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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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미래 아가씨가 지금 방 안에서 물건을 계속 던지고 계세요. 정신도 많이 불안정해 보여요. 그러니까 대표님, 얼른 와서 한 번만 봐 주세요.]그 말을 듣는 내내 준모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고 있었다.‘미래가 대체 또 뭘 하려는 거지?’준모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일은 자신이 직접 가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절대로 이 정도에서 멈출 사람이 아니었다.“알겠어요. 바로 갈게요.”준모는 더 이상 본가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든 빨리 자신이 가서 정리해야 했다. 정말로 큰일이 벌어지면, 준모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준모는 미래가 왜 이렇게까지 구는지도 알고 있었다. 결국 오늘이 할머니 생신이었는데, 준모가 미래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일 터였다.그런데 미래가 이미 자기 몸까지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이상, 준모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30분쯤 뒤, 준모는 최대한 빨리 미래의 집에 도착했다.미래 방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안쪽 불은 아직도 켜져 있었다.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미래는 여전히 잠들지 않은 모양이었다.가사도우미가 다급하게 달려와 말했다.“대표님, 이제야 오셨어요. 미래 아가씨가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드셨어요. 계속 방 안에만 계시면서 저희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셨어요.”가사도우미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침에 일어나셨을 때부터 열이 있었어요. 낮에는 볼까지 빨갛게 달아올라서, 보기에도 많이 심해 보였어요.”준모는 곧장 미래 방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미래야, 지금 안에서 또 뭐 하는 거야? 아프면 약부터 먹어야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모님이 나한테 전화 안 했으면, 네가 안에서 어떻게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거야.”준모의 목소리는 이미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문 열어. 들어가서 지금 네 상태부터 봐야겠어.”준모는 잔뜩 화가 나 있어서 말투도 전처럼 부드럽지 않았다.미래는 준모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서둘러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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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준모는 앞으로 다가가 미래의 이마에 손을 댔다. 손끝에 닿는 열기가 뜨거웠다.정말 심하게 열이 나고 있었다.준모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눌렀다. 몸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왜 끝까지 버티면서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이렇게까지 하면서 뭘 확인하려는 거지?’준모는 자리에서 곧장 일어나 싸늘하게 말했다.“미래야, 진짜 죽고 싶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집에 오시던 주치의 선생님도 이미 진료 끝났어. 지금은 그분을 부를 수도 없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랑 병원에 가.”준모는 갈수록 미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열이 이렇게까지 오르고 있는데도, 왜 아무 일도 아닌 척 버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뭘 바라고 이러는 건지 더더욱 알 수 없었다.미래는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말했다.“오빠, 나 물도 마셨고 따뜻한 것도 먹었어. 그냥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 오늘만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진짜 병원 가기 싫어. 병원은 너무 무서워.”미래는 눈가를 적신 채 준모를 올려다봤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모습이었다.그런데 미래의 마음속은 또 다른 감정으로 차오르고 있었다.준모가 이렇게 늦은 밤에 본가에서 달려와 자기 곁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래는 이상하게 안도했다. 감기 몸살이든 고열이든, 다 잊을 만큼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역시 준모 오빠는 나를 외면하지 못하잖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결국 오빠는 오게 돼 있어.’채이와 약혼을 하든 말든, 그게 준모 마음의 전부는 아닐 거라고 미래는 애써 믿고 싶었다. 미래 눈에는 준모가 채이와 약혼을 받아들인 것도 결국 집안을 달래기 위한 선택처럼만 보였다.‘그 여자랑 약혼한 건 그냥 집안 때문이야.’‘준모 오빠 마음속에는 아직 내가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 달려왔겠지.’미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겨우 마음을 붙잡았다.애초에 가사도우미에게 준모한테 전화하라고 시킨 것도 미래 자신이었다. 미래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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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병실 침대에 누운 미래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얼굴로 준모를 올려다봤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결국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픈 사람에게 원래 가장 약해지는 법이었다. 미래는 지금 이 모습이라면 준모가 분명히 마음 아파할 거라고 믿었다. 미래 스스로도 자기가 유난을 떠는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미래야, 나도 지금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이제 그만 좀 하고, 제발 말 좀 들어.”준모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짙게 묻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준모는 미래를 똑바로 바라봤다.“네가 어제 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 열이 그렇게까지 올랐는데 왜 병원에 안 왔어?” “네 목숨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다음에도 또 이러면, 그땐 나도 더는 안 봐줘.”준모는 오늘 일로 정말 화가 나 있었다. 미래한테도 적잖이 실망한 상태였다. 준모는 지금까지 미래를 늘 세심하게 챙겨 왔다. 가능한 한 불편하지 않게 돌봤고, 할 수 있는 건 빠짐없이 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미래는 그 마음을 믿고, 점점 더 준모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그렇지만 준모의 인내심도 끝이 없는 건 아니다. 이런 일이 한 번만 더 반복된다면, 준모도 더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굳이 더 말을 덧붙여 설명할 이유조차 느껴지지 않았다.미래는 울음을 삼키며 다급하게 말했다.“오빠, 화내지 마. 내가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내가 병원에 오기 싫다고 한 건, 그냥 진짜 병원이 너무 무서워서 그래. 여기 오기 싫었어. 주치의도 싫고, 병원 사람들도 싫고, 다 무서워.”미래는 끝내 설움이 터진 듯이 울어 버렸다. 목소리도 점점 더 커졌다.예전의 준모는 미래가 아무리 떼를 써도 이 정도로 차갑게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늘 참아 주고 달래 줬고, 항상 더 부드럽게 대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고작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모가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화를 낸다는 사실이 미래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왜 저래?’‘예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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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포털에 뜬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자극적이었다.준모는 그 소식을 방금 접했다. 비서진이 급히 들어와서 바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준모는 어젯밤 미래를 데리고 병원에 갔을 때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그런데 왜 하필 이제 와서 이 소식이 터진 걸까?’‘그것도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크게.’고작 몇 분 사이 댓글 수는 이미 눈에 띄게 불어 있었다. 증가 속도도 심상치 않았다. 웬만한 연예인 열애설이나 결혼 기사보다 더 거센 반응이었다.누군가 뒤에서 일부러 일을 키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무엇보다도 이상한 건, 이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터졌다는 점이었다. 어젯밤 병원은 비교적 한산했다. 늦은 시간이었으니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파파라치가 준모와 미래가 함께 병원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저렇게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단 말인가?준모는 이런 부분을 그냥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이번 일은 미래가 일부러 꾸민 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준모는 점점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미래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타이밍이 맞을 리가 없어.’그렇지만 준모 손에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미래를 붙잡고 따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준모는 여전히 미래에게 빚진 마음을 안고 있었다. 설령 정말 미래가 한 일이라 해도, 준모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다만 분명한 건 있었다.미래는 점점 더 준모의 마지노선을 건드리고 있었다.언젠가는 준모도 더는 참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다. 채이와 관계가 정리된 뒤부터 미래는 한 번도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사사건건 준모를 자기 곁에 묶어 두려고 했고, 틈만 나면 준모의 일상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고 했다....채이는 아침 식탁에 앉아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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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그리고 어젯밤 두 사람이 함께 병원에 갔다는 건 또 무슨 일이야?’‘올라온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합성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누가 봐도 실제로 찍힌 장면이지.’채이는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가슴도 답답하게 조여 왔다.기사에 찍힌 시간을 보니,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그런데 그 한 시간 동안 준모는 채이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채이가 이 일을 알게 된 것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였다.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정말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잖아.’채이가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김유미가 곧바로 다가왔다. 조금 전 두 사람 대화도 얼핏 들은 터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세 눈치를 챘다. 김유미도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직접 기사를 확인했다.“채이야, 일단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이지는 마. 내가 보기에는 이 일이 네가 지금 떠올리는 그런 쪽이 아닐 수도 있어. 준모가 그럴 애는 아니야.”“원래도 그 여자를 계속 챙겨 왔잖아. 병원에 같이 가는 일 자체만 놓고 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일단은 준모 말부터 제대로 들어 봐야 해.”김유미는 기사 화면을 내려 보다가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야. 네가 아직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결론 난 것도 없는데 먼저 화부터 내면 안 돼.”“괜히 오해도 하지 말고. 내가 아는 준모는 이런 일을 일부러 만들 사람은 절대 아니야. 아마 준모도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닐 거야.”김유미는 준모를 꽤 깊이 믿고 있었다. 준모가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도 있었다.더구나 준모가 정말 미래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두 사람은 진작에 함께했을 것이다. 굳이 다른 여자와 약혼을 앞둘 이유도 없었다.준모는 김유미와 강혜원이 오랜 시간 지켜봐 온 아이였다. 책임감이 강했고, 사람을 함부로 속이는 쪽과도 거리가 멀었다. 김유미는 그런 준모를 백 퍼센트 믿었다.어머니 말을 듣고 나니, 채이의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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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미래는 전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준모의 태도가 예전보다 더 차갑게 식어 있다는 걸 바로 느꼈다. 그 차이가 너무도 선명해서 미래의 가슴을 한꺼번에 무너뜨렸다. 미래는 갑자기 기댈 곳이 사라진 사람처럼 막막했고, 속은 더없이 쓰라렸다.[오빠, 내가 잘못한 거 알아. 이번 일은 정말 내가 잘못했어.] [어젯밤에 열이 났을 때 그냥 얌전히 병원에 갔거나, 아니면 주치의 선생님이라도 불렀으면 오빠가 그렇게 늦은 밤에 나 때문에 올 일도 없었잖아.]미래는 떨리는 숨을 겨우 눌러 담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둘이 밖으로 안 나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까 다 내 잘못이야. 나 진짜 지금 너무 힘들어. 오빠, 나한테 화내지 않으면 안 돼?]미래는 말을 이어 가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졌고, 숨소리마저 힘에 부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번 일에 큰 충격을 받아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 같았다.사실 준모는 그동안 한 번도 진심으로 미래를 탓한 적이 없었다. 미래가 선을 넘는 행동을 했을 때조차, 준모는 속으로 끓는 감정을 겉으로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준모는 여전히 미래에게 큰 빚을 졌다고 여기고 있었다.준모 때문에 미래의 삶이 이렇게 비틀어졌다고 믿고 있었고, 그 생각은 오래전부터 준모의 가슴속에 깊게 박혀 있었다. 그러니 미래가 자기에게 집착하듯 매달리는 일조차, 어쩌면 그 사고가 남긴 상처 때문일 거라고 스스로 납득해 온 적도 많았다.그래서 준모는 매번 자신한테 되새기곤 했다.‘내가 조금 더 참아야 해.’‘웬만한 일로는 미래를 몰아세우면 안 돼.’‘내가 먼저 이해해야 해.’준모는 조용히 숨을 고른 뒤 담담하게 말했다.“미래야, 나는 너를 탓한 적 없어. 지금은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래. 일단은 이만 끊자.”그렇게 말을 하고도 준모의 마음은 조금도 가볍지 않았다.이번 기사가 터진 뒤, 준모는 완전히 진퇴양난에 놓여 있었다. 며칠 뒤 채이와 약혼하게 되면, 오늘 벌어진 일도 다시 전부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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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그 말을 끝낸 준모는 더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준모는 회사에 남아 그날 터진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정신없이 일을 붙들고 있다 보니 어느새 밤도 한참 깊어 있었다. 홍보팀에서도 계속 연락이 들어왔고, 처리해야 할 문서와 보고도 끝이 없었다.지금쯤이면 채이는 이미 잠들었을지도 몰랐다.준모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였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직접 판단해야 할 문제도 줄줄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결국 하루 종일 채이에게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그래도 준모는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했다.‘내일은 꼭 먼저 연락해야 해.’‘이대로 넘기면 안 돼.’그렇지 않으면 준모 스스로도 마음이 편할 수 없을 것 같았다.한편 채이는 친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밤이 깊었는데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고 또 뒤척였지만, 눈은 말똥말똥했다.채이는 몇 번이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혹시라도 준모에게서 연락이 와 있지 않을까 싶어 화면을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건 번번이 까만 화면뿐이었다.‘도대체 언제쯤 먼저 연락할 건데?’‘이렇게까지 아무 말이 없을 수가 있나?’채이는 준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일이 벌어진 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다. 설령 자기 어머니 말처럼 준모와 미래 사이에 아무 일도 없는 거라 해도, 그렇다고 설명 한마디 없이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싶었다.사실 채이가 정말 붙들고 있는 건 준모와 미래 관계가 아니었다. 그 둘 사이에 뭔가 있다고 채이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준모를 믿고 있었다.다만 채이가 견디기 힘든 건 준모의 태도였다.‘관계보다 태도가 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거구나.’‘‘내 약혼자’... 왜 이렇게 아무 말도 없는 걸까?’그렇게 밤이 지나고, 어느새 다음 날이 됐다.채이는 결국 점심이 다 되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어젯밤 내내 그 일만 붙들고 있다가 늦게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한편 준모는 회사 쪽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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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김유미는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헤아리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 준모와 채이 사이에 낀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었다. 이 일 때문에 채이와 준모가 괜히 틀어지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만약 두 사람이 정말 이 일로 다투고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면, 결국 가장 좋아할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다.그래서 김유미는 어떤 식으로든 그런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알겠습니다, 어머님. 이렇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준모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사실 채이네 식구들이 당연히 마음이 상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곧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에 이런 일이 터졌으니, 누구라도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도 김유미는 준모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까지 짚어 주고 있었다. 준모에게는 그게 적지 않은 위로가 됐다.준모는 살면서 이런 온기를 많이 받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가 자기 편에 서서 같이 고민해 주고, 자기 속을 먼저 헤아려 주는 감각은 준모에게 늘 낯선 것이었다. 준모는 웬만한 일은 혼자 견디는 쪽에 익숙했다. 고작해야 어머니에게 몇 마디 털어놓는 정도였다.하지만 강혜원은 늘 바빴고, 준모의 문제를 깊이 끌어안고 함께 무게를 나누는 쪽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준모에게 더 묘하게 다가왔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놓였고, 오래전부터 찾고 있던 자리를 겨우 찾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도성은 입으로는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준모는 알고 있었다. 도성 역시 어제부터 이 일과 관련해 여기저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인맥을 동원해 언론 쪽 반응을 살피고, 무리하게 일이 커지지 않도록 적지 않게 힘을 보탰다. 준모도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그때, 2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채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아직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얼굴에 얇은 잠옷 차림이었다. 막 잠에서 깬 사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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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채이는 이미 마음을 정리해 두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두 사람이 약혼을 밀어붙이면, 이 일은 훨씬 더 크게 번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이미 준모와 미래를 어떤 시선으로 엮어서 보고 있는지 분명했고, 그런 상황에서 약혼 소식까지 겹치면 준모가 짊어져야 할 비난도 훨씬 무거워질 게 뻔했다.무엇보다 회사에도 좋지 않을 게 뻔했다. 그 회사는 정부자가 평생을 바쳐 지켜 온 자리였다. 그러니 감정만 앞세워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사실 채이는 이제 많은 걸 예전처럼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 설령 약혼이 조금 늦어진다 해도, 전처럼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했다.그런데도 어제, 준모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저절로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아닌 척해도 그 아픔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정말 괜찮은 줄 알았는데.’‘막상 닥치니까 하나도 괜찮지가 않네.’준모는 채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채이 씨,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약혼을 미뤄야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최대한 빨리 다시 약혼 일정을 잡을 생각이에요. 채이 씨와 함께하기로 한 건, 제 뜻으로 정한 일입니다. 누구한테 떠밀려서 한 선택이 아니에요.”준모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또 미래한테는 제가 이미 할 수 있는 만큼 했어요. 지금 제가 더 이상 미래한테 감정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준모는 그렇게 단호하게 말했지만, 채이는 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준모는 원래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입으로는 이렇게 선을 분명하게 긋더라도, 정작 문제가 생기면 결국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미래의 일만큼은 끝까지 그냥 손을 놓고 있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도 채이는 잘 알고 있었다.채이는 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조용히 말했다.“이제 그 얘긴 그만하고 저는 오늘 회사로 돌아가 볼게요. 회사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요.”채이는 이미 마음이 급해져 있었다. 회사 쪽에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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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그 말이 떨어지자 채이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채이는 그대로 굳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준모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하려는 거라고, 그렇게 분명하게 말할 줄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다.지금 들은 게 정말 맞는 건지, 채이는 자신의 귀를 스스로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준모는 채이를 바라본 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채이 씨, 저는 제 마음을 거스르는 선택은 하지 않아요. 제가 채이 씨와 함께하려고 한 건, 채이 씨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지금은 채이 씨가 제 마음을 다 믿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직접 보여줄게요.”준모의 눈에는 깊은 확신이 서려 있었다. 그 마음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준모는 아직 채이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신이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채이를 마음에 담아 왔다는 걸.채이는 갑자기 목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눈앞에 있는 준모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잘 모를 정도였다.“저는...”채이 입술만 겨우 움직였을 뿐, 그 뒤의 말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준모가 그동안 예전 일을 채이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던 이유도 따로 있었다. 언젠가 채이가 스스로 오래전 일을 떠올리고, 자기 앞에서 직접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준모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준모는 채이를 조용히 다독이듯 말했다.“지금 당장 채이 씨가 저한테 뭔가 답해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제가 채이 씨를 향해 가진 마음만 믿어 주시면 됩니다.”“제가 채이 씨를 선택한 건 진채이라는 사람 때문이에요. 채이 씨 집안 때문도 아니고, 집에서 등을 떠밀어서도 아닙니다.”준모 목소리는 한층 더 또렷해졌다.“제가 정말 집안 사정이나 주변 압박 때문에 결혼할 사람을 골랐다면,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채이 씨가 아니었을 겁니다.”“그러니까 채이 씨는 그런 쪽으로는 아무 부담도 느끼지 않으셔도 돼요.”준모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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