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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그 모습을 본 정도원은 요즘 윤유나까지 자신을 함부로 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문을 밀고 들어가 윤유나에게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회사 비서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어제 회사에서 종일 문제를 처리했는데, 오늘 또 무슨 일로 전화한 걸까?’전화를 받고 보니 정지안과의 결별 선언 때문에 회사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는 소식이었다.해외 사업 라인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정도원이 직접 나서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상황을 확인한 정도원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미 비비안을 매수해 두었다. 비비안이 건넨 각종 핵심 자료를 이용하면 에드워드의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반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 정지안과 이해리 모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정도원은 곧바로 비비안에게 연락해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관련 사업들이 줄줄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공개하려던 데이터가 전부 가짜였다.그들이 사들인 프로젝트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해 보니 결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데이터와 자료가 모두 틀려 있었다.해당 프로젝트팀들은 잇달아 정도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졌다.“처음 연락하실 때 이 데이터는 확실한 진짜라고 하셨잖습니까! 저희가 대표님을 믿었고, 전에 주신 자료도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은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부 문제가 터지다니요!”전화기 너머 협력사 관계자는 펄쩍 뛰며 정도원을 몰아세웠다.정도원은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데이터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실제 실험에서는 전부 다르게 나온 거죠?”“뭐가 안 틀렸다는 겁니까? 예전 결과와 완전히 다르고, 저희가 직접 선출한 수치도 다 달랐습니다. 그래도 대표님을 믿어서 보내 주신 데이터를 사용했는데...”전화를 끊은 정도원은 온몸의 힘이 빠졌다. 그는 의자에 축 늘어졌다.바로 그때 다른 협력사에서도 연이어 연락이 왔다. 비비안이 넘긴 프로젝트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에 들어간 사업들이 하나씩 전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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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하지만 그녀는 방금 인터넷에서 명품 가방을 여러 개 주문해 둔 상태였다. 정도원이 주기로 한 잔금이 들어와야 결제할 수 있었다.사치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진 비비안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제라도 이 프로젝트 데이터를 역으로 이용해 이해리를 속이면 효과가 있을까?’생각해 보니 이해리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비비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다시 프로젝트 관계자들에게 접근하기로 했다.하지만 병실을 나서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이해리가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비비안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반대편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길을 막았다.이해리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비비안은 깨달았다. 이해리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지난번 병원에 왔던 것도 어쩌면 자신을 떠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당시 비비안만 그 사실을 몰랐다.사람들을 데리고 다가오는 이해리를 보자 비비안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병실 문 앞 왼쪽에도 사람이 있었고 오른쪽에도 사람이 있었다. 비비안은 꼼짝없이 제자리에 갇힌 채 이해리가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해리가 눈앞에 멈춰 섰을 때 비비안은 다리가 풀려 그대로 무릎을 꿇을 뻔했다.하지만 다리가 휘청이는 순간 이해리가 곧바로 그녀를 붙잡았다. 비비안은 혹시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한 건가 싶었다.‘병원에 무슨 일이 생겼거나, 에드워드에게 위험이 닥칠까 봐 이해리가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을 보호하러 온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든 비비안은 이해리의 눈에 어린 차가운 빛을 보았다.이해리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 한 번 붙잡아 줬을 뿐, 곧 한 걸음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비비안은 입술을 떨며 불렀다.“선배...”이해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한참 뒤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왜 사람들을 데리고 널 찾아왔는지 알아?”그 말을 듣는 순간 비비안도 이해리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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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그런데 비비안은 갑자기 겁먹은 사슴처럼 이해리를 올려다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이해리가 데려온 사람들도 급히 뒤를 쫓았다. 계단 입구에 이르자 비비안이 돌연 소리쳤다.“전 그저 한 번 잘못했을 뿐이에요! 다른 사람을 해치려던 건 아니었어요!”그녀는 자신을 붙잡으려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겁에 질린 채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주변 사람들에게서 비명이 터졌다. 이해리가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이 급히 붙잡았다.지나가던 의사와 간호사들도 상황을 보고 얼어붙었다가 서둘러 달려가 비비안을 부축했다.하지만 비비안은 계단 아래로 떨어지며 머리를 정통으로 부딪쳤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의사가 사망을 알리자 이해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속에서부터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 그녀는 화장실 세면대에 몸을 기대고 헛구역질했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 광경만 계속 떠올랐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이해리는 경계하며 고개를 들었다. 정지안이었다.눈이 마주친 순간 이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곧장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정말 저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정도원을 고발하는 데 협조하기만 하면 저는...”이해리는 정지안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속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오늘 비비안이 했던 모든 일과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을 떠올리자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졌다.비비안의 죽음은 분명 이해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의식을 되찾은 에드워드가 그 일을 듣고 물었을 때도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구에게나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었다.비비안의 사후 처리도 모두 정지안이 이해리를 대신해 나섰다.그와 동시에 정도원은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자신과 비비안이 연락한 사실은 아직 폭로되지 않았다. 이해리 쪽도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게다가 비비안은 이미 죽었다. 이제 죽은 사람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그날 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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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정도원은 모든 일이 비비안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꾸민 것이라고 주장했다.비비안과 연락할 때는 그 데이터가 이해리에게서 나온 것인지도, 해당 프로젝트가 에드워드의 것인지도 몰랐다는 말이었다.[모든 건 그 여자가 저를 속이려고 꾸민 일입니다. 저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 전 저 사람들에게 미안할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정도원은 자신이 사업가이며, 사업가는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돈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보고 왜 손을 대면 안 되느냐는 논리였다.그는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라는 듯 말했다.[어쨌든 저는 아닙니다! 저쪽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모든 책임을 저한테 뒤집어씌울 수는 없습니다!]정도원은 속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증명할 길이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이 사건의 핵심 가해자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었다.정도원이 끝까지 비비안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라고 우긴다는 소식은 곧 이해리에게도 전해졌다.인터넷에서는 온갖 의견이 엇갈렸다.윤유나는 최근 확실히 잠잠해졌다. 새 계정을 만들 때마다 곧바로 정지당해서인지도 몰랐다. 이제 인터넷에서 홀로 싸우는 사람은 정도원뿐이었다.이해리는 의자에 기대어 실시간 검색어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마우스를 잡고 천천히 아래로 화면을 내렸다.누군가는 비비안이 해외에서 보였던 여러 모습까지 올렸다. 그 글을 보던 이해리는 다시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로 달려가 헛구역질했다.정지안이 돌아왔을 때 마침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급히 다가왔다. 그는 이해리에게 물을 건네고 입가도 닦아 주었다.힘없이 문가에 기대어 있던 이해리는 정지안에게 반쯤 안긴 채 소파로 옮겨졌다.“이 일이 네게 큰 충격을 줬다는 건 알아. 그래도 인제 그만 생각해. 잘못한 사람은 네가 아니야. 비비안이 그런 결말을 맞은 것도 결국 자기가 저지른 일 때문이야. 그 아이 때문에 괴로워하지 마.”정지안도 자신의 짧은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해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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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에드워드가 맡은 프로젝트는 너무 많았다. 지금은 국내에서 요양하며 입원 관찰까지 받아야 하니 큰일이 없는 이상 이리저리 움직이게 해서는 안 됐다.물론 에드워드가 키운 학생들도 각자 많은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다. 그들의 불안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두면 수많은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이해리는 에드워드가 평생 쌓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정지안은 이해리의 말을 듣고 말했다.“해외에 나가서 바람 쐰다고 생각해. 내가 같이 갈게.”하지만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국내에서 새 회사가 막 시작했잖아요. 저 때문에 자리를 비우지 말아요. 해외에 잠깐 다녀오는 것뿐이에요. 금방 돌아올게요. 길어도 사흘이에요.”정지안도 회사 일을 두고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이해리를 품에 끌어안았다.“앞으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 이 일들이 전부 해결되고 회사도 안정되면, 내가 널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며칠 푹 쉬게 해 줄게.”이해리도 정지안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때는 아주 먼 곳으로 가요. 우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면 더 좋고요.”정도원이 계속 여론전을 걸어오고 두 사람의 이름이 수시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이해리는 이미 몹시 지쳐 있었다.국내에서 처리할 일을 먼저 인계한 이해리는 주세훈에게 전화해 해외로 가서 상황을 직접 보겠다고 알렸다. 주세훈은 기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이해리도 짐을 챙겼다. 출국하는 날에는 정지안이 직접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하면 먼저 전화해서 무사히 왔다고 알려 줘.”이 순간 정지안은 자신이 왜 이해리와 함께 가지 못하는지 계속 원망했다.그의 감정을 알아차린 이해리는 먼저 고개를 들고 정지안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사흘만 있다가 온다고 약속했잖아요. 모든 걸 처리하면 바로 돌아올게요.”두 사람은 공항에서 작별의 입맞춤을 나눴다. 이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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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세바스찬, 정지안과 해외에서 대립하던 그 조직의 우두머리였다.이해리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두 손이 침대 머리맡에 묶여 있었다.지난번 귀국 과정에서 세바스찬에게 방해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남자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그는 줄곧 두 사람의 동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해리가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어떻게 알아내고, 곧바로 납치까지 할 수 있었겠는가?이해리는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세바스찬, 오랜만이네요.”“정말 오랜만이군, 나의 동양미인. 이번에는 왜 혼자 해외에 온 거지?”세바스찬은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손에는 술잔을 든 채 이해리에게 다가왔다.이해리는 그에게 한 가지 습관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늘 시가 한 대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하지만 정작 피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는 느릿하게 걸어와 침대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 행동 때문에 이해리는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절대 정지안의 이름을 꺼내 그를 자극해서는 안 됐다.세바스찬은 이해리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몇 걸음 더 다가와 침대 옆에 섰다. 아까보다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그는 여전히 한 손에 술잔을, 다른 손에 시가를 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이해리는 두 물건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들고 물었다.“절 이곳으로 데려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이해리는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했다. 사실 그녀는 이 남자에게 납치당해 온 것이니 ‘데려왔다’고 표현할 만큼 예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세바스찬은 이해리의 말을 듣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한참 뒤 그가 입을 열었다.“난 줄곧 너에게 관심이 많았어. 너희 둘이 국내에서 하는 일을 계속 지켜봤지. 네가 해외에 온다는 걸 알자마자 사람을 보내 잡아 온 거야.”역시 모든 것이 자신이 짐작한 그대로였다. 남자는 이해리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했다.하지만 이해리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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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그 말에는 곧 자신의 실종 사실이 정지안에게 알려질 거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때가 되면 세바스찬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이해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고였다.세바스찬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래? 난 네가 스스로 온 것 같은데. 그 남자는 국내에 새 회사를 막 세웠어. 왜 널 해외에 보내 일을 시키겠어? 게다가 네가 그 사람의 새 회사에 대해 뭘 알지?”이해리는 자신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느끼고 계속 말을 이어 갔다.“국내에 새 회사를 세웠기 때문에 제가 해외 일을 도와야 하는 거예요. 해외의 여러 사업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공개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에는 아직 처리할 일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대신 온 거고요.”세바스찬은 여전히 믿지 않는 기색이었다.이해리는 정지안의 개업식에서 만났던 해외 거물들의 이름을 이용해 몇 마디를 지어내며 마치 그들을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행동했다.그제야 세바스찬의 얼굴에 의심이 떠올랐다.정지안의 분노를 사는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대립을 선언한 사이였다. 하지만 다른 거물들과까지 원한을 맺는다면 정말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었다.그래도 이미 이해리를 납치해 온 이상 세바스찬은 그녀를 이용해 정지안을 제대로 한번 공격하고 싶었다.그때 이해리가 말했다.“저는 정지안의 일을 대신하러 왔고, 상대와 만날 시간도 이미 약속했어요. 한 시간 안에 그 회사에 도착하지 않으면 제 실종 사실이 알려질 거예요. 당신도 해외에서 이 업계 전체 사람들의 눈치는 봐야 하지 않나요?”그 말을 들은 세바스찬은 그 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생각하는 듯했다.마침내 입가에 음산한 미소가 떠오르더니, 잠시 뒤 이해리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방을 나갔다.이해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협상이 성공한 것 같았다.과연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이해리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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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세바스찬 본인도 건물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이해리가 회사로 들어가는 걸 보았지만, 직접 위로 올라갔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킬 수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이해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정지안의 동맹인 현준호도 잠시 놀랐다. 그는 이해리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물었다.그제야 이해리는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세바스찬에게 납치당했던 모든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했다.현준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해리는 자신이 갑자기 찾아와 그가 불쾌한 줄 알고 잠시 당황했다.현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한 번 바라본 뒤 이해리에게 물었다.“나올 때 세바스찬이 따로 무슨 말을 했어요?”정지안의 동맹인 인만큼 현준호도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아는 듯했다.그래서 이해리의 설명을 다 들은 뒤에도 당장 자신이 도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모습이었다.이해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확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이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데에는 생각이 같았다.이해리는 미간을 찌푸렸다.“저를 도울 방법이 없다면 이해해요. 다만 며칠 동안만 이 일을 비밀로 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이 일이 정지안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해요.”현준호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해외에 이민 와 정착했다. 그래서 한국어가 아주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이해리의 말을 알아듣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사태의 경위를 알게 된 그의 얼굴에는 곧 긴장감이 떠올랐다.“그 조직의 우두머리 세바스찬이 지금 이해리 씨를 미행하고 있고, 정지안 씨에게 복수하겠다고까지 했다는 말이죠?”이해리의 말을 들은 현준호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 모습을 본 이해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제가 갑자기 찾아와 폐를 끼친 건 알아요. 하지만 저도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부디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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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해외에 도착한 직후 아직 아무 일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곧바로 납치당했다.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이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현준호에게 말했다.“세바스찬은 해외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죠. 정지안에게 듣기로는 현준호 씨도 그 사람과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던데, 맞나요?”현준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자신의 사업에만 집중하고 싶어 세바스찬과 다시 원한을 맺고 싶지 않다고 했다.하지만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현준호 씨는 정지안의 동맹이고, 이미 이 일에서 정지안 편이라는 걸 드러냈어요. 세바스찬이 정말 현준호 씨를 가만히 둘 것 같나요?”현준호는 이해리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물었다.“무슨 계획이라도 있어요?”“그 사람은 전에 우리를 함정에 빠뜨렸고 이번에는 저를 납치했어요. 전 이대로 참을 수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가능하다면 우리가 손잡고 그 사람에게 한 번 크게 손해를 입히고 싶어요. 어때요?”현준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세바스찬의 해외 세력은 이해리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커요. 세바스찬을 속이려다 오히려 자신이 당할 수 있어요. 이해리 씨가 피해를 보는 건 원치 않아요.”현준호는 분명 매우 심각한 태도였고, 진심으로 이해리가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해리는 그의 눈에 담긴 초조함을 알아보았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마음에는 이미 수많은 감정이 억눌려 있었다. 후배에게 배신당한 일만으로도 이해리는 몹시 괴로웠다.그런데 해외에 오자마자 또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당했다. 이해리가 계속 참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그래서 이해리는 단호히 말했다.“저를 믿어 주세요. 제가 현준호 씨에게 맞춰 움직일 수 있어요. 현준호 씨가 이 일을 도울 수 없거나 저와 협력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찾아갈게요. 어쨌든 전 반드시 해낼 거예요.”이해리는 이어 자신의 계획을 현준호에게 하나씩 설명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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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이해리는 고개를 저었다.“오늘 일을 겪으며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당신과 협력하고 싶어요.”오히려 세바스찬이 그 말을 듣고 굳어 버렸다. 끝까지 미행해 보니 이해리가 정지안을 배신하려 한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이해리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이 진짜인지 가늠하는 듯했다.하지만 이해리의 눈빛은 거리낌 없이 당당했다.“저와 협력하고 싶지 않다면 됐어요. 다른 사람을 찾아가면 되니까.”그녀가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세바스찬이 불러 세웠다.그는 웃으며 말했다.“제 발로 찾아온 기회를 내가 놓칠 리 없지. 다만 네가 정지안을 배신하려 한다는 게 의외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이해리는 몸을 돌려 고개를 저었다.“저와 그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리고 오늘 일을 알게 되면 정지안은 분명 최선을 다해 저를 도울 거예요.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정지안과 정도원이 대립하고 있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저도 제 살길을 미리 마련해 둬야 하지 않겠어요?”그 이유는 사실 현준호와 계획을 논의하다 급히 떠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세바스찬 앞에서 꺼내 놓으니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다.세바스찬은 이해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영리하군.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담력이 조금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이해리는 세바스찬을 바라볼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그저 속이려고 아무렇게나 지어낸 말인데 이 남자가 정말 믿었다며 비웃었다.해외의 조직 보스들은 겉으로는 대단하고 위풍당당해 보여도, 사실 여자가 몇 마디만 하면 쉽게 속아 넘어가는 모양이었다.어쩌면 애초부터 세바스찬이 그녀를 얕보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이해리가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 남자들은 그녀가 머리를 쓸 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오만함은 오히려 이해리에게 큰 이점이 되었다.세바스찬은 곧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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