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철은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준모를 향해 쏘아붙였다. 배호철은 이 집안의 장남이다. 배호철 자신은 정부자를 빼면 이 집에서 가장 윗사람이 자기라고 여겼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도 당연히 자기 뜻을 따라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오래전부터 정부자는 배호철과 준모의 아버지를 그다지 높게 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맡아 끌고 갈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형제 사이도 좋지 않아서, 정부자는 그 문제로 늘 속을 썩였다.그런데 준모가 자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자는 준모에게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보았다. 집안일이든 회사 일이든, 준모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준모는 배호철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큰아버님, 제가 지금 가진 건 제 몫으로 받은 겁니다. 큰아버님한테 적선을 받은 게 아닙니다.”준모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큰아버님께서 정말 회사를 맡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지금이라도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다만 제가 큰아버님 손에 쥐어 드려도, 큰아버님께서 그걸 끝까지 감당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준모의 말은 너무 정확해서 더 아프게 박혔다. 배호철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준모가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없는 말을 만든 게 아니라는 걸,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예전에도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배호철이 회사 대표 자리에 있을 때, 프로젝트 하나를 맡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일을 그르친 뒤 이사회에서 거센 반대가 터져 나왔고, 결국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그때 이사회는 정부자에게 분명히 경고했다. 배호철을 계속 대표 자리에 앉혀 두면, 집단으로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자도 그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정부자는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답답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조차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정부자가 다시 직접 회사를 돌볼 수밖에 없었고, 현장에서 하나하나 정리한 뒤에야 회사는 간신히 안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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