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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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해인은 곧바로 반박했다.“제가 할 일이 없어서 여사님과 일부러 맞서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먼저 잘못을 저지른 쪽은 여사님이고 저는 그 틈을 탄 것뿐 아닌가요?”“아드님이 죽고 나서 우리 회사의 주가까지 크게 떨어졌어요. 제가 제 손으로 의심받을 일을 만들 만큼 바보겠어요?”“게다가 저는 지위도 재산도 가진 게 전혀 부족하지 않아요. 멀쩡한 제 손으로 사람 목숨을 죽일 이유가 뭐가 있죠?”“여사님, 아드님을 죽인 원수조차 엉뚱한 사람으로 짚으셨으니 뒤에서 이 일을 꾸민 사람은 좋아 죽겠네요.”해인은 김수원이 조금이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하길 바랐다. 하지만 감정이 격해진 데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잃은 김수원에게는 어떤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김수원에게 해인의 말은 교묘하게 자신을 변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했다.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김수원이 울먹이며 따져 물었다. “강 대표도 자기 입으로 지위며 돈이며 다 가졌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지훈이를 건드렸어?”해인이 바로 답했다.“아드님을 해친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어요. 누군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김수원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계속 말해 봐.” 해인은 이어 말했다.“오수아예요. 오수아가 지훈 학생의 존재를 꺼려서 사람까지 끌어들여 죽인 거예요.”그 말을 들은 김수원은 잠시 굳어 있다가 복잡한 눈으로 해인을 바라봤다.해인은 김수원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알아챘다.“오수아는 빈틈없이 일을 꾸몄어요.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지훈 학생이 세상을 떠난 날 밤에는 타지로 여행까지 갔고요.”“오늘 저를 정말 해치시면 여사님도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제 남편은 어디까지든 쫓아서 여사님을 찾아낼 테니까요.”“그렇게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교도소에 들어가면 오수아는 누가 법의 심판대에 세울 건가요?” “설마 오기홍은 여사님 대신 오수아에게 책임을 묻게 해 줄 거라고 생각하세요? 둘은 부녀 사이잖아요.”김수원이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이, 해인은 손목을 조금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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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옆에 있던 김수원의 공범조차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김수원은 해인의 손에 제압된 뒤였다.목이 졸린 김수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둘이서 해인 한 사람을 상대하고도 오히려 역으로 제압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역시 만만하게 볼 여자가 아니었다.해인이 말했다.“여사님 아드님은 정말 제가 사람을 시켜서 죽인 게 아니에요.” “오수아가 저지른 일을 입증할 증거는 아직 손에 넣지 못했지만, 계속 조사하고 있어요.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김수원이 뭔가 말하려고 하자 해인이 먼저 말을 끊었다.“저를 믿어 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저는 제가 한 일에 부끄러운 적은 없습니다.”“아드님의 죽음을 제 탓으로 돌려야 여사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어요.”“하지만 그렇게 눈을 가리고 계시면 진범만 아무 처벌 없이 빠져나가게 됩니다.”“여사님이 안타까운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셨죠.” “지금 상황도 결국 여사님이 선택한 결과예요. 사람을 잘못 믿고, 사랑할 사람을 잘못 선택한 탓에 아들까지 잃으신 겁니다.”해인은 김수원에게 거창한 설교를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테지만, 해야 할 말만큼은 분명히 해 둘 생각이었다.겨우 숨을 돌릴 틈이 생기자, 김수원이 옆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뭘 멍하니 서 있어? 빨리 와서 나 좀 구해! 다 큰 남자가 여자 하나도 못 당해?”해인의 눈매가 싸늘해졌다. “다가오지 마세요!”해인은 손에 쥔 줄을 다시 힘껏 조였다. “더 다가오면 여사님이 안 다친다고 장담 못 해요.”그 말을 듣자 남자는 대놓고 움직이지 못한 채 눈치만 살폈다.“누나, 지훈이는 이미 죽었어. 죽은 사람은 다시 못 돌아오잖아. 내 생각엔 차라리 이 여자한테 돈이라도 받아. 보상금이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오기홍은 믿을 사람도 못 되니까, 그 돈이라도 있으면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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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유호라는 걸 확인한 해인은 그제야 비로소 긴장을 조금 풀었다.유호가 비로소 왔다.해인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유호는 늘 제때 곁에 나타났다.그런데 유호는 지금 S시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해인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안 유호는 오는 내내 상대와 크게 한판 붙을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그런데 경찰 몇 명과 함께 들이닥친 유호가 마주한 건, 납치범을 거꾸로 제압하고 있는 해인의 모습이었다.유호의 눈에 감탄이 어렸다. 역시 자신이 사랑한 여자다웠다. 누군가의 보호만 기다리는 사람들과는 달랐다.“여보, 괜찮아? 다친 데 없어?”해인이 고개를 저었다. “없어.”“다행이다.”동시에 주변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아래층은 이미 조용히 진입한 경찰이 포위하고 있었다.“움직이지 마!”유호와 함께 올라온 경찰이 견인차 기사에게 총구를 겨눴다. 상황이 틀어진 걸 알아차린 남자는 곧바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저항 안 할게요! 항복할게요! 제발 쏘지 마세요!”이미 일을 벌인 걸 후회하고 있던 터라, 남자는 혹시 총이 발사될까 봐 겁에 질렸다.김수원은 친동생을 사납게 흘겨봤다. 겁은 많은 데다가 귀까지 얇아서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기까지 했다. 일을 맡겨도 제대로 해내는 것도 하나도 없었다.유호를 보자 김수원의 목을 감은 줄을 쥔 해인의 손에도 조금 힘이 빠졌다.해인은 몸을 돌려 유호 쪽으로 달려갔다. 유호도 두 팔을 벌려 해인을 받아 주려고 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수원이 어디에 숨겨 뒀는지 모를 흉기를 꺼내 든 것이다.모두의 시선이 다른 곳에 쏠린 틈을 타서, 김수원은 흉기를 해인의 허리 뒤쪽으로 겨누고 힘껏 찔러 넣었다.등 뒤에서 벌어진 일이라 해인은 뒤쪽 상황을 볼 수 없었다. 주의까지 흐트러져 있어 주변 경찰도 제때 알아채지 못했다.유호만은 계속 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함을 눈치챈 유호는 생각할 틈도 없이 해인을 자기 품으로 확 끌어당겼다.김수원이 칼을 내리꽂는 힘은 그대로였다. 유호가 해인을 감싸 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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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김수원은 경찰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해인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한 번에 찔러 죽이지 못한 게 아쉽네. 운이 좋은 줄 알아.”해인이 속으로 너무 실망스러웠다.“정말... 끝까지 정신을 못 차리네요.”유호가 해인의 앞을 막아섰다. “내가 있는 한 누구도 내 아내의 손끝 하나 못 건드려. 그쪽 아들이 자기 목숨을 구해 준 사람한테 어머니가 이런 짓을 한 걸 알면, 죽어서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김수원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슨 헛소리야? 목숨을 구해 줬다니?”유호는 이어 말했다.“지난번 지훈이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을 때 내 아내가 설득해서 데려왔어. 정말 몰랐던 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유호가 풍기는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반듯하고 단단한 태도 때문인지, 유호가 입을 열기만 하면 그 말 자체에 힘이 실렸다. 거짓이라고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김수원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날 일을 김수원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직접 옥상까지 뒤따라 올라갔다.하지만 나중에 지훈에게 물었을 때, 지훈은 바람 좀 쐬러 올라갔을 뿐이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정했다.유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정말 해인을 완전히 오해한 건가?김수원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경찰이 김수원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해인은 유호의 손을 잡아 차에 태운 뒤 함께 온 기사에게 다급히 말했다. “빨리요! 가까운 병원으로 가 주세요!”유호가 다친 걸 본 기사는 지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곧바로 차를 출발했다.차는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서 근처 읍내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향했다.다행히 유호의 팔 상처는 겉으로 보기에는 심해 보였지만, 다행히 뼈까지 다치지는 않았다. 유호가 예상한 대로 외상이었지만 그래도 상처가 제법 깊어서 몇 바늘을 꿰매야 했다.읍내 병원은 의료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집에서도 너무 멀었다. 그날 밤 응급 처치를 마친 뒤, 해인은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서 유호를 시내의 큰 병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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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유호는 이런 포옹이 좋았다. 해인을 품 안쪽으로 더 끌어당기며 한층 세게 안았다.“이렇게 해서 자기가 나를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 준다면, 차라리 내가...”유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해인이 손가락을 들더니 유호의 입술 위에 가볍게 얹었다. 뒤의 말을 그대로 막아 버렸다.해인은 눈을 들어 못마땅하다는 듯 유호를 바라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당신은 내 남편이고 우리 아들의 아빠야. 내 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 난 당신 다치는 거 싫어.”유호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해인이 먼저 가까이 다가갔다.부드럽고 깊은 입맞춤이 유호의 입술에 내려앉았다.유호는 그대로 굳어졌다.해인의 입술은 부드럽고 달았다. 유호는 멀쩡한 한쪽 팔을 뻗어 해인의 뒤통수를 감싸 쥐고 품으로 더 끌어당기며 입맞춤을 깊게 이어 갔다.해인이 입술을 떼지 않은 채 흐릿하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당신한테 다른 여자 꼬시라고 한 게 후회돼.”“왜?”해인은 유호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어 눈앞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봤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은 나만 봐야 하는데, 오수아한테 보여 주는 것도 아깝네.”그 말을 들은 유호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럼 계획을 접자. 나는 네 거니까, 연기라도 싫어.”해인이 예쁜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럼 오수아가 이선보하고 손을 잡았다는 증거는 어떻게 찾아?”원래 계획대로라면,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유호는 수아와 함께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허영심이 강한 수아 같은 사람은 조금만 잘해 줘도 들떠서 경계심을 풀기 마련이다. 그렇게 빈틈을 보이면 단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터였다.하지만 해인이 갑자기 납치되면서 유호는 S시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계획도 잠시 뒤로 미뤄졌다.결국 유호가 말했다.“찾으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다음 날 아침, 해인은 유호의 아침 식사를 사러 내려가는 길에 유호가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됐다.[다쳤다.]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붕대를 칭칭 감은 유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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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오후.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해인은 전날 밤 납치 사건에 대한 진술을 하기 위해 경찰서로 갔다.해인이 경찰서에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동안 담당 경찰관은 내용을 기록했다. 진술이 끝나자 확인용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강해인 씨, 진술 내용과 다른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보시고, 이상이 없으면 여기에 서명해 주세요.”해인은 서류를 받아 빠르게 훑어본 뒤 바로 서명했다.경찰관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건 증거가 충분하고 피의자도 확보된 상태라 조만간 수사 결과가 나올 겁니다.”해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경찰서를 나서려 했다.그때 유치장 담당 경찰관이 다가왔다. “혹시 강해인 씨 맞으십니까? 피의자가 유치장에서 밤새 울고 소란을 피우면서 강해인 씨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해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저를요?”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해인은 잠시 생각했다. 김수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은 갔지만, 더 나눌 이야기는 없었다.“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요. 오늘은 만나지 않겠습니다.” 해인은 그렇게 말하고 경찰서를 나섰다....카페.승아 앞에는 조각 케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승아가 케이크를 한입 떠먹으며 말했다. “진짜 남편을 병원에 혼자 두고 나온 거야? 오수아가 한 대표한테 딴마음 품을까 봐 걱정도 안 돼?”해인은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품으면 뭐 해. 혼자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잖아.”해인은 유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승아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역시나 그랬다. 유호는 온통 해인만 보고 있었고, 두 사람은 얼마 전 성대한 결혼식까지 올렸다. 준비 과정도 유호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겼다.아내를 아끼는 마음만큼은 어느 재력가 집안과 비교해도 유호를 따라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보통 그 세계의 사람들은 돈을 써서 사람을 고용하고 웬만한 일은 맡겨 버린다.그런데 유호는 결혼식만큼은 자신이 직접 공을 들였다.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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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해인이 차분하게 말했다. “너 기자잖아. 이런 때는 괜히 대응하지 않고 조용히 넘기는 게 제일 낫다는 거 알지? 사람들이 이미 네가 잘못했다고 믿기 시작하면 어떤 해명도 다 변명으로 들려.”“새로운 이슈가 터지면, 예전 뉴스는 금방 뒤로 밀리고 사람들 기억에서도 흐려질 거고. 게다가...”해인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저 사람들이 진짜 화가 난 시민들인지, 아니면 YD그룹 경쟁사에서 돈을 주고 보낸 사람들인지 어떻게 알아?”승아가 멈칫했다. “네 말은... 저 사람들이 YD그룹 경쟁사에서 일부러 보낸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거야?”해인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맞아. 시장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YD그룹은 요즘 빠르게 커지고 있잖아. 다른 회사들 이익을 건드렸으니 이런 수를 쓸 수도 있어.”승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자기들 이익을 챙기는 거잖아. 요즘 기업들 진짜 너무 비열하다. 죽은 그 아이만 불쌍하지...”그 이야기까지 나오자 해인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죽은 지훈이 안타까운 건 분명했다. 하지만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한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은 진범이었다.“너랑 심 대표는 어떻게 됐어? 결혼식 날짜는 잡았어?”그 질문을 받은 승아가 조용히 말했다. “다음 달에 먼저 혼인신고부터 하기로 했어. 결혼식은 당장은 안 하고.”“부모님은? 아무 말씀 안 하셔?”“당연히 말이 많으시지. 결혼하면서 식도 안 올리는 집이 어디 있냐고 계속 그러셔. 남들이 보면 내가 재혼남한테 시집가는 줄 알겠다면서.”“근데 네 결혼식도 워낙 성대했잖아. 대현이 한 대표랑 친한데 자기 결혼식만 대충 하고 싶지는 않대.” “제대로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몇 달만 더 지나면 배가 더 나와서 예쁜 웨딩드레스도 못 입을 것 같고.”“이것저것 생각해 보니까 아기 낳고 나서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는 게 낫겠더라.”“너 그거 알아? 심대현 그 인간, 평소엔 철없는 것처럼 보여도 생각은 꽤 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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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병원.유호가 점심을 막 다 먹었을 때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문틈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은 수아였다. 한 손에는 꽃다발, 다른 손에는 과일 바구니까지 들고 있었다. “입원하셨다길래 와 봤어요, 한 대표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유호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병상에 앉아 있었다. 팔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었다.사실 이 정도 외상이면 봉합을 마친 뒤 바로 퇴원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해인은 유호를 병원에 붙잡아 두고 수아를 상대로 하던 미인계 계획을 계속 밀어붙였다.유호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얌전히 병상에서 해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정작 해인은 오지 않고 수아가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수아를 바라보던 유호가 감정을 읽기 어려운 눈으로 이름을 불렀다. “오수아 씨.”갑자기 유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소파에 앉으려던 수아는 동작을 멈췄다.수아는 귀 옆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부드럽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네, 한 대표님.”“네가 앉은 데, 내 아내 자리야.”수아는 멈칫하며 옆의 소파를 내려다봤다. 앉기도 그렇고 다시 일어서기도 애매해졌다.그래도 수아는 금세 태연함을 되찾고 유호의 말을 받아 질문을 이어 갔다. “한 대표님, 이렇게 다치셔서 입원까지 하셨는데 아내분은요? 병원에 와서 간호도 안 해요? 자기 남편 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다고요.”“저는 여자는 알뜰하게 살림도 챙기고 가정에 마음을 더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분은 이렇게...”수아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유호가 말을 잘랐다.유호의 눈매가 싸늘해졌다.“내 아내는 뭘 하든 자기 자유야. 집안일에만 마음 쏟을 필요 없어. 일을 좋아하는 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거고, 난 그런 여자가 좋아.” “내 여자가 무슨 일을 선택하든 내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거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무슨 입장에서 내 여자를 평가해? 해인이 어떤 삶을 살지, 무슨 일을 할지는 내 아내가 정해. 네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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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수아의 성난 목소리만 들어도 이선보는 또 실패했다는 걸 알아차렸다.[진작부터 네가 못 해낼 줄 알았어.]수아가 비웃었다. “안 될 줄 알면서 계속 재촉하고 희망 고문한 거야? 나 망하는 꼴 보고 싶어서?”[지금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야?]수아는 전화 너머의 이선보에게 몇 마디 욕을 퍼붓더니, 이제 각자 갈 길을 가자고 했다.“이선보, 그렇게 나를 못 믿겠으면 우리도 더는 같이할 필요 없어.”말을 끝낸 수아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이선보가 곧바로 차갑게 말했다. [내 손에 네 약점이 있다는 건 잊지 마.]그 말을 들은 수아가 화를 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왜 그렇게까지 내가 한유호한테 접근하길 바라는 건데?”[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넌 내 계획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돼.]“한유호가 나한테 마음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냥 나 갖고 노는 거라고. 이제 나 좀 놔줘. 여기서 끝내자.”[나 이용해서 하지훈까지 죽여 놓고 이제 와서 끝내자고?]“내가 당신을 이용한 거야, 당신이 나를 부추긴 거야?” “당신이 옆에서 계속 바람 넣지 않았으면 내가 사람 목숨까지 엮일 이유가 없었어! 처음부터 하지훈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말이 막 끝났을 때 눈앞에 유호가 나타난 걸 본 수아는 크게 놀랐다. 손에 쥔 핸드폰까지 놓치면서 바닥에 떨어뜨렸다.전화 너머의 이선보는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듯했다.이선보가 계속 뭔가 말하고 있었지만 수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수아는 유호만 바라봤다.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질린 채 더듬거리며 물었다. “한, 한 대표님. 병실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나오셨어요?”유호는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다쳤다고 걷지도 못하는 건 아니야.”유호는 허리를 숙여 수아가 떨어뜨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수아가 급히 손을 뻗으면서 빼앗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핸드폰은 유호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유호가 스피커폰 버튼까지 누르자 이선보의 목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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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유호가 바로 뒤에 서 있는 걸 본 수아는 이제 정말 끝났다는 걸 알았다.최근 유호와 만났던 모든 일이 자신이 빠져들기를 기다리며 하나씩 만들어 둔 덫이었다면...수아는 이곳이 병원 한가운데라는 것도 잊은 채 그대로 유호 앞에 무릎을 꿇었다.“한 대표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뭐든 할게요. 시키는 건 다 할 테니까 녹음기만 주세요!”유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전혀 빈틈이 없었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중년 여성이 수아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수아야, 네가 여기 웬일이야? 나 보러 온 거니?”한숙미도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꽤 오래 앓았지만 친딸인 수아는 병문안 한 번 오지 않았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며칠 동안 치료와 휴식을 받은 한숙미는 몸이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며칠 전 오기홍의 일을 폭로한 탓에 수아가 자신에게도 마음이 상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병원에서 수아를 보자 놀라면서도 반가웠다.그런데 수아가 웬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한숙미는 의아해졌다. “수아야, 무슨 일이야? 왜 이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한숙미를 본 수아는 무언가 떠올린 듯 급히 말했다. “엄마, 강해인이랑 좀 아는 사이잖아? 강해인한테 말 좀 해 줘. 한 대표님이 나 좀 봐주게 해 달라고!”유호가 해인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수아도 잘 알고 있었다. 수아가 직접 매달려 봤자 유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겠지만 해인의 말은 달랐다.한숙미는 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수아가 띄엄띄엄 꺼낸 말을 맞춰 보니 눈앞의 남자가 해인의 남편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며칠 전 해인은 결혼식을 올리면서 한숙미에게도 청첩장을 보냈다. 한숙미는 아직 몸이 좋지 않아서 직접 참석하지 못했고, 사람을 통해 작은 축하 선물만 보냈다.한숙미는 유호를 자세히 바라봤다. 모바일 청첩장에 실려 있던 신랑 사진과 눈앞의 남자가 분명 닮아 있었다. 반듯한 이목구비와 선명한 인상 때문에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어려운 외모였다.한숙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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