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자는 두 아들을 어린 시절부터 홀로 키워 낸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부자에게 배호철과 준모의 아버지는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자식들이었다. 아무리 자식들이 속을 썩이고 제 욕심 때문에 집안을 이 지경으로 끌고 왔다고 해도, 정부자 입장에서야 어떻게 자기 자식을 쉽게 끊어 낼 수 있었겠는가?그래서 그동안은 배호철이 회사 안에서 온갖 수를 쓰고 뒤에서 이런저런 손을 대며 문제를 일으켜도, 정부자는 끝내 모른 척 넘어간 적이 많았다. 아무리 속이 타들어 가도, 차마 자식 식구를 집 밖으로 내쫓을 마음까지는 먹지 못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이제는 정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어머니, 정말 너무하십니다. 저는 끝까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좋습니다.”배호철은 상처받은 사람처럼 말했다. 그렇지만 배호철 속에는 슬픔보다 원망과 증오가 더 크게 들끓고 있었다. 배호철은 지금 이 자리의 모든 책임을 정부자와 준모, 강혜원까지 한데 묶어 미워하고 있었다.‘결국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건 저 인간들이야.’배호철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배호철 식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집을 나가 버렸다. 오늘이 정부자의 생신이라는 사실도 안중에 없는 듯했다. 정말 정부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 적어도 생신상은 마주한 뒤에 떠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등을 돌린 건, 결국 저 사람들한테는 정부자보다 자기 몫과 자기 욕심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서지효는 사실 이 자리에서 그렇게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아직 자기들이 원하는 걸 하나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배호철은 더는 그 집에 머물 수 없었다. 자존심도 다쳤고, 화도 머리끝까지 올라 있었다.그래도 오늘 일은 절대로 여기서 끝낼 수 없다고, 배호철 일가의 식구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반드시 되돌려 받아야 해.’...배호철 식구가 모두 떠나자, 집 안에는 정부자와 준모네 식구들만 남았다.강혜원이 먼저 정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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