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851 - Chapter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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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5, 6살짜리 여자아이에게는 그저 어린 시절의 아주 작은 일 하나였을 뿐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하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는 가장 힘든 때 내민 손이었다. 유호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도 당연했다.영상에 나온 일을 해인은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시 화면 속 어린 유호의 상처를 보니 마음 한쪽이 아려 왔다.물론 영상은 유호가 아역 배우들을 섭외해서 다시 촬영한 것이었고, 상처도 분장으로 만든 것이었다. 실제 어린 시절의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인은 알 수 있었다. 영상은 보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많이 순화되어 있었다. 그 당시 유호가 겪은 현실은 화면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다.어느새 해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지금 유호가 곁에서 웃고 있어도, 어린 유호가 겪었을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영상이 끝나자, 해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유호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유호가 부드럽게 물었다. “왜 울어?”해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유호의 눈에 따뜻한 웃음이 번졌다. “안 힘들었어.”해인이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한다는 걸 알자 유호의 가슴은 오히려 따뜻해졌다.“울지 마. 더 울면 예쁘게 한 화장 다 번져.”몇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사랑이 뭔지 알 리가 없었다. 그때 유호도 고작 9살이었다.그래도 해인은 어둡기만 했던 유호의 어린 시절에 처음 들어온 빛과 같았다. 답답하게 내려앉은 어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유호를 밝은 곳으로 끌어냈다.처음에는 그저 좋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뒤, 어린 시절의 그 여자아이가 태겸과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자 유호 안의 소유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해인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 생각은 오랫동안 유호 안에 남았다. 이후 유호는 해인에게 다가가고 더 가까워졌고, 서서히 해인의 세상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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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홍보팀장이 말했다. [하지훈 학생이 사망했습니다.]너무 뜻밖의 말이라 해인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고요?”[추락사입니다. 외곽에 있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현재 스스로 뛰어내렸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습니다.]해인은 꼬박 1분 가까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뒤에야 겨우 정신을 추슬러서 그 소식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칠 전만 해도 해인은 죽으려던 지훈을 옥상에서 직접 붙잡아 돌아서게 했다.당시 지훈이 병원 옥상까지 올라간 건 감정을 이기지 못한 충동적인 행동에 가까웠다. 구조된 뒤에는 상태도 생각보다 안정돼 보였다. 그래서 해인은 유호가 몰래 붙여 두었던 사람들을 더는 지훈 주변에 두지 말라고 홍보팀에 지시했다.‘그런데 멀쩡하던 아이가 왜 갑자기... 죽은 거야?’해인이 다시 확인했다. “확실해요?”홍보팀장이 대답했다. [네, 확실합니다. 하지훈 학생은 이미 병원으로 이송됐고, 구급대원들이 이동 중 생체 반응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홍보팀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렇게 보고할 정도라면, 잘못 전해진 소식일 가능성은 없었다.해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알았어요.”유호가 옆에서 물었다. “왜 그래?”유호는 해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걱정스럽게 다시 물었다. “무슨 일 생겼어?”해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유호를 바라봤다. “하지훈이 죽었대. 외곽에 있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에서 떨어졌다고 했어.”유호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내가 사람을 붙여서 몰래 지켜보게 했잖아.”그 말을 듣자, 해인은 다시 침묵했다가 잠시 후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철수하라고 했어.”누군가 계속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해인의 마음에는 무거운 자책이 내려앉았다.“내가 너무 자신만만했어. 내가 몇 마디 했다고 지훈이 괜찮아졌을 거라고 멋대로 판단했어.”“당신이 붙여 둔 사람들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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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30분 뒤, 차가 병원 앞에 멈췄다.지훈을 처음 발견한 목격자는 곧바로 112와 119에 신고했다.경찰과 구급대는 거의 같은 때 현장에 도착했다. 지훈이 학생증을 소지하고 있어서 신원 확인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공교롭게도 김수원은 지훈이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다.경찰 연락을 받은 김수원은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구급대원들은 도착하자마자 지훈의 상태를 확인했고,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판단했다.하지만 김수원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감정이 격해진 채 어떻게든 병원으로 옮겨 살려 달라고 매달렸고, 결국 구급차는 지훈을 병원으로 이송했다.해인과 유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응급실 안쪽 문이 열리고 담당 의사가 나왔다.의사가 무겁게 말했다.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보호자분께서 마음을 잘 추스르시기 바랍니다.”김수원은 세상이 무너진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말도 안 돼요. 점심때까지만 해도 우리 지훈이 멀쩡했어요. 제가 해 준 밥도 먹었단 말이에요. 지훈이 죽을 리 없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다 거짓말이잖아요!”자식을 먼저 보내는 가족 앞에서 의사도 더 강한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김수원을 더 자극하지 않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호자분, 안타깝지만 이미 사망했습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부디 마음을 추스르세요.”김수원은 결국 응급실 앞 바닥에 앉은 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지훈아, 엄마한테 벌을 주려고 그러는 거지? 엄마가 미워서 그런 거지? 엄마 때문에 네가 혼외자로 태어났다고 평생 후회하라고 이러는 거야?”“지훈아... 엄마가 잘못했어. 제발 엄마한테 이러지 마. 어떻게 엄마 혼자 두고 가...”김수원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울었다. 병원 복도 전체에 절망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퍼졌다.얼마 뒤 간호사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하지훈 학생 보호자분 맞으시죠? 사망진단서입니다. 잘 보관해 주세요.”김수원은 간호사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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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김수원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해인의 마지막 말은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찌른 듯했다. 김수원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사이 유호가 해인 곁에 도착했다. 유호는 흥분한 김수원을 해인에게서 떼어 내며 뒤로 밀었다.그리고 곧바로 해인을 살폈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해인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유호는 해인의 손목을 잡고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두 사람이 병원에 온 이유는 사건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방금 경찰과 나눈 이야기만으로도 현재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대부분 들었다.해인이 그대로 떠나는 모습을 본 김수원이 뒤에서 소리쳤다. “넌 어떻게 미안한 기색도 하나 없어? 우리 아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는데,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낼 거야?”해인은 멈추지 않았다. 죄책감이 있는지 없는지는 말 몇 마디로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다. 감정 속에 빠져서 자신까지 무너진다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죄책감만 붙들고 있어서는 어떤 문제도 풀 수 없었다.두 사람이 그대로 병원을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수원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자신과 오기홍의 관계가 공개된 뒤 오기홍은 자취를 감추듯이 연락마저 끊었다. 김수원은 그 뒤로 한 번도 제대로 연락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두 사람의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다.오기홍은 지훈의 친아버지였다. 지금 김수원이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오기홍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적어도 아들을 잃은 슬픔만큼은 오기홍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전화를 걸었지만 오기홍은 받지 않았다.김수원이 연달아 세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모두 연결음만 이어질 뿐이었다.통화는 정상적으로 걸렸으나 끝내 받는 사람은 없었다.김수원의 감정이 다시 무너졌다. 연락처를 열어 오기홍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비겁한 인간아. 네 친아들이 죽었어! 그런데도 이렇게 모른 척하고 숨어 있기만 해?][내가 대체 왜 눈이 멀어서 너 같은 인간을 좋아했던 거야? 넌 하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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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다음 날.해인은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떴다.어젯밤 늦게 병원에서 돌아온 뒤로 계속 선잠이 들었다. 정신없이 잠이 들기는 했지만 몇 번이나 뒤척였고, 꿈속에서는 지훈까지 나타났다.꿈속의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해인을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소년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방울이 그대로 해인의 가슴 위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지훈아, 대체 누가 너를 죽인 거야?”해인이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갔다.하지만 지훈의 흐릿한 모습은 바람에 흩어지는 안개처럼 서서히 무너졌다. 손을 뻗어 붙잡아 보기도 전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꿈이 너무도 생생했다.눈을 뜨고도 잠시 동안은 아직 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 정신이 멍했다.지훈은 끝내 아무런 답도 해 주지 않았다.그런데 슬픔으로 가득했던 지훈의 눈만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 눈을 떠올릴 때마다 해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해인이 깨어난 기척을 느낀 유호가 뒤에서 팔을 뻗으면서 허리를 가볍게 감쌌다.“배 안 고파? 아침 뭐 먹고 싶어?”해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안 고파.”원래 계획대로라면 두 사람은 결혼식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국해서, 해외의 작은 해안 도시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었다.여행 일정은 유호가 결혼식 준비와 함께 오래전부터 계획해 둔 것이었다.예전에 해인과 함께 해외에 갔을 때는 유호가 칩의 통제를 받고 있던 시기였다.그 탓에 해인을 대하는 태도는 다정했다가도 차갑게 식기를 반복했다.유호에게 그때의 여행은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아쉬움이었다.그래서 이번 신혼여행만큼은 달랐으면 했다.둘만의 새로운 추억을 제대로 만들고 싶었고, 예전의 아쉬움도 조금은 채우고 싶었다.하지만 어젯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다.지훈의 일 때문에 해인이 다른 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유호는 예정돼 있던 여행 일정을 한밤중에 급히 취소했다.이미 보름 가까이 휴가를 이유로 일정을 통째로 비워 둔 상태였다.최근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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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해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문득 물었다.“요즘 오수아는 뭐 하고 지내?”유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오수아가 뒤에서 뭔가 꾸미고 있다고 의심하는 거야?”해인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오기홍이 일을 당한 뒤부터 오수아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반응이 너무 잠잠해.”“친엄마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잖아. 뒤에서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있다고 하면 오히려 그게 더 믿기 힘들어.”실제로 수아는 요즘 아예 자취를 감춘 사람처럼 조용했다. 평소 어디서든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니던 수아의 성격을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보였다.게다가 예전에는 유호의 눈에 들려고, 어떻게든 앞에 나타나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 했다.그런 수아가 얌전히 손을 놓고 있을 리 없었다. 지나치게 조용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유호가 핸드폰을 몇 번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을 확인한 유호가 말했다.“오수아...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갔네.”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여행? 친아버지는 몰락했고 친엄마는 다쳐 병원에 누워 있는데...’‘정작 오수아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고?“오수아가 여행 간 건 어떻게 알았어?”해인이 유호 쪽으로 몸을 기울여 핸드폰 화면을 힐끗 들여다봤다.그런데 유호가 열어 둔 건 뜻밖에도 수아의 SNS였다.해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당신이 오수아하고 언제 서로 친구가 된 거야?”지난번 바에서 유호는 미인계를 쓰며 접근하려던 수아를 경호원에게 시켜서 밖으로 내보냈다.그런데 지금은 수아가 버젓이 유호의 친구 목록에 들어 있었다.앞뒤가 너무 맞지 않았다.유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되물었다.“여보, 솔직하게 먼저 말해 봐. 오수아가 내 친구 목록에 있는 걸 보고 조금이라도 불안했어? 내가 오수아한테 넘어갈까 봐 걱정이 됐다거나.”해인은 유호의 눈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답했다.“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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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해인이 말했다. “오수아한테 미인계를 한번 써 봐.”유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난감한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보, 나 네 남편이야. 그런데 다른 여자한테 미인계를 쓰라고? 이게 말이 돼?”‘우리가 결혼식을 올린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벌써 남편을 다른 여자 쪽으로 떠밀다니...’유호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해인을 바라봤다. 서운함까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사실 네 마음속에 내가 없는 거 아니야?”“당신이 내 마음속에 있으니까 그러는 거야. 조건 없이 믿으니까 다른 여자한테 미인계를 써도 안심하는 거고.”유호는 해인의 입술만 빤히 바라봤다. ‘말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하네.’그래도 사랑하는 여자가 이렇게까지 부탁하자 유호도 계속 거절할 수는 없었다.유호가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우리 여보... 정말... 내가 못 이긴다.”해인은 그 말이 곧 승낙이라는 걸 알아들었다....다음 날 저녁, 인근 리조트에서 쉬고 있던 수아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수아가 핸드폰을 들어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듣자마자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한 대표님? 저한테 웬일로 전화를...”유호 쪽은 꽤 시끄러웠다. 밤이었고, 뒤섞여 들리는 소리로 보아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듯했다.술을 꽤 마신 모양인지 유호의 말은 평소보다 느렸다. 낮고 짙은 목소리에는 취기가 더해져서 묘하게 관능적인 울림이 배어 있었다.[여보, 나 네 신혼 남편인데 자꾸 나 혼자 내버려 두면 어떡해? 와서 나하고 좀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수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 대표님, 혹시 전화를 잘못 거신 것 아닌가요?”클럽.유호는 수아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듯 계속 말했다. “강해인, 너 계속 이렇게 나 외롭게 놔두면 나도 서운하고 쓸쓸해. 내가 다른 여자한테 가 버릴까 봐 걱정도 안 돼?”수아는 입을 다물었다. 유호가 흘린 말을 이어 붙이자 대충 어떤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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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수아가 목소리를 낮췄다. [한 대표님, 저는 강해인 씨가 아니라 수아예요. 전화를 잘못 거셨어요.]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유호의 취기도 조금은 가신 듯했다.방금 전 해인으로 착각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유호의 말투가 금세 차가워졌다. “아, 너였어?”그 짧은 한마디에 수아의 마음은 날카롭게 베인 듯한 기분이었다.그때 전화 너머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호야, 제수씨랑 통화 중이냐? 얼른 나오라고 해. 우리는 다 파트너 데려왔는데 너만 혼자잖아.” “너희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으면 지금쯤 붙어 다녀도 모자랄 판에, 혹시 싸웠냐?”유호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면서 대꾸했다. “우리 와이프는 바빠. 시간 없어.”“야, 그래도 너무하네. 요즘 누가 옛날처럼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 따지겠냐마는, 아무리 일이 바빠도 신혼인 남편을 이렇게 혼자 두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결혼식 올린 지도 얼마 안 됐잖아.”유호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수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취한 유호가 조금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고,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세웠다. [한 대표님, 듣고 계세요?]“응.”유호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술기운이 섞인 목소리가 지나치게 매력적이라 수아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눌렀다.아까 그 남자가 다시 말했다. “유호야, 내가 여자 한 명 불러 줄까? 이제 게임할 건데 너희 쪽만 한 명 비잖아. 이러다 우리가 이겨도 불공평하겠다.”“됐어.” 유호가 단호하게 잘랐다.“어? 제수씨는 바쁘다면서 그럼 누구랑 통화하는 건데? 유호야, 설마 밖에 따로 여자가 생긴 거야?”“생겨도 이상할 건 없지. 유호가 누군데 이렇게 찬밥 취급을 받아? 제수씨가 복에 겨운 거지.”“그럼 통화하는 여자를 오늘 네 파트너로 부르든가. 걱정 마. 우리 아무도 제수씨한테 말 안 해.”그 말을 듣자 수아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유호가 친구들에게 뭐라고 대답할지 기대까지 됐다.유호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수아가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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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유호는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수아는 한동안 멍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내가 방금 무슨 얘길 들은 거지? 유호가 나를 자기 파트너로 부른다고?’‘게다가 기다리겠다고까지 했어?’모든 일이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흐린 건가? 아니면 그냥 장난인가?’몇 초 뒤 핸드폰이 울렸다. 유호가 보낸 위치 주소였다.지도에 찍힌 위치를 직접 확인하고서야, 수아는 유호가 정말 자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수아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두 시간 거리였다. 아주 멀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아는 기사에게 자꾸 조금만 더 빨리 가 달라고 재촉했다. 늦게 도착하면 모임이 끝나 버릴까 봐 마음이 조급했다....한편, 대현은 유호 옆 소파에 털썩 기대며 물었다. “유호야, 나 아까 연기 괜찮았지? 이 정도면 배우 해도 되겠지?”유호가 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나쁘진 않았어.”“진짜 미끼를 물까?”“응.”유호가 믿는 건 수아의 욕심이었다.지금의 수아에게는 오기홍이라는 배경이 없어졌다. 공장 안에서 모두의 관심을 받던 시절도 이미 끝이 났다. 뒤를 봐줄 사람도 없고 특별한 능력도 없으니, 위로 올라가려면 눈앞에 나타나는 기회란 기회는 전부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유호가 손을 가볍게 저었다. 대현은 함께 연기해 준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비웠다.3시간 뒤 수아가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룸에 들어섰을 때 유호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유호 혼자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는 척하고 있었다.수아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옆의 소파에 앉았다. “한 대표님?”유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선이 뚜렷한 이목구비와 흠잡을 데 없는 옆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졌다.너무나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웬만한 배우보다도 눈에 띄었고, 어디 하나 흠을 잡기가 어려웠다.수아는 숨을 한번 고른 뒤 다시 불렀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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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술을 많이 마신 사람처럼 눈빛이 흐릿했다.수아에게는 그런 유호의 모습마저 치명적으로 보였다. 특히 취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수아의 모습만 가득 비치고 있어서, 마치 세상에 자신밖에 없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했다.그 눈에 빠져들 것 같던 수아는 평생 내본 적이 없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 대표님, 친구분들이랑 같이 계셨던 거 아니에요? 다들 어디 가셨어요?”“갔어.”유호는 천천히 말하며 손목의 고급 시계를 가리켰다. “지금 몇 시인지 안 봤어?”새벽 두 시였다. 술자리가 끝나고도 남을 만큼 밤이 깊었다.수아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대표님은... 왜 아직 여기 계세요?”유호가 눈을 들어 수아를 바라봤다.그 시선 하나에 수아의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왜 여기 있겠어? 몰라? 난 약속 깨는 거 싫어해.”유호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받친 채 소파에 기댔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 기다렸지.”수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눈앞에 유호가 있다는 것만 아니었다면 너무 설레서 소리를 질렀을지도 몰랐다.사람을 어렵지 않게 빠져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수아가 첫사랑에 들뜬 어린애도 아니었지만, 유호가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쉬운 남자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웠다.둘 사이의 공기가 지나치게 묘해지자 오히려 수아 쪽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수아가 낮게 말했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늦었으니까 이따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유호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수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룸 문을 나서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람이 없는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한유호는 내가 넘어오게 만들 수 있어. 대신 조건은 다시 얘기해.”상대가 비웃듯 말했다. [전에 거절했잖아. 허세 부리지 마. 정말 너한테 마음이 있었으면 왜 이제야 이러겠어?]“그건 신경 쓰지 마. 내가 한유호만 꽉 잡으면 되잖아.”[뭘 원하는데?]수아도 알고 있었다. 오기홍이 자리에서 밀려난 이상 자신에게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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