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유호가 점심을 막 다 먹었을 때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문틈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은 수아였다. 한 손에는 꽃다발, 다른 손에는 과일 바구니까지 들고 있었다. “입원하셨다길래 와 봤어요, 한 대표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유호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병상에 앉아 있었다. 팔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었다.사실 이 정도 외상이면 봉합을 마친 뒤 바로 퇴원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해인은 유호를 병원에 붙잡아 두고 수아를 상대로 하던 미인계 계획을 계속 밀어붙였다.유호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얌전히 병상에서 해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정작 해인은 오지 않고 수아가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다.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수아를 바라보던 유호가 감정을 읽기 어려운 눈으로 이름을 불렀다. “오수아 씨.”갑자기 유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소파에 앉으려던 수아는 동작을 멈췄다.수아는 귀 옆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부드럽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네, 한 대표님.”“네가 앉은 데, 내 아내 자리야.”수아는 멈칫하며 옆의 소파를 내려다봤다. 앉기도 그렇고 다시 일어서기도 애매해졌다.그래도 수아는 금세 태연함을 되찾고 유호의 말을 받아 질문을 이어 갔다. “한 대표님, 이렇게 다치셔서 입원까지 하셨는데 아내분은요? 병원에 와서 간호도 안 해요? 자기 남편 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다고요.”“저는 여자는 알뜰하게 살림도 챙기고 가정에 마음을 더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분은 이렇게...”수아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유호가 말을 잘랐다.유호의 눈매가 싸늘해졌다.“내 아내는 뭘 하든 자기 자유야. 집안일에만 마음 쏟을 필요 없어. 일을 좋아하는 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거고, 난 그런 여자가 좋아.” “내 여자가 무슨 일을 선택하든 내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거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무슨 입장에서 내 여자를 평가해? 해인이 어떤 삶을 살지, 무슨 일을 할지는 내 아내가 정해. 네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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