곳을 향하지 않았다. 수많은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호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도수희가 해인의 손을 유호에게 건네자, 예식장 안에 큰 박수가 울려 퍼졌다.유호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 여자, 오늘 정말 예쁘다.”웨딩드레스는 디자이너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유호도 디자인 과정에 참여했지만, 해인이 실제로 입은 모습은 오늘 처음 봤다.오늘 해인은 시선을 떼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 원래도 돋보이는 외모였지만 드레스가 체형과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장점을 한층 더 살렸다. 유호는 주변의 젊은 남자들이 감탄 어린 눈으로 해인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챘다. 여자 하객들의 눈에도 부러움과 감탄이 가득했다.해인이 가볍게 웃었다. “당신 안목이 좋은 거지. 드레스까지 신경 많이 썼다며. 고마워.”전날 디자이너가 찾아왔을 때, 유호가 드레스의 세부 디자인에 직접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다.유호는 해인의 손을 단단히 잡고, 손가락을 맞물린 채 예식 단상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내 여자 드레스인데 내가 직접 신경 써야지. 다른 사람한테는 이런 거 안 해.”해인이 웃었다. 예식은 차분하게 순서대로 이어졌다. 승아는 옆에서 벌써부터 감정이 북받쳐 펑펑 울고 있었고, 정성껏 한 화장도 거의 다 번져 버렸다.그 모습을 본 해인은 마냥 웃음만 나올 것 같았다. ‘촬영기사가 저 모습을 고스란히 남겨 두면, 나중에 승아가 영상 보고 오늘 이렇게 펑펑 운 걸 분명 후회하겠지.’결혼식을 준비하면서 해인은 오늘만큼은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남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도 다짐했다.그런데 예식장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 갑자기 어린아이의 얼굴이 나타나자, 해인은 저도 모르게 화면을 바라봤다.영상 속에는 어린 남자아이가 한씨 저택 앞에 앉아 있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채 바닥에 웅크리고,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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