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해리의 집안 형편은 손에 꼽힐 만큼 좋았고,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막대한 유산도 남았다.다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정도원이 오랜 세월 끈질기게 이해리를 쫓아다녔고, 집안 형편도 원래 나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해리도 그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그 생각을 하자 이해리는 눈을 내리깔았다.어쩌면 모든 일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흘러온 것인지도 몰랐다. 과거에는 정지안과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가 마침내 마음을 밝혔다. 이해리는 웃고 싶었지만, 곧 거대한 상실감이 밀려왔다.“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용기를 내서 저를 찾아왔을까요?”이해리의 집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부모님께 떳떳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해리는 애초에 정도원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당시 그녀는 정도원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돌아갈 곳 하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여기까지 이어지자 이해리는 모든 사실을 깨달았다.과거 열정적으로 자신을 쫓아다닌 사람은 정도원이었지만, 흔들림 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자신만을 선택한 사람은 정지안이었다.이해리는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정지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 모든 이야기가 너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걸 알아... 내가 말한 건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은 뒤에, 네가 갑자기 밀려오는 감정에 다시 휘둘리지 않았으면 해서야.”정지안은 진지하게 이해리에게 말했다.“네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해. 나는 줄곧 너를 좋아했어. 자신을 하찮게 여기지도 말고, 이런 일 때문에 불안해하지도 마.”지금까지 함께 지내면서 이해리는 정지안이 자신에게 말하는 방식이 점점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한없이 다정했다.그는 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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