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 Chapter 111 - Chapter 120

All Chapters of 아주버님이 남편으로: Chapter 111 - Chapter 120

397 Chapters

제111화

집에 돌아와 문을 닫은 이해리는 심장이 여전히 마구 쿵쾅댔다.예전의 애틋한 분위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늘 정지안이 바짝 다가섰을 때, 그녀는 격하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까지 귀에 들릴 지경이었다.그것은 순수한 설렘만은 아니었다. 많은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느낌이랄까.이해리는 이미 해외로 나가기로 했고 이혼도 곧 눈앞이다. 더욱이 정지안은 정도원의 형인데...정지안이 자신을 도운 이유가 더 깊은 관계를 원해서였다면 둘 사이는 점점 복잡해질 게 뻔하다.이해리는 온갖 잡생각에 빠져서 대체 무슨 정신으로 짐을 다 쌀 때까지 버텼는지 몰랐다. 짐 정리를 마친 후 그녀는 곧장 꿈나라에 빠졌다.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윙윙거리는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깼다.또 정도원이 보낸 메시지이겠거니 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의외로 자신이 실검에 올랐다는 기사였다.타이틀 또한 상당히 자극적이었다.[정도원, 이해리 부부 사이 엄청 화목해 보여... 기존 루머 전부 허위 사실.]이토록 둘의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이라, 이해리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심여진의 수법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심여진은 어젯밤에야 정도원과 윤유나를 이혼시키겠다고 했는데 고작 하룻밤 사이에 그것도 병원에 입원 중이면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일까?이해리는 반신반의하며 실검 기사를 한참 들여다볼 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어차피 아직 정도원과 이혼한 게 아니니까.정씨 가문이 체면을 세우고 회사 주가가 회복된다면 서로 윈윈 아닌가.마음을 다잡은 이해리는 하품하고 휴대폰을 대충 내팽개친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한편 정지안은 막 회의를 끝내고 이 기사를 보게 됐다.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을 흘긋 보았는데 좀 전까지 웃음기를 띠고 있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누가 봐도 심여진의 수법임이 뻔했다.미리 써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내서 이해리와 정지안의 훈훈한 관계를 온 세상에 퍼뜨리려는 의도였다.그는 짜증스럽게 휴대폰
Read more

제112화

이해리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있잖아, 방금 새로운 실검 몇 개 봤는데 윤유나가 요즘 좀 힘들게 지낸대. 어떤 사람들은 정씨 가문이 너랑 정도원 그 개자식이 사이좋다고 떠드는 거 그냥 태평성대 코스프레하는 거라고 추측하던데, 봤어?”이해리는 커피잔을 든 채로 멍해졌다.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노트북을 켜자 역시나 윤유나의 관련 실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오초아는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늘어놓았다.“윤유나도 참 안됐지. 그래도 애초에 불륜 저지른 건 몹쓸 짓이야. 이렇게 된 거 다 자업자득이지 뭐.”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해리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잠시 후 눈앞에 나타난 검색 결과를 보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래? 청순가련한 척하는 여우 년한테 동정심이라도 생겼어?”오초아는 절친의 한숨 소리에 깜짝 놀라 물었다.이에 이해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 그게 아니라... 윤유나 관련 기사는 전부 지안 씨가 퍼뜨린 거야.”정지안의 이름이 귀에 닿자 오초아는 잠시 머뭇거렸다.“정말? 전부 다? 그분이 왜 일부러 윤유나 관련 기사를 퍼뜨리는 거지?”이해리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심여진이 기사를 낸 건 주가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라 윤유나가 서서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면 그만이다.그런데 정지안이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이유는 뭘까? 혹시 정도원이 윤유나를 보호하도록 유도하는 건 아닐까...“나 알겠어. 정지안 씨 이러는 거 인간쓰레기 같은 두 남녀를 똘똘 뭉치게 하려는 거야. 윤유나 우리 눈엔 여우 짓 하는 나쁜 년이지만 정도원에겐 얼마나 가여운 캐릭터겠니. 심지어 지금 이런 기사 때문에 괴롭힘까지 당했으니 정도원 백 퍼 그 여자 찾아가서 위로해줄걸, 쯧쯧...”오초아가 탁하고 손뼉을 치며 물었다.“해리야, 지안 씨 너한테 진짜 마음 있는 거 아닐까?”그녀의 질문이 이해리의 심장을 훅 파고들었다.자신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오초아의 입에서 튀어나오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찔렸다.“헛소리하지 마!
Read more

제113화

이해리의 말을 들은 남자는 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에이, 혼자 술 마시러 왔으면서 내숭 너무 떠신다.”이해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옆에 있는 오초아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자신의 팔이 이미 남자에게 붙잡혀버렸다.어디 그뿐일까. 남자는 팔을 더듬거리면서 희롱에 가까운 멘트까지 날렸다.“우리 예쁜이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운 게... 다른 데도 혹시...”“초아야!”이해리는 겁에 질려 남자를 뿌리치고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옆에 있는 오초아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었다.“왜 그래... 잠깐만...”오초아가 몸을 일으키려다가 휘청거리면서 넘어질 뻔했다. 결국 이해리가 그녀를 부축했다.절친의 이런 모습을 보니 이해리는 더욱 초조해졌다.사실 그녀들 둘 다 술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요즘 하도 답답해서 오초아가 술 마시러 가자고 했을 때 선뜻 수락했을 뿐이다.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정도원과 함께 있을 때 매사에 조심스럽고 스스로 억눌렀어도 정작 돌아온 건 뭐였던가?되레 정도원만 실컷 음주가무를 즐겼었지.이해리는 결국 절친을 따라 술 마시러 왔는데, 어쩌다 한번 바에 왔는데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오초아는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아 눈앞의 상황을 간신히 지켜보다가 외쳤다.“경호원 부를게...”옆에 있던 남자는 두 여자 모두 별다른 자기방어 능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곧이어 남자의 얼굴에 험상궂은 미소가 번졌다.“어머, 몰라뵈었네요. 옆에 미인이 한 분 더 계셨어! 두 사람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잖아. 오늘 오빠랑 실컷 놀아볼까?”이해리는 정신이 몽롱했지만, 저 남자가 내뱉은 말이 의도 불순하다는 것쯤은 알아챌 수 있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밀쳐내려 했으나 오히려 남자의 팔에 안겨버렸다. 남자는 그녀를 안고서 밖으로 질질 끌어갔다.이를 본 오초아가 안절부절못하며 따라왔다.“초아야!”이해리는 몸부림치면서도 오초아를 안심시키려 했다. 등 뒤의 남자가 점점
Read more

제114화

이해리는 간신히 그녀를 부축했다.정지안의 뒤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이 광경을 보고 급히 다가와 손을 거들었다.“누구세요?”이해리가 깜짝 놀라 묻자 정지안이 답했다.“걱정 마. 내 비서야.”그는 말하면서 이해리에게 다가와 가볍게 부축했다.“얼마나 마신 건데?”아직 혼자 걸을 수는 있어 보였지만 발그레한 뺨은 그녀가 술에 취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정지안을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이해리였다.“지안 씨가 도와줘서 참 다행이네요.”술에 취한 이해리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고 말투 또한 평소와 달리 약간 투정 섞인 귀여움이 묻어났다.눈앞의 그녀를 보며 정지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취했어. 일단 집에 데려다줄게.”다행히 그는 이해리의 현재 주소를 알고 있었다.비서가 오초아를 데려다주었고 정지안은 이해리를 차에 태웠다.조수석에 그녀를 편히 앉힌 뒤 남자는 시동을 걸었다.차 안에서 이해리는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지안 씨, 지안 씨는 오늘 왜 그 바에 있었어요?”“설마 정도원처럼 맨날 술집에서 흥청망청 노는 걸 좋아해요?”“남자들 다 믿을 구석 없다는 말 진짜인가요?”멈추질 않는 그녀의 푸념에 정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정작 고개를 돌려 이해리의 취한 모습을 보니 또 마냥 귀여울 따름이었다.드디어 차가 멈추고 정지안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려 했는데 별안간 이 여자가 손을 쭉 뻗었다.안전벨트를 풀기도 전에 그녀의 손길을 느끼고 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이해리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술김에 몸을 확 기울이고 정지안의 품에 안길 기세였다.“지안 씨, 솔직하게 말해요. 나한테 호감 있는 거 맞죠?”“나 좋아하니까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 거잖아요.”이해리는 흐릿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자신의 손이 그의 가슴팍에 머물러 있고 다른 손은 남자의 허벅지에 얹혀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너무 위험한 위치라 정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찔한
Read more

제115화

이해리는 옆에 누운 사람이 정지안일 거라곤 정말 예상치 못했다.이보다 더 최악의 경우가 있을까?이해리는 이불을 꽉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려 할 때 정지안도 비스듬히 눈을 떴다.“깼어? 좀 어때? 계속 머리 아파?”일어나자마자 그녀의 안부부터 묻는 이 남자.이해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지안 씨가 왜 여기 있어요?”“여긴 원래 내 집이야. 한 번쯤 잘못 들어선 게 큰일은 아니잖아.”정지안은 돌처럼 굳어버린 그녀를 보며 넌지시 농담을 던졌다.이해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되물었다.“거짓말하는 거죠?”“어젯밤에 취해서 필름 끊기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나 보네?”남자가 모호하게 말하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당황스러운 나머지 이해리는 어느새 침대 가장자리까지 밀려났고 이제 곧 떨어질 위기였다. 그때 정지안이 재빨리 그녀를 끌어당겼다.두 남녀의 거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짝 가까워졌다.이불을 사이에 두고도 이해리는 남자의 가슴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너무 뜨거워서 그녀를 통째로 불태워버릴 것만 같았다.순간 이해리는 얼굴이 활활 타올랐지만 다행히도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상황 정리에 나섰다.만약 정지안과 진짜 뭔가 있었다면 이는 즉 남편 정도원의 친형과...그녀가 품 안에서 이상하리만치 얌전히 있자 정지안이 눈썹을 치켰다.“뭐야? 왜 여기 있냐고 따져 물을 땐 언제고 갑자기 왜 조용해졌대?”이 일로 그녀와 한참을 논쟁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어젯밤은 이해리가 더 적극적이었다.정지안이 간신히 자제해서 선 넘을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이해리는 그의 품에 안겨 잠들었고 남자는 그런 그녀를 안아서 집까지 올라와 자상하게 보살펴주었다.하지만 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할 줄이야...그녀의 한심함에 미간이 구겨질 때쯤, 이 여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지안 씨, 우리가 이러는 건 잘못된 행동이에요. 하지만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 좀 이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하
Read more

제116화

그렇다면 이해리와 정지안이 어젯밤에 정말...이해리는 의구심에 휩싸여 몇 마디 더 묻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수치심이 앞섰다.그녀는 황급히 눈길을 피했다.“좀 더 생각해볼게요. 별일 없으면 먼저 돌아가세요.”둘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들통난다면 끝장날 터였다.평소에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오늘따라 유난히 말을 잘 들었다.“그래. 밤새 너 시중 드느라 확실히 피곤하네. 먼저 가서 좀 자야겠어. 이혼에 관해 마음이 정해지거든 다시 얘기해.”정지안이 떠난 후 그녀는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새겨보아도 텅 빈 백지장뿐이었다.그저 술에 취해 누군가에게 희롱당한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고 그마저도 간간이 필름이 끊긴 상태였다. 나중에 정지안이 어떻게 바에 왔고 자신은 또 왜 그와 함께 있게 됐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이때 심여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해리야, 나 오늘 막 퇴원했어.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오후에 시간 돼?”이해리는 휴대폰을 쥔 채 몸을 일으켰다. 오후 일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에게 대답했다.“시간은 괜찮은데 할 얘기가 뭐예요?”심여진이 전화기 너머로 머뭇거렸다.“전화상으로는 좀 그렇고 오후에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해.”오후 네 시.이해리는 근처 카페에서 심여진을 만났다.어제 병원에 다녀온 탓인지 시어머니 심 여사님은 다소 창백해 보였고 자리에 앉을 때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다만 이해리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 오후 내내 여기서 시간 낭비할 순 없잖아요.”심여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말했다.“그게 말이야... 요즘 주가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아. 유나 관련 이슈가 아직도 실검에 올라서 다들 우릴 웃음거리로 여기거든.”이 문제에 대해 이해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어제 심여진이 사람을 써서 그런 기사를 퍼뜨린 것이 어느 정도 효과는
Read more

제117화

이전에 정지안이 이해리를 감쌌던 일을 떠올리며 심여진의 얼굴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그녀는 또 한 번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해리야, 너 이렇게 소란 피우는 거 고작 윤유나 때문이니?”‘고작?’이해리가 차분하게 말을 되받아쳤다.“여사님, 설마 제가 괜히 일을 키운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 어떤 여자라도 제 처지에 놓이면 못 본 척 넘어갈 순 없어요.”더욱이 윤유나와 정도원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했는데, 모든 사람 앞에서 하마터면...이해리가 말을 이었다.“여사님은 도원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지난 몇 년간 눈감아주시더니 이제 와서 일이 터지니까 되레 저를 탓하시네요?”그날 정도원이 윤유나를 데리고 연회장에 나타났을 때, 이해리는 바로 직감했다. 심여진은 줄곧 저 둘 사이를 알고 있을 터였다.애석하게도 여론전에서는 윤유나가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심여진에게 있어 윤유나는 훨씬 더 순종적인 며느릿감이었다.순진한 척하는 겉모습 아래 계산적인 몰골을 지닌 그녀, 어른들, 특히 미래의 시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데 익숙한 행동거지를 보였으니 어떻게 싫어할 수 있을까.이해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심여진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번진 여유로운 미소가 심여진에게 오싹함을 안겨주었다.그녀는 다급하게 해명했다.“아니야, 나 진짜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 유나는 우리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해! 이건 내가 장담할게, 해리야.”“영원이라고 보장할 순 있고요?”이해리는 윤유나가 편하게 사는 꼴을 봐줄 수가 없다. 이것만은 백 퍼 진심이었다.“걱정 마, 해리야. 걔는 평생 우리 집안에 들어올 수가 없어.”심여진이 다급하게 말했다.말을 마치고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말해서 네가 이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단다. 유나는 너한테 비교도 안 되잖아. 우리 정씨 가문에서 그런 애를 며느릿감으로 선택할 리 있겠니?”“아니죠, 여사님. 애초에 저도 썩 탐탁지 않아 하셨잖아요.”이해리는 눈앞의 커
Read more

제118화

“해리, 오랜만이야.”지도교수의 목소리에도 반가움이 묻어났다.이해리는 그와 악수하고 가벼운 포옹까지 했다.“정말 오랜만이네요. 어쩐 일로 갑자기 방문하신 거예요?”그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이해리는 몹시 들떴었다.한편 지도교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데리고 예약된 픽업 차량으로 향했다.“이곳에 탐방할 프로젝트가 생겼는데 너도 여기 있다는 생각이 나서 신청하게 됐어.”“정말 잘됐네요. 그럼 얼마나 머무를 계획이세요?”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차에 올라 지도교수가 근처 호텔에 묵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해리는 추후 일정까지 물었다.“왜 줄곧 내 일만 물어봐?”지도교수가 활짝 웃었다.“나야말로 묻고 싶네. 전에 말했던 건 생각해 봤어?”“아, 그거요...”이해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서둘러야 하는 건가요?”“당연하지. 예전부터 항상 내 밑에서 일해보라고 제안했잖아. 이 프로젝트는 해리 너의 경력에도 도움이 될 거야.”지도교수는 말하면서 서류를 꺼내 이해리에게 건넸다.“한번 봐봐. 괜찮다고 생각되면 포럼에도 함께 참석할 수 있어.”지도교수의 이번 방문은 꽤 길었고 국내에서 이미 많은 일정이 잡혀 있었다.이해리는 꼼꼼히 내용을 검토했다.지도교수의 말대로 이 프로젝트는 확실히 그녀에게 적합했다.하지만 아직 깔끔하게 이혼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일에 뛰어들어 포럼까지 참가하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지도교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여전히 웃음을 띠었다.“됐어. 강요 안 할게. 하지만 이건 정말 좋은 기회이니 생각 잘해봐. 3일 동안 고려할 시간 줄게. 만약 그 후에 합류하고 싶다면 진척이 조금 늦어질 수 있어.”지도교수와 함께 식사를 마친 뒤, 이해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푸르지오에 돌아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정지안?이해리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이미 이 집을 그녀에게 넘겨줘 놓고 이 시간에 왜 돌아온 걸까?어젯밤의 일을 떠올리자 이해리는
Read more

제119화

‘아무래도 어젯밤 일 때문이겠지.’이해리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정지안이 손을 뻗어왔다.“또 멍하니 있네?”그는 정수기의 작동을 멈췄다.이해리는 그제야 자신이 방금까지 넋 놓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이 넘치기 직전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소파에 도로 앉았다.“할 얘기가 뭔데요?”정지안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시선은 진지하고 집중되어 있었다.“아까 진짜 날 피했던 거야?”아직도 이 화제라니.이해리는 괜히 찔린 듯 옆에 있던 담요를 가져와 뒤집어쓰고는 몸을 웅크렸다.“아니요. 아까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왜 찾아왔는지나 설명해주실래요.”“용건 없으면 못 와? 우리 어젯밤 그 일 다 잊었어?”정지안이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장난기 섞인 남자의 말투, 이해리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다가 두 볼이 금세 빨개졌다.“됐고! 본론이나 말해요.”“본론이라...”남자는 가볍게 웃고 말을 이었다.“오늘 윤유나에 관한 소식 들었는지 모르겠네.”윤유나 이름 석 자에 이해리의 표정이 돌변했다.“뭔데요? 설마 또 정도원이랑 무슨 일 꾸몄대요?”“아주 정확해. 정확한 추측이야.”정지안은 휴대폰을 꺼내 늘씬한 손가락으로 몇 번 터치하더니 화면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이해리는 몸을 곧추세우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정도원의 최근 동선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를 찾아다니며 비자나 여권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윤유나 해외로 보내버릴 계획인가요?”정지안은 긍정이나 부정 없이 그냥 웃었다. 이해리가 모든 것을 다 본 후, 그는 휴대폰을 거둬들였다.“요즘 윤유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맹비난을 받고 있더라고.”“그래서 정도원이 그 여자를 잠시나마 피하게 내보낸다는 거예요?”정지안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그녀는 싸늘하게 웃었다.“정말 애틋하네요.”“늘 그래왔잖아.”정지안이 맞장구를 치면서도 계속 이해리의 표정을 살폈다.다행히 그녀는 실망하거나 슬퍼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는
Read more

제120화

정도원과의 일을 겪고 오늘 지도교수의 제안까지 받으니 이해리는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고 싶어졌다.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건 전부 무책임한 행동이니까.정지안은 미간을 찌푸렸다.“혹시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말해봐, 같이 상의하면 좋잖아. 아니면 뭐 나에 대한 오해가 있다거나 그런 거야? 툭 털어놓고 편하게 얘기해.”이해리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물었다.“좋아요, 그럼!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젯밤에 술에 취하고 나서 우리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그녀는 줄곧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자신의 주량이 형편없는 걸 잘 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지안은 ‘그런 사람’이 아닐 것 같았다.더욱이 그녀는 주량이 약할 뿐이지 술버릇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취하면 바로 잠드는 편인지라 정지안이 단순히 집까지 데려다줬다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이해리가 질문하기 바쁘게 남자의 미간이 구겨졌다. 순간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정지안이 차갑게 되물었다.“그걸 지금 왜 물어? 혹시 마음 바뀐 거야? 나 책임지기 싫어?”이해리는 말문이 턱 막혔다.‘지금 누가 할 소리를!’“너한테 사심 있어서 도와주려는 거 맞아. 그래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네 아주버님이기 때문이야! 이 일이 소문이라도 퍼지면 나한테도 좋을 건 없어.”이 남자는 줄곧 그녀의 결혼 사실을 새겨두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니 이해리는 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더욱 물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물든 채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조심스럽게 담요를 만지작거리면서 말이다.분위기가 서서히 변해갔다. 낯설면서도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이해리는 신중하게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지안 씨, 저는...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도원이랑 이혼하고 싶은 건 맞는데 아직은 방법을 더 찾아야 해요. 거기에 대해 지안 씨는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어젯밤 일은 우리 둘만 입
Read more
PREV
1
...
1011121314
...
4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