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가 화장을 고치고 돌아섰을 때,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화장실 문 앞에 서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해리는 이 남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서로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해졌다.“안녕하세요.”그녀는 인사를 건네고 지나치려 했지만, 남자가 덥석 막아섰다.“굉장히 미인이시네요. 오늘 포럼에서 만난 분 중에 가장 예쁘신 것 같아요.”“칭찬 감사합니다.”이해리는 남자를 찬찬히 살피며 홀가분하게 대답했다.“그쪽도 매너가 넘치시네요.”오는 길에 그녀는 이번 포럼에 대한 정보를 꽤 파악하고 있었다.산업 스파이들이 많이 출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에드워드 역시 유독 들이대는 남자들은 조심하라고 미리 당부했었다.지금 눈앞의 남자가 바로 그런 부류 중 하나였다.그 남자는 이해리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 듯했다.“말을 참 예쁘게 하시네요. 오늘은 누구랑 오셨어요? 에드워드가 그쪽 지도교수라고 하던데 맞나요?”고작 몇 마디 대화만으로 남자는 이미 실마리를 드러내고 있었다.우연히 마주친 그녀인데 이토록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말이 될까?이해리는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옅은 미소를 띠었다.“어떻게 아셨어요? 에드워드 제 교수님 맞아요. 아주 프로패셔널하고 대단한 분이시죠.”“그러는 그쪽은 누구랑 함께 오셨어요?”상대방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게 된다면 이를 발판 삼아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그녀는 산업 스파이를 잡는 데 큰 관심이 없지만, 이 남자가 감히 자신을 건드렸으니 그냥 보내줄 수는 없을 터였다.남자가 웃으며 뒤돌아섰고 이해리는 재빨리 그를 따라나섰다.두 사람은 나란히 대화를 나누며 회의장으로 돌아갔다.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이해리는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실루엣을 발견했다.정지안이 그들을 향해 정색한 얼굴로 다가왔다.“지안 씨...”이해리가 눈짓을 보내려 했지만 정지안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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