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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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채이는 줄곧 두 사람 사이에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설희는 지난번 채이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잔을 집어 들었다.설희는 망설이지 않고 술을 한잔 비웠다.“주 대표님, 이 잔은 제가 드릴게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요즘 여러모로 많이 챙겨 주셨고, 대표님 회사 분들도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특허 쪽은 제가 아직 모르는 부분도 많았는데, 다들 한 번도 답답해하거나 무시하지도 않으셨어요. 저한테 큰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설희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하지만 설희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수안이 이렇게 해 준 건, 설희가 채이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희는 생각했다. ‘주 대표님이 저한테 잘해 주신 이유도, 결국 진 대표님 때문이겠지.’“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너는 채이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잖아. 채이 밑에 있는 사람 중에 못난 사람은 없지.”수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래도 설희는 어렵게 용기를 내서 잔에 남은 술까지 모조리 삼켰다.아마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 것이다. 설희는 자기 감정을 도무지 다잡지 못했다. 마음이 점점 어지러워지면서 손끝까지 불안이 번졌다.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좀처럼 차분해질 수 없었다. 더구나 수안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설희 마음 깊은 데를 자꾸 건드렸다. “설희 씨, 술 잘 못 마시잖아. 그만 좀 마셔.”채이는 설희의 몸 상태가 걱정되기도 했고, 설희가 왜 이렇게 무리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결국 술기운이라도 빌려야 수안을 마주할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었다.그렇다고 해서 채이가 이 부분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었다. 이런 건 결국 설희 스스로 견디고 익숙해져야 하는 문제였다. “저 괜찮아요. 두 분 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이 정도 술은 저한테 별거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느끼는 감사한 마음을 이 잔으로라도 꼭 전하고 싶었어요.”술을 마시고 나자 곧바로 설희의 볼이 달아올랐다. 속에서 뜨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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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수안은 채이의 말뜻을 곧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수안은 채이가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채이를 바라봤다. “제 말은요, 수안 오빠는 임설희라는 사람 자체를 어떻게 보시냐는 거예요.”채이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난으로 던진 말이 아니었다. 채이는 정말로 수안의 생각이 궁금했다.그런데 수안은 차갑게 웃기만 했다.“임 비서가 어떤 사람인지가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막 화장실에서 나와 겨우 마음을 추스르던 설희의 귀에 그 말이 그대로 들어갔다. 설희는 입꼬리를 비틀면서 웃었다. 비웃음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씁쓸한 조소에 가까웠다. ‘역시 그렇지. 주 대표님한테 나는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이었어.’‘처음부터 기대하면 안 됐어.’설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수안이 자기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걸. 설희를 눈여겨 본 적도 없었고, 설희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아차리려고 한 적도 없다는 걸.“오빠, 설희 씨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오빠도 지금 혼자고, 설희 씨도 혼자잖아요. 저는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집안이 차이가 좀 나는 건 맞지만, 오빠한테 그게 문제가 될 건 아니잖아요. 원래 그런 거 크게 따지는 사람도 아니고요.”“한 번쯤은 설희 씨를 좀 눈여겨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진짜 괜찮은 사람이에요.”“두 사람 다 저한테는 소중한 사람들이라서 제가 이런 말 드리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제일 믿는 비서를 이렇게까지 소개하지도 않았겠죠.”채이는 설희가 이미 화장실에서 나와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설희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일부러 걸음을 늦췄다.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답은 알고 있었다. 수안이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일 리 없다는 걸 설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설희는 결국 수안의 말을 듣고 싶었다. 직접 답을 듣고 싶었다. 그 답이 설희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일지라도, 설희는 확인하고 싶었다. ‘아프더라도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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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두 사람 사이는 원래 늘 이런 식이었다. 가볍고 편했고, 숨 막히는 거리감 같은 것도 없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채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수안과 함께 있으면 유난히 마음이 편했고, 웃는 일도 많아졌다.그런 기분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채이는 수안을 가장 가까운 지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설희는 이제 돌아가도 될 때가 됐다고 느꼈다. 두 사람이 나눌 말은 이미 다 끝난 듯했고, 설희도 더 밖에 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설희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리 쪽으로 걸어왔다.“저 왔습니다.”설희는 애써 웃어 보였다. 입가에는 미묘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두 사람 앞에서는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지키려고 했다. 설희는 가슴속에 들끓는 진짜 마음을 필사적으로 감췄다. “나는 이따가 다른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겠다. 너희 둘이 편하게 더 먹어.”수안은 설희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설희 쪽으로 시선을 더 두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애초에 수안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채이 때문이었다. 채이와 밥 한 끼라도 같이 먹을 핑계를 만들고 싶어서 시간을 낸 것이었다.그런데 와 보니 채이 옆에 다른 사람도 함께 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수안은 굳이 자기 일정을 뒤로 미루고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수안에게는 늘 채이가 가장 먼저였다.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채이가 자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수안은 다른 모든 걸 뒤로 미룰 수 있었다. 그만큼 수안에게 채이는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채이 일이라면 언제든 움직이게 돼. 그게 참 우습지.’“네, 그러세요.”채이는 더 붙잡아 둘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채이도 수안이 왜 저렇게 서둘러 나가려 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수안은 피하고 있었다.수안이 자리를 뜨고 나자, 식탁에는 채이와 설희만 남았다.“설희 씨, 아까 나는...”채이가 말을 꺼내려 하자 설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아까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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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준모는 서재에 틀어박힌 채 회사 일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기사가 계속 식당 앞에서 채이와 설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사만 붙어 있으면 적어도 집까지는 무사히 올 수 있으리라고 준모는 생각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사로부터 채이가 어린 여자와 술을 마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채이는 원래 술이 약했다.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기가 오르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시간도 너무 늦었다. 준모는 채이가 혹시라도 많이 취했을까 봐 내내 신경이 쓰였다. ‘채이는 술이 센 사람이 아닌데. 괜히 무리한 건 아니겠지.’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자, 준모는 곧장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채이를 두 팔로 안아 들고서 집 안으로 데려왔다.“준모 씨, 저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술 조금 마신 것뿐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에요.”“얼른 내려놔요. 저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지금 정신도 멀쩡해요.”채이는 준모에게 안겨 있는 게 영 어색했다. 꼭 술을 잔뜩 마신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싫었고, 이렇게까지 보살핌을 받는 상황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오늘 밖에서 술 마신 건 알고 있었어요. 이번은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안 돼요.”준모는 조용히 말했다. 그는 채이가 밖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몸에도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채이가 술을 잘 견디지 못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술 좀 마신 게 뭐 어때서요? 오늘 설희 씨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 같이 조금 마셔 준 거예요.”“설희 씨랑 내가...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에요. 아직 약혼도 안 했는데 벌써 이렇게까지 간섭하면 어떡해요?”채이는 마뜩잖은 기색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말끝에도 살짝 투정이 묻어났다.술기운 때문인지 채이의 희고 맑은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막 익은 버찌처럼 선명한 빛이 감돌아서 누가 봐도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준모는 그런 채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때 준모의 심장은 마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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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설희도 이제 제대로 쉬어야 할 때였다. 회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설희는 줄곧 회사 일에 매달려 있었다. 힘들다고 투정한 적도 한 번도 없었고, 채이에게 짐이 되는 말도 하지 않았다.채이가 방에서 나왔을 때, 장순주가 이미 해장국을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대표님이 오늘 회사 가시기 전에 꼭 이거 챙겨 드리라고 하셨어요. 어제 술 좀 많이 드셨죠? 오늘 몸이 분명 안 좋으실 텐데, 얼른 이거 드세요.”“예전에도 대표님 술 많이 드신 날이면 제가 늘 이거 끓여 드렸어요. 대표님도 제 해장국이 정말 잘 듣는다고 하셨어요. 거의 약처럼요.”장순주는 따뜻한 해장국 한 그릇을 채이 앞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채이는 좀처럼 입맛이 돌지 않았다. 아직 술이 덜 깬 탓인지 속이 울렁거렸고, 금방이라도 메스꺼움이 올라올 것 같았다.채이는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늘 후회했다. 그럴 때마다 다시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그런데 어젯밤 설희를 보자 채이는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설희가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했는데도 아무 대답도 받지 못한다는 건, 아직 어린 설희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설희도 이제 받아들이고 있겠지.’물론 냉정하게 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설희가 그런 것에 위축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채이는 결국 해장국을 다 먹었다. 한 숟갈씩 넘기고 나니 속이 훨씬 편안해졌다. 울렁거리던 위도 조금 가라앉았고, 잔뜩 무겁던 머리도 이전보다 훨씬 덜했다.확실히 장순주가 끓인 해장국은 효과가 있었다.“고마워요.”“저한테 뭘 그렇게 고맙다고 하세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대표님이 오늘 나가기 전에 사모님 꼭 지켜보라고 하셨어요.”“몸이 아직 완전히 풀린 게 아니니까, 절대 밖에 나가서 일하게 두지 말라고 하셨어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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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준모 씨!”채이는 누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걸 가장 싫어했다. 채이는 일을 사랑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기 역량을 가장 크게 발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도 채이가 더 나아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 채이가 가지고 있는 특허들은 하나씩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거기서 멈춘 것도 아니었다. 채이는 이미 더 많은 특허 개발까지 준비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자신이 더 탄탄해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채이 씨가 무슨 일을 하든 저는 다 응원해요. 그래도 오늘 몸 상태가 이상하면 바로 돌아와요.][괜히 버티면서 일하면 안 돼요. 일이야 하루 만에 다 끝나는 것도 아니고, 제일 중요한 건 채이 씨 몸이잖아요.][어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제가 다 말하지 못했는데요. 오늘은 꼭 다시 말할게요. 이제부터는 술 마시면 안 돼요.][원래 술도 약한데, 어린 여자가 밖에서 남들이랑 술 마시는 게 보기 좋을 리 없잖아요.][어제는 제가 기사를 붙여 놔서 괜찮았어요. 그런데 채이 씨 옆에 지켜 줄 사람이 없으면 저는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준모는 여전히 채이를 깊이 걱정하고 있었다. 준모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늘 손안에 감싸듯 지키고 싶었다. 누구도 채이를 다치게 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채이는 내가 지켜야 해.’‘적어도 내 눈앞에서는 누구도 채이를 힘들게 하면 안 돼.’“알겠어요. 이제 됐으니까 끊을게요.”채이는 전화를 끊으면서 속으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모는 갈수록 말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원래 말수가 적었고, 남들과 길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채이 앞에만 서면 준모는 유난히 잔소리가 길어졌다. ‘예전에는 그렇게 과묵하더니, 왜 나한테만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 거야!’그래도 채이의 마음 한쪽은 따뜻했다. 준모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채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진짜로 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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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준모는 단 한 번도 그 바람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채이와 한집에서 살고 싶었고, 정식으로 채이를 아내로 맞아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곁에서 지켜 주고 싶었다. 채이를 아껴 주고 보살피면서,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그 말을 듣자 채이도 더 이상 반대하지는 않았다. 준모가 이미 마음을 정한 데다, 두 집안 어른들까지 이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채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이가 끝까지 막아설 이유는 없었다.채이는 준모와 함께하는 일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저 집안에서 정해 준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실패한 연애를 겪고 난 뒤였으니, 이제는 누구와 만나든 큰 기대를 두지 않게 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채이는 정말로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언제부턴가 채이는 준모에게 조금씩 기대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졌고, 어느 틈엔가 준모가 없으면 허전하다고 느끼게 됐다. 아주 조용하고 미묘한 변화라서 채이 자신조차 뚜렷하게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채이는 이미 준모에게 마음을 준 뒤였다.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채이도 지금 준모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리고 늘 준모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채이 씨, 걱정하지 마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채이 씨를 배우자로 마음먹은 이상,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채이 씨가 제일 먼저 저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가 가진 힘으로 채이 씨를 지킬 거예요.”준모는 채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이제는 채이 씨가 제일 먼저 저한테 기대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막아 낼 테니까요.”“솔직히 말해서, 저한테 아직 정리가 안 된 문제가 있긴 해요. 미래 문제는 제가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일이에요.” “그래도 계속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미래도 이제 재활 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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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그 말을 듣자 준모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재활 훈련을 시작한 지 아직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미래는 벌써 버티지 못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훈련 강도가 더 올라갈 텐데, 준모는 미래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 낼 것인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준모가 직접 이 일을 수습해야 했다. 미래를 달래고, 재활센터 쪽과도 이야기를 맞춰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일이 더 커질 게 뻔했다.지금 미래가 치료에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치료 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준모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얼른 다녀오세요. 미래 씨한테는 이런 반응이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강한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잖아요.”채이도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옆에서 준모를 말리기보다, 차라리 다녀오라고 했다.채이는 준모가 미래를 보러 가는 일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다만 채이도 느끼고 있었다. 미래는 가끔 너무 쉽게 억지를 부렸고, 그런 행동 끝에는 언제나 준모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그 집착은 때로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들 만큼 무거웠다. 사소한 일도 쉽게 감정으로 몰아가고, 늘 예민하게 흔들리는 모습도 채이에게는 버겁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선을 그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준모와 채이 모두 미래에게 빚을 진 것 같은 감정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 앞에서 차마 냉정하게 돌아설 수가 없었다. 결국 확실하게 끊어 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전화기 너머에서 미래는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불만을 쏟아 냈다.[오빠, 여기 사람들 진짜 너무해. 맨날 나한테만 기준을 빡빡하게 들이대. 내가 아무리 소리치고 화내도 꿈쩍도 안 해.][소리도 지르지 말라고 하고, 집에도 안 보내 주고. 근데 나 진짜 너무 힘들어. 진짜 못 버티겠어. 내가 몇 마디 좀 한다고 뭐가 그렇게 문제야?]미래는 잔뜩 쌓인 불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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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채이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래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려고 했다. 같은 여자인데 굳이 서로를 더 힘들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채이는 예전에 주변 사람 중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버티는 사람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런 아픔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그래서 채이는 미래를 향한 연민을 완전히 거둘 수가 없었다.“알겠어요. 다녀오세요. 저는 집에서 쉬고 있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준모는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오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준모는 채이가 자기를 기다리지 않았으면 했다.“채이 씨는 집에서 푹 쉬어요. 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쉬도록 해요.”준모는 그렇게 말한 뒤 집을 나서서 곧장 재활센터로 향했다.도착해 보니 미래는 재활센터 안에서 물건을 마구 집어 던지고 있었다. 감정은 이미 잔뜩 뒤집혀 있었고, 직원들을 향해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미래가 지금 얼마나 예민한 상태인지, 힘든 기분이 어떤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현장에 있는 직원들 눈에는 두려움이 뚜렷했다. 다들 시선을 피했고, 쉽게 가까이 오지 못했다.여기 있는 사람들한테도 이런 상황은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준모가 들어서는 걸 본 미래는 금세 표정이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 험하게 일그러져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그 자리에 서러움이 밀려들었다.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오빠, 이제 왔구나. 나 진짜 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 오빠는 내가 이 며칠을 어떻게 버텼는지 몰라.”“나 진짜 너무 괴로웠어. 더는 못 하겠어. 나 좀 집에 데려가 주면 안 돼?”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고 싶어. 근데 저 사람들은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절대 안 보내 줘.”“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빠를 부르고 싶지 않았어. 근데 맨날 이런 식이야. 나 진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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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미래야, 너 정말 다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어? 너 아직 너무 젊어.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이 남아 있고.” “나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이렇게 계속 붙들고 있는 거야.”“내가 너한테 붙여 준 의사들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교수님들이고, 기술도 지금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좋은 쪽으로 맞춰 둔 거야.”“그만큼 너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나를 한 번만 믿어 줘. 나한테도 기회를 주고, 너 자신한테도 기회를 줘.”준모는 미래를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말투도 한결 부드러웠고, 끝까지 인내하면서 미래를 달랬다.평소 같았으면 준모는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냥 손을 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미 시작된 뒤였다. 준모는 원래 무슨 일을 하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지금까지 해 온 게 다 무너져. 적어도 끝까지는 가 봐야 해.’“오빠, 근데 오빠는 이게 나한테 얼마나 괴로운지 몰라. 나 진짜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어.” “오빠 말대로 해 보려고 엄청 애썼고, 나도 오빠한테 맞춰 주고 싶었어. 진짜로.”“내가 이걸 버텨 내면 오빠도 좋아할 거고 나를 다시 보게 될 거라고, 오빠도 나한테 시간을 더 내 줄 거라고 생각했어.”“그렇게 좋은 일인데 내가 왜 안 하려고 했겠어. 나도 그러고 싶었어. 근데 나 이제 진짜 못 버티겠어...”미래는 더 서럽게 울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음이었다. 몸이 들썩일 만큼 거칠게 울었고, 이번에는 조금도 꾸며 낸 흔적이 없었다. 오롯이 미래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 울음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집에 가서 좀 쉬고, 마음도 가라앉혀. 내가 같이 데려다 줄게.”“내일 다시 올지 말지는 오늘 밤에 천천히 생각해 봐. 네가 정말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다면, 결국 이건 버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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