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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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결국 두 사람은 한배를 탄 처지였다. 어느 한쪽도 혼자 빠져나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언제 다가왔는지 유호가 수아 뒤에 서 있었다.술 냄새가 짙게 풍겼다. 취해 중심을 잡기 어려운 사람처럼 유호는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화장실 간다더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어? 누구랑 통화해?”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수아는 온몸이 움찔했다.찔리는 게 있던 수아가 급히 뒤를 돌았다. 마침 유호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 섞인 눈과 마주쳤다.수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유호의 표정을 살피는 눈길도 조심스러워졌다.‘설마 방금 통화 내용을 들은 건 아니겠지?’하지만 유호의 반응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수아는 조금 안도했다.얼른 핸드폰을 내리면서 둘러댔다. “아, 아니에요.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유호도 그저 지나가듯 물은 모양이었다. 더 캐묻지 않고 말했다. “그래? 나 데려다준다며, 수아 씨.”낮고 깊은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자기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것만으로도 수아의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었다.유호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듣기 좋을 줄은 몰랐다.수아가 넋을 놓은 사이 유호는 이미 발을 옮기고 있었다. “나 이렇게 취했는데 안 부축해 줄 거야?”수아는 곧바로 팔을 뻗어 유호를 붙잡았다.두 사람은 함께 라운지를 빠져나갔다. 수아만이 자신의 심장이 얼마나 요란하게 뛰는지 알고 있었다.그동안 사귄 남자가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모도, 집안도, 사회적 위치도 유호처럼 눈에 띄는 남자는 처음이었다.수아는 유호를 자기 차 앞으로 데려갔다. “한 대표님, 타세요.”얼른 문을 열고 유호가 차에 오를 수 있게 부축했다.취한 척하는 유호의 발걸음은 느렸다. 한 걸음이면 탈 수 있는 거리인데도 유난히 시간을 끌었다.유호의 발이 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유호는 고개를 숙이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발신자를 확인하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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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수아는 당당하게 유호의 시선을 받아냈다. “한 대표님, 다음에 또 뵐게요.”차가 멀어지고 후미등마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수아는 눈을 떼지 못했다.해인이 갑자기 전화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유호는 수아의 차에 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늦은 밤, 밀폐된 차 안에 남녀가 단둘이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구나 유호는 술까지 많이 마신 상태였다.‘다 강해인 때문이야. 이런 좋은 기회를 망치다니!’하지만 수아는 곧 감정을 가라앉혔다. 핸드폰을 든 채 아까 끝내지 못한 통화를 다시 이어 갔다.유호가 떠나기 전에 굳이 창문을 내리고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 준 것만 봐도 가능성은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한밤중에 갑자기 전화해 곁에 와 달라고 하지도, 늦게까지 일부러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수아가 수화기 너머 상대에게 말했다. “한유호의 아내 자리는 내가 차지할 거야. 40억 원 준비해.”상대는 곧바로 경계했다. [벌써부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난 아무래도 이상해. 한유호가 너를 떠보는 걸 수도 있어. 어쩌면 이미 널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아니야.”수아는 확신이 있게 답했다. 유호가 정말 자신을 떠보려는 거였다면, 아까 통화를 일부러 끊게 할 이유가 없었다. 계속 숨어서 듣기만 하면 됐을 테니까.수아는 자기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지나칠 만큼 강했다. 해인에게 소홀한 대접을 받아서 외로워진 유호가 남자 특유의 욕망 때문에 자신을 떠올렸다고 믿었다.지금은 그저 심심풀이 상대에 불과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이 기회만 단단히 붙잡고 위로 올라가면 됐다.상대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수아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수아는 자기 차에 올라탔다.그때 상대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너도 조심하는 게 좋아. 네가 사랑에 눈이 멀든 말든 그건 상관없지만 나까지 끌어들이진 마. 우리 지금 같은 배를 탄 처지야.]수아가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 돈이나 빨리 내 계좌로 보내.]상대가 곧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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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미인계가 먹혔어?”“당연하지.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잖아.” “그러니까 여보, 네 남자를 잘 붙잡고 있어야 해. 밖에서 이상한 여자들이 달라붙어서 네 남편 망치게 놔두지 말고.”해인은 기가 막혔다. ‘이 남자 이렇게까지 자뻑이 심했나?’ 예전에 자신은 왜 몰랐는지 몰랐다.유호가 장난기를 거두고 말했다. “오수아가 어떤 사람하고 통화하는 걸 들었어. 하지훈이 죽은 건 역시 오수아랑 관련이 있어. 둘이 전화로 그 얘기를 했어.”해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 사람이 이선보였어?”해인은 며칠 동안 이 일을 여러 번 되짚어 봤다.수아에게 지훈을 죽일 동기는 있었다. 하지만 수아 혼자 사람을 죽이고 흔적까지 정리하기는 어려웠다.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선보라면 한씨 집안이 불행해지는 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었다.어둠 속에 숨어 한씨 집안 사람들의 움직임을 엿보던 이선보가 수아를 찾아냈고, 이해관계가 맞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이용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다만 지금까지는 전부 해인의 추측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그런데 유호가 수아 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해인의 머릿속에는 이선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정말 그렇다면 지훈은 이번 일에 아무 잘못도 없이 휘말려서 죽은 셈이었다.유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랑 이선보 사이에도 아직 정리 안 된 게 있어. 그 미친 인간, 정말 잘 숨어 다녀.”이선보가 감히 얼굴을 드러내고 돌아다닐 생각을 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꼬리가 잡혔을 것이다.차창 틈으로 바람이 스며들자 해인이 유호 쪽으로 조금 더 붙었다.“왜?”“당신한테 여자의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유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여보, 이제야 남편한테 신경을 좀 쓰는 거야?”해인은 입술을 다물었다.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와 가까이 있었다는데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전부 연기라는 걸 알아도 피할 수 없는 신체 접촉까지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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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다음 날 동이 트기도 전에 유호는 여행 가방을 끌고 집을 나섰다.겉으로는 업무 때문에 S시에 출장을 가는 일정이었다. 실제 목적은 수아가 자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틈을 일부러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예상대로 유호가 수아 한 사람에게만 보이도록 SNS 게시물을 올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왔다.[한 대표님, 대표님도 S시에 계세요? 정말 우연이네요! 저도 지금 S시예요!]우연일 리가...유호는 오늘 아침 S시로 가는 항공권까지 일부러 찍어 올렸다. 애초에 수아에게 보여 주려고 올린 게시물이었다.메시지를 확인하고도 유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정확히 세 시간 동안 그대로 내버려 뒀다.그 3시간 동안 수아는 몇 번이나 핸드폰을 확인했다. 충동적으로 유호를 따라 S시까지 왔다가 결국 만나지도 못하고 헛걸음하게 될까 봐 불안했다.수아가 몇 번째인지도 모르게 화면을 봤을 때 드디어 유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회의 중이었어.]유호의 이름이 화면에 뜨자 수아는 스스로도 믿기 어려울 만큼 들떴다. 핸드폰을 쥔 손까지 떨릴 정도였다.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일 끝나셨어요? 오늘 저녁 같이 식사라도...]하지만 문장을 다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내가 너무 적극적으로 굴면 일부러 쫓아온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유호 같은 남자에게 여자가 먼저 매달리면, 오히려 가치가 떨어져 보일 수 있었다. 유호가 그런 태도를 좋아할지도 알 수 없었다.수아가 몇 번이나 표현을 고치는 사이에 유호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뭘 그렇게 오래 쓰고 있어?]수아는 잠깐 멈칫했다. ‘몇 분 동안 계속 나랑 대화창을 열어 두고 있었던 건가?’심장이 빨라졌다. 지난번 같은 실수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바에서 유호가 보안 직원을 불러 자신을 내보냈던 일이 아직도 선명했다.그때 유호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오늘 저녁 시간 있어? 부탁 하나만 하자.]수아는 바로 답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영광이죠. 무슨 일인데요?]메시지를 보낸 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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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해인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알았어.]“어? 집 아니야?”화면 너머 해인의 뒤쪽을 보던 유호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멀리서 대기 번호를 부르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렸다.“지금 어디야? 병원이야? 어디 아파?”유호가 S시로 출장을 간 동안 해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마침 시간이 난 해인은 절친 승아와 함께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승아가 이틀 연속 아침에 해 본 임신 테스트기에는 모두 두 줄이 선명하게 떴다.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해인은 시간이 생기자마자 승아와 산부인과를 찾았다.유호와 부부 사이라고 해도 친구의 사생활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해인이 목소리를 낮췄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 안 아파. 당신 일부터 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괜히 유호가 눈치채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해인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마침 간호사가 승아의 이름을 불렀다. 해인은 괜찮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승아의 손을 잡고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의사는 컴퓨터에 뜬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키보드로 내용을 입력했다. “임신이 맞습니다. 수치로 보면 아직 초기예요. 당분간은 관계를 피하시고 충분히 쉬세요. 2주 뒤에 다시 오셔서 확인하시면 됩니다.”승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마음 한쪽으로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의사의 확답을 직접 듣고 나니 그저 머릿속이 멍해졌다.‘내가... 정말 임신을 했다고?’대현과는 술에 취했던 그날 딱 한 번뿐이었다.승아의 반응을 본 의사는 상황을 짐작한 듯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아직 출산 여부를 정하지 못하신 건가요? 임신을 유지하지 않으실 생각이라면 너무 늦기 전에 결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몸에 부담도 더 커질 수 있어요.”승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해인이 대신 대답했다.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두 사람은 진료실을 나와 복도 의자에 앉았다. 승아는 고개를 숙여 아랫배를 바라봤다. 뒤늦게 현실감이 조금씩 돌아왔다.“해인아, 나 아직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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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해인이 말했다. “승아한테 일이 좀 생겼어요.”그 말을 듣자 대현의 목소리가 바로 다급해졌다. 수화기 너머에서 의자가 거칠게 밀리는 소리까지 들렸다.[승아한테 무슨 일인데요? 지금 어디 있어요? 제가 바로 갈게요.]해인은 옆에 앉은 승아를 바라봤다. 승아는 눈을 내리깔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승아의 손을 가볍게 쥔 해인이 안심을 시키듯 눈을 맞춘 뒤 대현에게 말했다. “승아가... 임신했어요.”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대현은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전화가 조용해진 몇 초 사이 승아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설마 이 일을 받아들이기 싫은 건가?’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승아가 해인의 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됐다고 해 줘. 괜히 부담 주지 말자. 아이는 내가 혼자서도...”해인이 승아의 말을 끊고 차분히 말했다. “심 대표의 아이이기도 하니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승아가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해요.” “이런 때일수록 아이 아버지로서 책임 있게 같이 고민해 주셔야 해요.”승아가 아주 작게 말했지만 대현에게도 들린 모양이었다.대현이 바로 반응했다. [됐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 승아야, 너 설마 나랑 헤어질 생각이야? 그날 일에 내 책임이 있는데, 이런 결과까지 생겼으면 당연히 내가 같이 책임져야지.] [제수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승아를 책임질 겁니다.]대현은 평소 장난도 많고 노는 걸 좋아했다. 스스로도 아직 철없는 애 같다고 생각해 왔기에, 갑자기 아빠가 될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처음의 충격이 가라앉자, 대현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날은 둘 다 술을 많이 마셨다. 정신없이 취한 채 함께 밤을 보냈지만, 먼저 승아에게 다가간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대현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계획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해서 남자인 자신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라면 당연히 제대로 책임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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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승아가 한참 대답을 하지 못하자 대현이 다시 말했다. [아직 결정 못 했어도 괜찮아. 충분히 생각한 끝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해도, 난 사실 네가 낳았으면 좋겠지만 네 결정을 존중할게.] [병원에 갈 때도, 네 몸이 힘들 때도 내가 계속 옆에 있을 거야.][네가 어떤 결정을 해도 내 마음은 안 변해. 우리 그냥 잘 만나자. 너도 천천히 나를 더 겪어봐.]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그때 결혼하고, 나중에 아이도 다시 생각하면 돼.][딱 하나는 싫어. 임신했다는 이유로 네가 나랑 헤어지는 건 안 돼. 우리 계속 같이 지내면서, 문제가 생기면 둘이 이야기해서 가장 나은 방법을 찾자.]옆에서 듣고 있던 해인은 대현에게 박수라도 쳐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말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승아를 존중하고 있었다.평소에는 그렇게 가벼워 보이더니 정작 중요한 데서는 생각이 분명했다.‘유호 씨랑 오래 어울린 친구인데, 사람 마음을 막 다루는 타입일 리는 없지.’해인도 승아를 대신해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승아가 적어도 며칠은 고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승아가 말했다. “그래, 나 첫 번째로 할래. 우리 혼인신고하고 결혼하자.”그 말을 듣고 대현만 놀란 게 아니었다. 승아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해인도 눈을 크게 떴다.대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진짜 다 생각한 거야?]승아는 늘 털털했고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질색하는 편이었다. 대현도 승아가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태도가 너무 크게 바뀌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승아가 조용히 대답했다. “응. 생각 다 했어.”통화를 끝낸 해인이 승아의 팔을 끼며 웃었다. “야, 너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는 거야?”승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부모님도 계속 결혼하라고 하잖아. 원래는 대현 씨가 좀 못 미더웠는데, 방금 얘기하는 거 들으니까 생각보다 어른스럽더라. 우리 둘, 한번 해 봐도 될 것 같아.”게다가 대현의 집안 형편은 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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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결국 해인은 자신의 차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온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해인은 회사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병원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은 조금 돌아가야 했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을 지나던 중 차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해인은 본능적으로 운전대를 단단히 잡고,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아서 갓길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한쪽 타이어가 터져 있었다.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 도로 상태를 확인한 뒤 침착하게 핸드폰을 꺼내서 보험사에 연락했다.보험사에서는 곧 견인차를 보내겠다고 했다. 해인은 차 안에서 기다렸다. 15분쯤 지나자 사이드미러에 견인차 한 대가 보였다.운전기사가 내려 해인에게 다가왔다. “강해인 고객님 맞으시죠? 보험사에서 견인 요청을 받고 왔습니다.”남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해인의 차를 견인차에 실었다. 해인이 혼자인 걸 보고는 물었다. “혹시 가시는 데까지 같이 태워 드릴까요?”도로 공사 때문에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이 크게 줄어 있었다. 근처에는 택시도 보이지 않았고, 버스는 아예 우회 운행 중이라 차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타이어가 터진 것도 좋지 않은 노면 탓일 가능성이 컸다.해인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님, 그럼 부탁드릴게요. 가까운 지하철역까지만 태워 주세요.”기억이 맞다면 이곳에서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하철역이 하나 있었다.거기서 지하철을 타면 회사까지 갈 수 있었다.해인은 조수석에 올라 안전벨트를 맸다.신호등을 하나 지난 뒤부터 견인차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예상 경로와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이상함을 느낀 해인이 물었다. “기사님,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은데요?”“아, 아닙니다.” 기사는 내비게이션을 한번 보고 대답했다. “앞쪽 도로가 공사 중이라 막혔어요. 이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해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곁눈질로 내비게이션 화면을 확인했다. 그런데 목적지부터 지하철역이 아니었다.해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어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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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상대는 해인의 차가 고장 난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가짜 견인기사까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어딘가에서 해인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일까?해인은 사이드미러로 주변 상황을 살폈다. 그제야 조금 떨어진 뒤쪽에서 한 대의 승용차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 일을 시킨 사람은 아마 저 차에 있겠지.’ ...저녁 무렵, 유호는 해인과 통화를 끝낸 뒤에도 자꾸 마음에 걸렸다.통화 중에 분명 병원에서 대기 번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해인은 병원에 갔던 게 맞았다.‘어디가 아픈 건가? 무슨 문제가 생긴 거지?’생각할수록 걱정이 커졌다.유호는 집에 있는 가사도우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오늘 아침에 해인이 어디 불편해 보이진 않았어요?”가사도우미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사모님은 아침에 나가실 때도 평소와 똑같으셨어요.]그러니 더 이상했다.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면 해인이 병원에 갈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유호는 다시 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안내만 나왔다.30분쯤 뒤 비서에게서 연락이 왔다.[대표님, 주변 병원 쪽을 확인해 봤는데, 사모님 명의로 접수된 기록은 찾지 못했습니다.]유호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다시 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통화 중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유호의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심각하게 굳었다.‘뭔가 일이 생겼어.’유호는 더 지체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호텔을 빠져나왔다.차에 올라탄 뒤 기사에게 집 쪽으로 가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비서에게 해인의 오늘 이동 경로를 확인하라고 했다.몇 분 뒤 대현에게 전화가 왔다.[유호야, 너한테 말할 거 있다. 나 아빠 된다!]대현의 우렁찬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전화기 너머의 유호가 못 들을까 봐 걱정이라도 하는 사람 같았다.유호는 미간을 누르면서, 대현이 쉴 새 없이 떠드는 소리를 듣다가 핸드폰을 귀에서 조금 떼었다.[제수씨가 우리 승아 병원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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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해인이 납치됐다.소식을 들은 유호는 곧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저녁 7시, 수아는 호텔에서 유호가 보낸 차를 기다렸다. 하지만 7시 반이 되도록 차는 오지 않았다.결국 수아가 먼저 유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대표님, 오늘 저녁 모임은...”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이 온통 해인 생각뿐이라 수아와의 약속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유호에게 해인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었다. 미인계든 어떤 계획이든 지금은 전부 뒷전이었다.그가 차갑게 말했다. [갑자기 일이 생겼어. 오늘 저녁 모임은 못 가. 네가 알아서 해.]수아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유호는 전화를 끊었다.끊긴 화면을 보며 수아가 입술을 깨물었다.수아는 오늘 밤만큼은 반드시 기회를 잡아서 유호를 자기 남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큰돈을 들여 스타일링까지 받았는데, 준비를 전부 끝내고 나서 약속이 취소될 줄은 몰랐다.수아는 분을 참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표정에서는 불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한편, 유호의 비서가 상황을 보고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사모님 차량 타이어가 터진 뒤 견인차에 실렸습니다.][견인차는 계속 도시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고속도로에 올라탔고, 한 시간 정도 달린 뒤 CCTV가 드문 외곽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저희 쪽에서 사모님 차에 잡힌 위치를 따라갔는데, 차량만 남아 있고 사모님은 없었습니다.]유호는 외곽 지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통화를 이어 갔다.“차가 그 근처에 있으면 사람도 멀리 가진 못했을 거야. 차량 위치를 중심으로 반경 5킬로미터를 둘러싸. 사람을 숨길 만한 곳은 빠짐없이 전부 확인해.”[네, 대표님.]유호는 기사에게 계속 속도를 내라고 재촉했다. 한 시간 반쯤 뒤에야 차가 외곽 마을에 도착했다....같은 시각.마을 한쪽에 버려진 공사가 중단된 건물 안에서 해인이 정신을 차렸다.주위는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고요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사방에서 건물 안으로 밀려들었다. 해인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주변을 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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