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全部章節:第 111 章 - 第 120 章

452 章節

제111화

준모의 기색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자, 미래는 얼른 준모의 팔에서 손을 뗐다.“알겠어. 사실 나도 오빠한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아. 오빠도 바쁜 일 많잖아. 게다가 이제 곧 약혼도 해야 하니까 준비할 것도 많을 거고.”미래는 말을 잇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근데 가끔은 나도 자신이 너무 한심해. 요즘은 넘어지는 것도 점점 더 심해지고.”“나도 정말 오빠한테 전화하는 건 싫었어. 그런데 오늘은 다들 아무도 없었거든...”미래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미안한 낯으로 말했다. 듣는 사람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을 만큼 가엾게 들리는 목소리였다.준모는 미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해. 내가 직접 못 오더라도 다른 사람이라도 보내면 되니까. 내일은 내가 병원에 데려갈 테니까, 오늘은 일단 쉬어.”준모는 미래를 그렇게 달랜 뒤 곧장 그곳을 나왔다. 뒤를 돌아보는 일도 없었다....집으로 돌아온 준모는 채이 방의 불이 이미 꺼져 있는 걸 보고 걸음을 잠시 멈췄다. 시간이 워낙 늦었으니, 채이는 벌써 잠든 듯했다.‘이 시간이면 이미 쉬고 있겠지.’“대표님, 들어오셨어요?”장순주가 먼저 준모를 맞았다.“사모님께서 아까 거실에서 계속 기다리셨어요. 한참 기다리셨는데 대표님이 안 들어오시니까, 나중에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서 쉬셨어요.”준모는 채이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이 늦은 시간에 괜히 방해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 뒤 혼자 서재로 향했다.서재에 들어간 준모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어 들고 대강 훑어봤다. 하지만 몇 줄 넘기지 못한 채 손이 멈췄다. 서류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미래 문제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지금 미래 상태는 갈수록 좋지 않아 보였다. 몸 상태만이 아니라 마음도 점점 불안정해지는 것 같았다. 준모는 내일 미래를 데리고 장만성 교수에게 가서 상담을 받아보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준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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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어제 가사도우미가 개인 사정으로 하루 쉬었지만,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다시 집에 와 있었다. 다만 미래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상태라, 함부로 방에 들어가 깨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배 대표님, 오셨어요.”가사도우미가 문을 열어 준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미래 아가씨는 아직 안 일어나셨어요. 여기서 조금 기다리실래요?”준모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조용히 말했다.“깨워요. 오늘 미래 데리고 나가야 하거든요.”준모가 오늘 이렇게 서두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장만성 교수는 준모가 어렵게 부탁해서 겨우 약속을 잡은 최고의 전문가였다. 얼마 전 국내로 돌아온 뒤 일정도 몹시 빡빡해서, 상대를 오래 기다리게 할 상황이 아니었다. 준모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장만성 교수 쪽에서도 애초에 시간을 내주지도 않았을 터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가 가사도우미 손에 이끌리듯 방 밖으로 나왔다. 미래는 막 깬 상태였는데도 준모를 보자마자 다급해졌다. 준모를 빨리 눈에 담고 싶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오빠,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집에 왔어? 오빠가 올 줄 알았으면 나도 좀 더 일찍 일어났을 텐데... 정말 미안해.”미래는 급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다시 말했다.“나 잠깐만 준비하고 올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주면 안 돼?”미래는 이유도 모른 채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준모가 아침부터 미래 집에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먼저 찾아오는 일은 더더욱 드물었다.늘 미래가 울먹이며 준모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준모가 움직였다. 미래 쪽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야 겨우 와 주곤 했다. 그렇지 않으면 준모가 먼저 이 집에 발걸음을 하는 일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혹시 오늘은 나 데리고 바람 쐬러 가는 건가?’‘어제 내가 그렇게 힘들어했다고 내 기분 풀어주려고 온 걸까?’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미래 가슴이 금세 부풀었다.‘정말 그런 거면 좋겠어. 오늘은 꼭 좋은 날이면 좋겠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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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미래야, 내가 국내에서 제일 잘 본다는 장만성 교수님을 어렵게 모셨어. 요즘 네가 집에만 있고, 마음도 많이 지쳐 보였어.”“그래서 누군가랑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좀 풀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이러는 건 전부 너를 위해서야.”“다리도 지금 근육이 점점 빠지고 있어. 검사 자료는 다른 쪽에도 따로 보내서 확인해 달라고 맡겨 놨어.”“결과가 나오면 내가 제일 먼저 너한테 말해줄게. 너도 치료에 잘 맞춰 줘야 해.”“네가 이렇게 된 데에는 결국 내 책임도 있어. 그래서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 네가 빨리 나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준모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또렷하게 꺼냈다. 그 말에는 피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준모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결국 미래를 향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그 감정이 아니었다면 준모가 이 일에 이토록 깊이 매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이 일은 오래전부터 준모 마음 한가운데 박힌 응어리였다. 쉽게 풀릴 기미도 없었지만, 준모는 자신이 끝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준모 스스로도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이건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내가 해야 할 몫이야.’“근데 준모 오빠, 나는...”미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준모는 바로 말을 이었다.“오빠 말 잘 들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오늘 장만성 교수님을 모신 것도 그냥 너랑 편하게 이야기 좀 나눠 보려고 그런 거야.”“지금 네가 정말 괜찮은지, 혹시 힘든 게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 나는 계속 네가 많이 힘들어 보였거든. 그래서 전문가를 모신 거야.”“아무 문제가 없으면 오히려 더 좋은 거지.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어. 근데 혹시라도 뭐가 있는지 나는 그게 걱정돼.”준모는 미래를 대할 때 유난히 인내심이 있었다. 목소리도 높이지 않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 억지로 누르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안정시키는 힘이 묻어났다.그런 준모의 표정은 미래의 눈에 전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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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준모는 애초부터 장만성 교수가 자신만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전부터 미래의 상태가 어딘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었고, 마음 쪽에 분명 큰 문제가 있다고 여겨서 일부러 미래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그런데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역시 그냥 넘길 상태는 아니었군.’“대표님하고 저도 하루이틀 본 사이가 아니니, 말씀은 돌리지 않고 바로 드리겠습니다. 제가 시간이 좀 촉박해서요.”장만성 교수는 준모를 마주 본 채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준모도 같은 생각이었다. 미래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아야, 그 다음에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었다.“이건 꼭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원미래 씨는 지금 마음의 문제가 꽤 큽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만들어 낸 사람이 어쩌면... 대표님일 수도 있습니다.”장만성 교수는 마지막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말을 멈췄다. 장만성 교수와 준모는 평소에도 허심탄회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오늘도 준모의 부탁으로, 장만성 교수는 해외 일정까지 조정해 급히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돌려 말할 이유가 없었다.자기 자신 때문이라는 말은 준모도 한 번도 정면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준모는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장만성 교수는 그대로 말을 이어 갔다.“대표님이 곧 약혼하신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 일이 미래 씨에게 꽤 큰 충격이 된 모양입니다.” “미래 씨는 지금도 그 문제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요.”“제가 보기에 미래 씨는 대표님에게 분명한 감정이 있습니다.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고요.”그 점은 사실 준모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미래가 그 마음을 직접 입 밖에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겉으로는 대표님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여도, 미래 씨는 대표님을 통해서 자기 안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 합니다.”“그런데 그 빈자리는 대표님이 관심을 더 준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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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이제 곧 약혼도 앞두고 있잖아요. 대표님은 대표님 자신한테만 책임지면 되는 입장이 아닙니다. 앞으로 함께할 분에게도 책임을 지셔야 해요.”“그런데 대표님이 매일 미래 씨에 대한 죄책감에만 붙들려 계시면, 그분도 같이 괴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그분은 대표님 과거를 함께 겪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분한테 공평하지 않은 일입니다.”장만성 교수는 떠나기 전에 몇 마디를 더 보탰다.장만성 교수 역시 한때 누군가를 향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버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마음이 무너져 내릴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고, 그 무렵 장만성 교수와 준모는 거의 매일 통화를 했다.준모는 강한 사람이었다. 회사 일에서 생기는 문제라면 어떤 것이든 흔들림 없이 해결해 냈다.하지만 유독 이 일만큼은 달랐다.준모 때문에 한 사람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 무게는 준모가 쉽게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준모는 낮게 숨을 내쉰 뒤 장만성 교수를 바라봤다.“걱정하지 마세요. 제 문제는 제가 반드시 정리하겠습니다. 제 약혼녀도 제가 지킬 겁니다. 이 일은 아직 말할 생각이 없습니다.”“곧 제 아내가 될 사람까지 이런 무거운 짐을 같이 지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이 일 때문에 저랑 미래 사이를 괜히 다르게 느끼게 되는 일도 원하지 않습니다.”그게 지금까지 준모가 품고 있던 가장 솔직한 마음이었다. 준모는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고 싶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채이까지 이 일에 끌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장만성 교수는 준모 말을 듣고 미간을 좁혔다.“하지만 대표님이 약혼하신 뒤에도 미래 씨를 계속 돌보셔야 한다면, 결국은 그 부분을 분명하게 설명하셔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대표님과 아내가 될 그분 사이에 반드시 오해가 생길 겁니다.”그 말은 준모도 부정할 수 없었다.그게 문제였다.준모 역시 알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채이가 알게 된다면, 채이에게는 잔인한 일이 될 게 분명했다.준모는 잠시 침묵하다가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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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하지만 이제 준모는 달랐다. 준모는 더 이상 미래와 단둘이 따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함께 있어야 할 일이 생긴다 해도 반드시 다른 사람이 곁에 있는 상황이어야 했다.준모는 이제 곧 약혼을 앞두고 있기에 채이에게도 분명하게 책임을 져야 했다.준모 역시 한때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미래와 함께하는 게 맞는지, 정말 미래 곁에 남아야 하는 건지.하지만 끝내 준모는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 준모 마음속에는 이미 채이가 자리하고 있었다.죄책감만으로 미래와 함께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준모 자신에게도 불공평한 일이었고, 미래에게도 잔인한 일이었다.‘미안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안 돼.’‘그런 식으로는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어.’“나는 일이 많아서 시간 내기 어려워. 대신 다른 사람한테 말해서 너 데리고 바람 쐴 수 있게 할게.”준모 목소리에는 분명한 거리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미래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표정에는 금방이라도 상처받을 것 같은 서운함과 억울함이 가득 번졌다.“오빠, 나는 오빠하고만 같이 나가고 싶어. 다른 사람하고는 하나도 안 가고 싶어.”미래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오빠가 바쁜 거 알아. 그래서 나도 자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근데 나는 진짜 오빠랑 같이 바람 쐬고 싶어. 조금만 시간 내서 나하고 좀 같이 있어 주면 안 돼?”미래 목소리는 점점 더 애처롭게 가라앉았다.“꼭 멀리 안 가도 돼. 오빠랑 같이 밥 한 끼만 먹어도 괜찮아. 나... 오빠한테 원래부터 이것저것 많이 바라지도 않았잖아.”준모는 단 한 번도 미래를 외면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마음은 어디까지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준모는 미래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미래야, 자주 나가서 바람 쐬는 건 미래한테도 좋은 일이야. 근데 미래도 알잖아. 나는 일이 많아서 그렇게 시간을 자주 낼 수 없어.”“대신 전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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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래. 내 말대로 하면 돼.”두 사람은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의 집까지 갔다.“회사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오늘은 안까지 같이 못 들어가. 들어가서 푹 쉬어.”준모는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미래는 서둘러 준모를 붙잡았다.“오빠, 벌써 점심때잖아. 가기 전에 나랑 밥만 같이 먹고 가면 안 돼? 아무리 바빠도 밥은 챙겨 먹어야 하잖아.”미래는 준모 눈치를 살피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오빠 없으면 나도 입맛이 별로 없어. 오빠가 옆에 있으면 그래도 조금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부탁할게. 오늘만 그냥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준모는 단호하게 답했다.“회사에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 오늘은 정말 같이 못 있어.”결국 준모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았고 조금의 미련도 없이 그대로 돌아섰다.미래는 속이 뒤틀리는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음 한쪽이 불편하게 일렁였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도 없었다. 더 심하게 매달렸다가 준모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준모가 아예 미래를 피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참아야 해.’‘괜히 더 밀어붙였다가 정말 멀어지면 안 돼.’준모는 그곳을 떠난 뒤 곧장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쌓여 있는 일도 많았고, 미래 문제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일이었다.준모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한편 채이는 집을 나서자마자 회사로 향했다. 채이와 설희는 자매처럼 붙어 다니며 함께 일했고 식사도 같이 했다. 그런 하루하루가 두 사람에게는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대표님, 저는 주 대표님이랑 같이 일하는 게 정말 너무 좋아요. 두 분이 원래도 친한 사이였잖아요.”“그런 데다 주 대표님이 저희랑 협업까지 하게 되니까, 저희 쪽을 정말 많이 배려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설희는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채이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수안 오빠는 원래 사람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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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설희는 자기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작은 호감 때문에 괜히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원래도 두 사람이 맡은 프로젝트가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채이의 집안에서 이런저런 일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채이는 매일 그 일들에 치여서 정신없이 버텨 왔다. 이제야 겨우 한숨 돌릴 만해졌는데, 설희는 자기 문제로 채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대표님도 이제야 조금 한숨 돌리게 됐는데...’‘내가 괜한 말 꺼내서 더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되지.’“괜찮아. 수안 오빠는 그런 거 따지는 사람 아니야. 수안 오빠는 자기 생각도 분명하고 성격도 뚜렷해.”“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고, 자기랑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집안이나 배경 같은 건 크게 신경 안 써.”채이는 설희를 안심시키듯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당장은 이런 얘기를 수안 오빠한테 할 생각도 없어.” “둘이 먼저 자연스럽게 지내보면서, 성격이랑 가치관이 잘 맞는지부터 보면 되잖아. 그다음에 내가 말해도 늦지 않아.”채이는 진심으로 자기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바랐다. 설희는 오랫동안 채이 곁을 지켜 준 사람이었고, 성격도 반듯한 데다 일도 잘했다. 채이가 보기에 설희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설희는 충분히 좋은 사람인데. 정말 잘 맞는 사람 만나면 좋겠어.’“감사합니다, 대표님.”설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바로 그때, 수안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다.“두 사람 뭐 얘기해? 분위기 엄청 좋네.”수안은 채이와 설희가 한결 편안해 보이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두 사람의 표정도 꽤 밝아 보여서, 무슨 즐거운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던 것처럼 느껴졌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수다 좀 몇 마디 떤 거예요.”채이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는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오빠, 제가 지금 맡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가 몇 개 더 있거든요. 내일부터는 이쪽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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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원래 두 사람은 무척 가까운 사이라 굳이 이런 일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수안이 채이를 이곳에 붙잡아 두려 했던 것도, 결국은 수안 개인의 작은 욕심 때문일 뿐이었다.결국 수안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그렇게 하자.”“그럼 그렇게 정리할게요. 오늘 저는 다른 일정이 좀 있어서요. 설희 씨, 지금까지 진행된 업무는 주 대표님께 보고하고, 같이 정리하도록 해요.”채이는 할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는 뜻이었다.설희는 채이가 일부러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방금 전 수안이 했던 말도 분명히 들었다. 수안이 정말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채이였지, 설희가 아니었다. 설희에게는 아무런 다른 마음도 없어 보였다.결국 혼자 마음을 앞세운 건 설희 자신뿐이었다.설희는 조심스럽게 눈앞의 수안을 한 번 훔쳐보면서 마음이 복잡하게 얽혔다. 왜 그런지 설희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가슴 한쪽이 자꾸만 불편했다. 사실 이 일은 설희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고, 설희가 무슨 자격으로 끼어들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괜히 나 혼자 들떠서 뭐 하는 거야. 원래부터 내 자리도 아닌데.’방 안에는 어느새 설희와 수안 둘만 남았다. 설희는 그것만으로도 괜히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주 대표님, 별다른 말씀 없으시면 저는 먼저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저한테 말씀 주세요.”설희는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기에 목소리에도 다급함이 묻어났다.그런데 설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문득 멈칫했다. 여기는 원래 수안이 채이와 설희를 위해 따로 마련해 준 사무실이었다. 설희가 여기서 나가면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뒤늦게 정신을 차린 설희는 허둥대며 자신의 머리카락만 쓸어 넘길 뿐이었다.“죄송합니다, 주 대표님. 대표님이 안 계시니까 제가 좀... 아직 익숙하지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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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할머니 생신이 내일이거든요. 내일 저녁에는 나하고 같이 본가에 들어가요. 같이 가서 할머니 생신 축하드리게요.”‘할머니 생신이라고.’채이는 당연히 가고 싶었다. 정부자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건 아니었지만, 채이는 정부자를 정말 좋아했다. 정부자도 채이를 진심으로 아껴 준다는 게 느껴졌다.“좋아요. 그럼 우리 먼저 할머니 선물부터 준비할까요?”채이는 이번에 들어가는 일이 몹시 기대됐다.집에서 나온 지도 벌써 꽤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채이는 정부자가 은근히 그리웠는데, 마침 본가에도 다시 들를 수 있게 돼서 마음이 더 들떴다.“그래요. 일단 집에 가서 밥부터 먹어요. 식사하고 나서 선물 보러 가요.”준모는 채이가 정부자와 사이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채이가 정부자를 늘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준모는 그런 채이를 보며 괜히 마음이 놓였다.채이가 직접 고른 선물을 정부자가 받게 되면, 더 기뻐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정부자의 이번 생일도 훨씬 더 따뜻하게 지나갈 것 같았다.다만 이번에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두 사람 약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낼 가능성이 컸다. 준모는 그 일도 하루빨리 정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채이가 온전히 자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생각이 준모의 마음속에서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다시 같이 선물을 보러 나갔다. 겉으로 보면 아주 평범한 일이었지만, 채이한테는 아직 이런 시간이 조금 낯설었다.채이는 예전에도 이런 삶을 수도 없이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태빈과 함께 소란스럽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담백하고 잔잔한 하루를 나누며 사는 삶이었다. 그런데 채이는 그런 평범함을 끝내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었다.이제 와서야 채이는 비로소 그런 잔잔한 온기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다만 채이 곁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태빈이 아니었다.채이는 복잡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눌러 담았다. 채이는 스스로 더 밝아지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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