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全部章節:第 121 章 - 第 130 章

452 章節

제121화

“준모 오빠 보러 왔어요. 오빠 집에 있죠?”장순주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채이도 아직 집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아침에 여자가 직접 집까지 찾아온 상황에, 장순주는 잠깐 어쩔 줄 몰랐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선뜻 정리되지 않았다.그때 준모도 문 쪽을 바라봤다. 준모 역시 눈앞의 미래를 보고 잠시 말이 없었다. 미래가 직접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미래야, 왜 갑자기 여기까지 왔어?”미래는 준모를 올려다보며 서둘러 입을 열었다.“오빠, 오늘 할머니 생신이잖아. 나도 오빠랑 같이 가서 할머니 생신 축하드리고 싶어서 왔어.” “예전부터 다들 나 많이 챙겨 줬고, 할머니도 나한테 정말 잘해 주셨잖아.”미래는 곧이어 자신이 챙겨 온 선물을 들어 보였다.“이것도 할머니 드리려고 따로 준비했어. 그러니까 나도 같이 데려가 줘.”미래는 준비해 온 선물을 두 사람 앞에 내보이며 기쁜 척 웃었다.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온 뒤부터 미래의 시선은 줄곧 채이에게 가 있었다. 채이와 준모가 나란히 앉아 함께 아침을 먹던 자리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편안한 공기, 그런 것들이 모두 미래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기에도 따뜻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가슴은 날카로운 칼로 베는 듯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답답할 만큼 괴로웠다.미래는 저 자리가 원래 자기 것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 장면도 준모의 옆자리도, 전부 다 자기 몫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지금은 채이한테 가 있었다.‘왜 하필 저 여자야?’‘원래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난데!’미래는 안쪽에서 치밀어 오르는 질투와 분한 마음을 힘겹게 눌렀다. 어떻게든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오늘 일부러 찾아오지 않았다면, 미래는 아마 오래도록 몰랐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이 이미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도, 저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상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둘이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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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준모는 이런 자리에 미래까지 데리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미래가 가게 되면 괜한 말이 오갈 수도 있었고, 불필요한 일까지 생길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오늘은 채이와 둘만 가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앞으로 채이가 정말 준모의 약혼자가 된다면, 집안의 이런 자리마다 준모가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가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됐다.이런 일은 앞으로 확실하게 끊어 내야 했다.미래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냈다. 마음속도 들끓고 있었다. 미래는 채이 쪽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는 선명한 적의감이 배어 있었다. 미래는 채이를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고 있었다. 채이만 없었다면 준모는 원래 자기 것처럼 곁에 남아 있었을 거라고,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었을 거라고 미래는 굳게 믿고 있었다.이즈음 들어 미래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준모가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그 변화는 채이가 나타난 뒤부터 시작됐다.‘저 여자만 아니었어도 준모 오빠는 예전처럼 나한테 돌아왔을 텐데.’미래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알겠어. 그럼 이 선물은 꼭 할머니한테 전해줘. 할머니가 분명 좋아하실 거야. 사실 나도 할머니 뵌 지 꽤 오래됐어. 시간 나면 꼭 다시 가볼게.”미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할머니는 예전부터 나한테 정말 잘해 주셨어. 나도 그 마음은 절대 안 잊고 있어. 다만...”그 뒤에 이어질 말은 미래가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래도 그 자리에 있는 두 사람 모두, 미래가 무슨 뜻으로 말을 흐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준모는 그저 짧게 대답했다.“응.”채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표정도 점점 굳어 갔다.미래가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만으로도 채이 마음은 이미 편치 않았다.채이는 속으로 여러 번 자신에게 물었다.‘내가 괜한 데까지 신경 쓰는 건가?’‘남들의 일에 내가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지?’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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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지금의 채이는 준모 쪽은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몰랐다.미래가 집을 나선 뒤에야 두 사람도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차에 올라탄 뒤에도 채이는 한동안 창밖만 바라봤다. 그런데 아무리 마음을 눌러도 아까부터 걸려 있던 의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곧 약혼을 앞둔 사이인 만큼 채이는 이쯤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준모 씨,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아까 온 그 여자분은 준모 씨랑 정확히 어떤 사이예요?”채이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제가 준모 씨를 오해하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상황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나중에 또 그분이 찾아오더라도, 적어도 왜 오신 건지는 제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채이는 제 뜻을 분명하게 말했다. 다른 마음이 있어서 묻는 건 아니었다. 준모가 알아서 정리할 일이라면, 채이가 굳이 끼어들 생각도 없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가슴 한쪽이 줄곧 묵직했다. 원래 자기 것이어야 할 무언가를 누군가 반쯤 빼앗아 간 듯한 기분도 들었다.채이 스스로도 그 감정이 왜 이렇게까지 선명한지 알 수 없었다.준모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미래를 여동생처럼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요. 채이 씨가 떠올리는 그런 관계는 아니에요.”여동생처럼.그 말에 채이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예전에 태빈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강시은을 여동생처럼 생각한다고.그런 말은 한 번 겪어 본 사람에게 다시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꺼워질 만큼 불편했다.채이는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채이는 더 묻지 않았다. 준모가 그 이상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채이 역시 굳이 더 캐고 들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그것도 준모 쪽 사정이었다. 채이와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채이는 스스로를 다독였다.‘두 사람 사이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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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사실 이런 일은 굳이 채이 씨한테 숨길 일도 아니에요. 그냥 채이 씨가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될까 봐 말하지 않았던 거예요.”준모는 복잡하게 얽힌 이 문제만큼은 혼자 감당하면 된다고 여겼다. 굳이 채이까지 이 일에 끌어들여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준모가 걱정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채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앞으로 미래를 어떤 마음으로 마주해야 할지도 준모는 선뜻 가늠할 수 없었다.채이는 잠시 준모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전에 준모 씨가 저한테 그랬잖아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말해 달라고요. 그러면 같이 해결해 주겠다고요.”채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저도 그 말을 그대로 준모 씨한테 돌려드리고 싶어요. 준모 씨가 그렇게까지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무슨 일이든 저도 같이 나눌 수 있어요.”무엇보다 채이는 이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채이는 이 일의 앞뒤를 모르던 때에는 자꾸 엉뚱한 상상만 했다. 준모와 미래 사이가 어딘가 흐릿하고도 애매하게 얽혀 있는 것만 같아서, 혼자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준모는 채이를 한참 바라봤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눈빛이었지만, 준모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준모가 다시 입을 열었다.“미래 일은 제가 다 정리할 거예요. 그 일 때문에 채이 씨 생활이 불편해지거나 힘들어지는 일은 없게 할게요.”“앞으로 미래가 채이 씨를 찾아오더라도, 무슨 말을 하든 그냥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바로 저한테 이야기만 해요. 그러면 제가 가서 해결할게요.”“네.”채이는 준모를 믿기로 했다. 준모와 미래 사이에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도 믿고 싶었다. 설령 미래 쪽에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 해도, 그건 미래 혼자만의 마음일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준모가 정말 미래에게 남녀 사이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었다면, 진작 미래와 결혼하는 쪽을 택했을지도 몰랐다. 준모는 미래에게 큰 빚을 진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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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채이는 정말 더없이 괜찮은 사람이었다. 정부자는 그런 채이가 마음에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보면 볼수록 더 확신이 생겼다.‘우리 집 손주며느리는 역시 채이여야 해.’정부자와 채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집 안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준모의 큰어머니 서지효와 큰아버지 배호철도 들어왔고, 준모의 사촌형인 배민준도 뒤따라 모습을 드러냈다.채이는 배민준을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이었다. 겉보기에는 제법 말끔하고 반반한 인상이었지만, 어딘가 흐트러진 기운이 묻어났다. 태도도 가벼워 보였고,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도 민준은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여기는 성격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이 사람은 보기만 해도 불편하네.’민준은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채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말투에는 대놓고 비틀린 기색이 배어 있었다.“준모야, 저 사람이 네 약혼녀지? 우리는 오늘 처음 보는 거네.”정부자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채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채이야, 할머니가 소개해 줄게. 쟤는 네 큰아버지 아들인 민준이야.”정부자는 소개를 마친 뒤 곧장 배민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이쪽은 곧 준모의 아내 될 사람인 진채이야.” “오늘은 집안이 오랜만에 북적이는 날이고, 이따 손님들도 더 올 거니까 너는 입 다물고 얌전히 있어. 쓸데없는 일 만들지 말고.”정부자가 채이와 배민준을 대하는 태도는 처음부터 확연히 달랐다. 말 속에도 경계하는 느낌이 가득했다. 정부자는 시시때때로 배민준에게 단단히 일러 두려는 듯이 못을 박았다.그러자 서지효가 곧바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민준이도 요즘 바빠서 한동안 집에도 못 왔잖아요. 그런데 민준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세요?”서지효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문제를 일으키는 건 따로 있죠. 출신도 어딘지 애매한 사람이 더 문제 아닌가요?”서지효는 말을 빙빙 돌리지도 않았다. 비아냥이 그대로 묻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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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배호철은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준모를 향해 쏘아붙였다. 배호철은 이 집안의 장남이다. 배호철 자신은 정부자를 빼면 이 집에서 가장 윗사람이 자기라고 여겼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도 당연히 자기 뜻을 따라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오래전부터 정부자는 배호철과 준모의 아버지를 그다지 높게 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맡아 끌고 갈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형제 사이도 좋지 않아서, 정부자는 그 문제로 늘 속을 썩였다.그런데 준모가 자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자는 준모에게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보았다. 집안일이든 회사 일이든, 준모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준모는 배호철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큰아버님, 제가 지금 가진 건 제 몫으로 받은 겁니다. 큰아버님한테 적선을 받은 게 아닙니다.”준모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큰아버님께서 정말 회사를 맡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지금이라도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다만 제가 큰아버님 손에 쥐어 드려도, 큰아버님께서 그걸 끝까지 감당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준모의 말은 너무 정확해서 더 아프게 박혔다. 배호철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준모가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없는 말을 만든 게 아니라는 걸,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예전에도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배호철이 회사 대표 자리에 있을 때, 프로젝트 하나를 맡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일을 그르친 뒤 이사회에서 거센 반대가 터져 나왔고, 결국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그때 이사회는 정부자에게 분명히 경고했다. 배호철을 계속 대표 자리에 앉혀 두면, 집단으로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자도 그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정부자는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답답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조차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정부자가 다시 직접 회사를 돌볼 수밖에 없었고, 현장에서 하나하나 정리한 뒤에야 회사는 간신히 안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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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정부자는 점점 노쇠해 가고 있었다. 심장도 예전 같지 않아서 조금만 격한 일이 생겨도 쉽게 버티지 못했다.정부자는 한숨을 눌러 삼킨 뒤,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민준아, 네 동생이 지난 몇 년 동안 회사를 어떻게 끌고 왔는지 너도 다 알고 있잖아.”“회사가 오늘까지 버티고 더 커질 수 있었던 게 준모의 노력하고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너희도 다 알고 있어. 내가 굳이 하나하나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정부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또렷하게 선언했다.“마침 오늘 다들 모였으니까, 내가 여기서 분명하게 말해 둔다. 준모가 곧 채이하고 약혼할 거야.”“이제부터 채이는 우리 집 손주며느리야. 내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손주며느리이기도 하고.”정부자 말이 떨어지자 식탁 둘레의 공기가 더 팽팽해졌다.그리고 시선을 천천히 돌리며 한 사람씩 훑어봤다.“내가 너희 모두한테 경고하겠다. 채이가 이 집에 들어온 뒤에는, 누구든 채이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채이를 괴롭히는 건 곧 나 정부자를 괴롭히는 거나 다름없어. 그땐 내가 정말 가만 안 있을 거야.”가운데 자리에 앉은 정부자가 방금 꺼낸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분명한 경고였다. 사실 정부자는 이 말을 오래전부터 해 두고 싶었다. 그동안 몇 차례 부딪히는 동안 분위기가 늘 좋지 않았고, 채이도 이 집안과 얽히면서 적지 않은 불편과 상처를 겪었다는 걸 정부자는 알고 있었다.‘더 이상은 안 돼. 채이까지 이 집안 일로 다치게 둘 수는 없어.’정부자는 곧장 다음 말도 이어 갔다.“두 번째로, 오늘부터 회사 일은 전부 준모가 맡는다. 준모가 내 후계자야. 나는 준모라면 회사를 더 좋게 끌고 갈 수 있다고 믿는다.”“너희 가운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이건 내 결정이야.”정부자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럴수록 말은 더 무겁게 박혔다.“내가 회사를 준모한테 맡기겠다고 한 건, 생각 없이 내린 결론이 아니야. 오래 지켜보고, 오래 따져보고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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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채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들 한집안 식구인데, 왜 고작 돈 때문에 저렇게까지 서로를 물어뜯듯 싸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렇다고 채이가 끼어들어 무슨 말을 보탤 수 있는 자리도 아니었다. 아직 채이는 이 집안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위치였다. 기껏 입을 열어 봐야 저 사람들 마음만 더 거슬리게 만들 뿐일지도 몰랐다.이상하게도 채이는 자꾸 준모가 마음에 걸렸다. 준모가 어릴 때부터 이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는 걸 떠올리자,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늘 차갑고 무심해 보이던 준모의 모습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사람을 밀어내듯 보였던 태도도, 어쩌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였을지 몰랐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가족들 틈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그 사람... 이런 데서 혼자 버텨 온 거구나.’‘그러니까 누구한테도 쉽게 마음을 안 열었던 거겠지.’배호철은 도저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어머니, 저는 어머니 아들입니다. 준모도 어머니 손자고 민준이도 어머니 손자인데, 왜 이렇게까지 차이를 두십니까?”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는 이제 이 집에 완전히 정이 떨어졌습니다.”배호철은 이를 악문 채 말을 이어 갔다.“저도 회사를 맡아서 제대로 해 보고 싶었습니다. 회사 문제를 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어머니도 아시잖습니까?”“그런데 어머니가 저한테 회사를 진짜로 맡겨 본 적이 있어야 제가 해 보든 말든 하지요. 제가 안 한 게 아니라, 늘 어머니가 저를 막으셨습니다.”배호철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억울함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까지 왔는데도, 배호철은 여전히 자기 몫을 더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그 무엇보다도 회사만은 절대로 준모 손에 넘어가게 둘 수 없다는 마음이 컸다.정부자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그만해!”그 한마디에 식탁 주위가 얼어붙었다.정부자는 숨을 한번 고른 뒤 차갑게 말했다.“네 핑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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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우리가 왜 나가야 하는데? 여기도 우리 집이야. 우리가 왜 이 집을 이렇게 순순히 남한테 넘겨줘야 해?” “오늘 이 일이 제대로 정리 안 되면, 나는 절대 여기서 안 나가!”서지효는 끝까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기세도 전혀 꺾이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에서 그냥 나갈 수 없다는 태도였다.준모는 더는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제 그만들 하세요. 오늘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정말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준모 목소리는 낮았지만 안에 눌린 분노가 선명했다.“회사를 누구한테 맡길지는 할머니 결정입니다. 그런데 큰아버님과 큰어머님은 회사를 위해서 뭘 얼마나 하셨어요? 그걸 따질 자격이 정말 있다고 생각하세요?”사실 준모는 오래전부터 이 가족들에게 질릴 만큼 지쳐 있었다. 다만 준모는 웬만하면 저 사람들한테 감정을 쓰고 싶지 않았다. 말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고, 시간만 아깝다고 여겨서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정부자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위태로워 보이는 그 모습을 보자, 준모는 더 이상 참고 넘길 수가 없었다.오늘은 정부자의 생신이다. 그런데 생일상을 앞두고 집안이 이 지경까지 엉망이 될 줄은 준모도 예상하지 못했다.배호철은 준모 말을 듣자마자 눈을 부릅떴다.“준모야, 네가 지금 뭐가 잘났다고 우리를 훈계해? 회사는 우리가 양보했으니까 네 손에 들어간 거야. 네가 진짜 네 힘으로 다 이룬 줄 알아?”배호철은 준모를 향해 독을 품은 듯 말을 내뱉었다.“내가 너한테 아직 제대로 말도 안 했는데, 네가 먼저 우리한테 큰소리치는 거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배호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숙이 찔러 넣듯 말을 이었다.“네 일부터 제대로 정리했냐? 너 때문에 한 사람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는데, 네가 지금 다른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하는 거잖아. 진짜 뻔뻔한 건 너야.”배호철은 화를 이기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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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저 식구들은 처음부터 채이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채이를 향한 적의도 숨기지 않았다. 원래부터 채이를 탐탁지 않게 보던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자리에서조차 채이가 자기들 앞에 나서서 맞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더 불편해졌다.사실 배호철 일가도 준모는 완전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준모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돈이 아직 필요했으니, 준모와 완전히 틀어지는 일만은 피하고 싶었다.하지만 채이는 달랐다. 정부자가 채이를 아무리 예뻐한들 무슨 상관이냐는 태도였다. 채이에게는 이미 과거 이야기가 따라붙고 있었고, 저 식구들 눈에는 그런 채이가 애초에 준모와 어울릴 사람이 아니었다.배호철이 먼저 험한 말을 내뱉었다.“너는 대체 뭐 하는 애냐? 남의 집에 들어와서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서지효도 곧바로 말을 얹었다.“듣자 하니 너랑 네 전남친이랑도 완전히 틀어졌다며? 너 같은 애가 우리 집에 시집오겠다고? 정말 꿈도 야무지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채이를 몰아세웠다. 입에 담는 말마다 날이 서 있었고, 채이를 향한 예의라고는 조금도 없었다.바로 그때, 준모의 어머니 강혜원이 밖에서 급히 들어왔다. 강혜원은 오늘 중요한 모임이 하나 있어서 직접 참석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시어머니 생일을 잊고 넘길 사람은 아니었다. 그쪽 일정을 끝내자마자 서둘러 이리로 달려온 참이었다.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길에 마침 저 사람들이 채이를 몰아세우는 말을 고스란히 듣고 말았다.강혜원은 눈썹을 확 치켜세운 채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우리 집에 시집오는 게 왜요? 형님 같은 분도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사고 계시는데, 우리 채이가 왜 안 되는데요? 애초에 형님이랑 채이는 비교할 급도 아니잖아요.”강혜원은 숨도 고르지 않고 바로 쏘아붙였다.“우리 집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저렇게 큰소리예요?” “집안에 아주버님과 형님 같은 분들이 있는 것부터가 오히려 우리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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